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편가르기 그리고 응원하기

아이루다 2012. 8. 17. 10:19

요즘 꽂혀서 열심히 보고 있는 미드 한편이 있다. '프린지' 라는 미드이다. 혹시 이 작품을 볼 계획이나 X파일 같은 류에 관심이 많은 분들 중 이 미드를 보지 못한 분은 이 글에 의해 먼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글을 읽지 않은 편이 좋을 것 같다.

 

프린지의 등장인물은 FBI 소속 '올리비아 던햄' 과 그의 상관 '브로일스' 그리고 이 모든 이상한 사건의 원인으로 생각되는 '월터 비숍' 박사와 그의 아들 '피터 비숍' 이 주인공급이며 거기에 '아스트리드'(기억이;; 월터박사가 워낙 이름을 헷갈리게 불러서 나도 기억이 ㅎㅎ) 라는 이름을 가진 예쁘장한 보조 캐릭터도 하나 나온다.

 

프린지를 처음 보았을땐 좀 기괴하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여러가지 이상한 사건들을 다루는 약간 비 현실적인 SF 공포물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시리즈 1,2를 거쳐가다 보니 이 드라마의 배경 스토리가 바로 '평행 우주론'을 근거로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내가 평행 우주론을 정식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를 본 것이 이 작품이 처음이리라. 예전엔 뭐 4차원의 세계와 같은 것을 주제로 하고 있었으나 이렇게 대 놓고 평행우주론을 주장한 작품은 이것이 처음이다.

 

나는 올해 '브라이언 그린'이 쓴 다중우주에 대한 책을 읽었기에 또 반가운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스토리도 그냥 단순 하나의 기괴한 사건에서 뭔가 찌임새 있고 과거가 있는 드라마로 변화해갔다. 물론 전체적인 이론배경이나 하나하나 사건들의 처리는 드라마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수준이었지만 그거야 어느정도 이해해줄 수 있다. 많은 사건은 월터 박사의 표정으로 알수 있는 해결책을 찾았다는 모습에서 원인 파악이 되었고 이를 실행하는 올리비아와 피터의 운좋은 움직임이 지구 멸망을 계속 막아 주고 있었다.

 

드라마 배경이 평행우주이다 보니 여기엔 두개의 세계가 나온다 (평행 우주에서 두개의 세계만 다루는 것도 아주 심각한 배경설정 오류이긴 하다. 원래 평행우주라 하면 거의 무한대의 세계가 존재해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그 두 세계엔 동일한 얼굴과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동시에 존재한다. 또다른 지구에도 올리비아,브로일스,월터가 있다. 하지만 현재 위치와 주변 상황이나 성격이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올리비아 같은 경우엔 원래 지구엔 동생이 살아있고 예쁜 여자조카가 있는데 반해 다른 지구에선 동생이 어려서 죽었다) 북경 나비 몸짓에 뉴욕에서 태풍이 불만큼 복잡한 자연계가 어떻게 이 순간에 동일인물이 그렇게 다른 상황에 살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드라마 작가들의 대담성에 놀라움을 금치못할 뿐이다.

 

아무튼 그런것들은 사족이니 넘어가고 이 드라마에서는 그 두세계가 전쟁 직전이다. 그 이유는 월터박사의 예전에 저질렀던 문제로 인해 그런것인데 아무튼 또다른 지구에서는 이쪽 지구를 멸망시켜버려고 준비하고 있다. 물론 그 이유는 두 세계간의 틈이 생기고 그것으로 인해 서로 계속 영향을 받으면서 조금씩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틈을 닫지 못한다면 결국 멸망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배경이 있다. 아무튼 그래서 멸망을 시키려하는데 문제는 다른 한쪽 지구의 과학수준이 훨씬 높아서 이쪽 지구에서는 감당하지 못할 기술을 보유하고 멸망시킬 계획도 아주 구체적으로 짜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계속 이쪽 지구에 자신들의 첩자들을 보내왔다.

 

원래 주인공이 살던 지구(A지구 라고 하자) 또 다른 세계의 지구(B지구 라고 하자) 의 전쟁.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사람들은 보통 어떤 싸움이 벌어지면 정말 아무런 관심이 없지 않는 한 어떤 편을 들게된다. 물론 그것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아도 은연중에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이나 혹은 심리적으로 더 끌리는 쪽으로 편을 든다. 나라와 나라가 싸우면 우리나라, 지방과 지방이 싸우면 내가 사는 지방, 동과 동이 싸우면 내가 사는 동, 우리집과 옆집이 싸우면 우리집, 엄마와 아빠가 싸우면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쪽, 나와 남이 싸우면 당연히 내편을 든다.

 

프로구단들은 이런 심리를 근거로 편가르기를 통한 사람들에게 간접적 승리감을 맛보게 해줘 돈을 번다. 심지어 우린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미국과 중동의 싸움에도 심리적으로 관여하여 미국편을 들거나 중동편을 들기도 한다.

 

이러다보니 드라마나 영화를 볼땐 주인공 편을 드는것이 아주 일반적인다. 보통 대부분의 소재가 권선징악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주인공은 선하고 주인공에 반하는 무리는 악하다는 공식으로 주인공을 열렬히 응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미드를 보다보면 매우 혼란이 온다. 두 세계가 싸우는데 양쪽에 사는 주인공이 같은 인물이다! 물론 성격은 다르다.

 

나는 나도 모르게 A지구에 사는 주인공들을 응원하고 있다. 왜냐고 묻는다면 시리즈 1부터 봐온 인물들이고 또 그들은 상대의 멸망보다는 어떻게든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B지구의 인물들은 상대적으로 악해보인다. 특히 B지구의 월터는 A지구의 월터에게 매우 큰 원한을 가지고 있어서 더욱 그런 느낌이 강하다. 물론 원한은 가질만 하다.

 

다른 두 존재의 싸움이 아닌 동등하게 생긴 두 존재들의 싸움.. 여기에서 나는 무엇을 근거로 A지구의 편을 들고 있을까? (물론 내가 그렇다고 해서 드라마의 결말이 바뀌진 않으니 아무런 상관이 없긴 하다 ㅎㅎ)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단 먼저 알게된 순서에 따른 문제가 있다. 그렇다. 사람들은 존재의 선악을 떠나 자신과 먼저 알았느냐 후에 알게되었냐에 따라 편을 드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가족이 가장 우선순위의 우리편이 된다. 물론 그것도 어느한계를 벗어나면 (양쪽 모두 어느정도 충분한 시간을 가졌다면) 의미가 없어지긴 한다.

 

두번째 옳고 그름의 문제가 있다. A지구는 잘 모르고 지켜려고 B지구는 상대를 파괴하려 하니 당연히 A지구가 옳아 보인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A지구의 어이없는 행위로 인해 B지구는 수많은 지역에서 문제가 발생해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따라서 원한을 가질만 하다. 그리고 그냥 놔두면 서로 멸망할 것이 뻔하다면 상대를 없애려고 하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행동이자 권리가 아닌가? 인간은 그동안 자신에게 반항하는 그 모든 생태계의 무리를 복종시켜왔고 과거엔 인간과 인간사이도 끝없는 멸망 전쟁을 해왔던 역사가 있다. 현대에 들어서 좀 그것이 감춰진 것일뿐 언제든 식량이 모자라는 그날이 온다면 그런 사태는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면 이것도 역시 좀 애매한 상황이 아닌가?

 

아무튼 이런 내 심리적 상황에 의문을 품고 내 나름대로 중간자적 입장에서 이 드라마를 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는다. 물론 현재 진행에서는 B지구가 A지구를 완전히 속이고 있는 상황이라서 더 그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다툼이 있을때 편을 가르고 또 한쪽을 응원하는 것은 과연 어디에서 출발하는 것일까? 물론 대부분은 단순한 감정적 차원일지 모르지만 어떤 것들은 사상이나 신념에 의해 그런것들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 많은 사회적 갈등들도 역시 그런 맥락이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자신이 어떤 근거로 어떤편을 들고 있든간에 상대역시 마찬가지란 것을 생각해아 한다. 내가 옳기 때문에 상대가 틀린것이 아니다. 상대 역시 내가 옿기에 내가 틀리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 그 모든 것엔 앞면과 뒷면이 있고 장점과 단점이 있다. 모든것이 단점이 것도 없고 모든것이 장점인 것이 없다. 말은 하기 나름이며 동일한 사항도 해석나름이다.

 

이런 세상에서 도대체 우린 무엇을 근거로 선악을 구별하며 내편 니편을 나누고 있을까? 하지만 세상은 너무도 편하게 그것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서 가끔은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하기도 하다. 이 어려운 판단을 1초만에 혹은 1시간 만에 결정지어 버린다. 얼마나 놀라운 판단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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