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탈출 프로젝트

지난주말 친구들 모임

아이루다 2012. 9. 10. 10:00

시골에 집을 짓는다고 하니 이제 모두 40대 초반에 접어든 친구들이 관심이 많다. 그중 하나는 꾸준히 언제쯤 방문 가능한지 물어왔기에 이번 주말이 그나마 괜찮을 듯  싶어서 초대를 했다. 딱히 모임 전체로 연락하기도 그래서 그 친구에게 알아서 올 사람들 데리고 오라고 했다. 그냥 모임도 아니고 하루를 자야하기 때문에 몇명 안올 듯 싶었는데 4명이나 와서 나름 반가웠다.

 

대학교 졸업 후 나는 '동물농장' 이란 대학 친구 모임을 만들어서 꾸준히 교류를 했었다. 적어도 10년 이상은 지속되어진 모임이었는데 내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한 6~7년 전부터 거의 모임을 하고 있지 않다. 워낙 내가 주도적으로 했던 모임이라서 그런지 내가 신경쓰지 않으니 공식적인 모임이 잘 이뤄지지 않는 모양이다. 거기에 다들 결혼과 양육의 문제가 겹쳐지니 더욱 그런듯 하다.

 

사람의 인연이란 것이 참 묘한게 또 그렇게 몇년을 잘 안보고 사니 그닥 보고 싶다는 생각도 안든다. 어쩌면 모임 자체가 좀 귀찮다고 할까?

 

솔직히 이번 모임도 그닥 많이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손님이 오면 내가 부산하다. 그래서 주말 하루만 느끼는 평화로움을 깨게 된다. 물론 그 평화로움이 온전히 내껏은 안됐지만 서서히 친해지고 있는 상황이기에 좀 더 그렇긴 하다.

 

그래도 사람들이 좋은걸까? 아무튼 저녁 10시가 넘어서 도착한 일행과 삽겹살을 구워먹으면서 술한잔 했다. 뭐 나야 워낙 술을 못하니 그냥 간단히 목만 축이는 수준이었고 애들은 소맥까지 만들어서 먹었다.

 

대화는 참 다양했다. 사는 얘기, 정치 얘기, 연예, 스포츠, 직장..

 

두어시간 먹은 후 집에 들어와 커피를 내려서 먹여주고는 그냥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눴다. 너무 늦어지는 감이 있었는데 대화에 굶주린 것인이 애들이 잘 생각을 안한다. 그리고 내 개똥철학을 들어준다. 나는 간만에 신나게 떠들어댔다.

 

40대.. 아이 둘.. 나름 안정적인 직장이지만 또 불안한 직장.. 그곳에 나오면 갈 곳을 찾기란 너무 힘든.

 

그 중 대기업에 다니는 둘은 요즘 '멈춰서면 보이는 것들' 이라는 혜민스님이 쓴 책을 읽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멈춰서면 뭐가 보이디?"

 

애들은 대답이 딱히 없다. 우린 실제로 멈춰서도 볼 수 있는 훈련이 안되어 있다. 얼마전 성내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천 주위로 설치된 아담한 벤치에 앉은 사람들이 결국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던 모습이 떠올랐다.

 

"내가 보기엔 사람들이 멈춰서면 스마트폰을 보는듯 하더라"

 

나는 이렇게 말하고 웃었다. 그러자 한명이

 

"스마트폰을 보는건 멈춰서는 것은 아니지" 라고 말했다.

 

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한 명은 혜민스님의 책을 말뿐인 책같다고 한다. 역시 법정스님보다는 한단계 아래라고 한다. 나도 동의 해줬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법정스님이 더 낫다고 한건 아니고 그냥 말뿐인 것 같다는 말에 동의해준 것이다. 누구나 말뿐이다.

 

생각하고 믿는데로 행동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목표이다. 세상은 나혼자의 생각으로 뭔가 목표를 향해 갈 수 없다. 스스로 뭔가 이룰만한 큰 일을 한다면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협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견교환을 통한 조정이 이루어진다.

 

그러니 어떤 생각이나 말을 할때 그것이 행동으로 이어지기란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이번 모임에 깜빡한 것은 책을 들고 오라는 말을 한 것이다. 그래도 한 녀석이 즉석해서 책을 한권 기증한다. 그것도 자필 싸인을 한다. 나는 웃었다.

 

이번 방문길에 한 생각 중에 하나가 집을 누구나 와서 행복한 곳을 만들기 보다는 누군가 힘들때 와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이 가끔 있을 듯 하다. 와서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는 것만이 모든 것의 해결책은 아닌 것 같고 내가 그리고 집을 방문하는 누군가가 여기에 와서 잠시라도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한해에 한명의 방문객 뿐이라도 상관없을 듯 하다. 그러면 나는 그 사람에게 더 소중하게 대해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가끔 생각해보면 산다는 것은 참으로 단순하고 명백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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