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좀 낚시성이 있다. 이 글은 여우나 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속칭 여우같은 사람과 곰같은 사람으로 비유되는 인간의 보편적 특성에 관한 글이다. 그리고 이 여우나 곰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에서 서로 경쟁하고 또 협력하는지에 대해 알아볼까 한다. 물론 여느글과 마찬가지로 이론적 근거는 없다. 그냥 살아보니 느껴지는 경험적인 글이다.
우선 여우같은 사람을 정의해보자. 여우는 일명 영리한 사람이다. 눈치가 빠르고 상대의 상태를 빠르게 이해하고 거기에 적적하게 반응한다. 그리고 인간은 절대적인 교류의 존재이다. 우린 타인과 교류에서 많은 즐거움과 이득을 얻는다. 그러니 이 능력은 정말 살아가는데 큰 도움을 준다. 물론 여기까지는 장점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든 단점이 나타난다. 눈치가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하는건 당연히 계산을 잘하는 것이다. 인간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주고 받는것은 물질적인 량으로 환산되긴 힘들지만 실제로는 어느정도 계량 가능하다.
내가 A씨에게 100을 주었다면 나중에 돌려받을때 100 근처에서 기대를 하고 또 받게 된다. 만약 예상보다 몇번 부족하면 그 관계는 끊기기 쉽고 그 이상을 받느다면 좋은 사람이란 인식을 한다. 그래서 여우인 경우 100을 주고 101 이나 102 정도를 받는다. 약간의 이득을 보는 것이다. 어떤 선의를 베풀때 타이밍이 매우 중요한데 가려운데 긁어주는 것이 그냥 긁어주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우는 이득을 본다. 가려운데를 알아내는 능력이 좋아서 그렇다. 하지만 여우는 욕심이 있다. 그래서 100을 주고 105 이상을 바랜다. 그러다보니 결국 계산적인 사람이란 평가를 받는다.
계산적인 사람은 타인들로부터 약간의 경계심을 일으킨다. 많은 사람들이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가 제대로 계산되는 것을 싫어한다. 왜냐면 쉼없이 일어나는 인간간의 교류에서 매번 이득과 손해를 따지면 얼마나 피곤하고 불행하겠는가? 그런것은 나중에 천천히 따지는 것이 좋다. 그리고 실제 당장은 손해같아도 나중에 이득이 되기도 하고 또 당장 이득같은데 나중에 손해이기도 하는 경우도 많으니 잘못했다가는 이득이 될 현재의 손해를 잘못계산해서 결국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우는 많은 사람들에게 계산적인 사람이란 낙인이 찍혀 결국 손해를 볼 수 있다. 물론 진정한 여우는 여기까지 다 계산한다. 그래서 정말 절묘하게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속에서 확실한 이득을 채운다.
반면 곰은 눈치가 없다. 그래서 미련해 보인다. 그러니 관계를 맺을수록 손해다. 물론 사방에 곰이면 상관없다. 그런데 여기에 여우가 하나 들어오면 말 그대로 쭉쭉 빨린다. 그런데 자기가 빨린다는 것도 모른다. 하지만 곰도 장점이 있다. 계산을 잘 못하니 걱정이 별로 없다. 손해보는지 이득보는지 알턱이 없으니 그냥 자기 하고픈대로 세상 살면 편하다. 삶이란 것이 꼭 이득을 봐야 행복한건 아니다. 자기가 행복한게 최고니 남들은 어떻게 살든 큰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실제로 타인의 행복을 가늠할 능력도 안되기 때문에 더 좋다. 비교할 수 없으니 상대적 행복감에서 자유로와 지는 것이다.
여기까지 결론을 내어보면 여우와 곰의 장단점은 참 쉽게 정의되어짐을 알 수 있다. 그럼 이제 여우와 곰이 사는 세상에서 곰의 불행에 대해 생각해보자.
여우의 타고난 능력, 즉 타인의 상태를 빠르게 판단해서 적절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단순히 인간관계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회사에서 일을 할때도 여우같은 사람과 일하는 것이 편하다. 여우는 일 파악 능력도 뛰어나고 또한 그것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지 빠른 계산을 통해 일을 효율적이고 깔끔하게 해낸다. 그래서 당연히 승진과 높은 연봉을 약속받는다. 단순히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에서만 보면 곰은 여우가 크게 부럽지 않을 수 있다. 곰 성격 그 자체도 충분히 장점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회사에서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여우같은 사람들을 보고 부러워질때가 있다. 승진, 연봉 이런 것들은 곰 역시 원하는 행복조건 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곰은 여우가 될 수 없다. 괜히 여우를 흉내내다간 서투른 계산 때문에 오해만 더 산다. 계산할 줄 모르는데 계산했기에 계산하는 것이 티가 난다. 그래서 여우의 장점은 못취하고 단점만 부각된다. 어슬픈 흉내쟁이의 최후이다. 하지만 살아가다보면 살아갈수록 여우가 부럽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우와 곰의 직급과 연봉은 점점 더 벌어지고 곰은 점점 불안해진다.
회사내에서도 여우의 빠른 승진을 보면서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커리어 우먼이 되고 싶은 여자가 상사들과 잘 어울리고 일도 딱뿌러지게 잘하는 남자가 되고 싶어한다. 그리고 매일 고민한다. 나도 여우가 되어 저렇게 잘나가고 싶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그 스스로 가질 수 없는 능력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람과 사람간의 계산법이다. 이것은 배워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말 많은 정보와 빠른 판단과 운도 따라아 한다.
그럼 여우는 또 어떻게 할까? 여우는 곰이 여우같아지고 싶어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여우는 곰을 꼬득인다. 너도 열심히 하면 여우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비젼을 보여주고 자기가 가는 길을 포장해서 뭔가 제대로 된 길을 가는 듯 보여준다. 그럼 곰은 거기에 혹해서 여우가 시키는데로 열심히 한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곰의 특기다. 그래서 여우는 곰을 아주 잘 이용해 먹는다. 욕심없는 곰보다 욕심많은 곰이 여우에게 훨씬 유익한 존재이다.
하지만 여우가 말하는 비젼과 자신이 가는 길은 오직 여우만 갈 수 있으며 실제로 그것이 행복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남들보다 좀 더 빠른 승진이나 더 높은 연봉이 바로 행복하는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냥 아무생각 없는 곰이 여우보다 더 행복할 수도 있다. 그러니 곰에게 여우가 가는 길을 알려주는 것은 절대로 곰이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 아닌 것이다. 여우에게는 단지 곰의 재주가 필요할 뿐이다.
곰은 계속 고민한다. 그래서 여우가 주식을 사면 따라서 주식을 사고 집을 사면 따라서 집을 산다. 직장을 옮기면 따라서 옮기고 또 많은 일들을 그냥 따라한다. 결론은 여우가 주식을 사면 주식이 오르고 곰이 주식을 살때는 주식이 떨어지고 여우가 주식을 판다. 여우가 집을 사면 가격이 오르고 여우가 집을 팔때는 집값이 떨어지는데 그때 곰은 집을 산다. 여우가 직장을 옮기면 승진과 높은 연봉을 보장받지만 곰이 직장을 옮기면 그 직장이 망한다.
영악스러운 여우는 평생을 곰의 여우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이용해 더욱더 이용해 먹고 더욱더 차이를 벌린다. 하지만 쭉쭉 빨리는 곰은 그것이 자신의 어리석은 욕심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고 그져 운이 없거나 이번만 그랬을 거란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정도라도 사는 것이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자신보더 더 불행해진 욕심많은 곰을 바라보면서 안도를 한다. 그냥 살았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하고 여유롭게 살았을 텐데 여우를 꿈꾸다가 스스로를 망가뜨리고서도 모르는 것이다. 이것이 곰의 한계이다. 곰은 자신이 왜 더 불행해졌는지 조차 계산할 능력이 안된다.
세상은 20%의 여우과 20%의 곰이 있다. 그리고 60%의 여우처럼 살고 싶은 곰이 있다. 그리고 여우 20%는 늘 60%의 여우처럼 살려는 곰들을 이용해 먹고 산다. 그 곰들은 늘 여우를 꿈꾼다.
내가 가지지 못한 능력을 가지려고 하는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있을까? 지나가는 사람 100명을 잡고 물어봐도 ' 당신이 열심히 노력해서 우싸인 볼트 처럼 100M를 9초대로 달려만 준다면 내가 1억을 주겠소' 라고 말해도 누가 과연 그것을 시도할 것인가? 물론 운이 좋게 원래 달리기 실력이 10초대였던 사람이 있다면 시도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시도조차 안한다. 왜냐면 성공할 가능성도 낮고 또 그렇게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돈이 겨우 1억이라면 누가 하겠는가? 그렇지만 이 집을 사면 1억을 벌 수 있다는 부동산 업자의 말은 믿고 따라서 한다. 1억 이상을 버릴 각오를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감당하면서 여우들이 간 길을 따라서 간다.
그들이 지금 우리나라의 소위 '하우스 푸어' 이다. 그들은 풋내기 투기꾼이다. 즉 여우가 되고자 하는 곰들이다. 여우들은 2008년에 이미 다 팔고 떴다. 남아서 그것을 다 받아낸 곰들이 지금 팔지도 못할 집을 쥐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여우는 외국인이고 기관이다. 개인은 곰이다. 늘 쭉쭉 빨린다. 직장에서 여우는 남들보다 빠르게 승진한다. 그리고 자신의 편이 될 사람들을 잘 선별해서 밑으로 줄을 세운다. 곰은 여우가 되고 싶어서 여우를 보고 미래를 꿈꾸고 여우에 충성스러운 부하가 되지만 결국 평생을 쭉쭉 빨리며 살 뿐이다. 그나마 그 여우가 좀 더 인간적이라면 쥐꼬리만한 이득이라도 챙겨 줄 것이다. 여우에게도 이런 곰들은 소중하니까.
당신은 어떤 부류인가? 그리고 당신은 곰이면서 여우를 꿈꾸고 하는가? 아니면 원래 여우인가?
[부록 - 곰과 여우 판별법]
1. 옷(차)을 살때 내가 입어서 어울리고 예쁜 옷(차)을 사는가? 아니면 이 옷(차)을 입음(탐)으로서 사람들이 나를 평가하는 가치를 생각해보는가?
2. 아는 친구들이나 지인 중에 고급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주식, 부동산 등등)
3. 나의 친구들은 나와 거의 비슷한 성향에 관심이 많은가? 주로 연예, 스포츠, 정치, 패션, 육아 등등
4. 직장에서 직장상사에게 명절 선물을 따로 하는건 아부라고 생각하나 아니면 직장인으로서 센스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나?
5. 스스로 사교성이 좋다고 생각하고 또 사람간의 관계에 능숙하다고 느끼는가?
6. 내소유가 아닌 물건이나 정보를 타인에게 자신의 것인냥 능숙하게 제공해주고 그에 대한 댓가를 받아본 적이 있는가? 이 질문이 이해조차 안된다면 그냥 곰이다.
7. 사람들과 유쾌하게 떠들고 노는것도 좋지만 가끔은 진지하게 사업에 대한 이야기나 정보를 주고 받은 적이 있는가? 아니면 늘 유쾌하게 웃고 즐기는 편인가?
8. 드라마, 영화, 노래 등과 같은 대중문화에 매우 관심이 많으며 주말엔 가능하면 그것들을 즐기려 하는가? 아니면 그런것 보다 기회가 되면 주말에 부동산 공부방이나 현명한 투자를 위한 사람들이 모임과 같은 곳에 나가는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주말엔 그냥 집에서 쉬는가?
9. 자신이 가진 돈을 투자하려고 투자처를 알아보고 은행간의 이자 차이나 물가상승률과 이자율의 차이를 이해하는가?
10. 비싼 집은 왜 비싸고 싼집은 왜 싼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11. 부자들은 뭘 원하고 부자들은 어떤 삶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아는가?
각 질문에 생각해보고 내가 곰인지 여우인지 생각해보자. 그런데 답은 없다. 질문이 답을 한 후 이것이 곰인지 여우인지 잘 모르겠다면 그냥 당신은 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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