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이야기

3월 30일 새로운 방문자

아이루다 2013. 3. 31. 09:20

 

원래 계획은 이번주 영월 방문은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올해 들어 단 한번도 쉬지 않고 주말마다 달려간 탓에 누적된 피로감이 좀 심하기도 하고 또 집 인테리어를 위해 유진이와 남대문을 갈 생각인지라 그 일정 때문에라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주중에 동석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자신의 회사사람이 이번주에 별을 보러 가고 싶다고 했다고. 그래서 같이 가겠냐고.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같이 갈 생각이 있냐고.

 

난 잠시 망설였으나 그 지인이 외국인이란 말에 조금 더 긍정적으로 검토를 했다. 그리고 유진이의 허가를 얻은 후 계획을 바꿔 영월에 가기로 했다. 대신 원래 남대문에 가는 계획은 변함없이 유지하기로 한 조건이이었다.

 

이번 새로운 방문자는 호주태생의 데이빗이란 사람이었다. 난 원래 영어 대화능력이 워낙 저질수준이라서 외국인을 보면 보통 입을 다무는 편이라 부담이 될법도 한데 이상하게 이번에는 큰 부담이 느껴지질 않았다. 일단 동석이가 주로 대화를 하겠거니 하는 생각과 또 별을 본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기에 대충 단어 수준으로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문제는 날씨였다. 서울에서 7시쯤 출발해 9시에 도착한 후 불피우고 장비를 설치했으나 목성은 거의 서쪽으로 내려가 잠시만 볼 수 있었고 토성과 달은 아직 뜨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저녁은 내가 치즈오븐 스파게티를 만들어주었다) 잠시 얘기를 나눈 후 날씨를 보니 구름이 가득했다. 그래서 보기를 포기하다가 결국 1시쯤 날씨가 약간 맑아져서 그때 달과 토성을 관측했다.

 

나 역시 사진만 찍다가 오래만에 달과 토성을 보니 참 좋았다. 특히 토성은 몇년 전 보았던 고리의 각도가 바뀌어서 확연히 그 고리가 보였다. 그때만 해도 고리가 거의 우리 시선과 직각이라서 일자로만 보였는데 이번엔 비스듬히 누워 잘 보였다.

 

망원경의 문제인지.. 날씨의 문제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4mm 고배율로 봐도 카시니 간극은 잘 보이지 않았다. 물론 난 워낙 안시에 서툴러서 암적응도 잘 못하고 본 탓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방문자 데이빗은 외국인 치고 참 조용한 성격이었다. 문제는 너무 조용해서 그 짧은 영어로 말을 해도 너무 대꾸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대화를 이어갈 의지를 상실케 만들었다. 뭐 어쨌거나 나는 이런 저런 배려로 그에게 최대한 불편함이 없도록 해줬으니 별 상관은 없다. 한국이란 나라에 와 혼자 살고 있을 그 사람의 마음의 입장에서 생각해 함께한 여행이라고 난 생각했다.

 

오랫만에 토성을 보아서 좋았고, 영월에 첫 외국인 방문객이 있어서 좋았고, 이번에 가서 확인해보니 지난번 뿌리 상추가 조그맣게 자라 있어서 좋았다. 비록 짧은 영어실력에 많은 시간을 침묵속에 보내야만 했지만 ㅎㅎ 그런대로 즐거운 여행이었다.

 

 

 

상추 싹이 자란 모양이다. 첨엔 잘 안보이더니 자세히 보니 군데군데 보인다. 생명의 힘이란.. 참 이쁜 사진이다.

 

 

 

 

그동안 몇번이나 장비 사진을 찎어서 올려보고자 했으나 계속 까먹고 있다가 이번에 찍어서 왔다. 내 주경인 메그레즈90 + 가이드 경이 장착된 모습니다. 가이드경은 페가수스80 이다. 망원경 앞쪽은 무게중심 때문에 달아놓은 모래주머니 같은 것이다 ㅎㅎ

 

붉은색 계열을 굵은 선 두개는 이슬방지를 위한 열선이다. 원래 열선이 워낙 비싸서 만들었다가 모두 망가져서 그냥 옥션에서 파는 동파방지 열선을 사용중이다. 그런대로 만족스럽다.

 

위쪽 망원경에 뒤에 붙은 카메라가 QHY5 M 이고 내 가이드용 카메라이다. 이 장비를 산지도 벌써 삼년이 되간다.

 

 

 

EQ6 마운트이다. 저가형 적도의. 그래도 나에겐 참 고마운 녀석이다. 아마 이 장비가 없었다면 난 아마도 천문 사진찍기 자체를 시작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아직도 이런 저런 이유로 제대로 다듬어주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 좀 완전히 분해해서 내부까지 다 잘 정리를 해주고 싶는 마음이 있다.

 

 

EQ6 제어를 위한 SynScan 컨트롤러이다. 원래 나는 EQMOD를 사용하지 않고 이 장비로 거의 모든 일을 다 했다. 그러다가 요즘 몇달전부터 EQMOD를 사용하면서부터 그 사용이 제한적으로 변했다. 지금은 거의 컴퓨터와 EQ6를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내 촬영용 카메라이다. QHY9 MONO + 필터 휠박스 (LRGBH 필터 장착) 가 보인다. 앞쪽으로는 WO 플랫트너4 가 장착되어 있다. 이런탓에 무게가 상당하여 내 주경인 메그레즈90 포커서쪽이 살짝 쳐지는 느낌이 든다. 이 문제도 나중에 꼭 조정해야 할 대상이다.

 

 

전선 케이블 함이다. 이번 방문엔 안시만 해서 장비가 좀 덜 설치되어 있다.

 

 

얼마전 새로 영입한 노트북. 장비들 중 가장 신품이다.

 

 

이 장비는 동석이가 산 돕소니안이다. X8-10 이란 모델명을 가진 오리온사에서 나온 장비이다. 원래 중고로 사서 60만원 정도 준 것으로 기억한다. 다루기가 쉽지 않아 큰 일이 없는 한 잘 안쓰는 장비이기도 하다.

 

 

XQ-10의 가대이다. 약간 불안정한 경향이 있다.

 

이것은 천문과 상관없이 이번 방문에서 했던 양념통, 커피통 니스칠 작업 사진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작업을 하고는 설치하고 올라왔다.

 

영월집에서 보이는 하늘을 파노라마 사진으로 찍어봤다. 집에서 보이는 스카이 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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