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탈출 프로젝트

영월일기 - 2012 / 10 / 19 / 금

아이루다 2012. 10. 21. 09:13

 

일명 19금이였다. 이번 모임 참석은 나와 유진이, 동석이, 종운 네명이였다. 원래 동석이는 격주로 장거리 연애를 하기에 이번주는 참석이 불가능하지만 여친이 바쁜일이 생겼다고 해서 이번주는 약속이 없다고 했다. 혁성이는 개인적인 약속이 있다고 빠졌다.

 

지난주에 생긴 냉각 CCD 카메라 고장으로 인해 이번주는 아예 마음을 비우고 갔다. 날씨는 무척 맑았지만 별을 볼 생각도 안한 것이다. 마음이 매우 쓰리고 앞으로도 걱정이 되었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그 장비를 미국의 본사까지 배송시키고 수리시킬 생각을 하니 참 많이 갑갑하다. 이럴땐 정말 내가 미국같은 나라에 태어나지 못한 것이 참 안타깝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느낌은 가끔 미드에 나오는 정말 드넓은 들판에 있는 외딴집을 볼때도 든다. 내가 꿈꾸던 집이다)

 

아무튼 네명이 한차를 타고 저녁 7시쯤 출발했다. 중간에 제천 이마트에 들러 먹거리를 사고 영월에 들어가느 거의 10시가 다 되어있다. 도착해보니 금요일 도착하기로 한 장작은 한쪽 구석에 예쁘게 쌓여있고 작업 중이던 보일러실이 거의 완성된 모습으로 눈에 들어왔다. 시공사 사장님이 일이 있어서 나머지는 다음주에 마무리 하겠다고 연락이 왔었다.

 

일단 추워서 집에 들어가자마자 난로부터 폈다. 운좋게 재빠르게 불이 붗고 나는 그동안 음식 준비를 했다. 스테이크!

 

최종 요리는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먹을만 해서 먹었다. 아무튼 대충 먹고 치우려니 12시가 다 되어간다. 공기는 충분히 따뜻해졌으나 새난로에서 나오는 약간의 유독성 냄새가 특히 코가 민감한 유진이를 많이 자극한 모양이다. 많이 힘들어 했다. 최근에 수술도 해서 몸이 정상이 아닌데 그런 모습을 보니 마음이 많이 안좋았지만 내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그런 벽난로 앞에서 둘이서 맛있는 커피 한잔 먹어보는 것이 개인적인 작은 소망이였는데 역시나 상상과 현실은 너무도 다르다.

 

벽난로 업체에서는 한 6번 정도 제대로 때워야 그런 현상이 없어진다고 했다. 이제 겨우 2번이니 앞으로 4번은 열심히 더 때고 난 후 유진이에게 낭만이 올 듯 하다. 아무튼 그래서 문을 조금 열고 잤다. 지금 벽난로로는 거실만 따뜻해지기에 모두 거실에 모여서 잤다. 1시쯤 거의 잠에 들고 나는 졸다가 어떻게 또 동석이와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하게 되어서 3시까지 훌쩍 시간이 지나가버렸다. 밖의 하늘엔 별이 초롱초롱한데 나는 애써 별을 외면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이들의 코고는 소리에 한참 잠을 못자고 있다가 겨우 잠들었는데 7시쯤 되니 눈이 떠진다. 늙어서 그런지;;

 

동남향으로 나있는 커다란 거실 창은 집을 너무 빨리 밝혀준다. 결국 더 자기를 포기한 나는 조금 누워서 시간을 보내다가 8시 좀 넘어서 지난밤 먹고 남은 설겆이를 하기 시작했다. 동석이도 그때쯤 일어나 나무 주변 잡초정리한다고 준비해온 군복을 입고 나갔다. 그거 입으면 도깨비풀이 안붙는다나? 아무튼 나중에 보니 효과는 확실해보였다. 잠깐 그쪽에 다녀온 내 옷은 온통 도깨비풀이였고 동석이의 군복은 아주 깨끗했다. 정말 우리나라 군인들이 입는 군복은 대단히 화학적인듯 하다.

 

아침은 된짱찌게였다. 밥을 조금 적게 해서 그런지 더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커피 한잔..

 

아침먹고 치우고 밖에 장작 정리하고 등등을 하면서 오전이 지나갔다. 그리고 시간이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서 카메라 테스트를 시작했다. 지난번 미국에 보낸 메일의 답신에 전원 체크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서 이번엔 제대로 충전된 배터리로 해보기로 했다.

 

놀랍게도 카메라가 정상동작했다! 결국 지금 새로 산 220V를 12V 10A로 전환해주는 일명 시거잭 변환장치에 암페어가 부족한 모양이다. 결국 이 장비를 220V에 연결해서 바로 쓰려면 암페어가 최소 20 이상은 필요해보인다. 아무튼 카메라 문제가 해결되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점심은 간단히 라면으로 때우고 서울로 출발해서 가든파이브에 있는 애슐리에서 저녁을 먹고 CGV에서 루퍼라는 영화를 본 후 집으로 돌아왔다. 잠을 거의 못자고 하루종일 보냈더니 몸이 너무 무거웠다. 집에 도착해 잠시 영화를 보려고 하다가 거의 포기하고 잠에 들었다.

 

딱히 한 일도 없는 이번주 방문이지만 장작에 대한 기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었고 보일러실도 거의 완성되어 간다. 남은 것은 집 등기하는 것(이건 내가 혼자 하려고 마음 먹었다) 측량 마무리 하는 일이 남았다. 올해는 이렇게 몇가지 간단한 일들만 처리하면 될 듯 하다.

 

남은 일들을 정리해본다. 실제로는 하고 싶은 일들이다.

 

1. 16인치 망원경 구입과 설치

2. 창고 짓기 (최소 4평이상)

3. 집안에 5.1채널 음향 시스템 설치

4. TV 벽걸이로 설치하고 기타 그 부분 모두 정리하기

5. 인터넷 연결하기

6. 앞에 텃밭에 채소 가꾸기

7. 나무 심기 (유실수 위주로)

8. 지하수 필터링 시스템 설치

9. 연수기 설치

 

이렇게 쓰고보니 또 갈길이 참 멀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결국 하나하나 하다보면 결국 다 이루어낼 수 있다는 믿음도 있다. 시간과 노력은 많은 것을 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하루를 태우고 난 후 난로.. 노란색 양은냄비가 기억에 남는다. 여기에 물을 담아 자연 가습기를 가동했다 ㅎㅎ

 

 

가을이 오고 있다. 이런 각도로 사진을 찍으니 또다른 느낌을 준다. 

 

 

가을이 오고 있는 진입로. 맑은 하늘.. 깨끗한 공기.. 고요함.

 

 

아침 난로 청소중인 나.

 

 

책의 삼매경에 빠진 동석이. 이번 방문 중 찍힌 사진 중 베스트 인듯. 

 

 

책 읽어주는 나와 듣고 있는 유진이. 

 

 

나무에 물을 주는 동석이. 이번에 또 많은 잡초제거를 했다. 일꾼! 

 

 

주변을 배경으로.. 언제 찍었는지 조차 모르겠다. 

 

 

계단과 수돗가. 

 

 

제목이 집과 가을? 

 

 

나무 가꾸기에 열심히 동석이는 군복을 작업복으로 가져왔다. 도깨비 풀이 안붙는다나? 

 

 

집과 나의 차.. 7년째 된 놈이지만 아직도 잘 굴러간다. 주인이 너무 신경을 안써줘서 그렇지.. 너무도 고마운 차이다. 

 

 

메뚜기를 잡겠다고 잠자리채를 들고 사냥중인 유진이와 그 모습을 보고 어이 없어 하는 나. 

 

 

* 이번 여행에서 종운이 찍은 사진들이다. 그래서 그의 모습은 사진중에 없다. 카메라를 좋아하는 이는 자기 사진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도시탈출 프로젝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철 동파방지 대비책  (0) 2012.11.03
취득세 납부와 집등기  (0) 2012.11.03
지난 주말에 있었던 이런저런 일들  (0) 2012.10.15
벽난로를 설치하다  (0) 2012.09.29
9월 16일 별모임  (0) 2012.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