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취미에 숨은 심리

아이루다 2012. 10. 25. 11:20

 

나는 특이하게도 그렇지 않지만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이 여행, 그중에 해외여행에 대한 확실한 욕구가 있다. 예를 들자면 좀 여유로운 나의 누나는 1년에 꼭 한차례이상 가족이 해외여행을 가며 개인적으로도 업무상 해외 여행을 하는 편이다. 또한 형편상 횟수는 많지 않지만 늘 해외 여행을 꿈꾸는 후배도 있다. 그리고 유진이도 해외여행에 대한 욕구가 있음을 가끔 표출한다.

 

그런데 나는 해외여행이 정말 별로 안땡긴다. 생각을 해보니 내가 해외여행을 싫어하는 이유는 첫째가 불편함인듯 하다. 집을 떠나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 가서 느낄 불안감과 불안함. 그리고 비용적 측면도 있다. 또하나 생각해보면 나름 유명하다는데를 갔을때 실망감도 있을법 하다. 만리장성을 봤을때 그 실망감이란.. 그리고 입이 짧아 외국 음식을 잘 못먹는 촌스러움도 한 몫할 것이다. 아무튼 난 해외는 별로다. 차라리 국내를 차타고 자유여행을 하는 것이 좋다. 생각해보니 비행기 타는 것도 싫다. 그래서 제주도도 별로 가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나 역시 가끔 영화나 자연 다큐멘터리 등을 보다 보면 정말 실제로 가서 보고픈 장소나 풍경들이 있다. 특히 반지의 제왕에 나왔던 뉴질랜드 남부의 자연 풍광은 정말 어마어마한 장엄함을 보여줬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나라 산과 물이 좋다고 하지만 우리의 터는 너무 오래된 지층이라서 다 둥글둥글해 흔해빠진 풍경뿐이다. 어딜 둘러봐도 산밖에 없다. 그래서 죽기 전에 그곳을 향한 해외여행은 한번 하고자 한다.

 

아무튼 국내여행이든 해외여행이든 사람들은 왜 낯선곳에 가는 것을 좋아할까?

 

그냥 간추려본다.

 

- 낯선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새로운 인연이 이어지거나 혹은 내 삶에 있어서 관계가 국내뿐 아니라 국외까지 뻗어질 수 있으니까. 이것은 나중에 큰 이득으로 돌아올 수 있는 여지도 있다.

 

- 내가 경험하지 못한 곳을 가서 보면서 느껴지는 나의 확대. 즉 내가 자신이 태어난 곳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장소로 이동했다는 만족감.

 

- 다양한 경험을 하고 또 그 속에서 한군데 머물렀을때 가졌을 수도 있는 편견과 아집으로 부터 어느정도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

 

- 그런 경험이 쌓여 갈수록 스스로 직업이외의 다른 분야에 있어서 전문가 수준으로 나아간다는 진취감.

 

- 좋아하는 사람들과 여행하는 동안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집중도.

 

-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탐구심.

 

인간은 원시인 시대였던 아주 오래된 옛날부터 여행을 즐겨했다.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살아가는 것은 안락함과 익숙함을 주지만 또한 그안에 머물다가 도태되어 버리는 비참한 최후의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새롭게 밟아가는 새로운 땅은 가능성이 있으며 또한 무한정의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린 천성적으로 여행의 본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나 자신의 생존과 이득을 위하는 아주 기본적인 본능이 숨어 있다.

 

그렇다면 그 원시인들의 여행과 지금 현 인류의 문명사회속의 여행이 완전히 다른 것일까? 내 의견으로는 그 형태만 변형되었지 그 근본은 같다고 본다. 결국 그 어떤 여행도 그 속에는 자신의 이득(관계성 이득, 경험의 이득, 기회의 이득 등등) 이 깔려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을 통해 타인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정보 소유자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고 또한 앉은 자리에서는 얻지 못할 새로운 경험속에서 자신의 삶에 더 큰 도움이 될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아예 생업으로 여행을 하고 있다.

 

사람이 하는 취미생활 중 나름 흔한 여행에 대한 이야기로 취미의 심리에 대한 글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다른 취미들은 다를까? 자전거, 수영, 마라톤, 내가 하고 있는 조금 특이한 취미인 별사진 찍기, 패러글라이딩, 윈드서핑, 낚시, 변태들의 치마속 사진찍기.. 이 모든 취미에서 순수하게 여행이 좋다, 자전거 타는 것이 좋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사람들이 취미생활을 하면서 같이 하는 많은 것이 바로 동호회이다. 요즘은 특히나 인터넷 발달로 인해 온라인 동호회 활동이 매우 발달되어 있으니 누구나 쉽게 그런 동호회를 접할 수 있다. 거기에서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한 답을 얻기도 하고 자신이 아는 지식을 알려주기도 하면서 교류한다. 이것이 취미의 부가적 즐거움이 된다.

 

또한 거의 모든 취미는 장비를 필요로 한다. 단순 뜀박질인 마라톤도 운동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취미생활 하다가 장비병에 걸리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남자들은 취미생활하다가 그들 스스로 욕하는 된장녀들이 쓰는 명품가방의 열배이상 되는 돈을 취미생활에 쓴다. 그 장비병은 게임에서도 동작한다. 실체없는 온라인 게임에서 자신의 캐릭터 능력을 높이고자 돈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그런 장비를 보고 사고 싶어하는데서 오는 큰 즐거움이 된다.

 

그 모든 과정을 다 세밀하게 관찰하여 보면 결국은 우린 취미를 통해 만족감, 존재감, 이득에 대한 기대치로 결론난다. 영화를 좋아하든, 음악을 좋아하든 또 정말 흔치않는 취미생활을 하든 다 마찬가지다.

 

나는 해외여행을 좋아한다는 말엔.. 나는 해외여행을 하다가 만나는 우연한 만남을 좋아하며, 나는 해외여행을 즐기는 수준의 사람이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나는 해외여행을 할 만큼 모험을 즐기는 성향이 강해 실제로 생업에서도 일을 열정적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주변에 알릴 수 있으며, 나는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며 더 시야가 넓어졌을 거란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등등의 심리가 숨어 있다. 그렇다면 나는 해외여행을 좋아할까? 아니면 단지 그런것을 느끼는 행동이 해외여행에서 가장 크게 느껴진 것일까?

 

이 말을 좀 더 확장하면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 것은.. 일단 내가 그것을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잘하거나 혹은 영화보기처럼 딱히 내가 그것을 잘 할 필요가 없는 일이거나이며 또한 거기에서 오는 부가적인 즐거움들이 나와 잘 맞아야 하는 것이다. 동호회 활동을 한다면 인맥관리를 잘하거나 낯선이들과 쉽게 친해지는 능력이 필요하며 남자라면 술도 잘먹는 것이 좋다. 장비를 하더라도 그 많은 종류의 장비의 장단점을 잘 이해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전문가적 성향이 있어야 더 즐거워지는데 이럴땐 타고난 머리도 매우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해외여행이나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나 그 근본적으로 깔린 목적은 거의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 둘 모두 여행을 하거나 게임을 하면서  얻어지는 자신의 만족감을 통한 행복한 경험이 최종 목표이다. 하지만 두 취미에 대해 타인들과 공유가 될땐 아주 큰 차이를 보인다.

 

해외여행에서 찍은 사진은 페북에 엄청나게 올라가고 또 많은 이들의 댓글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온라인 게임을 할 경우엔 기록조차 남기지 않고 심지어 자신이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란걸 숨기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해외여행이 온라인 게임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아마 다수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지 모르겠다. 새로운 세상을 보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자기 성숙을 이루는 해외여행과 찌질하게 방에서 마우스나 잡고 그래픽 쪼가리나 모으는 게임과 감히 비교할 수 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다.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보자. 정말 해외여행을 통해 그 목표하는 바를 제대로 이루어간다면 한해에 수백만명이 해외로 떠나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 수준이 왜 변하지 않고 이 수준을 그대로 유지조차도 못하고 있는지를.

 

해외여행이나 또는 타인들에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의미있어 보이는 취미들 모두 역시 그져 그것을 통한 자신만의 만족감을 느끼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에 자신이 즐기는 것이다. 낯선곳, 낯선사람, 낯선음식이 두렵지 않는 사람은 여행이 즐거운 것이고 누구보다 빠른 마우스 손놀림을 타고난 사람은 온라인 게임이 즐거운 것이다. 다른건 몰라도 다리힘 하나는 타고난 사람에게 자전거는 건강과 남들에게 부러움을 얻는 즐거움을 준다.

 

우리가 그런 것들을 구분하는 것은 단지 편견일 뿐인 것이다. 좀 오버해서 표현하면 해외여행과 온라인 게임의 차이는 오직 거기에 소요되는 돈 액수의 차이 정도이다.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거의 모든 것은 기본은 같고 즐긴 후 그것을 표현하느냐 아니면 표현할 수 있느냐에 따른 사회적 편견에 달려있다.

 

자신이 즐기는 취미에 대해 너무 자신만만해 하지 말자. 그리고 정말 자신이 그 취미 자체를 즐기고 있다고 착각하지도 말자. 나 역시 내가 하고 있었던 몇가지 취미에 대해 솔직히 말해 차별을 두고 있고 또한 차별하고 있다. 내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는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것과 자전거 타기, 별사진 찍기와 같은 취미를 즐기는 것을 타인에게 표현할 때 반응은 정말 다르다. 특히 별사진은 타인들에게 많은 호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 모든것은 다를바 없다. 나는 그것들을 하는데 행복할 뿐이다. 그것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시간도 좋고 결과물도 마음에 든다. 아마도 그것들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의 수준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해서 정말 제대로 된 사람들을 만났는가? 그건 절대로 아니다. 사람이 완성되어가는 것은 취미나 경험을 통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아주 오랜시간의 생각과 사유의 결과물이지 결코 외부 자극에 의해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외부 자극은 그것을 완성시켜 나가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고해서 그 자체로 자신의 완성을 위해 나갈 수 있는것은 아니란 말이다.

 

어떤 취미를 즐기든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그것을 빙자해서 자신의 욕망을 숨기는 비겁한 짓은 하지 말자. 그리고 자신이 즐기는 취미에 대해 타인의 평가에 대해 또한 그것을 타인에게 공개하는 행위도 좀 자제하자. 만약 그것이 힘들다면 당신은 그 취미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 취미를 한다는 사실로 부터 주변의 반응을 즐기는 것이 크니 실제로 그것을 즐긴다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란 것을 생각해보자. 그리고 어떤 취미를 즐기든 자신과 현실속에 살고 있는 누군가를 배려해야 한다. 낚시가 좋아 주말마다 과부를 만드는 남자들.. 과연 정말 그것이 잘하는 짓인가? 정말 이기주의의극을 달리는 행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오늘 이 글은 어떤 남자들과 한달간 해외여행을 떠난다고 말한 여자친구를 가진 남자의 고민이 적힌 글에서 시작되었다. 해외여행을 너무 좋아하는 그녀는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 둘과 한달간 해외여행을 간다고 했다고 한다. 과연 그 여자친구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 정말 100% 양보해서 그 여자친구가 해외여행 그 자체만 좋아한다고 해도 같이가는 두 남자 역시 그러한 마음일까? 글을 쓴 남자친구 역시 그녀를 여행 중 만났다고 하니..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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