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책

생명이란 무엇인가

아이루다 2012. 8. 10. 11:01

 

이 책은 좀 독특한 부분이 있다. 그것은 내용이 아닌 저자에 대한 부분이다. 이 책의 저자는 '에르빈 슈뢰딩거' 1900대 초 양자물리학계에서 알아준다고 알려진 이론 물리학자이다. 그는 전자의 위치에 관한 파동방정식이란 방정식으로 그 반대편에서 전자의 확률론을 주장했던 이들과 경쟁을 했던 경력도 있다. 그 이야가 또 매우 재미있긴 한데 이 책과는 다른 주제이니 다음에 다뤄보기로 한다.

 

이 책을 그냥 정의한다면 물리학자가 쓴 '생물학' , '철학' 책이다.

 

이런 종류의 분야를 넘어서 다른 두 종류의 혹은 다수종의 학문이 결합되는 현상을 얼마전 보았던 이대 최재천 교수는 '통섭'이란 말로 정의하도 했다. 그리고 그 강의에서 나는 이 책을 소개받았다. (이 책은 출간 후 DNA 나선이중고리를 밝혀낸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다는 소개도 들었다)

 

이 책이 발간된 시점은 1940년대. 생물학은 정말 생물학일 뿐이었다. 그리고 이 책이후로 생물학은 분자 생물학, 즉 더 작고 안보이는 영역으로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결국 DNA의 구조를 밝혀낸 엄청난 역사적 연구가 이루어진 것이다.

 

책의 내용엔 생물학자로 하여금 생태계의 형태나 혹은 우리의 장기들의 기능 등을 연구하던 관찰자적 입장에서 양자역학을 연구한 물리학자의 시선으로 본 생명체의 본질에 대한 일종의 추측을 기술하고 있다. 저자는 매우 겸손한 태도로 생물학에 대해 접근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내용이 너무 광범위하고 또한 나름 전문적인 부분이 있어서 읽는데 꽤 애를 먹었고 읽은 후에도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 단점도 있다.

(책을 완독하는데 한달이 넘게 걸린 듯 하다)

 

지금 쓰는 글이 책 요약본은 아니니 자세한 책의 내용을 알고 싶어하시는 분은 직접 한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내가 설명할 내용이 아니다.

 

책의 후반부엔 생물학에서 철학으로 주제가 넘어간다. 이것 역시 너무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었지만 내가 관심가는 부분이 있어서 그것만 떼어놓고 보면 바로 '인식론' 이다.

 

저자는 '플라톤', '칸트', ' 아인슈타인' 이 세명을 인신론에서 가장 중요한 세 사람으로 꼽았는데 플라톤이 주장한 이데아론과 칸트가 알려준 어떤 사물을 그리고 세상을 인식하는 그것에 대한 매우 객관적인 서술과 아인슈타인을 통해 알려진 시공간의 인식에 대한 진실을 말했다.

 

우리의 감각적 지각을 제외한다면 차갑다, 덥다, 뜨겁다, 밝다, 어둡다, 부드럽다, 딱딱하다, 시끄럽다, 조용하다, 높다, 낮다, 맛있다, 맛없다 이런 종류의 말들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 한번 생각해보자. 감각이 제외되며 이런 말들은 무의미해져버린다.

 

우리가 오감을 통해 인식하는 세상과 실제 세상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우린 세상을 '빨주노초파남보'의 일곱가지 색깔의 조합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세상의 빛 중에 우리가 인식하는 파장대는 아주 극히 일부분이다. 나머지는 우리가 보지 못하거나 보는 즉시 죽는다. 하지만 우린 우리의 눈을 통해 보이는 세상을 세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것이 무슨 착각이란 말인가. 또한 우리가 노랗다, 붉다 말하는 것이 정말 그 파장대가 노랗고 붉은 것이 아니다. 눈을 통해 받아들인 파장대를 우린 노랗다라고 정의하고 있을 뿐이며 이 또한 나를 제외한 남들은 어떻게 느낄지 상상만 할 뿐 실제로 모른다.

 

우리가 뜨겁다 차갑다 하는 온도는 끽해야 영하 100도에서 영상 100도 영역이다. 하지만 우주에서는 물론 영하는 273도 이하로 내려가지는 못하지만 영상으로는 몇조도 몇십조도까지 올라갈 수 있으니 우리가 생존하는 온도 영역은 전체 온도 영역에서 극히 일부분일 뿐인다. (예를 들어 1조원을 가진 사람에게 100원이 어떤 의미일까?)

 

귀를 통해 얻어지는 소리나 미각, 후각등을 통해 얻어지는 것들 역시 마찬가지다. 미각같은 경우는 단만,쓴만,짠맛,신맛 겨우 네가지 맛을 느낄 뿐이다.

 

우리의 오감은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아가기 알맞게 진화해온 산물이다. 그것도 고도가 1km가 넘거나 물로 100M만 내려가도 살아남기 불가능하다. 지구라는 행성에서 유지되는 온도와 산소와 같은 생존 필수요소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우린 바로 죽음을 맞는다.

 

하지만 우린 누구나 자신이 오감을 통해 얻어진 정보를 정신이란 틀안에서 해석해서 그것이 세상임을 절대 의심하지 않는다. 내가 보고 내가 듣고 내가 느끼는 모든 것을 진실로 느끼며 이것을 통해 세상을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아마도 실제 세상을 100으로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것은 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1도 채 안될 것이다. 그 안다는 것도 잘못 알고 있다.

 

우린  잘 어울리는 색상을 가진 옷을 입을 사람에게 '패션에 능하다' 라고 평가할진 모르지만 실제로 자연은 그것을 판단 할 능력이 없다. 그냥 그 옷은 원자들로 이루어진 조합된 물체일 뿐이다. 하지만 우린 쉽게 이걸 인정하지 못하며 자신의 감각을 통해 판단된 것을 절대치를 부여해 타인에게 설명하기도 한다.

 

이 사고의 전환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다. 이런 인식론을 바탕으로 하지 못하면 우린 평생 허상만을 좇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신을 만들었는지 신이 인간을 만들었는지 생각해볼때도 역시 이 인식론을 생각해봐야 한다. 미래의 어느날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멸종하여 신을 생각하는 인간이 없을때도 신은 존재하는 것인가? 신이 있다고 아무도 믿지 않는다면 신은 존재하는 것인가? 신을 많은 사람들이 믿느다면 신은 존재하는 것인가?

 

아마도 사람들은 이 문제를 아주 쉽게 결론낼지도 모른다. 남들이 있다고 하니까 있는것이다 라고. 없다면 그 많은 사람들이 그걸 믿겠냐 라고 말이다.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를 볼때도 사자에게 잡아 먹히는 어린 영양을 볼때도 자신을 감정을 이입시킨다. 강아지가 불쌍하다, 영양이 불쌍하다, 사자는 못됐다 라고 말한다. 하지만 강아지는 불쌍한가? 사자는 못됐는가? 는 우리의 인식이지 실제 그 존재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다. 우리 인간은 이렇게 늘 자신의 감각기관을 통한 인식을 절대화 시키면서 타자를 평가해 온 것이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착각인 것인가?

 

책의 마지막 부분에 보면 슈뢰딩거 자신에 대한 아주 간단한 자서전이 기술되어 있다. 끽해야 몇페이지 일 것이다. 거기에 그는 그 자신이 한때 철학에 많은 관심을 가졌음을 알리고 있었는데 책 내용을 보면 충분히 그랬을 것으로 보인다.

 

이론 물리학자로서 노벨상까지 받은 사람이 쓴 생물학,철학 책인 이 책은 어렵지만 꼭 한번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실제로는 두어번 읽어야 좀 더 이해가 갈듯 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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