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좋은 사람 얻기

아이루다 2012. 8. 31. 10:15

 

고등학교 때 몇몇 친했던 친구들과 모임을 만들었었다. 말하기도 좀 부끄럽긴 한데 모임 이름이 '한' 이었다. 우린 총 네명으로 구성되었으며 반지를 만들어서 꼈다. 일종의 유대감과 소속감을 위해서이다. 지금도 그 친구들과는 간간히 연락하고 산다. 그런데 아마 다들 그 기억은 거의 까먹었을 것이다. 지금은 모두 결혼하고 아이의 아빠가 되어 열심히 40대를 보내고 있다.

 

그후로도 난 좋은 사람 그리고 좋은 친구에 대한 욕심이 계속 있었다. 실제로 대학교때도 매우 친하게 지낸 친구들 모임이 있었는데 그 모임 이름은 '동물농장' 이었다. 10명정도가 모인 나름 큰 모임이었는데 그 기반은 대학교 다닐때 이리저리 엮긴 자취생활로 부터 나왔다. 일종의 싱계형 모임이었다. 그 중 친한 친구가 몇 있었다. 요즘은 연락이 좀 뜸하긴 한데 10년전만 해도 매년 휴가도 같이가고 1년에 몇차례 모임을 갖곤 했다. 다들 결혼하고 또 애들이 생기면서 모임이 좀 뜸해졌고 내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또 못 모이기도 했다.

 

요즘은 30대 초반에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과 시간을 많이 보낸다. 따로 모임 이름은 없지만 '별모임' 이라고 부르는 6명이다. 주로 별을 보러 다니려고 만든 모임이긴 한데 실제로 별에 관심있는 사람은 둘 밖에 없다. 그냥 정치적 성향이나 관심사가 비슷해서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내가 지나온 삶에서 남길 만한 사람들은 대충 이정도인듯 싶다. 곁가지로 예전 온라인 겜을 할때 같이 했던 사람들과도 교류가 좀 있긴 했으나 아무래도 좀 깊은 관계로 발전하기에는 너무 살아가는 삶의 궤적이 달랐다. 거기에 나는 그런 많은 차이가 나는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인지라 나름 노력은 했지만 영 끌리지 않는다.

 

한때는 난 늘 영혼의 친구를 만들고 싶어했다. 정말 절친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을. 그리고 난 희망이 있었다.

 

요즘은 그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스스로 한심할 뿐이다. 진실한 친구는 세상이 없다. 만약 누군가 진실한 친구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자신을 위해 그의 목숨을 내놓으라고 해보아라. 진실한 친구라 믿는 사람은 그냥 내 입장에서 매우 신뢰도가 높은 사림이며 어느 정도 손해를 입어도 그리 따지지 않는 성격적 장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내가 진실로 진실한 친구를 얻고자 한다면 내 스스로도 그 사람을 위해 동일한 일을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즉 무조건적인 사랑을 퍼부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각오가 되어 있을때 그 사람도 나에게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결혼을 했다면 자신의 배우자 말고 제 삼자에게 그런 마음가짐을 가졌다는 것이 용납이 될 수 있겠는가? 배우자는 그 상대가 동성이든 이성이든 상관없이 엄청난 견제를 할 것이 분명하다. 어떻게 배우자가 자신보다 더 우선순위를 갖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이해할까?

 

그런 의미에서 부부간엔 어느정도 진실한 친구관계가 가능해진다. 부부를 친구라 부르긴 그렇지만 부부라면 서로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 놓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물론 거기엔 많은 감정적 역할이 중요하다. 정말 상대가 중요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진심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진실한 친구는 부부만 가능하다. 동성을 사랑하든 이성을 사랑하든 상관없이 사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자끼리 사는 부부나 여자끼리 사는 부부나 남녀가 사는 부부나 상관없이 그들이 진실로 서로를 사랑한다면 어느정도까지는 영혼의 친구 혹은 진실한 친구 수준 비슷하게 도달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독점이다. 나는 절대 진실한 친구 둘을 만들 수는 없다.

 

부부와 친구의 가장 큰 차이가 바로 일:일 관계이냐 혹은 일:다 관계이냐이다. 친구는 여러명 만들 수 있지만 부부은 서로가 서로를 하나만 인정한다. 그래서 단어적 의미에서만 해석하면 진실한 친구는 없다. 단지 부부에서 진실한 인간관계는 어느정도 가능하다.

 

그럼 친구는 어떤 수준까지 기대해야 옳을까?

 

제일 좋은 친구의 좋건은 그 친구가 정말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 물론 단점을 가지고 있더라도 충분히 극복할 장점이 있는 것이 좋다. 그리고 적어도 그 사람 역시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는 성격이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좋은 사람으로 보인다. 좋은 사람을 보여야 얻는 이득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단순히 좋은 사람으로만 보인다고 해서 정말 좋은건 절대 아니다. 계산이 확실한 사람일수록 화를 안낸다. 화를 내면 그만큼 손해를 본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보살처럼 웃고 산다.

 

그러니 단순히 잘 웃고 화를 내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일것이란 판단을 하는건 정말 어리석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대화이다. 그냥 웃고 떠들고 다른 사람 뒷담화나 하는 그런 대화가 아니고 서로가 삶에 대한 어떤 중요한 목표를 그리고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과 어느정도 맞아야 한다. 세상을 살면서 이런 사람을 하나 얻기도 매우 힘들다. 정말로.

 

좋은 사람을 판별하는 내 기준은 '의리', '정의감', '의지', '배려' 이다. 나와의 관계에서 그것을 꾸준히 이어나갈 노력을 할 수 있는 의리와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늘 생각하고 살아야 하는 정의로움이 필요하고 스스로 삶을 높히려는 꾸준한 의지와 타인를 배려할 여유로움이다.

 

아무튼 내 기준으로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짝을 찾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자신과 어느정도 운명적 공동체를 만드는 작업이며 또한 나의 유일한 진실한 친구가 된다. 그리고 그것에는 못미치지지만 자신과 어느정도 맞는 좋은 사람을 만나면 더 좋다. 그리고 이 둘 모두 자신이 정말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 거기에서 이득과 손해를 따지고 자존심을 생각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 사람을 얻기 위해서는 많이 손해를 볼 생각을 해야한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손해를 보지 않아야 마음을 열기 쉽다. 그리고 어느정도만 열리면 깊은 관계로 진행되기가 수월해진다. 물론 그런 가치를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개인 복이란 생각도 드는데 어차피 노력하고 있어야 그런 사람을 만나도 얻을 수 있지 노력조차 안하고 살면 얻을 수 없다.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사람들이나 몇 사람을 만나는 사람들이나 자신이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비슷하다.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그 관계의 깊이라는 것을 잘 생각하자.

 

오늘이라도 좋은 사람을 얻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 관계에서 손해와 이득을 조금만 덜 계산하고 살아보자. 누가 아는가. 어디선가 정말 자신과 잘 맞아 평생을 같이 늙어 갈 좋은 사람이 하나 생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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