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상황논리

아이루다 2012. 11. 13. 14:27

 

상황 #1

 

두 젊은이가 있었다. 한명은 남자, 한명은 여자. 남자는 턱시도 차림에 방금 미장원에서 한 머리와 며칠간 이날을 위해 관리한 뽀얀 피부로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입구에 서서 자신을 키워주신 부모님과 함께 안으로 들어오는 하객들을 향해 연신 웃음과 악수를 나누고 있었다. 대부분 아버지의 손님인 탓에 아는 얼굴은 적었지만 오늘 사랑하는 자신의 여자친구와 부부의 연을 맺는 날이니 그런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때 신부는 신부대기실에서 생전 처음 입어보는 하얀색 웨딩드레스를 예쁘게 입고 옆에 친한 친구 두어명과 약간의 대화를 나누며 긴장되어 경직된 몸이지만 앞으로 벌어질 결혼식을 기대하면서 좀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시골에서 출발한 부모님이 아직 도착하시지 않아서 약간 마음속의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앞으로 결혼식은 1시간 정도 남았는데 예정대로라면 지금쯤 대절한 관광버스 차가 도착을 했어야 한다.

 

결혼식은 30분 전으로 다가왔는데 여전히 신부의 부모님은 연락이 되질 않는다. 신부는 급히 신랑을 찾아 부모님이 연락도 않되고 도착할 시간이 넘었음을 알려드린다. 정신없이 하객을 맞던 신랑은 그제야 예비 장모/장인이 보이지 않음을 알아채고는 신부와 함께 걱정을 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자신도 장모와 장인의 휴대폰 번호로 연속해서 연락을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둘 모두 연락을 받지도 않고 또 연락도 없다. 결혼식 예정시간은 다가오고 둘은 점점 불안해져간다. 결국 신랑은 자신의 부모님에게 이 문제를 알리고 해결 방법을 찾으려 하지만 뚜렷히 방법이 없는 것은 부모도 마찬가지다.

 

드디어 결혼식 예정시간. 사회자는 신부측 부모님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음을 하객에게 안내하며 잠시 기다려 줄것을 요청한다. 몇몇의 하객들은 약간 놀란 눈으로 사회자를 보긴 하지만 대부분의 하객들은 큰 관심없이 그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결혼식때문에 오랜만에 본 반가운 얼굴들을 보고 그들은 잦은 웃음과 서로의 지난 삶을 이야기 하기 바쁘다.

 

그후로 20분이 흘렀다. 여전히 연락은 되지 않고 그사이 신랑은 관광회사 연락처를 알아냈다. 그리고 관광회사와 연락을 한다. 그리고 전화 신호음이 가는 도중 예식장 담당자라는 사람이 와서 앞으로 40분 후에는 꼭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고 다짐을 받는다. 신랑은 좀 더 마음이 급해짐을 느낀다.

 

몇번의 연결끝에 드디어 관광회사 담장직원이란 사람과 연락되었는데 그 사람의 말로는 사고가 났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들도 지금 현 상황을 파악중이라고 하면서 연락처를 남기면 파악되는데로 연락을 주겠다고 한다. 신랑은 깜짝놀라 해당 사정을 부모에게 말하고 신부에게도 말한다. 신부는 너무 놀라 파랗게 질려 잠시 정신을 잃고 놀란 신랑과 신부의 친구들을 재빨리 그녀를 편하게 눕힌다. 하지만 보기에는 이쁘지만 눕기에는 많이 불편한 웨딩드레스가 좀처럼 그녀를 편한 자세로 만들어 주지 못한다. 그 와중에 그는 그의 친구중 하나가 TV에서 봤다며 소식을 전한다. 두시간 전쯤 고속도로에서 관광버스 한대가 덤프트럭과 추돌사고를 일으켜 중앙 분리대를 들이 받고는 완전히 부서진 후 추가 사고로 인해 8중 추돌이 났다는 것이다. 운전자는 즉사했고 승객들도 대부분 크게 다치거나 죽거나 했다는 것이다. 이 관광버스는 바로 신부의 시골 마을에서 출발해 결혼식장에 가던 길이란 추가 설명이 있었다고 한다.

 

결혼식은 중단되고 서둘러 옷을 갈아입은 두 사람은 사고 현장으로 향하려고 하는데 뉴스에서 사망자 명단이 나오고 그 순간 신부는 기절을 하고 만다. 그 명단에 자신의 부모님 모두 이름이 적혀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가정을 꾸미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빛나야 할 그 시간이 이후 신부 부모님 두분의 제삿날이 되어 버린 것이다. 둘은 결혼식도 또한 신혼여행도 치루지 못하고 초상을 치루게 된다. 그렇게 두 사람은 두 사람의 인생을 시작한다.

 

상황 #2

 

만나지 딱 1년이 되는 연인이 있었다. 다행이 그날이 토요일이라서 둘은 저녁에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기로 예약을 했다. 여자는 그날 제일 마음에 드는 옷을 한시간 이상 고르며 정성스럽게 준비를 했고 큰 돈이 든건 아니지만 자신의 정성이 들어간 따뜻하고 예쁜 목도리를 소중히 포장했다. 늘 그렇지만 여자의 선물은 돈의 액수가 아닌 정성이다.  그런데 문제가 약속시간이 5분이나 지났는데도 남자가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여자는 전화를 걸어볼까 했지만 사정이 있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잠시 그녀의 수다친구들에게 카톡 문자를 날린다. 그 중 최근에 소개팅을 했다는 친구가 오늘 두번째 만나기로 했다는데 무엇을 먹을지 고민이라는 말에 친구들은 하나씩 자신이 맛있게 느낀 음식점을 추천해준다. 모두 제법 가격이 쎈곳이긴 하지만 어차리 남자가 낼 것이니 그녀들의 친구들은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잠시 수다를 떨다보니 금새 30분이 지났고 여자는 이제 약간의 화가 나면서 1주년 기념에 늦는 남자의 성의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문자를 날린다. 어디냐고 그리고 왜 늦냐고. 하지만 남자는 답장이 없다. 그리고 좀 있다가 남자가 미안해 하는 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온다.

 

남자는 여자에게 타고 있던 지하철이 고장이 나서 어쩔수 없이 늦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왜 전화 연락도 안했냐는 질문에 급하게 준비하느라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된 것을 몰라서 연락을 하려고 해도 할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남자는 계속 해서 미안하다고 하지만 여자는 좀 더 화가 난다. 좀 일찍 준비해서 왔더라면 지하철 고장도 없었을 것이고 또 배터리도 잘 챙겼을 것이 아닌가. 그리고 설령 지하철이 고장났다고 해도 30분전에 도착할 생각으로 출발했다면 충분히 제시간에 왔었을 것을 딱 시간에 맞춰서 도착할 요령으로 온 남자의 성의가 의심스러웠다. 실제로 자신은 혹시나 늦을까봐 30분전에 도착했는데 말이다.

 

남자의 사과는 여자에게 도통 통하지 않았고 여자의 언성은 조금씩 높아져갔다. 말을 하면서 점점 화를 더 내는 형국이다. 남자 역시 처음엔 미안함 뿐이었는데 자신의 사과를 영 받아주지 않는 여자의 태도에 그 스스로 조금씩 화가 나면서 과거에 여자친구가 약속에 적어도 10번 이상은 늦었으며 자신이 한시간 이상 기다린 적이 2번은 되었다는 생각이 나 여자에게 너 역시 과거에 늦지 않았느냐 라고 되물었지만 여자는 더욱 화를 내며 그때가 1주년 만남이었냐고 따진다. 그리고 그때는 모두 웃고 넘어가놓고 왜 지금 그것을 다시 따지는지 생각해보니 남자가 쫌스럽기 그지없다. 몰랐는데 남자 뒤끝이 장난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남자도 이제 서서히 화가 나기 시작해 이제 서로 언성이 높아지고 서로에게 따지면서 둘은 조용한 레스토랑을 점점 시끄럽게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러자 좀 있다 서빙 보는 사람이 와서 둘이 조금 조용해 해줄 것을 요구한다. 남자는 얼굴을 붉히면서 목소리를 낮추고 그런 모습을 여자는 소심한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러자 남자는 불현듯 화가 몹시 치민다. 자신의 여자가 자기를 좀생이로 보는 것이다. 남자는 누군가 자신을 좀생이로 보는 것이 가장 싫었다. 그래서 그는 서빙보는 이에게 갑자기 큰소리를 낸다. 남의 일에 왜 참견이냐고.

 

서빙은 순간 당황해 손님을 보다가 그래도 자신이 서비스를 하는 입장이니 속으론 욕해도 겉으로는 웃으면서 남자 손님을 달랜다. 그리고 조용히 해줄 것을 당부하면서 재빨리 자리를 뜬다.

 

둘은 잠시 냉전 상태였다가 다시 대화를 시도하지만 이미 상할대로 상한 감정에 서로에게 상처주는 말만 주고 받고 또 다시 언성이 높아져 싸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 후 헤어지다는 소리가 나오고 남자와 여자는 그러자고 서로 큰소리로 대꾸한다. 그러면서 서로의 지난 과거를 다 들춰내어 좀생이와 된장녀라고 욕한다. 그러자 다시 서빙이 와서 둘이 나가줄 것을 요구한다. 그러자 남자는 이제 화가 그 서빙에게 향해 마구 소리를 질러댄다. 이로 인해 이제 마지막 이성의 끈을 잡고 있던 서빙은 이제 같이 소리를 지르며 가게에서 빨리 나갈것을 요구한다. 두 남자의 싸움이 커지자 갑자기 여자가 자신의 남자친구 편을 들며 서빙과 싸우기 시작한다. 이미 그전에 화가 날대로 나있는 여자의 입에서 별의별 욕이 다 튀어나온다. 그러자 갑자기 자기편을 드는 여자의 모습을 멍하게 바라보던 남자가 이제 안되겠다 싶은지 여자를 끌고 레스토랑을 나온다. 나오면서 사람들 표정을 보자 쪽팔려 죽을 지경이다. 그래도 그 순간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헤어질 것을 다짐한 여자친구의 모습에 진한 동료애를 느끼고 살며시 손을 잡는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았는지 여자 역시 남자의 손을 잡고 더러워서 이 식당엔 다시 안온다고 하면서 길을 걸어간다. 두 진상 손님을 내보낸 서빙은 여자가 앉은 자리에서 포장지에 싼 어떤 물건을 발견하고는 쓰레기 통에 쑤셔넣는다. 생각만 해도 열받는 커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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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의도를 가지고 쓴 글은 아니다. 그냥 상황논리라는 것이 우리를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지 두개의 예로서 설명하고 싶었다. 가장 축복받는 시간에 부모의 죽음을 알게된 여자와 1주년 기념식날 싸우다 전우애를 확인한 커플의 예에서, 상황이 어떻게 우릴 지배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결혼식과 장례식은 참 다른 분위기이다. 하지만 고속도로와 관광버스의 상황과 졸던 트럭 운전사의 상황이 겹치면서 결혼식은 중단되고 결혼식은 장례식으로 바뀌고 만다. 누구의 잘못일까? 물론 졸음운전을 한 트럭 기사의 잘못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트럭 운전사가 졸음운전을 하게 된 사연은 또 얼마나 연결되어 있을까? 만약 그 트럭 운전사가 신랑의 아버지의 회사에서 정리해고 한 사람이라면?

 

아마도 두사람에게는 결혼식 그날은 인생에 있어서 어떤날과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중요한 날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생겨버렸다. 바로 그 행사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부모님의 부재와 그것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죽음이 바로 그것이다. 그들은 결혼을 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초대했으며 회사의 휴가를 냈고 그것에 따른 수 많은 일들을 지난 몇달간 해왔음이 분명하다. 아마도 다시 하라면 정말 하기 힘들 과정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초나 2초만에 일어났을 그 고속도로의 사고 하나의 상황에 의해 모든 것이 엉켜버리고 말았다. 과연 그렇다면 그들이 준비과정에서 웨딩촬영을 하고 웨딩드레스를 보고 턱시도를 보면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여 결정한 것들이나 예식장을 고르고 거기에서 축가를 부를 누군가에게 부탁하고 주례를 섭외하고 하는 등등의 많은 과정이 모두 하나하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았을 것인가? 아니다. 다 중요했다. 하지만 정말 단 하나의 사건이 만들어낸 상황은 그 나머지 모든 상황을 종결시켜 버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누가 그런 상황을 원하겠는가만은.

 

죽어도 빠지지 못할 것 같은 회사 회식이 아내가 혹은 아이가 응급실에 실려간 사건이 일어났을 때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 못하게 하겠는가? 세상에는 그 어떤 것도 거절하지 못할 것이 없는 것이다. 또한 그 어떤것도 모든 것이 아닌것이다. 결국 그 자신의 죽음이 가장 중요한 상황이 된다. 내가 죽을때 그 어떤 상황이 그것을 앞설 수 있겠는가? 중요한 고객과의 약속인가? 오늘 데이터에서 먹을 저녁식사 메뉴를 정하는 일인가? 아니면 내가 받을 생일 선물 목록인가?

 

1주년 기념 데이트 중 싸운 두 연인의 상황도 둘이 싸운 그 중요한 감정적 대립이 서빙의 참견으로 인해 모두 별것이 아닌것이 되어 버리고 둘이 뭉쳐 적을 향해 응징의 논리를 펴는 진상커플화 되는 것도 어쩌면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우린 그만큼이나 자신 위주의 상황논리에 익숙해져있다.

 

누구를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가 감정적으로 화를 내고 또 그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이 얼마나 상황논리에 근거하는지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말이 논리이지 실제로는 전혀 논리적이지 않는 것이 바로 상황논리이다. 그리고 두번째 경우를 보면 지하철이 고장난 상황, 남자가 휴대폰 충전을 안해온 상황이 서로 연쇄작용을 일으켜 연인들을 헤어지게 만들뻔 하지만 적당히 끼어들은 서빙이 공동의 적으로 등장하면서 위기를 헤쳐나간게 된다. 남자가 늦은 것은 상황이지만 둘이 싸운 것은 감정의 결과이다. 남자가 어떤 이유로 늦은 것이 자신에 대한 소중함을 잊어버린 것이라고 생각하는 감정이 둘의 싸움의 단초가 되는 것이다.

 

우린 사람과 다툼이 일어나면 늘 자신이 덜 잘못했다고 우기거나 증명한다. 때로는 논리적으로 때론 감성적으로. 그것이 서로에게 통하지 않으면 끝없는 감정싸움을 전혀 근거없는 논리로 디밀면서 서로의 약점을 공격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낸 후에도 자신의 친구에게 혹은 지인에게 연락해서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한다. 그때 친구는 반드시 자신의 편을 들어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것을 어기면 친구관계가 깨진다.

 

늘 그렇지만 둘 사이의 싸움이 있게되면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것이 정답이다. 왜냐면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상황을 설명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두 연인의 싸움에서는 여자는 자신의 과거에 1시간 이상 늦은적이 몇번 있었다는 말을 안할 것이고 남자는 어제 늦게까지 술을 먹다가 뻗어서 오늘 허겁지겁 나오는 바람에 배터리를 챙기지 못한 것을 말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말은 분명히 상황논리지만 우린 전혀 논리적이지 않는 감정으로 인해 싸운다. 쉬는날 회사로 부터 호출당한 어떤 직장인에 대한 회사의 상황논리. 가고 싶지 않는 시댁에 김장을 하러 가야 하는 어느 며느리에 대한 시어머니의 상황논리. 모두 같은 경우이다. 실제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평소에 준비를 하고 대비를 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비용적 측면이나 혹은 사회 관습에 엮여 고객이 당장 처리를 원하니 어쩔 수 없다든가 배추를 이미 100포기나 샀으니 너가 와서 도울 수 밖에 없다는 시어머니의 논리는 실제로 논리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그것은 그냥 준비성이 없거나 대책없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일종의 상황일 뿐이다.

 

이런 것이 얼마나 될까? 우린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을 대비하지 않고 준비하지 않고 마지해서 상황논리를 들이댈까? 회사의 밑의 직원에게 아내에게 남편에게 아이에게 부모에서 며느리에게 자식에게 친구들에게 내 상황의 어쩔수 없음을 설명하고 그것에 따른 도움을 요청하고 있을까? 꼭 그런 상황을 만들었어야만 했는가? 그렇게 따지면 세상에 그 어떤 일이 누구의 책임이겠는가? 모두 자신의 상황이 어쩔수 없는 건데 말이다.

 

도둑은 어려서 부모가 자신을 버려서 그렇고, 강도는 집이 너무 가난해서 그렇다. 출세를 위해 남을 밟는 이는 이 세상에 믿을 사람은 자신밖에 없어서 그렇고 뇌물을 받은 공무원은 자신만 받지않으면 조직에서 왕따가 되기 때문에 그렇고 외도를 한 부부는 상대로 부터 채우지 못한 감성이 있어서 그렇고 시어머니를 싫어하는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자꾸 간섭해서 그렇고 며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시어머니는 혼수를 적게 해온 자신의 아들에겐 부족해 보이는 며느리가 보기 싫은 것이다.

 

학교에서 왕따를 시키는 아이는 왕따 당하는 아이가 당할만 하니 당한다고 여기고 채벌을 마구 해대는 선생은 아이가 맞을만 해서 맞는다고 생각한다. 직장에서 성추행을 일삼는 어떤 부장은 귀여워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그런 부장을 고발한 여직원은 어떤 이유든 간에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사건을 외부에 유출한 상황이 좋지 않음으로 조만간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하게 된다.

 

모두들 자신만의 상황이 있고 자신만의 논리가 있다. 이것이 충돌하면 다툼이 벌어지고 이것이 맞으면 전략적 우군이 된다.

 

우린 오늘 또 어떤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설명 하면서 살아가고 있을까? 그리고 실제로 그것들이 정말로 자신의 마음속에 생각한 그대로 맞는 것일까? 지나가는 여자의 쭉 빠진 다리를 바라보며 시선을 떼지 못하는 어떤 유부남의 얼굴도 숫컷의 상황논리가 있지 않은가.

 

오늘 내가 너무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또 그것을 타인들에게 이야기 할때 상황은 정말로 그런것일까? 오늘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자고 말하면서 그것이 정말 그들의 인생을 제대로 산다고 설득하는 당신이 만약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 아마도 그렇다면 당신부터 집으로 가서 가족과 마지막 시간을 보내려 할 것이다.

 

모두들 자신이 생각하는 상황이 옳다고 말한다. 그리고 인생에 있어서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종교에 빠진이는 종교가 ,회사일에 빠진 이는 일이, 가정에 빠진 이는 가정생활이, 살림에 빠진이는 청소와 세탁이, 육아에 빠진이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자전거에 빠진이는 자전거 타는 시간이, 산에 빠진이는 산이나 고어텍스 등산복이, 와인에 빠진이는 오래된 와인이, 자동차에 빠진이는 탁월한 성능과 뛰어난 브랜드를 가진 어느 회사의 수억짜리 차가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 모든것과 자신의 목숨 중 선택하라면 어떤 것을 할까? 100% 자신의 목숨을 선택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정신병자가 분명하다. 내일 죽을 것이라면 오늘 내가 가치있어 하는 그 모든 상황이 실제로 어떤 가치가 있겠는가 말이다.

 

우린 현재 내가 죽는 상황이 또 내 아내와 내 자식이 혹은 내 부모가 아프거나 죽는 상황이 아니기에 수 많은 다른 중요한 상황에 대한 고민을 할 여유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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