소소한 이야기들

몸이 아프다

아이루다 2013. 10. 11. 16:01

 

나는 그냥 객관적으로 생각해서 건강에 대한 부분은 조금 타고 나긴 했다. 그 흔한 감기도 몇년에 한번 걸릴까 말까 하고 체한 경험도 거의 없을 정도로 소화도 잘 시킨다. 대학교 시절 너무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인해 궤양에 걸려 한동안 고생 했고 최근까지도 그 영향이 미비하게 있었지만 아무튼 이것 말고는 특별히 몸에 이상이 없는 편이다.

 

그런데 그제 밤에 뭘 잘못 먹었는지.. 어제 하루 종일 속이 애매하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느낀 속이 뒤집힐 듯한 역겨움과 배속이 계속 꾸르륵 거린다. 그리고는 결국 하루 종일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아는 분이 오늘 그것이 장염 증상이라고 했다. 뭐 그런거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렇게 아파도 병원에 갈 생각은 그리 나지 않는다. 결국 내 몸을 낫게 만드는 것은 내 몸이다. 외부에서 투여된 약물은 그것을 도울 뿐이며 거기에 그리고 좋지 않는 역효과도 있기 마련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런 논리적 근거는 없다. 그냥 나의 개똥철학이다.

 

아무튼 그래서 어젠 점심을 먹다 말다 하고선 집으로 조퇴를 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평일날 오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었다.

 

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시원했으며 낮이라도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가득했다. 내가 집으로 가는 경로는 강변역에서 잠실역까지 2호선을 타고 거기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집까지 간다. 몸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탓에 약간 피곤한 얼굴과 힘 없는 걸음으로 전철 역을 향해 갔다. 사람들은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다.

 

전철에서 내려 지하통로를 거쳐 버스를 타는 곳까지 이동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많은 사람들을 본다. 친구로 보이는 두 여자, 엄마와 딸처럼 보이는 나이차가 나 보이는 두 여자,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는 무엇이 그리 좋은 지 서로 바라보면서 계속 웃음을 짓는다. 약간 상기된 표정을 한 학생무리들도 보이고 서로 무관심한 듯 걸어가는 남자 애들도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역시나 가끔 손에 쥔 스마트폰에서 머리를 들지 못하고 뭔가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홀로 가는 이들도 있다.

 

지상으로 나오니 신호에 늦게 진입해 아이를 메고 달리던 아줌마가 횡단보도를 건너면서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위험해 보이지만 요즘은 이런 풍경이 흔하다.

 

낮이라 그런지 타는 버스에 빈자리가 많다. 나는 그 중 하나를 골라서 안쪽으로 앉았다. 그리고 버스가 출발 한 후 가끔 한번씩 설때마다 사람들이 내리고 타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어제 처음 알았는데 내가 버스를 타고 있는 누군가와 시선을 맞았다면 그 사람은 내 옆에 앉을 가능성이 크다. 나는 처음에 예쁜 아가씨가 나를 힐끗 보고 내 옆에 앉는 것을 보고는 내가 마음에 드나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가까이 갈 사람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린 자신이 앉을 자리가 여러개가 될 때 그 자리 옆에 앉아 있는 사람에 대해 빠른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자신에게 어떠한 문제라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 사람 곁으로 간다. 그리고 그 대상의 우선 순위는 일단 아줌마와 같은 여자들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 의미에서 남자들은 순위에서 많이 밀린다. 특히 일반적인 특징을 보여주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 옆자는 한동안 비어 있는 상태로 유지되게 된다.

 

버스는 열심히 달리고 열심히 태우고 내리면서 점점 집으로 향한다. 나는 점점 몸의 상태가 더욱 좋아지지 않는 것을 느끼면서 나도 모르게 머리를 창가에 기대곤 한다. 하지만 덜덜거리는 차의 진동이 전해오자 이내 다시 머리를 세운다.

 

버스가 도착하고 나는 내린 후 수퍼에 들렀다. 내가 아프면 꼭 먹는 것이 하나 있다. 나도 왜 그런지 그 이유를 모르지만 나는 아프면 꼭 황도나 백도 캔을 먹길 원한다. 이것들은 절대로 몸에 좋을 것 같지 않는 것인데 아마도 어린시절의 기억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렸을 땐 병원에 문병 갈 때 꼭 그런 것을 사갔던 것 같은데, 나는 살아오면서 지금껏 입원을 해본 적이 없어서 늘 그것이 부러웠나보다. 지금은 그것이 아니란 것을 알지만 어린 마음에 나도 저렇게 침대에 누워 문병오는 이들이 사오는 맛난 것을 먹는 것을 부러워 한 것이다.

 

아무튼 복숭아 캔 두개를 사서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책을 보다가 깊은 잠에 빠졌다. 그리고 깨고 다시 잠을 자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어둑어둑 해졌다. 그때 나는 냉장고에 넣어 둔 캔을 꺼내서 먹기 시작했다. 생각만큼 맛있지는 않았지만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을 때 그나마 먹을만 했다.

 

하지만 이미 뒤집어진 속은 빛의 속도로 먹을 것을 배출해 낸다. 한시간도 안되어 나는 다시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리면서 방금 먹은 백도를 다 배출 시켰다.

 

차라리 먹지 않는 것이 나은 상황. 유진이는 야근이라고 늦게 온다고 했다. 나는 혼자 책을 보다가 영화를 보다가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생각보다 시간이 빠르게 간다. 그리고 9시가 넘어 유진이가 피곤한 몸을 끌고 집으로 왔다. 내 몸 때문에 걱정이 한 가득이다. 그래도 그저저럭 버티고 있는 나를 보더니 안심한 듯 피곤해 하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영화를 보다가 잠이 들었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많이 나아졌다. 그래서 무리를 해서라도 오늘은 걸어야 겠다는 생각에 평소와 같이 일어나 손목에 모래 주머니까지 차고선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사에 도착해 몸무게를 재어 보니 1.2kg 정도가 빠졌다. 역시 살 빠지는덴 설사가 최고인듯 ㅎㅎ

 

오늘 하루가 지나면서 배 아프것도 어느 정도 나아지고 화장실도 오전에 한번만 다녀왔다. 이제 몸이 서서히 정상화 되는 듯 하다. 그냥 내 생각이지만 평소에 그나마 운동을 열심히 해놔서 이정도로 마무리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생각보다 장염이란 것이 꽤나 성가신 병인듯.

 

오늘 저녁엔 칼국수를 먹기로 했다. 몸이 축났으니 잘 먹어야 한다고 하면서 유진이가 먹자고 한다. 그래, 일키로그램이 더 빠졌는데 채워야지.

 

오늘은 둘이 같이 걸어서 밤에 바지락 칼국수를 먹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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