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탈출 프로젝트

말벌집 퇴치

아이루다 2012. 7. 31. 09:46

 

요즘 더위가 일찍 와서 그런지 말벌집이 유난히 문제가 되고 있나보다. 영월집만 그런줄 알았는데 전국적으로 그렇다니.. 이상기온이 여러가지 변화를 만들어 내나 싶다.

 

처음에 말벌집을 봤을땐 막막한 느낌이었는데 어러번 해보니 별 느낌도 안들고 좀 많이 귀찮다는 생각마져도 든다. 처음엔 두려움이 엄습했는데 말이다 ㅎㅎ

 

말벌집 퇴치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스스로 하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소방소에 연락해서 부탁하는 방법이다. 물론 도심에서는 소방소에 부탁하는 것이 더 좋은 해결책이기도 하겠지만 그분들도 힘들고 영월같은 경우는 시골이라서 부르기도 민망하다.

 

아무튼 스스로 말벌집을 제거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들을 생각해보자.

 

1. 보호복 : 지마켓이나 옥션등에 가보면 말벌로 검색하면 보호구를 판다. 가격은 대략 3만원 내외였던것 같은데 그물로 되어있고 머리까지 뒤집어 쓸수 있게 되어 있어서 생긴건 좀 허접하지만 쓸만한 옷이 있다.

 

2. 장갑, 장화 : 장갑은 겨울에 쓰는 보온용이나 고무장갑등이 좋겠고 장화는 있으면 쓰고 없으면 최대한 두꺼운 양말에 긴바지를 이용하자.

 

3. 살충제 : 나는 살충제는 레이드(바퀴벌레 잡는 용) 만 썼는데 효과가 아주 좋았다. 불로 태우니 어쩌니 하는것 하지 말자. 괜히 그러다 불난다. 살충제는 얇은 관이 붙어 있는 제품으로 산다. 이것이 나중에 편하다.

 

4. 포획물 : 문방구에서 1500원 짜리 잠자리채를 샀다.

 

내가 말벌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인터넷을 찾아 따라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시간 : 해진 후 어둠이 내린 시점. 처음엔 그렇게 했으나 어두움은 사람에게 또 두려움을 주기 때문에 그냥 제거만 한다면 낮에 해도 괜찮을 듯 하다. 단지 낮에는 벌들이 외부에서 활동을 하기 때문에 박멸하기가 힘들고 낮에 해보니 벌집에 몇마리 없다;; 하지만 밤에 해도 나중에 보니 살아난 놈들이 있어서 또 집을 짓는다.

 

2. 복장 : 덥지만 긴바지, 긴팔을 입고 양말을 신는다. 그리고 위에 보호복을 입고 장갑과 장화를 신는다. 장화가 없다면 보호복으로 최대한 잘 감싸고 양말에 바지를 넣어서 맨살이 들어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한다. 나의 경우엔 마스크도 하나 사서 했다.

 

3. 방법 : 일단 말벌집이 어떤 형태로 만들어졌는지 봐야 한다. ㄱ자로 꺽인 모서리에 만들었다면 잠자리채로 감싸기가 힘들다. 평평한 곳에 만들었다면 작업은 아주 쉽다.

 

(1) 복장을 갖추고 한손엔 잠자리 채, 다른 한손엔 살충제를 들고 간다.

(2) 잠자리채로 최대한 집을 감싼다.

(3) 이때 말벌들이 놀라서 몇마리 튀어나오지만 보통 잠자리채에 갖힌다.

(4) 재빨리 살충제로 튀어나오는 놈들에게 뿌려서 죽인다. 한 2초만 뿌려도 다들 헤롱거리다가 죽는다.

(5) 완성된 말벌집이라면 사진처럼 구멍이 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살충제의 길게 튀어나온 관을 삽입하고 수차레 뿌려준다. 처음엔 앵앵버리는 소리가 나지만 시간이 갈 수록 잠잠해지고 결국 모두 죽고 만다.

(6) 얇고 평편한 도구를 이용해서 말벌 부착부위를 툭툭 쳐주면 생각보다 단단하지 못한 벌집은 쉽게 부수어져 떨어진다. 이때 잘 받혀서 쓰레기통에 버리든지 시골이라면 그냥 근처 땅에 버리면 된다.

 

제거는 그다지 어렵지 않으나 이놈의 말벌들이 끊임없이 집을 지어대기 때문에 내 생각엔 여름내내 제거 작업을 해야할 것이 걱정이다. 아무튼.. 말벌집을 약재로 쓰거나 혹은 술을 담가 먹기도 한다는데 나중에 좀 더 요령이 생기면 살충제를 쓰지 않고 잡을 방법도 고민해봐야겠다.

 

 

 1. 영월집에 가장 제대로 잘 지어진 말벌집. 완성형으로 보면 된다. 이 경우 ㄱ자로 꺽인 부분에 지었기 때문에 잠자리채로 대충 감싸기만 했었다. 벌집 중앙에 검은색 점같은 부분이 벌집 입구인데 자기들 왔다갔다 할 공간만을 딱 만들어 둔 듯 하다. 여기에 살충제 관을 삽입하고 분사하면;; 벌들은 도망갈데가 없다.

 

 

2. 이 잔해는 짓는 초반에 발견해서 제거한 파편인데 말벌시체와 육각형태의 구조가 보인다. 말벌은 보니 여기에 꿀을 저장하는 것이 아니고 알을 낳아 두었다.

 

말벌이 우리 인간에게 두려움와 실제 피해를 주기에 없애는 것은 당연한 절차이겠지만 그들도 자연의 일부이며 우리도 자연의 일부이다. 제거하는 것에 어쩔 수 없음을 인정을 하면서도 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도록 하자. 실제로 그들은 그들 본능에 따르고 있을 뿐이며 우리가 그들이 좋아하는 집터를 제공해준 결과이다. 영월집 같은 경우엔 내가 거기에 집을 짓지 않았다면 말벌도 집을 지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