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탈출 프로젝트

2013년 첫 별모임

아이루다 2013. 1. 7. 10:12

 

지난 주에 올해 첫 별모임을 했다. 그런데 지난 달 부터 날짜가 꼬여서 그믐이 아닌때 별모임을 하는 결과가 되어 버렸는데 그것은 동석이의 여친 쉬는날 기준 때문에 그렇다. 설명하기 복잡하고 좀 애매한 상황이다.

 

아무튼 이번 여행은 그냥 맘 편히 떠났다. 달이 반달이고 또 실제 12시쯤에 뜨기에 우리 도착시간이 11시쯤인걸 감안하면 뭐 거의 시간이 없다고 봐야 한다. 아쉬운 것은 지난주 금/토 주간에 별이 꽤 많이 보이는 맑은 날씨라는 점이다.

 

이번 여행은 토론을 목적으로 했다.  그 주제를 말하자면 '인생을 정의하다' 였다. 모임 참여자들의 불만은 많았지만 난 다 무시하고 내가 하고픈 것을 한다. ㅎㅎ

 

서울에서 8시가 넘어 출발해서 영월에 11시 근방에 도착했다. 요즘 날씨가 계속 추웠던 탓에 눈도 하나도 안녹고 심지어 지난 주보다 눈이 더 와 있는듯 보였다. 생각해보니 1월 1일날 서울 눈 올때 여기도 눈이 더 온 모양이다. 지난 주에 나와 유진이가 만들어 놓은 발자국이 거의 희미해져 있었다.

 

번잡한 것을 피하기 위해 밥은 서울에서 먹고 와서 저녁엔 바로 불피우고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했다. 그냥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토론을 하기로 하고서는 돌아가면서 말을 했는데 모두들 어색해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원래 이런 대화를 하는 것을 많이 어색해하는데 그것은 어려서 부터 자기 생각 말하기 훈련을 너무 하지 않는 탓도 있고 또 심지어 이런 대화를 하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난 생각이 좀 다르다. 혼자서 생각할 기회가 적었다면 적어도 이런 자리에서 타인들의 생각하는 사고나 혹은 생각하는 법 자체를 배우는 것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또 언제 이런 생각을 해보고 경험하고 살아보겠는가?

 

내 결론은 주고 받은 대화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주고 받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쌓인 뭔가가 있고 그것이 불씨가 되어 언제가 화장실에 홀로 있을 때 그날의 대화 중 기억나는 단편적 조각이 자신에게 어떤 영감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적어도 그것만으로도 참 좋은 시간인 것이다.

 

어느덧 시간은 3시까지 되어 버렸고 밖에 나가보니 반달이 밝게도 떠 있었다. 우린 잠시 별을 보러 밖에 나갔다가 와서 각자 잠에 들었다.

 

 

아침이 되어 간단히 라면과 밥으로 식사를 하고 우린 드디어 이번 모임의 하이라이트 '눌썰매' 를 타러 뒤쪽 산으로 갔다. 하지만 처음 간 곳은 경사가 너무 완만해 두꺼운 눈때문에 좀 처럼 잘 나가지 못했다. 나는 그나마 어린시절 한참 썰매타던 가락이 있어서 어느정도 적응하면서 탔지만 나머지는 영 불안했다. 한시간 정도 거기에서 각종 시도를 하다가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겼는데 거기가 완전 대박이었다.

 

경사가 제법 되서 빠른 속도로 내려올 수 있었고 비로소 우린 눈썰매의 자유를 얻었다.

 

 

한시간 정도 탄 후 지쳤지만 밝은 우리들 모습.

 

오늘 길에 동석이가 혁성이 응급구조를 하는 퍼포먼스를 한다. 물론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지만 군복과 누은 폼새는 완벽한 산악구조대이다.

 

창가를 바라보고 있는 여인.

 

하루 종일 놀고 나니 어느덧 서울로 와야 할 시간이 되었고 이번에도 오는 길에 양평에 들러 닭갈비를 먹고 서울로 왔다. 집에 도착하니 9시가 넘었고 나는 완전히 방전되어 그 다음날 10시 넘게까지 잤다.

 

야간 운전으로 인해 좀 많이 긴장도 하고 나이먹고 논다고 해서 많이 피곤한 모임이었지만 결국 이것이 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생각해보면 우린 너무 편한것에 길들여져 있다. 눈이 조금만 와도 다들 불편해 하고 수도가 얼어도 불편해 하고 조금만 추워도 참지 못한다. 하지만 이렇게 된지가 과연 얼마나 되었을까? 그냥 도시에서 살아온 어쩌면 적응력이 매우 협소하게 변해버린 우리의 정신이 모든 문제의 근원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육체는 아직도 수천년, 수만년 전의 진화의 울타리에서 충분히 적응력있게 존재하고 있는데 문명이 가져다 준 나약함은 우릴 끝없이 좀먹고 있다.

 

좀 더 불편함을 참는 훈련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전원의 삶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