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책

이기적 유전자

아이루다 2012. 9. 23. 08:43

 

꽤 오래전부터 그 명성을 들었던 책이다. 그렇지만 또 그리 읽고 싶지 않은 책이기도 했다. 읽을 생각을 하기엔 제목이 너무 뻔했다. '이기적 유전자' 라니.. 세상에 유전자가 이기적이지 않으면 그 어떤 존재가 이기적일 수 있는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양성 형태의 모든 동식물은 모두 자신의 유전자를 남길때 가장 극렬한 투쟁을 한다. 그 어떤 생명체도 자신의 유저자를 남길 기회를 타자에게 주질 않는 것이다. 여기엔 양보란 없다.

 

이 책은 여친이 사서 그냥 읽게 되었다. 미국에서 초판이 1976년에 나왔다고 하니 정말 꽤 오래된 과학 교양서적을 이제야 읽은 셈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오래된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 책은 많은 부분에서 나의 생각과 많이 일치를 한다. 이 책을 읽기전 생각했던 생명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정의가 책속에서 과학적으로 잘 증명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몇번 깜짝 놀랜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런 내용들은 너무 방대하기에 글로 정리하기가 좀 힘든데 지금부터 책을 옆에 두고 하나씩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솔직히 말하면 잘 할 자신이 없다.

 

1.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이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기계에 불과하다.

 

나 역시 전적으로 동의하는 내용이다. 물론 내가 이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많은 사람들은 사람의 감정에 대한 예를 들고 또한 나 역시 그 부분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인정을 하는 편이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게되면 나 자신은 타인들에게 너무도 계산적으로 또한 그 어떤 내가 느끼는 감정이 거의 모두 무의미 하게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사실 사랑이란 감정은 후대를 남겨야 하는 유전자의 극심한 개체 조절 능력을 전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해지면 강해질 수록 그것을 원하는 유전자의 욕구가 강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성욕, 식욕 등은 인간이 가진 거의 최대한의 욕구인데 이것이 바로 우리를 살게 하고 후대를 만드는 수고를 하게 만든다. 물론 그것을 살짝 행복이란 용어로 포장해서 우리는 생각할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주체는 나인가 유전자인가? 우리는 평생을 뇌에서 주는 행복 호르몬을 받으려고 살아간다. 모든 판단 기준은 내가 행복한지를 여부를 두고 판단하는데 실제로 행복이란 느낌이 무엇인가를 생각도 하질 않는다. 우리를 행복하게 느끼게 해주는 것은 오직 뇌에서 지시하여 분비되는 호르몬의 역할일 뿐인데도 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의 의식이란 거의 무시되어 버린다. 무의식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나를 조절하고 있는 셈이다.

 

2. 유전자의 이기성은 이기적인 개체의 행동의 원인이 된다.

 

이것 역시 당연하다. 앞서 말했듯 후대를 남기려는 유전자의 속성은 개체를 죽음으로 몰고갈 만큼 강렬한 전투를 벌이게 한다. 짝짓기 기간이나 부족한 먹이를 먹을 때 우린 격렬하게 싸운다. 현대 사회에서는 규칙과 풍족함이 있기에 인간이 좀 더 여유로와 보이지만 10명이서 빵 한개를 가지고 무인도에 10일만 있게 해도 칼부림이 날 수 있다. 물론 돌아올 희망이 있다면 버티겠지만 그 희망이 없다면 그리고 탁월한 지도자가 없다면 우린 편을 가르고 서로를 죽이려 할지도 모른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체는 한정된 이타주의를 보여준다.

 

인간이 그리고 동물이 이타적인 순간이 있다. 타인에게 친절과 동정을 베풀고 이득을 바라지 않고 도움을 주기도 한다. 왜 극도의 이기적인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 인간과 동물이 그런 행동을 할까? 저자는 이것을 한정된 이타주의를 육성함으로서 자기의 이기적 목표를 잘 수행하는 특별한 경우들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책의 후반에 많은 행동 실험으로 증명한다. 하지만 또한 인간만이 가진 '밈' 이란 의미로 사회로부터 교육받은 효과를 설명하기도 한다. 즉, 우린 교육기관과 가정교육을 통해 관대함과 같은 이타주의를 실현하면 좋다는 것을 학습받는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것이 나중에 사회에 나섰을 때 자신의 출세에 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관대하고 친절한 사람을 좋아하여 어떤 일을 하게 될 때 타인의 도움을 받기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4. 암수 양성 교류를 통한 DNA 복제

 

여기에서 유전학적 단어인 대립형질이란 용어가 나온다. 예전에 듣긴 했지만 크게 그 의미를 두지 않고 넘어갔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대립형질이 주는 의미를 생각하니 참 놀랍도록 대단한 자연의 방식이 아닌가 싶다. 우리 인간은 총 46개의 유전자로 구성되는데 생식세포인 정자와 난자만 유일하게 23개가 된다. 그렇다면 생식 세포를 만들기 위해서는 46개의 유전자를 반으로 줄여야 하는데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줄이냐는 것이 문제가 된다. 그것은 마치 반 대항 축구경기에 어떤 아이들을 내보내야 우승을 할 수 있을지 결정하는 것과 유사한 문제이다. 생명체는 가장 질 좋은 유전자를 선택해서 내보내야 나중에 후대가 더 발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전자는 그런 '의도' 가 없다. 그냥 무작위로 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물론 우성인자와 열성인자로 구분되기도 하지만 유전자가 전해지는 과정을 보면 끊임없이 섞인다라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이 섞임은 또한 끊임없는 변종을 만들어내어 우리가 자연의 변화에 또한 환경의 변환에 조금이라도 더 적응을 잘할 수 있는 존재를 만들어내는데 있다. 이것이 바로 진화라고 부르는 것이다. 따라서 진화는 반드시 발전적인 것이 아니다.

 

외부의 추위에 맞서 두꺼운 털을 가진 형태로 진화된 동물이 어느날 지구 온난화가 급격히 진화되어 그 두꺼운 털이 부담만 되고 또한 체온만 높혀서 이 존재를 죽이는 역할을 할수 있다. 더운 날씨에서 추운 날씨로 변할 때는 두꺼운 털을 가진 존재가 진화를 이루어 낸 것이지만 반대의 경우엔 털이 없는 존재가 진화를 이루어 낸 것이다.

 

따라서 진화란 것은 외부에 얼마나 적응을 잘하는 존재를 만들어 내느냐의 문제이며 유전자는 외부 환경을 판단할 수 있는 생각을 가진 존재가 아니기에 당연히 무작위로 섞어댄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잘 적응하면 그런 개체가 순식간에 퍼져서 어떤 이름으로 불린 동물 모습 자체가 변화되어 버린다. 이것이 바로 진화이다.

 

자연은 의도를 가지고 진화해온것이 아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가 탄생된 것이다. 각자는 각자가 사는 영역에 가장 적합하게 살아가도록 진화되어 왔다. 그리고 거기엔 먹을 것, 번식, 양육, 안전 등등에 대한 많은 것들이 영향을 미친다.

 

인간은 가문이란 이름으로 스스로의 핏줄에 대한 의미를 갖는데 우린 실제로 1세대가 내려갈수록 50%씩 DNA 유사점이 사라져서 결국 5대만 내려가도 50-> 25 -> 12.5-> 6.25-> 3.125 %의 유사성만 갖게 된다. 남자의 기준으로 보자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을 때마다 자신의 유전자는 오직 23개만 전달 해줄 수 있기 때문이고 이것이 무작위로 선택된다는 가정일 때 자신이 가진 46개의 유전자 중 우연히 선택된 23개가 최악의 경우 모두 어머니로 부터 받아온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평균적인 확률로 보면 5대가 지나면 나와 그 존재간의 관계는 평균 3.125%의 유전자 동일성을 갖는다. 그리고 이 경우 그냥 길가에 지나가는 사람과 비슷한 유사성이다. 즉 나의 5세대 후의 후손은 지금 내가 길에서 보는 나와 아무런 관계없는 존재들과 유전자적 관계성이 동일하다. (이걸 벗어나고 싶다면 형제와 결혼을 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적어도 내 세대로 부터 출발한 유전자는 100% 보존이 된다. 단지 이럴 경우 오래된 통계에 의하면 비정상적인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다)

 

5. 유전자의 선택

 

나비 종류중엔 나비를 주로 먹이로 하는 포식자의 입맛에 구역질을 일으키는 맛을 내는 종류가 있어서 포식자들로부터 조금 더 안전한 종류가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떤 나비들은 자신이 실제로는 그 나비종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겉모습을 그 나비와 비슷하게 흉내내어 포식자를 숨기는 종류가 있다. 이것을 보면 유전자가 매우 목적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의태를 한 나비종이 만약 100개의 모습을 각각 만들어냈는데 우연히 한 모양이 구역질을 일으키는 맛을 내는 나비와 유사하게 나와서 그 종이 생존할 가능성이 다른 종류보다 50%더 높아졌다고 치자. 그렇다면 결국 그 종에서 어떤 모습을 가진 후손이 그 종을 대표하게 되겠는가? 당연히 구역질 나비와 비슷한 외모를 가진 종이다. 결국 유전자는 의도하지 않은 생존본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외모를 가지게 해준 유전자는 일종의 그룹핑 개념이 되어 같이 이동해 다닌다. 이런 현상은 유전자계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책에서는 이것에 대한 예로서 '조정선수' 무작위 뽑기에 대한 예를 든다. 즉, 선수의 실제 실력에 기초한 선발이 아닌 무작위로 뽑아서 경기를 시키게 되면 결국 한팀이 우승하게 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진 모든 선수들보다 이 선수들이 우월한 실력을 가졌다고 말할 순 없는 것이다. 출중한 실력을 가졌으나 팀원을 잘못 만나 초반에 탈락한 불운한 선수들을 하나 하나의 유전자로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결국 살아남아 후대로 전달되는 유전자는 우연히 선발되었지만 운좋게 우승한 팀에 소속된 유전자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후로 가능하면 함께 언제나 같이 경기를 하려고 할 것이다.

 

6. 개체는 세포의 군체

 

이 내용은 내가 오래전부터 생각만 해왔던 어떤 가설과 매우 일치하는 의견을 보여준다. 나는 예전에 내몸을 이루는 세포들과 바이러스나 대장균같이 단일세포로 살아가는 생명체의 세포가 무엇이 다를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내 몸을 이루는 세포들은 일종의 협약을 맺은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것은 마치 개미들이 군체를 이루어 일개미, 여왕개미, 진딧물 키우는 개미, 진딧물이 분비하는 꿀을 저장하는 개미, 병정개미, 여왕의 시중을 드는 개미 등으로 철저히 분업화 되어 돌아가는 시스템과 비슷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내몸은 뇌, 팔,다리, 내장, 피, 혈관 등으로 아주 세세하게 구분이 되며 각 세포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에 철저히 단 한점의 불만도 없이 평생을 일하는데 그래서 결국 거대한 세포수를 가진 우리 존재가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 폐를 산소를 공급하고 혈관은 산소를 이동시켜주는 경로를 만들어주며 공급된 산소는 온몸에 에너지를 생산하게 하여 우리를 움직이게도 하고 우리를 썩지 않게도 해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잘 분배된 분업화 세포노동 현장이 아닐까?

 

내가 조금 간과한 점은 나는 단순한 세포들의 협동으로 이해한 반면 실제로 내몸을 이루는 세포는 온전히 최초의 단세포 배아(정자+난자)의 엄청난 분열에 의해 만들어진 100% 동일한 세포들이란 점이다. 즉 부모-자식 정도수준의 연계가 아닌 나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다. 나를 무수하게 복제하여 나 자신의 운명이 다른 나의 형제들의 운명과 100%일치하게 될때 우린 철저하게 조직 순응적으로 될수도 있는 것이다. 개미 같은 경우라면 모두 같은 여왕거미로 부터 태어났으며 그렇게 조직을 위해 이타적으로 살아가는 개미들도 우리의 조직에 존재하는 세포들도 외부에서 다른 종류의 개미가 보이거나 아니면 다른 종류의 세포가 침입(바이러스 등등)하게 되면 박멸을 해버리는 반응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확실하게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결국 우리 인간은 세포들이 연합하여 100% 상호 신뢰도를 가진 거대 세포군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책 저자도 그 부분에 대해 진화론적 관점에서 언급해놓았다. 그리고 이런말을 덧붙였다.

 

"아무리 유전자의 군체라도 행동 양상을 보면 몸은 이미 부정할 수 없이 그 자체의 개체성을 획득하고 있다. 하나의 동물은 잘 조정된 한 덩이로서, 즉 하나의 단위로서 행동한다. 인간은 주관적으로 자기 스스로를 하나의 군체가 아닌 하나의 단위라고 느끼고 있다. 이것은 당연한 것이다. 선택은 다른 유전자와 협조하는 유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적은 자원을 걸고 치열한 싸움을 하거나 다른 생존 기계를 잡아먹기 위해 또는 먹히지 않기 위해 매정한 싸움에서 공동체와도 같은 몸의 내부는 통제가 없는 것보다 중추에 의해 통합되어 있는 쪽이 더 유리했을 것이다"

 

이 말은 내가 말한 부분과 함께 왜 모두 거대 세포군임도 불구하고 단일 신경체계의 명령을 받아 움직이고 되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 개체들이 아닌 하나의 단위로 느끼는 것인지를 잘 설명해준다.

 

* 책의 내용이 너무 방대하여 오늘은 여기까지만 정리한다. 가능하면 빠르게 나머지 부분도 정리할 수 있길 바란다.

 

* 이 책의 저자 '리처드 도킨슨' 은 나중에 '만들어진 신' 이란 책을 발간하여 종교를 믿는 사람들과 꽤 많은 충돌을 겪은 것으로 안다. 이 분은 꽤 유명하신 분이며 이 책 또한 매우 많은 사람들이 읽은 월드 베스트셀러이다. 어쩌면 현재 내가 생명체를 바라보는 시선에 있어서 가장 근접한 시야로 그것도 매우 과학적으로 분석을 해주는 분이 아닌가 싶다. 나 역시 절대적인 진리에 대한 경계를 늘 하고 있기에 모든것을 다 믿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가능성을 가지고 이 분의 저작물들을 보기로 했다. 또 언젠가 이 분이 쓴 책을 소개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영화와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간이동, 불가능한 도약  (0) 2012.11.04
DNA 딜레마  (0) 2012.10.27
초파리의 기억  (0) 2012.08.12
생명이란 무엇인가  (0) 2012.08.10
데미안  (0) 2012.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