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회

환율 전쟁 - 1

아이루다 2013. 4. 20. 12:12

 

2008년 미국 금융위기. 혹시 이것에 대해 조금 공부해 본 분이라면 이 금융위기가 어떤 주체들이 의해 발생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이것은 소위 월가라고 알려진 금융자본을 가진 투자회사들의 진정한 끝없는 탐욕에 의해 발생된 누구나 예상 가능하고 또한 반드시 터질수 밖에 없는 거품 폭발 현상이었다.

 

물론 그 발화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란 주택담보 대출로 부터 시작되었지만 실제로 그 내부적으로는 전문가들 조차 파악하기 힘든 수 많은 파생상품의 거품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이미 지나간 미국 금융위기를 말하는 이유는 오늘 주제인 환율전쟁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하 조금 더 설명하고 글을 진행하겠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은 미국판 주택담보 대출인데 우리나라와는 좀 다르다. 일단 대출의 한계가 집값의 100%까지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이것이 60%로 묶여 있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LTV라고 부르는 제도이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엔 집값의 60%이상 대출을 못받는다. 거기에 더해 우리는 DTI라는 추가 제도가 있어서 자신의 소득과 대출금에 대한 이자비율로도 대출을 억제한다. 어쩌면 우리가 2008년 터지지 않고 버텨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미국은 100% 받을 수 있다. 그러니 맨손으로 집을 사서 들어가 이자만 내고 사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가장 큰 문제는 신용이 낮은 이들에게 집을 팔았다는 점이다. 즉 직업이 안정적인 사람은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직업이 불안정하고 수입이 불규칙적인 사람에게 월세 개념을 이자와 원금상환을 시키면.. 결과는? 직업을 잃는 순간 이 사람은 빚을 못갚는 개인 부도 상태가 되어 버린다. 결국 이렇게 좀 버티다가 집에서 나가버린다. 그럼 왜 가난한 사람들이 무리해서 집을 사냐고? 그것이 바로 인간의 욕심이다. 누구든 방법만 있다면 바퀴벌레가 나오는 낡은 집보다 방금 지어 넓은 주방과 깨끗한 화장실이 겸비된 좋은 주택에 살고 싶어한다. 그래서 방법이 주어지면 자신의 수입과 상관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처음에 들어갈때 돈이 10원도 필요없고 오직 서명만 하면 된다면? 하지만 결론은 비극적이다. 분에 넘치는 소유는 반드시 파멸을 불러오게 되어 있다. 이렇게 서민들 하나하나가 터져나가기 시작하다가 임계를 넘은 순간이 2008년도인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우리와 또 차이가 있다. 우리는 담보대출을 받은 후 개인이 파산해도 부채는 계속 개인에게 남는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은행은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주택을 담보로 잡는 개념이고 미국은 주택 그자체에 돈을 빌려주는 셈이라서 개인이 파산하면.. 은행은 그 주택만 가질 권한이 있고 개인은 그냥 집에서 나와버리면 된다.

 

미국내 부동산 거품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당연히 집값은 천정부지로 솟았을 것이고 이 비싸고 화려한 집을 산 가난한 사람들은 잠시 꿀맛같은 삶을 살다가 빚을 못갚고 쫒겨나서 원래 살던 비루하고 좁은 공간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리고 투자은행은 이런식으로 자신에게 남은 수 많은 집을 처분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게 되다가 결국 수요-공급 법칙에 의해 집값이 엄청난 속도로 처박히는 운명을 마지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투자은행 파산으로 이어져 리먼 브라더스라는 초대형 투자회사가 망하는 결론이 나 버렸다. 그리고 이것을 시작으로 미국의 경제위기는 제대로 터졌고 그때쯤 지구 전체를 휩쓴 부동산 거품은 심할수록 일찍 터지면서 아이슬란드, 포루투갈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등을 차례로 휩쓸고 있다.

 

이것이 2008년에 시작되어 지금까지 진행중인 금융위기의 겉모습이다. 물론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에 나도 역시 이정도 수준의 지식밖에 없다. 물론 설명하기 어렵고 제대로 알지 못해 그냥 패스한 부분도 있지만 대충 이해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왜 금융위기가 발생했는지에 대해.

 

미국의 경제는 정말 휘청거렸다. 그런데 그때 우리나라는 무슨짓을 하고 있었냐하면 바로 고환율 정책을 펴겠다고 대 놓고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리고 즉 스스로 가치를 깍는 자기 자신에게 주먹을 날려 피투성이가 되고 있는데 갑자기 외부에서 자신의 주먹보다 10배는 큰 주먹이 때려버린 것이다. 멀쩡해도 흔들릴 위력인데 스스로 때려서 이미 헤롱거리고 있는 상태였다면? 그 결과는 바로 환율로 나타난다. 우리의 율은 1700원대까지 올라갔다.

 

내가 이때 천문 장비를 사서 정말 피해를 많이 봤기에 정말 생생히 기억이 난다. (천문장비 대부분이 바로 미국이나 일본, 중국에서 생산된다)

 

그렇다면 왜 이명박과 그 일당인 강만수는 고환율 정책을 폈을까? 혹시 이것을 모르다면 정말로 스스로에 대해 좀 타박해야 한다. 왜냐면 그것은 우리의 눈을 감기고 코를 베어간 정책이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우리나라에서 1000원이라서 미국에서 1달러에 팔리던 물건이 50센트가 되어 버린다.  물론 이럴러면 환율이 1달러당 2000원까지 올라야겠지만 아무튼 우리의 환율이 오르면 오를수록 우리나라에서 만든 제품의 가격이 외국에서 싸게 팔린다. 이것은 당연히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데 같은 제품이라면 싼게 더 잘팔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그렇다고 해서 그 제품을 만드는 공장에 다니는 사람이 십원이나 손해를 보느냐? 아니다. 그사람은 그냥 매달 받던 월급을 받을 뿐이다. 차이는 오직 그 제품이 타국에서 팔리는 가격만 내려간다. 심지어 직원들은 더 좋아진다. 제품이 잘팔려서 매출이 크게 늘기 때문에 일명 보너스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환율이 오르면 기업조차도 단점이 생긴다. 그것은 원료의 수입가격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것은 원자재일 수도 있고 부속일수도 있지만 아무튼 결국 국내에서 최대한 많이 국산화 된 제품일수록 이득이 커진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대부분 원료를 사다가 국내에서 가공생산해서 다시 파는 중계무역 형태를 띄고 있다. 결국 수출 위주의 기업은 흥하고 수입하는 회사는 망해가는 꼴이 된다. 특히 여행사는 죽을맛이 된다. 왜냐면 외국 여행을 할 때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남대문과 같은 외국인 상대 장사는 매우 흥한다. 요즘 남대문과 명동을 찾는 중국인, 일본인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요즘 그곳은 돈을 긁고 있다.

 

또한 최근에 삼성과 현대의 거대한 이득에 대해 들어본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과연 그 두회사 마냥 잘해서 얻어진 이득이라고 생각하는가? 천만에 말씀이다. 이것이 바로 고환율의 긍정적인 효과이다. 그럼 그냥 무한대로 환율이 높이면 좋은 것이 아닌가?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조금전에도 설명했듯 환율이 높아지면 우리의 수입가격이 올라간다. 그런데 우리가 소비하는 수 많은 제품들은 모두 어디에서 올까? 바로 외국, 특히 중국과 같은 나라에서 온다. 농산품도 마찬가지이며 우리가 소비하는 수많은 완성품들의 원료가 바로 외국에서 온다. 이 모든 가격이 올라서 결국 물가가 오르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여기에서 조금만 생각해보라. 요즘 장바구니 물가가 장난 아니란 소리가 이미 수년전부터 나왔고 밥 한끼 먹는 식사값이나 기타 모든 공산품까지 모조리 올랐다. 전기나 수도 같은 필수 항목도 올랐는데 그 이면에는 당연히 엄청나게 오른 기름값이 버티고 있다.

 

요즘은 서울시에서 리터당 2,000원이 기본이지만 2008년에 처음 그 가격이 되었을 때 전국에서 데모가 벌어지고 난리가 났다. 그래서 정부에서 사람들에게 개인별로 유류 환급을 해주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나 역시 그때 20만원 정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유가가 상승하면 단순히 내가 내는 기름값만 많아질까? 이것 역시 단순함의 극치이다. 석유는 연료로서도 매우 중요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정말 많은 제품의 원료로서 역할을 한다. 석유화확제품이란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흔히 우리가 쓰는 플라스틱, 비닐, 옷감 그리고 거기에 파생되는 수 많은 의류, 가방 등등 심지어 석유에서 비타민까지 만들어 낸다. 그리고 도로에 깔리는 아스팔트 역시 석유에서 추출된다.

 

정리해보자. 국내 환율이 높아지면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기업은 돈을 엄청 번다. 그리고 전 국민은 그것으로 인해 물가가 올라 개인별로 모두 손해를 본다. 이것을 계산해보면 국민 개개인이 모두 돈을 모아서 기업에 준 꼴이 된다. 그리고 그 국민들 중 아주 일부는 그 기업의 보너스를 받고 고임금을 받아서 잘먹고 잘살아가게 된다.

 

이것이 소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며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원인이 된다. 그리고 모든 대학생이 대기업에 죽어라고 들어가려는 이유도 된다.

 

단순하면서도 놀랍지 않은가? 환율 좀 조작해서 이런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능력이. 물론 정부에서 이런 비판에 대해 입을 막은것이 아니다. 그들은 낙수효과를 말했었다. 즉 돈을 많이 번 기업들이 그 돈을 풀어서 전체를 잘 먹게 해줄 것이라는 우김이었다. 그리고 2013년 현재 우리나라 대기업은 역대 최대의 현금을 쌓아두는 업적을 달성했다. 그리고 우린 리터당 2천원의 기름을 쓰고 이젠 5천원으로 어디가서 점심 한끼 먹기가 힘든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디플레이션으로 가고 있다. 모든 정황이 그렇게 나타나고 있으며 통계치 역시 그것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나오고 있다. 어쩌면 이명박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박근헤가 될수도 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지금까지 말해온 환율 조작질과 4대강 돈버리기를 통해서 나라 경제의 근간을 흔들어 버린 점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내수경제의 기반을 잃어버렸다. 현재 밑바닥 경제는 모두 망해가고 있다. 소규모 점포들은 이미 접기 시작했으며 그나마 남은 가게 역시 매출이 50%수준에 머물고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소규모 상인들 매출은 모두 반토막에서 심하면 1/3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들었다. 이번달에 가게를 접는 분도 있다)

 

소수를 제외한 대다수의 미래가 암울하기에 현재 돈을 쓰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과거에 거품이 꺼지면서 벌어지는 자산 디플레이션 현상은 그것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요즘 하우스 푸어란 말을 많이 하는데 그 사람들 만큼 사람들이 돈을 덜쓴다. 그리고 그 돈은 은행의 이자로, 기업의 이득으로 돌아가고 있다.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펴든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대한민국 경제는 생각보다 암울하다. 고환율 정책이 대기업에겐 무한한 돈을 벌게 해줬지만 대한민국 내수를 죽여버린 것이다. 물론 거기에 부동산 역시 아주 큰 역할을 했다. 고환율과 부동산 침체 두가지가 겹친 이명박 정부 내내 우린 끝없는 추락을 해 온 것이다. 그리고도 우린 또다시 그 정당을 우리의 리더로 뽑는 대단한 현명한 결정을 했다. 아마도 이왕 죽을거 더 빨리 죽자라든가 혹은 죄을 지은 놈들이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를 가진듯 하다. 뭐 설마겠지만;;

 

아무튼 우린 이로인해 이미 성장동력을 상실하고 있는데 그 증거를 보자.

 

첫번째로 인력이 줄어들고 있다. 사회가 그지같으니 애를 안난다. 그것이 꽤나 진행되어 인구가 급격히 줄어갈 것이다. 이것은 경제 규모가 줄어든다는 이야기이고 아마 조만간 최초의 인구 감소가 시작될 것이다. 이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앞으로 국민연금 고갈이나 복지정책에 대한 수많은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두번째 내수경제가 완전 무너져버렸다. 이것은 방금전까지 말한 전임정권의 패악질이다.

 

세째로 빈부격차가 심화되어 사회갈등이 너무 심각해져버렸다. 그러니까 잘먹고 잘사는 소수와 겨우 먹고 사는 다수로 계층이 고정되어 버렸고 이것은 바로 2세들까지 전해져버린다. 즉 못사는 사람은 희망이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거기다 교육의 질도 심하게 차이난다.

 

네번째로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다. 우린 그나마 LTV, DTI를 통해 버텼지만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부동산은 엄청난 거품덩어리였다. 이것이 서서히 꺼지고 있다. 지금은 외곽에서만 심각하게 반값이야기를 하지만 몇년 후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이야기가 들릴 것이다.

 

다섯번째로 주력 생산인력이 감소를 시작했다. 베이이부머 은퇴를 시작으로 그들의 은퇴가 끝날때 쯤이 되면 우린 이제 일본을 부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것 말고도 정치적인 문제, 주변국 문제, 북한 문제, 지역 갈등 등등 우리를 망하게 해줄 수 많은 것들이 존재하고 있는데 솔직히 다 말하기도 힘들다.

 

이건 부정적인 시선이 아닌 앞으로 수십년간 우리를 억누를 무거운 짐들이다. 방법은 없다. 그냥 일본을 보면 된다. 1990년에 시작된 일본 경제 붕괴는 지금도 진행중이다. 최근 일본 아베총리가 엔저 정책을 강력히 펴면서 주가가 좀 오르고 있는데 일본 전성기에 비하면 세발의 피이고 또한 지금 일본은 20년이 넘게 추락중이다.

 

아무튼 다음 글엔 일본과 미국 환율에 대해 다뤄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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