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책

인간이란 무엇인가 - 마크 트웨인

아이루다 2012. 3. 22. 22:11

 

어떤 남자가 3마일 떨어진 마을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가 막 마차를 타려고 할 때 비참함 그 자체인 백발의 할머니가 배고픔과 죽음으로부터 구원을 요청했습니다. 그 남자는 자신의 주머니에 마지막 남은 25센트 은화를 망설임 없이 그 할머니에 주고 집으로 향해 눈보라 속을 터벅터벅 걸어갔습니다.

 

이 장면이 얼마나 고귀하고 아름답습니까! 이 행위에는 자신의 이득이란 것은 추호도 없지요.

 

이 내용은 이 책에서 사람의 고귀한 가치에 대해 예를 들어 반론을 편 내용이다. 이 책은 노인과 젊은이라고 하는 두 인물의 대화로 내용이 이어지는데 인간에게 선의와 같은 것은 없다고 정의하는 노인에게 젊은이가 반론을 편 것이다. 여기에서 노인은 또다시 이런 반론을 편다.

 

노인 : 집으로 가고 있을 때 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젊은이 : 오직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이 느끼는 기쁨의 상태였겠지요. 그의 마음은 너무 기뻐 차가운 눈보라조차 전혀 인식하지 못했을테니까요.

 

노인 : 그는 자기 자신이 잘했다고 느꼈을까?

 

젊은이 : 누구라도 그랬겠죠.

 

노인 : 얘기를 잘했네. 그럼 세부적으로 들어가서 그가 25센트 대신 얼마나 많은 것을 얻었는지 보세.

 

그 다음 이야기는 길게 이어지지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양심적 가책을 벗어난 즐거움. 노파을 무시하고 갔다면 집에서 잠을 자기가 힘들었을 것이고 또한 남을 도왔다는 즐거움 자체도 얻었다는 것이다. 결국 남자의 행동은 객관적으로 보기엔 노파를 도왔지만 실제로 따지면 자기만족의 효과를 얻은 것이다. 25센트로 얻은 커다란 행복감인 것이다.

 

마크 트웨인은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 중 하나이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 '톰 소여의 모험' 등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제법 알려져 있는 작가인데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주제로 글을 썼다는 것이 흥미롭다. 이 책은 그가 죽기 2년 전쯤에 발표된 작품인데 그의 나이가 70세를 넘긴 시점이었다. 개인적으로 요즘 내가 좀 더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바로 임종을 얼마 남기지 않은 철학가들로서, 삶의 진실한 모습을 바라볼 용기와 또한 오랜 시간의 사유의 결과로 나름의 본질에 도달한 분들이다. 나이를 먹는 다른 것은 단순히 육체적 노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오랜 시간동안 충실하게 자신의 삶을 관조해 왔으며 70살 정도 먹었다면 이제 정말 진실한 삶의 본질을 볼 능력이 되었다고 생각되어 진다.

 

이 책에서 마크 트웨인은 인간을 기계라고 정의한다. 왜냐면 우리의 모든 행위는 바로 외부의 교육에 의해 자극되어 운영되기 때문인데 실제로 이로 인해 우리 스스로에게 창조란 개념은 아예 없다는 것이다. 우린 그져 조금 고급화 된 기계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행동을 결심할때에 벌어지는 과정을 보기로 하자.

 

우리가 최종 결정을 할 땐 이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거의 모든 요소를 고려하게 된다. 날씨가 좋아서 나드리를 가겠다고 결심을 한다면 타고 갈 차가 있는지 또 날씨가 좋은지 같이 갈 사람이 있는지 그리고 실제로 시간이 있는지 등등이 우선 고려 상황이 될 것이다. 세부적으로 더 보면 비용은 충분한지 회사의 일은 주말에 나갈 필요가 없는지 가족 모임은 없는지 몸이 아프지 않은지 등등 수 많은 것들이 있다.  여기에서 어디로 갈건지는 개인의 선호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데 산, 계곡, 놀이공원 등등 선택의 폭은 넓다.

 

아무튼 결국 꽃농장에 가기로 결정하고 여자친구와 날씨 좋은 주말에 갔다.

 

여기에서 좀 더 세밀하게 보자. 이 결정을 한 사람은 아마도 자신이 자신의 자유의지에 의해 선택을 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적어도 회사 야유회는 아니니까. 그렇지만 그에게 꽃농장을 가도록 만든 것은 그 남자의 여자친구 선호도 였다. 그리고 주말에 쉰것도 자신의 의지가 아니다. 법적으로 쉬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쉰 것이다. 날씨가 좋은 것은 더더욱 그의 의지가 아니다. 돈의 여유가 있어서 외부에 나갈 수 있었던 것도 가족 모임이 없었던 것도 모두 그의 의지가 아니며 설령 돈이 모자라 은행에 빚을 내어 놀러 갔을 지라도 그건 바로 여행을 가고 싶은 자기만족의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지 실제로 의지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우린 모든 결정사항이 바로 외부 자극에 대한 개개인별 응대라고 봐야 한다. 이 부분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인데 기본적으로 타고난 기질, 아마도 선천적 성격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과 후천적으로 받은 교육 - 여기에서 교육은 학교 교육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접하는 거의 모든 정보를 말한다 - 이 오랜시간 누적되어서 만들어진 의사결정 체계에 따른다고 볼 수 있다.

 

부유한 집에서 자란 사람과 가난한 집에서 자란 사람, 행복한 가정과 불행한 가정, 식구가 많은 집과  적은 집 모두 이런 환경에 속하며 여기에 소극적인 성질, 적극적인 성질 등의 선천적 성격이 합해지는 것이다. 이 경우의 수란 거의 무수히 많고 그래서 사람은 비슷하면서도 아주 다양한 성격을 갖게 되며 또한 이로 인해 외부의 자극에 대해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도둑을 만나면 도망가는 사람, 가만히 서서 떨고 있는 사람, 싸우는 사람, 흥정하는 사람, 설교하는 사람, 도둑의 돈을 뺏는 사람, 가진 것을 모두 내어주는 사람 등등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경우 모든 사람들은 각자가 자유의지에 의해 자신의 행동을 선택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절대 아니다. 모든 사람은 자기만족의 기준에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돈이 너무나 아깝다면 도망가고, 돈이 아깝지 않으며 그 도둑이 불쌍하다고 생각되면 돈을 모두 내어주는 것이다.

 

물론 그 결과가 모두 같지는 않다. 우리 인간사회에서는 타인의 고통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존경하며 그의 이야기를 널리 퍼뜨리려 한다. 왜냐면 그러면 우리 삶이 좀 더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마크 트웨인이 70살의 나이에 느낀 삶에 대한 철학은 지극히 정확하고 옳다. 그리고 그 글에 나오는 젊은이는 노인에게 절대 이런 생각을 담은 책을 출판하지 말라고 한다. 설령 노인의 말이 다 맞더라도 우리가 느끼는 미덕, 불굴의 정신, 신성함, 참됨, 충성심, 고결한 이상, 배려심 과 같은 인간의 높은 도덕적 행위가 모두 자기만족이란 테두리에 묶여서 도매금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물론 진실을 알지 않고 사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그래도 알면 이런 행동을 한 자신에 대한 교만함은 없어지지 않을까?

나는 남에게 기부를 하고 자주 도와줬으니 남들보다 좀 더 착한거야. 그래서 내가 믿는 종교에서 나를 천국에 보낼거야. 이런 믿음 말이다.

 

* 이책은 실제로 2/3만 내용이 있고 나머지는 영어로 원문이 적혀있다. 뭐하는 짓인가? 설령 내가 영독해에 능하더라도 그 이미 해석본을 봤는데 원문을 다시 보라는 말인가? 이 책이 무슨 학교서적인가? '이가서'란 출판사.. 이렇게 하면 안된다. 이렇게 하고서 책값을 만오천원 가까이 받나? 좀 더 얇게 만들고 더 싸게 만들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보도록 해야지 이런 장사속을 보면 책에 대한 가치가 떨어짐을 느낀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건 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려 사람들이 책으로 부터 더 멀어지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왜 모른단 말인가. 도대체 1년 보고 장사하고 사는 건가? 우리나라 처럼 책 안읽은 나라에서 정말.. 다시는 이 출판사 책 안사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