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책

DNA 딜레마

아이루다 2012. 10. 27. 08:26

몇달 전 읽었던 '초파리의 기억'이란 책이 있었다. 초파리 유전자를 연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DNA 딜레마'는 그 책을 쓴 같은 작가가 쓴 책이다. 

 

작가의 이름은 '조나던 와이너' 이고 이력에는 퓰리쳐상을 받은 것으로 되어 있다. 언론인에게 퓰리쳐상은 거의 노벨상과 같은 무게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 이 작가의 이력은 매우 대단한 것이다. 그리고 그 상을 받게한 책은 '핀치의 부리' 라는 다윈이 연구했던 갈라파고스의 핀치새에 관한 이야기 일 것이라고 나는 추정한다.

 

이 책은 일종의 실화를 다큐멘터리 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물론 기존의 '초파리의 기억' 역시 그런 형태의 글이었으니 이 분은 이런 식으로 과학 중 특히 생명과학에 관한 전문 작가라고 봐야할 것이다.

 

제목에서 딜레마란 말이 표현 되었듯 이 책은 그리 결론이 좋은 책이 아니다. 어쩌면 좀 허망하기도 하다. 이쯤해서 책의 내용을 간단히 설명해본다.

 

정말 자유롭게 자란 헤이우드 가족은 공학자인 아버지와 평범한 어머니 그리고 너무도 혈기왕성한 세명의 아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커서 모두 각자 자신의 길을 가게 되는데 첫째인 제이미는 기계공학을 둘째인 스티븐은 목수를 세째인 벤은 학자의 길을 걷는다. 그리고 사건은 둘째인 스티븐으로 부터 시작된다. 그가 병에 걸린 것이다.

 

스티븐은 목수의 일을 하는 육체노동자 답게 놀라운 근육과 강인한 몸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런 그에게 근육쇠퇴라는 증상을 가져오는 병이 찾아온다. 바로 ASL 라는 병명을 가진 병이다. 우리말로 근위축성 측색경화증이 공식 명칭이고 알려진 병명은 루게릭병이라고 보통 칭해지는 병이다. 이 병이 걸리면 척추의 신경이 하나씩 죽어가는데 그렇겓 되면 뇌의 신호를 근육으로 전달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겨 몸의 모든 근육이 퇴화되기 시작한다. 즉 근육이 줄어들면서 온몸이 거의 마비되는 듯한 상태가 되어 죽어가게 되는 것이다. 결국엔 뇌는 멀쩡하지만 온몸의 근육이 퇴화되어 스스로 숨이 막혀 죽게 되는 것이다.

 

스티븐은 이 병에 대해 놀라울만큼 담담하게 대처하지만 형인 제이미는 이 사실을 알고 죽을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 그도 그럴것이 그 형제의 우애는 정말 남다른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이미는 자신의 진로를 바꾼다. 동생을 치료하기 위한 유전자 치료 기술을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런 거대한 일을 할 충분한 역량과 열정이 있는 인물이었다.

 

제이미는 타고는 사업가이다. 열정이 있고 타인을 설득할 기술이 있었다. 또한 진실과 희망을 적절히 섞어 사람들을 희망적 미래 꿈을 품도록 할 수 있었으며 작가인 조나던 역시 그런 꿈에 귀를 기울린 사람 중 하나였다. 작가는 제이미의 매력에 빠져버린다.

 

이 책의 배경은 1990년대 후반, 즉 IT와 BT 버블이 한참 달라올랐을 때를 배경으로 한다. 그래서 유전자 조작을 통한 치료는 많은 이들의 희망이 되고 결국 절망으로 결론이 나던 시대였다. 그리고 그 한쪽에 제이미가 있었다.

 

제이미는 자금을 모으고 젊고 열정적인 과학자들을 끌어모으고 또한 주변 사람들과 그와 연관된 사람들부터 조금씩 도움을 받으며 동생 스티븐을 치료할 유전자 치료물질을 개발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연구는 원하는 방향으로 나가지 않고 또한 제이미 역시 이 연구가 성공할 때 얻어질 부에 대한 갈등을 하기 시작한다. 물론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것은 아니지만 만약 성공한다면 막대한 부를 쥘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사전에 준비를 잘해야 한다. 성공한 다음 사업으로 발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성공하기 전 모든 준비를 해놔야 성공했을 때 온전히 자기것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것은 회자의 지분, 특허, 각 고용인과의 관계 등등이 있다. 하지만 그는 동생을 구한다는 순수함으로 출발했기에 여기에서 갈등을 느낀다. 물론 그렇다해서 결론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

 

스티븐은 서서히 운동능력을 잃어간다. 처음엔 왼손.. 그후엔 오른다리.. 결국 휠체어를 타야하고 나중엔 호흡마져 혼자 할 수 없어서 심장의 일을 대신할 외부 인공펌프까지 달아야 할 형편이며 그리고 말할 능력도 상실한다. 슬픈 일이다. 하지만 그는 이것을 매우 담담히 그리고 그 병이 걸린 와중에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는 삶을 살아간다. 반면 형인 제이미는 자신의 동생을 구할 연구를 하는 와중에 이혼을 하고 결국 치료자체도 실패를 한다.

 

물론 이 책은 두 형제의 행복/불행을 적으려는 책은 아니다. 그저 DNA라고 불리는 유전자에 대한 접근이 얼마나 힘들고 문제있는 부분인지 그리고 또한 사람들에게 무한의 희망을 주는 유전자 치료기술에 대한 실제적 상황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그리고 거기엔 두 형제의 불행이 들어있다.

 

스티븐이 지금도 살아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제이미가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왜 썼는지 모르겠다. 아마 이 책에 나오는 이들과 같이 교감하는 그 순간 작가의 어머니 역시 일종의 알츠하이머같은 병을 앓고 있어서 더 공감과 교감이 이루어진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이 헤이우드 가족에게 많은 관심을 갖게되었고 또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지 모른다. 물론 스토리는 좀 영화같은 분위기는 있다.

 

해피엔딩을 기대하는 분은 이 책을 읽지 않길 바란다. 이 책은 매우 놀라운 영혼을 가진 두 형제에 대한 이야기이며 또한 유전자 치료라는 헛된 망상에 대한 경고이다. 물론 그것은 1990년 후반까지의 결론이다. 2000년대 들어서 우리나라에서도 복제동물이 나왔고 그 유명한 황우석 박사 스토리도 한동안 언론의 주된 기사꺼리였다.

 

나는 언젠가 인간이 인간 유전자의 질병에 대해 극복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우리가 다운증후군이라고 부르는 병이 단 두군데 유전자 위치가 바뀜으로서 걸린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유리의 유전자에 일었나는 단순한 변형은 매우 놀라울 정도로 최종 결론을 만들어 낸다. 물론 이 힘이 바로 진화의 원천이다. 유전자는 원래 칵테일처럼 섞여 수많은 돌연변이를 만들어내고 거기에서 현재의 자연상황에 가장 잘 적응하는 개체이 다음 세대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진화는 이런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니 자연스러운 유전자 조작은 매우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인간이 해낼 수 있느냐이다. 그것도 그 결과를 정확히 예측해서.

 

지금은 힘들것이지만 나중에 양자컴퓨터가 나오고 또 대단한 기술들이 개발되면 인간을 무로부터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때 아마도 아이러니하게 철학은 더 많은 힘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존재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수록 종교나 철학에 빠져들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가 나인 이유가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사실은 개개인이 받아들이기 매우 힘든 사실이다. 우린 우연히 존재했고 또 우연히 태어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우린 서로가 서로를 매우 필연적 존재로 인식하고 또 그렇게 대하는 일에 매우 익숙하기 때문에 그렇다.

 

책의 내용이나 주제와 상관없긴 하지만 앞으로 우리 인간의 기술이 생명을 어디까지 다룰지 또한 그에 따른 사회적 도적 한계지점이 어떻게 바뀌어갈지는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하다. 지금은 복제인간이나 인조인간에 대한 것들이 미미한 이슈지만 100년 후엔 다를 것이다. 그때는 누군가는 자궁에서 태어난 인간 이외의 인간의 외모를 가진 존재들에 대한 인권을 법안으로 상정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보고 싶긴 하지만 내가 그때까지 살아있지는 못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슬픈일은 아니다. 어차피 우린 이렇게 인간의 유전자를 후대로 전달하는 중간 존재일 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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