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회

복지에 대한 이야기

아이루다 2012. 12. 22. 09:23

 

초등학교를 다녔던 어린시절 나는 방과 후 거의 모든 시간을 같은 동네 아이들과 노는데 보냈다. 그 영향으로 인해 지금 나는 기억나는 초등학교 시절이 거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고 나에게 제일 신기한 사람이 바로 초등학교 동창회에 나가는 사람이다. ㅎㅎ

 

아무튼 좁은 동네지만 십여명의 또래의 아이들이 늘 동네 공동 놀이터에(그냥 맨 땅인 곳이었다) 나와 여러가지 놀이를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딱지치기 놀이이다. 방학은 특히 이런 놀이를 하기가 좋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나와 같은 나이의 세명은 우리 스스로를 '삼총사' 라고 부르면서 동네 딱지를 모조리 따 먹는 승자의 입장에서 살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동네 딱지를 모조리 다 따버리면 이제 우리의 놀이상대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원래 딱지치기는 딱지를 따는 재미도 있지만 그 경기를 하는 자체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놀이가 주는 재미인 것이다.

 

우리는 그래서 가끔 공터에 나가 딱지 뿌리기 행사를 했다. 몇 달 동안 힘들게 딴 딱지를 뿌려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다. 그런 행사를 하고나면 우리에겐 다시 딱지치기를 할 경쟁자가 생겼다.

 

복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왜 갑자기 뜬금없는 딱지치기 이야기를 하는가 궁금하기도 하겠다. 그래서 이제 이 이야기를 복지에 맞춰보자.

 

돈에 의한 행복논리에 충실하게 생각해서 나라가 부자가 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기업이다. 이 기업엔 작은 식당과 같은 작은 형태도 포함이 된다. 그러니까 상업 활동을 하는 모든 주체가 모두 잘 벌어야 우리가 꿈꾸는 행복이 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이나 가게가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까? 당연히 손님이 있어야 한다. 즉 생산하는 물건을 사주는 고객이나 식당이나 수퍼에 찾아와서 밥을 먹거나 과자를 사주는 손님이 있을 때 돈을 벌 수 있다는 너무도 당연한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누가 고객이며 손님일까? 그 또한 서로가 계속 입장을 바꾼다. 수퍼가게 주인은 옆에 있는 미장원의 손님으로 가서 머리를 깍고 약국에서 약을 사며 근처 학원에 아이들을 보내고 그 아이들은 문방구에서 물건을 산다. 미장원 주인은 수퍼에 가서 과자를 사먹고 근처 짜장면 집에 가서 탕수육을 먹는다.

 

이것이 바로 시장이다. 상황에 따라 가게주인이나 기업의 직원이기도 하다가 어느날은 입장이 바뀌어 기업의 제품을 사는 고객이나 가게를 이용하는 손님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선순환이 일어날 때 경제는 활성화 되고 사람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핀다.

 

어린 시절 딱지치기에 대한 이야기를 여기에 적용시키면 결국 누군가 딱지를 (돈을) 모두 가져가 버려서 딱지를(돈을) 가지고 있는 사림이 극소수에 불과하면 이제 딱지를(돈을) 가지고 놀수(소비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져 버려서 딱지를(돈을) 가진 사람조차 불행해져 버리는 사태가 일어나는 것이다. 만약 이럴 때 어린시절의 나처럼 딱지를(돈을) 뿌리면 해결이 될 수도 있지만 불행이도 돈을 뿌리는 일은 딱지를 뿌리를 일처럼 단순하지 않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대단한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엄청나게 좋은 제품들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열광해서 이 회사 제품을 사기위해 다른 소비를 줄이게 되면 갑자기 기업들은 부자가 되겠지만 이제 그 기업의 제품을 사기위해 절약을 해야하는 사람들은 미장원에 갈 일을 한번 줄이고 짜장면 집에 가서 탕수육을 먹지 않고 군만두로 대신 하게 된다. 그런 이유로 인해 옆집 미장원 가게 주인도 짜장면 가게 주인도 수입이 줄어 내가 운영하는 수퍼에 과자를 덜 사게 된다. 그래서 결국 나 역시 수입이 준다.

 

물론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와 내 이웃이 기업의 제품을 열심히 사준 덕에 그 기업은 많은 돈을 벌고 그것으로 인해 그 기업에 다니는 이들은 많은 연봉을 받고 성과급까지 받아서 소비를 하게 된다. 문제는 이들이 하는 소비가 과연 어디로 가느냐이다. 요즘 같아서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로 거의 쏠린다. 그리고 실제로 더 큰 문제는 그 회사의 오너나 지배층들이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문제이다. 결국 딱지는(돈은) 상부의 극소수의 부자들에게 모두 가버리고 그들의 금고속에 잠들게 된다.

 

이게 우리 사회에서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나타나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거기에다가 공정한 경쟁도 아닌 정부가 앞서서 기업의 이득을 보장하는 정책을 펴면? 결과는 뻔하다. 자영업의 몰락, 이것이 결론이다.

 

내가 어린 시절 딱지치기를 잘해서 동네 딱지를 많이 따고 있을때 누군가 나의 편을 들어 서로의 의견 대립이 있을 때마다 나에게 유리한 판단을 해준다면 나는 딱지를 딸 확률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모든 딱지를 빠른 시간내에 모두 내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딱지와 돈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돈은 뿌릴 수 없다' 는 점이다. 그래서 우린 우아한 돈을 뿌리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복지이다.

 

복지시스템은 그것이 공정했든 아니면 불공정했든 상관없이 능력이 뛰어나 타인들보다 좀 더 많은 수입을 올린 사람들에게 적당한 수준의 세금을 받아서 이것을 사회 전반적인 경제적 약자들에게 분배해주는 시스템이다. 즉 딱지의 경우라면 내가 딱지를 10개 딸때마다 4개를 무조건 다시 돌려주는 것이다. 그렇데 되면 나중에 딱지를 뿌릴 일이 없게 된다.

 

딱지치기완 달리 복지는 단순히 이런 의미만을 갖지 않는다. 그럼 복지시스템이 주는 이득에 대해 알아보자.

 

1. 돈을 모두 잃은 사람들에게 약간의 돈을 주어 소비를 하도록 한다.

 

복지시스템이 갖는 가장 경제적 효과이다. 딱지를 뿌려서 다시 놀 수 있게끔 돈이 없어서 소비를 못하는 사람들에게 기초적인 생계비를 지급해서 동네 수퍼, 미장원, 짜장면 집에 갈 수 있도록 해준다. 그래서 그들 스스로 또 다시 돈을 벌 기회를 마련해준다. 즉 돈의 흐름을 가속화 시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이것은 당연히 개개인이 돈을 벌 기회를 높혀준다.

 

2. 다음 세대를 낳고 키우는 부담을 줄여준다.

 

인간이라는 종, 조금 작게는 국가를 이룬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자식을 낳아 기르는 과정을 개개인의 능력에만 맞기는 것이 아니라 복지시스템을 통해 보조해주는 것이다. 요즘 말이 많은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등이 그런 것이다. 문제는 그런 돈을 어디서 나느냐인데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해서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처럼 출산율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노령화가 진행되는 국가가 되어 버린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이대로 가면 앞으로 100년을 보장 할 수 없다.

 

3.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준다.

 

인간은 누구나 일할 수 있는 적정기간이 있다. 직장인 같은 경우엔 60세 전후에 법적으로 정해져 있고 자영업자 같은 경우라면 좀 더 일할 수 있지만 그것도 한계가 분명히 있다. 그래서 다들 노후에 비참하지 않기 위해 젊은 시절 열심히 열심히 벌어서 저축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개개인이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총괄적으로 준비해주는 것은 어떤가? 물론 그것을 위해 더 많은 세금을 내야겠지만 그것으로 인해 내가 노후에 살기 충분한 돈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이 지금 우리나라가 시행중인 국민연금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엔 큰 헛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2번에 나온 항목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인구가 너무 급격히 줄고 있다. 결국 국민연금은 현재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세대가 노후세대를 책임지는 시스템인데 (낸 돈을 돌려받는 개념이 아니다) 노후세대를 급격히 늘어가고 젊은 세대는 급격히 줄어들기에 심각한 재정적 문제가 발생되는 것이다. 그러다면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장려하는 것이 해결책인데.. 과연 이 나라에서 누가 아이를 많이 나아 키우고 싶어 할 것인가?

 

4. 건강에 대한 책임을 진다.

 

사람은 누구나 아프다. 간단하게는 감기부터 크게는 암까지 우린 끝없는 질병의 위험속에 살아가기에 의료서비스는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그나마 잘되어 있는 복지시스템이 바로 이 국민건강보험이다. 물론 여기에도 문제가 많다. 그래서 앞으로 해결 할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이번 대선에서 쟁점이 되었던 부분도 의료 서비스 확장에 대한 문제였다. 뭐 다수의 사람들이 박근혜 후보를 선택했으니 그녀가 정하는 노선대로 흘러갈 것이다.

 

5. 교육에 대한 기회를 준다.

 

배움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해주는 기회이며 또한 개개인이 자신의 몫만큼 세상 속에서 살아가게 해주는 열쇠가 된다. 그래서 젊은이들에게 주어지는 교육의 기회란 정말 무엇보다도 소중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학교까지인가.. 의무교육이고 그 후로는 개개인의 선택이다. 특히 요즘 대단히 비싼 대학 등록금은 선거이슈가 될 만큼 말이 많다. 현실적으로 보면 강남권에 사는 아이들이 훨신 좋은 양질의 교육을 받을 가능성이 크므로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교육에 대한 복지에 관심이 많았어야 옳다. 하지만 이나라는 못살고 못배운 사람들이 잘살고 많이 배운 사람들을 걱정해주는 나라라서 그게 잘 안된다.

 

복지는 이것 말고도 또 많은 일들이 있다. 실업자를 위한 실업수당, 취업을 위한 취업교육 등등 국민 개개인이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해주는 기반시스템인 것이다.

 

하지만 2012년도 대한민국에서는 복지란 말에 치를 떠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마치 복지 = 공산주의 라고 여기는 이들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라.. 복지는 이제 우리가 선택할 문제가 아니다. 복지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실현해야 할 목표이다.

 

지금까지 각자 생존하기 위해 피땀흘려 살았다면 이젠 좀 같이 살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물론 힘을 모으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정치집단이 있기에 잘 안되는 것은 안다. 그들은 이번에도 또 다시 새로운 정권을 창출했다. 그래서 미래의 우리나라는 더 빨리 망할 것이다. 사람들은 아이를 더 안낳고 그래서 소비를 할 사람들은 줄어들고 또한 돈을 벌 사람들도 줄어들고 그래서 국민연금조차 고갈되고 그렇게 되면 또 돈이 부족한 사람들은 소비를 줄이고 결국 이렇게 되면 잘나가던 기업조차 수입이 줄어들어 그나마 살만했던 기업의 직원들도 역시 망해갈 것이다.

 

물론 소수의 국제화 된 기업들은 강력한 경쟁력으로 살아가고 또한 그 기업의 직원들도 차별화된 수입을 보장 받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미래의 모습이다.

 

이렇게 되길 누가 바라는가? 올해 대선으로 보면 51%는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쓸 돈을 쥐어 줬을때 내 가게에 손님이 온다는 사실을 절대 잊으면 안된다. 적어도 굶어죽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경제의 선순환은 이렇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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