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탈출 프로젝트

11월 9일 별모임

아이루다 2012. 11. 11. 08:56

 

완전히 그믐은 아니지만 지난 금/토에 영월에 별모임을 했다. 장가간 한명을 제외한 5명 모두 그날 영월에 모였다.

 

1팀은 나와 종운으로 금요일 오후쯤 출발해 제천 이미트 들러 장보고 동네 철물점 들러서 방한용품을 추가로 구매했다. 스티로폼, 보온덮게, 부직포, 노끈, 관 보온용 둥근 형태의 보온?? 암튼.. 샀다.

 

차는 막힘이 없었으니 장보고 하다보니 영월에 도착한 시간이 거의 6시가 다되어 갔다. 겨울이 다가오는 산중의 해는 그 급한 성격에 벌써 서쪽 산으로 내려가 쉴 준비를 하고 있었고 나와 종운은 그나마 빛이 있는 동안 작업을 마무리 하기 위해 서둘러 지하수 펌프 보관함을 정비했다. 다행이도 지난번에 어느정도 다 정리를 해둔 탓에 상단에 추가로 스티로품으로 덮어 좀 더 보강한 후 그위에 부직포를 덮어 추가로 틈을 막고 마지막으로 상판 철판으로 마무리를 했다. 그런데도 좀 부족해 보였는데 비나 눈이 오면 노출된 보온덮게가 온통 젖을 판이다. 그래서 다음주에는 비닐을 사다가 비가 세지 않도록 할 작정이다.

 

이 작업을 끝내고 나니 이미 어두워져서 집안으로 들어와 또다른 작업 중 하나인 선반달기를 했다. 원래 오는길에 TV를 벽걸이 형태로 다는데 필요한 벽걸이 TV 전용 고정대를 대리점에서 사려고 했으나.. 팔지 않아서 사오질 못했다. 그래서 중앙 세팅이 물건너 간 탓에 그냥 필요해 보이는 세군데에 실험적으로 설치해 보았다.

 

코너형으로 설치 가능한 형태이다. 원래 이 자리는 작고 짧은 고정대를 쓰는데 종운이 불안해 보인다고 해서 좀 강한 L형 고정대를 썼다. 미관상 좀 그래보이긴 하지만 튼튼해 보여서 좋다.

 

 

식탁위에 자리잡은 선반이다. 원래 밑에 놓인 빵 보관대를 두려고 했으나 실제 놓아보니 위가 너무 커서 불안해 보여서 그냥 작은 소도구들을 두었다. 커피 분쇄기, 커피, 저울을 두었다. 

 

 

입구쪽에 설치한 좀 얇은 선반이다. 여기는 오고 가는길에 둘 물건을 위해 설치했다. 지금은 거의 차 키용이다.

 

다음주엔 TV 고정대를 사서 중앙도 좀 더 잘 배치를 할 생각이다. 만약 이렇게 잘 되면 아마도 거실은 바닥에 거의 아무런 물건이 없는 집을 될 수 있을 것으로 상상한다. 나는 이상하게 바닥에 뭐가 있는게 많이 싫다. 그리고 선반은 이런 나의 바람을 이루어주리라 믿는다. 참고로 선반은 옥션에서 샀다. 원래는 받침대를 사려고 했으나 검색하다보니 이쁜 색이 있어서 샀다. 그런데 실제보니 합판에 시트지를 입혀놓은 듯 하다. 차라리 반투명 페이트를 사서 삼나무 목에 바른 후 쓰는것이 더 나을지 모르겠다. 그것은 다음주에 결정해야겠다.

 

저녁은 피자, 스파게티, 와플을 해서 먹었다. 세개의 요리를 한꺼번에 한다고 좀 번거로웠지만 그래도 바쁘게 오븐을 쓰면서 했다. 결국 양이 너무 많아서 배터지게 먹고도 좀 남았다.

 

이번에 만든 와플과 커피이다. 와플은 생크림과 벌꿀을 발라서 먹었더니 참 맛있었다.

 

 

밤 늦게는 별사진을 찍으려고 했으나 맑지만 시계가 안 좋은 날에 구름까지 몰려와서 한시간 정도 기다린 후 포기하고 애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1시 좀 넘어서 잠이 들었다. 보일러 좀 켜고 또 벽난로 때우니 더울 정도로 공기가 훈훈해서 나와 유진이는 안방 침대에서 자고 애들은 거실에서 잤다. 지난번에 같이 자보니 코고는 소리때문에 도저히 힘들어서 공간을 분리했다 ㅎㅎ

 

아침까지 푹 자고 일어나 늦게 아침을 라면에 밥에 김치에 먹고서는 차 세차를 하고 수도를 완전히 밀봉했다. 남은 스티로폼으로 완전히 감싸고 부직포로 최종 마무리해서 사용불가능하지만 안전해 보이는 구조로 했다. 그동안 동석이는 나무 하나하나를 다 부직포로 싸서 냉해에 대비했다. 진정한 원예가이다.

 

 

 

 

 

혁성이와 종운은 2시쯤 넘어 출발하고 마천동 팀은 더 늦게 출발하기로 하고 남았다. 애들을 보내고 오후의 한가로움 속에서 나와 동석이는 책을 읽고 유진이는 잠시 책을 읽는 듯 하더니 금새 잠에 빠져버렸다. 나도 음악과 책을 즐기다가 몸이 나른하기도 하고 또 너무 기분이 좋고 상쾌해서 나도 모르게 명상 비슷한 행동을 했다. 뭐랄까.. 몸과 마음이 완전히 편해진 느낌이라고 할까?

 

방금 전 한 샤워, 귀가 감미로운 음악, 영월집의 절대 고요, 토요일 오후의 한가로움, 좋은 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 마음을 채워주는 책, 영월집에 관한 일들이 거의 다 마무리 되었다는 안도감, 혀와 코를 부르럽게 자극하는 원두커피, 거의 식었지만 아직도 따뜻함을 조금씩 보이는 예쁜 벽난로.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행복감이었다. 급하지 않고 살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지만 쉽게 얻어지지 않는 것. 삶이 삶 그 자체로 의미를 갖고 또 불필요한 장식처럼 붙은 나에 대한 미련한 욕심이 벗겨진 순간.. 나는 가장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참 쉬운데 말이다. 내가 행복을 느끼는 그런것들.. 그냥 평소에도 그리 분위기 조성하기 힘든건 아닌데.. 거기에 결국 영월집이라는 공간이 더해져야만 완성이 된다. 그건 아마도 내 마음이 아직도 너무도 많이 부족한 탓이라 생각한다. 더 비우고 더 생각하고 더 집중해야겠다. 나에게 또 내 삶에 대해서.

 

비록 별사진은 못찍었지만 내 마음속에 삶에 대한 한조각 강렬한 추억의 사진은 남기고 돌아온 여행이다.

 

오느 길에는 양평에 들러 닭갈비를 먹고 집에 거의 10시가 다 되서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