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들

가을이 온다. 그리고..

아이루다 2012. 9. 3. 10:03

 

요즘 나에게 작지만 어려운 숙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무관심이다. 혹은 관대함으로 표현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이 실천하기가 참 힘들다.

 

세상엔 최소 60억명의 사람들이 있고 우리나라엔 5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산다. 거기에 내가 사는 서울은 천만명이 주거하고 있는 대단히 밀집된 생활환경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단순 출근하는 한시간만 해도 내가 인지하는 얼굴이 최소 10명. 스쳐가는 사람까지 따지면 수백명에 이를 것이다. 이러다보니 끊임없는 작은 충돌이 벌어진다. 자건거를 탈때는 반대방향으로 걸어오는 사람들.. 길을 막는 차량.. 지하철을 탈때도 조심하지 않으면 부딪히거나 심하면 싸움도 날 수 있는 상황이 매일 벌어진다. 거기에서 우린 보통 조심을 하면서 누군가와의 갈등을 최소화 하려고 한다.

 

버릇인지 몰라도 사람의 외모를 보면 대충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 생각해본다. 물론 전혀 맞을 가능성이 높지 않아도 그냥 그렇게 한다. 그런데 요즘은 이것을 하지 않을려고 노력한다. 그러니까 나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무관심해지려고 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나처럼 노력하지 않아도 무관심하다. 왜냐하면 남들에게 관심을 갖는것 조차 해본적이 거의 없어서 자신의 이득과 관련없는 부분에서는 정말 놀라울정도로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못한다. 또하나 나와 트러블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관대해지려고 한다. 그러니까 나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하거나 혹은 무의식적으로 그런 상황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해해주려고 하는 것이다. 어떤 차가 반대 차선으로 나에게 돌진해오면 내가 그 차를 피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경적을 울리고 욕을 할수도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한다. 그 사람은 또 다른 어떤 곳에 가서도 그렇게 할것이다. 그런것들은 변하지 않는다.

 

오랜시간 대한민국 정치,사회,경제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인간의 탐욕에 대해 분노하고 또 사회의 공공성 부재에 한숨을 쉬고 힘들어도 했지만 결론은 사람은 원래 그런 동물이란 것이다. 자신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일들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관심하다. 실제로 관심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조차 그 관심의 원초적인 부분이 왜 그런지조차 잘 이해하지 못한다.

 

지금은 이런 것을에 무관심해지고 또 그런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관대해지려고 한다. 어차피 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으며 또한 내가 그들을 비난할 근거도 역시 명백한 진실이란 없기 때문이다. 세상엔 절대란 없다. 모든것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또 시간에 따라 상황에 따라 바뀐다.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 지금은 그것이 영월집 뿐이다. 그런데 앞으로 시간이 더 흐르면 나만의 공간은 내가 머무는 그 어디에서든 확보되리라 믿는다.

 

세상에 분노하지 말고 또 세상에 기대하지 말자. 그리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자.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 그나마 선한 이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친절을 베풀고 그들과 작지만 따뜻한 교류를 통해 나를 치유하고 그렇게 살아가자.

 

이젠 내 나이가 세상을 좀 더 부드럽게 볼 시기가 된 모양이다. 이렇게 노력하다보면 어느새 내 얼굴에도 부드러운 미소가 담기지 않을까?

 

 

'소소한 이야기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커피 먹는 남자  (0) 2012.11.05
비둘기 모이 주는 할머니  (0) 2012.10.19
태풍이 오고 또 오고 나는 어디에 있지?  (0) 2012.08.30
가을바람  (0) 2012.08.23
요즘 사는 모습  (0) 2012.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