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회

국가와 지배자 그리고 투표 - 추가분

아이루다 2012. 12. 3. 20:43

 

만약 내가 어느 영역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한 누군가라고 가정해보자. 예를 들어 종신제 왕국에서 왕이거나 거대 그룹의 회장같은 역할 말이다. 그런데 나에게 총 10명의 아들이 있다면 나는 이중 하나에게 어떤 방법으로 내 자리를 물려줄 것인가?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장자에게 물려주는 방법이다. 동서고금을 걸쳐 장자에게 다음 세대를 책임지게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통용된 절차이다. 그래서 첫 아들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이것과 비슷한 절차로 정비 그러니까 우리나라 조선으로 따지면 중전의 몸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물려주는 방법도 있다. 물론 기업과 같은 조직에서 이런 경우는 드물지만 왕국에서는 비일비재했을 것이다. 또하나의 방법은 그 중 제일 똘똘한 녀석에게 물려주는 방법인데 이 방법은 좀 문제가 있다. 그 똘똘하다는 기준이 너무 주관적이란 것이다. 훗날 내가 죽고 없어진 후 왕좌를 둘러싼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여러 방법 중 가장 좋은 방법 하나를 생각해보자. 그것은 바로 후계자들에게 모두 동일한 기회를 주고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다. 누구나 왕좌나 기업의 다음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원칙하에 각자 알아서 최고의 세력을 규합하며 또한 이합집산을 거듭해 자신이 최종 승자다 되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허용하는 것이다. 물론 상대를 티나게 죽이거나 하는 짓은 허용되지 않지만 사고사를 위장해 죽이는 것조차 허용될 수 있는 환경이다.

 

이런 경우 자식들 성향에 따라 누군가는 적극적으로 누군가는 소극적으로 누군가는 철저히 가면을 쓰고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면서 자신의 미래를 위해 뭉치거나 혹은 반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당연히 특정 몇 명이 두각을 들어낼 것이 뻔하고 이 몇명의 후계자 사이에 암투란 실로 대단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모든 과정에 대한 보고를 받으면서 반칙을 하는 무리에게는 엄벌을 내리는 심판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나의 권위나 혹은 역할은 어떻게 정의될까? 아마도 거의 신급으로 올라갈 것이다. 왜냐면 누구나 나에게 잘보여야 하며 또한 내가 심판자인 탓에 나에게 못된 술수가 들통나기라도 하면 언제 후계자 경쟁에서 내팽겨져 쥐도새도 모르게 죽게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10명의 아들에게 최대의 충성심을 보장받으면서 또한 미래에 차기 주자를 가장 경쟁력 있는 존재를 뽑고자 한다면 이 방법은 매우 현명한 방법이다.

 

그렇다면 또 다른 입장에서 보자. 아들들은 아마도 실제 차기 왕이나 그룹 후계자가 되기까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 분명하다. 물론 그 게임 자체를 즐기는 성향도 있겠지만 어찌 그것이 마음 편하기만 하겠는가? 그리고 그들은 모두 생존경쟁을 통해 승자가 모든것을 갖는 것에 대한 무한한 믿음을 갖게 될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최종 승자는 당연히 모든 권력 독식과 함께 누구도 믿지 않고 또한 자국의 이득을 위해 타국의 행복 따위는 너무도 쉽게 부수어 버릴 마음가짐을 갖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게 된다. 그리고 또 다음 권력자를 뽑는 과정을 자신이 밟았던 과정을 밟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원리는 비단 이런 상황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기득권 세력 역시 이런 전략을 아주 능숙하게 사용한다. 그들은 그들이 지배하고 있는 피지배계층을 분열시키고 경쟁시킨다. 그렇게되면 아무것도 모르는 피지배계층은 어떤 의도된 원리에 따라 서로가 서로에게 반목하면서 논리나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정과 분노가 표출되는 끝없이 소모적인 싸움을 계속하게 된다. 이럴 경우 왕이 왕자들이 싸움속에서 그 절대 권위를 유지해 나가듯 기득권 역시 피 지배계층의 분열과 반목을 통해 그들이 노출하고 싶지 않는 추악한 진실을 숨기고 겉으로는 온화하게 피지배계층끼리 싸우면 안된다고 점잖게 충고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가진 동서지역의 지역감정은 바로 이런 의도의 결과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박정희에 대해 매우 좋지 않는 평가를 하고 있는데 그가 27년간의 독재를 했든가 혹은 노동자를 착취하거나 혹은 밤마다 여자 연예인들을 불러대는 엽기적인 행동을 해서가 아니다. 그가 한 가장 나쁜일은 바로 이 지역감정을 만들어 낸것과 북한을 주적으로 삼아 자신의 정권 연장도구로 쓴 일이다. 현재 대한민국을 망가뜨리는 두가지 현상이 바로 북한을 중심으로 좌우파를 나누어 서로 싸우는 것과 경상도와 전라도가 서로 문댕이와 깽깽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그리고 이것은 정확히 두개의 당으로 나뉘어 대한민국의 모든 선거를 좌지우지 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 두가지 경쟁 구도를 만들어 낸 이가 바로 박정희이다. 물론 좌/우 갈등은 그전에도 존재했다. 이승만이 이것을 이용했다. 그래도 그는 그럴만 했다. 전쟁이 있었고 어차피 세계 경쟁구도 자체가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의 대립이었던 시기였으면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충돌의 시기였다. 그렇지만 박정희는 철저하게 자신의 정권 유지와 종신제 대통령까지 해먹기 위해 자국내 국민들끼리에 대한 갈등에 대해 엄청난 노력을 퍼부었다.

 

그 결과가 바로 투표만 하면 한쪽은 붉은색 다른 한쪽은 노랗게 물드는 대한민국 지지도 현황 지도이다.

 

국민들끼리 싸우면 누가 덕을 볼 것 같은가? 내가 애플 제품을 좋다고 다른 누구는 삼성 제품이 좋다고 싸우면 결국 애플과 삼성만 덕본다. 애플은 아무리 비싸게 만들어도 일명 애플빠는 죽어라 사줄 것이고 삼성은 아무리 허접하게 만들어도 애국심에 불타는 삼성빠에 의해 의심없이 매출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비판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제품 가격이 내려가고 제품의 질이 좋다진다. 하지만 이미 빠돌이가 된 사람들은 기업이 그런 노력을 할 필요가 없도록 해준다.

 

우리는 돈을 내고 제품을 사는 고객임에도 불구하고 우린 스스로 그 권리를 포기하고 산다. 우린 우리의 현실과 미래를 위해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달라고 정치인들에게 그리고 기득권에게 요구할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좌파냐 우파냐 혹은 어느지방에 사느냐에 따라 맹목적인 지지를 보낸다. 그 인간들이 어떤 잘못을 저지르건 간에 매년 투표만 하면 70%를 훌쩍 넘기는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그것을 아주 감사해 하면서 진심으로 나라와 민족을 위해 애쓰겠는가? 절대 아니다. 그들은 어차피 어떻게 하든 다시 뽑히는 거니 당연히 대충 일한다. 왜냐면 그게 훨신 자신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어떤 왕이 후계자를 정하는 방법으로 무한 경쟁을 생각했을 때 그 자식들이 모여 우리가 이렇게 무의미한 경쟁을 하는 경우에 서로 극복할 수 없는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인식하에 좀 더 다른 정정당당한 경쟁방법을 만들고 그 결과에 모두가 승복하기로 한다면 경쟁방법을 만드는 그 자체는 매우 힘든 과정이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해서 최종 승리자가 된 이는 피튀기는 경쟁에서 살아남은 이보다는 좀 더 관용적인 왕이 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기득권은 끝없이 피지배계급끼리 싸우고 반목하길 원할 것이 분명하다. 터무니 없는 욕심을 부추기고 그것으로 인해 또다른 부를 착취하는 짓을 하면서 자신의 곳간을 점점 채워나가고 마치 호의를 베푸는 냥 벌어들인 재산 중 극히 일부분을 후원이나 기부의 명목으로 내 놓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다른 부를 이용해 진실을 호도하고 또 그들이 서로 싸우도록 유도하는 언론의 역할을 통해 끊임없이 우리가 싸우도록 할 것이다.

 

과연 이 광대놀음에 놀아주는 것이 제대로 된 선택일 것인가? 물론 내가 아무리 글을 쓰고 온갖 쌩쑈를 해도 우리나라 국민들이 단시일내에 바뀔리가 없다. 최근 안철수를 지지한다는 제 삼의 세력 역시 이 범주에서 하나도 벗어나지 못한다. 또다른 편가르기 놀이일 뿐 누가 진정 국민을 두려워한다는 말인가?

 

우린 현재 우리의 권리를 스스로 바닥에 버린 셈이다. 그리고 그 여파는 꽤 오래갈 것이다. 앞으로 최소 30년 이상 대한민국은 어둠속에서 진보가 아닌 퇴보를 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한 세대가 그렇게 지나간 후 누군가 만들어 놓은 질시와 반목의 세계에서 눈을 떠 자신의 행복을 최선을 가치로 놓고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 이 사회를 지배하는 주류 원칙으로 자리 잡을 때 우린 우리의 잃어버린 권리를 다시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으로선 그날이 너무 멀어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먼 미래의 희망이 있음을 믿고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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