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감정에 대한 고찰 - 사랑편

아이루다 2012. 9. 7. 09:58

사람의 감정 중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감정이 뭘까? 아마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랑' 이란 감정이라고 말할 것이다. 물론 이것은 젊은 사람들 층에서 나올법 한 말이고 나이가 적거나 나이가 더 많게 되면 아마도 다른 대답을 할지도 모른다. 행복도 일종의 감정이라면 '행복' 이 더 광범위한 점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해본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일종의 극대화된 행복감에 놓이게 된 행운아이다.

 

예전에 "제5원소" 라는 영화가 있었다. 브루스윌리스 , 밀라요요비치가 거의 다 벗고 나왔던 영화인데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 전설처럼 내려온 다섯가지의 기본 원소를 이용해 고대의 힘을 불러내 지구를 침략하려는 악의 무리를 응징하는 이야기이다. 전형적인 권선징악이며 거기에 4개의 기본 원소설을 주장했던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이론까지 슬쩍 끼어넣고 마지막으로 5번째 기본원소인 '사랑' 을 끼워 넣었다. 영화를 볼땐 재미있게 봤는데 설명하면서 내용을 쓰자니 심하게 거북하다.

 

'사랑' 으로 지구를 구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스토리라인은 아주 무궁무진하다. 영화에서 보통 주인공은 대단히 위험하고 불리한 상황에 처리가 마련이고 이를 극복하는 감정의 가장 근간이 바로 '사랑'이다. 남녀간의 사랑, 자녀, 부모에 대한 사랑 등등으로 평소의 능력을 뛰어넘는 무한대의 힘을 발휘해 자신이 처한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자신이 목숨보다 더 아끼는 상대를 구해내는 스토리는 전통적으로 오래동안 사랑을 받아온 스토리이다. 우리나라 드라마에도 이런 사랑에 대한 내용은 절대 빠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사랑은 그런 모든것을 극복하게 만드는 원천적인 힘이 될까? 그리고 현실도 영화처럼 그럴까?  이것을 좀 생각해보자.

 

일단 현실도 영화처럼 그럴까 하는 생각을 먼저 해보자. 기본적인 대답은 '그렇다' 이다.

 

사람이 사랑에 빠지게되면 평소에 안하던 일을 한다. 특히 남자들은 매우 부지런해지고 착해진다. 자신의 여인을 위해 평소엔 벌벌떨며 쓰던 돈도 당당하게 쓴다. 주말에 집에서 잠에 빠져있거나 게임을 할 시간에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차려입고 나간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래가진 못한다. 여자들 역시 남자와 크게 다를바 없다. 평소에 손도 못대게 하던 몸에 남자의 손길이 다가오는 것을 허락하고 더 나아가도 한다. 그래서 사랑에 빠지면 사람이 매우 도전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런 감정에 빠졌을 때 자신이 목숨보다 아끼는 상대가 어떤 위험에 처했다면 정말 성공여부 영화와 같지 않겠지만 사람들은 매우 용감히 도전을 한다. 물론 보통사람들에게 지구를 구할 기회는 거의 없으므로 보통은 개인적인 이유로 인해 벌어지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이런 감정적 상태는 길어야 몇년 짧게는 몇달만에 끝나버리고 만다. 한국기준으로 3개월이면 최고단계를 벗어나고 그 후 3년이면 그 밑단계를 벗어나며 30년쯤 지나면 남보다도 못할 경우도 있다. 이것이 많은 연인들이 사랑해서 결혼하지만 결국 이혼을 하게되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이제 두번째로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날까 실제적으로 알아보자. 왜 사랑은 처음엔 엄청난 괴력을 발휘해서 사람들을 수퍼맨, 수퍼우먼으로 만들었다가 오래지 않아 다시 일반인으로 만들어 버릴까?

 

그 비밀는 바로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에 있다. 요즘은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이런 정보들이 많이 공유되어 이 내용에 대해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을 하겠다.

 

사랑의 초반부에는 '도파민' 이란 호르몬이 분비된다. 도파민의 효과는 감정적 효과를 높이는데 매우 효과적이며 다른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초기 호감을 느낀 상태에서는 이 도파민으로 인해 약간의 흥분감과 행복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 힘이 이후 진행에 매우 큰 동기부여가 된다.

 

도파민의 힘으로 인해 두 사람의 관계가 더 진행되어 감정적으로 사랑에 빠졌다는 상태가 되면 '페닐에틸아민' 이란 물질이 추가로 분비된다. 이 물질은 일종의 각성제이다. 그리고 사람에게 열정을 갖게 해준다. 열정은 결국 우리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하는 무모한 행동이나 게으른 자신을 극복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동기부여이다. 그래서 사람은 행복하고 도전적인 사람이 되어간다.

 

두사람이 관계가 깊어지면 스킨쉽이 이루어진다. 포옹하고 서로 만지고 더 깊어지면 섹스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이때 '옥시토신'이란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물질을 사람에게 유대감과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물질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흥분감, 열절, 편안함까지 갖춘 완전체가 된다. 이때 누군가 이것을 깨려 하면 정말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다. 이때 느끼는 총제적인 행복감 총량은 정말 정량적으로 계산을 불가능하겠지만 사람이 평생 느끼는 행복감의 50%이상은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완전히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이제 '엔도르핀' 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은 마약이다. 중독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뇌가 사랑에 빠진 그 몸에 주는 최고의 축복이다.

 

그리고 이 호르몬들은 약 900일 정도 분비되다가 줄어들어서 초기 상태로 돌아간다. 그래서 사랑의 유효기간이 3년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하나 나온다. 왜 우리의 뇌는 이렇게 좋은 호르몬을 평생 분비해줘서 우릴 늘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가?

 

이 질문에 반대로 다시 질문을 해보자. 왜 뇌는 우리가 사랑에 빠질때만 이런 호르몬을 분비해줄까?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다면 이전 질문에도 답이 된다. 답은 바로 자식을 낳아서 기르라는 뜻이다. 즉 생명체의 가장 근간인 종족보존의 의무를 다하도록 뇌에서 포상을 해주는 것이다. 물론 인간은 그런 뇌의 수작에 무턱대고 넘어갈 수준을 넘어섰다. 그래서 사랑에 빠진다고 해서 무조건 자식을 갖진 않는다. 하지만 동물들을 보면 분명히 '발정기' 라는 떄가 있고 그때 대부분 새끼를 갖는다.

 

그럼 다시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서 이 좋은 것을 왜 사랑에 빠진 동안만 분비해줘서 우리가 더 행복할 수 있는 기회를 뇌가 보장해 주지 않을까 생각해보자. 그 답은 단순하다. 생명체는 자손번영만이 모든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린 먹어야 하고 자야 하고 그래서 그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 물론 사냥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을 해서 먹을 것과 잘곳 (집의 의미가 아니라 안전한 공간)을 구해야 하고 추위를 대비해 입을 것도 구비해야 한다. 하지만 사랑에 빠지면 이런 일들에 대해 소홀하게 된다. 이미 충분히 행복한데 더 행복하려고 노력하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뇌는 평소엔 우리에게 열심히 일하라고 채찍질 한다. 그리고 열심히 일할때도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호르몬을 분비해준다.

 

인간 스스로가 존재감을 느낄때 더 나아가 권력적 관계에서 상위로 있을때 느껴지는 지배욕도 마찬가지다. 그런 감정들은 그 자리, 그 상황이 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목표를 주고 달성했을 때 뇌가 우리에게 주는 일종의 포상이다. 자신의 몸이 더 좋은 먹을 것과 더 좋은 잘곳과 더 좋은 입을 것을 구할 수 있는 상황으로 발전하게 되면 뇌는 그 몸에게 잘했다고 호르몬을 분비해 행복하게 해준다. 그리고 그렇지 못한 몸에게는 스트레스를 느끼는 각종 호르몬을 분비시켜 딴 생각 못하고 열심히 먹을 것을 찾아나서도록 한다. 스트레스는 우리가 스스로 생존가능성을 높이게 해주는 힘이 된다.

 

이렇게 해서 어느정도 안정한 상태가 되면 우린 다시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되고 자녀를 낳아 어느정도 키우면 (2살정도) 다시 원래 상태로 복구시킨다.

 

이 얼마나 뇌의 웃기는 수작인가?

 

물론 뇌도 나의 몸의 일부이고 내 생각의 주체이지만 내 감정을 마음대로 조절해서 뇌 스스로가 원하는 유전적 방향으로 우릴 인도하는 행위는 어찌보면 매우 뇌의 편파적인 행위같기도 하다. 물론 인간은 그것에 극복하는 기술을 개발해왔다. 술을 먹거나 마약을 통해 뇌가 우리에게 주었던 것들을 스스로 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조금 참혹하다. 900일 이라는 유효기간 없는 외부 물질을 우릴 완전히 중독시켜 폐인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뇌가 사랑의 유효기간을 왜 정했는지도 살짝 알 수 있다. 물론 뇌가 정한게 아니라 900일이 안되거나 넘는 많은 종류의 사람들은 진화속에서 도태되었고 이 기간이 나름 유효하고 안정적인 기간으로 삼아졌을 것이다.

 

사랑은 마약이다. 실제로 마약이다. 물론 유효기간이 있기에 덜 위험하다. 하지만 사랑은 커다란 가치가 아니다. 사랑을 커다란 가치로 여기는 우리는 사랑이 주는 호르몬의 작용이 워낙 강력해서 행복감을 대단하게 느끼기 때문에 그것이 커다란 가치로 착각을 한다. 거기에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한 착각으로 인해 스스로 너무도 소중한 자신이 그런 엄청난 행복감을 느끼는 상황을 어찌 별것이 아니라고 인정 할 수 있겠는가?

 

물론 그런 착각이 잘못은 아니다. 누구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남들에게 사랑만이 제일의 가치라고 말하는 것은 스스로 매우 쑥스러운 일인 것은 틀림없다.

 

우린 정말 수천억개의 은하 중 하나인 우리 은하의 주변부 에 존재하는 잘 보이지도 않는 별인 태양 옆에서 3번째로 빙빙돌고 있는 지구에서 작은 나라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존재조차도 의미없는 그런 생명체일 뿐이다. 우리가 우리를 대단하게 여기는 것은 마치 개미가 스스로 위대함을 자랑하는 것과 같다. 우리가 보기엔 무리지어 이동중인 개미는 그냥 존재감 없는 그런 개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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