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들

태풍이 오고 또 오고 나는 어디에 있지?

아이루다 2012. 8. 30. 10:48

 

며칠전부터 초대형 태풍이라던 볼라벤이 한반도의 서해를 따라 올라갔다. 워낙 빠른속도로 지나가서 단 하루만에 통과를 해버렸지만 그 강한 바람이 꽤 피해를 입혔나보다. 그나마 다행인건 비는 많이 안 온 모양이다. 나는 태풍이 지나가던 화요일날 태풍을 느끼고자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했지만 생각보다 바람이 쎄지 않아서 별다른 느낌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다만 영월집이 짓고나서 처음보내는 이런 자연 현상들에 잘 견뎌낼 수 있는지 걱정은 많이 되었다. 그래서 화요일 가볼생각도 했지만 생각보다 그쪽지역은 그리 많은 피해를 입을 것 같지 않아서 이번 주말 그러니까 내일 가기로 했다.

 

오늘은 두번째 태풍 덴빈이 지나가려 한다. 이 태풍은 원래 볼라벤보다 더 먼저 발생한 태풍인데도 급이 달라 밀려서 중국쪽까지 갔다가 뒤늦게 올라오고 있다. 그런데 진로를 보니 우리나라 땅을 완전 관통한다. 아마도 볼라벤보다 더 많은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건 이 태풍은 중심부 최대 풍속이 30m/s 라고 한다. 예보를 보니 오늘 영월 남면쪽 바람이 최대 17m정도 되었다. 그 정도면 집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침에 오다가 우연히 카카오 스토리를 봤다. 많은 사람들이 연결된 것도 아니고 또 내 자신도 단 하나의 사진만 올려놨었는에 오늘 보니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들이 사진을 꽤 올려놨다. 그리고 갑자기 나는 내가 왜 다른 사람들의 사생활을 보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바로 탈퇴와 함께 삭제를 했다. 그리고 사무실에 와서 오래된 트위터도 탈퇴를 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타인들의 삶을 바라보는건 어떨땐 기분이 좋기도 또 어떨땐 무관심하기도 또 어떨땐 상대적으로 비교가 되면서 질투심에 기분이 나빠지기도 한다. 물론 사람의 성격따라 이것에 대한 각각의 빈도는 많이 다르겠지만 내가 그냥 평균으로 봤을때 굳이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것이 그리 행복에 도움이 되는것 같지 않다. 사람들은 모두 다들 자신이 가장 행복한 순간을 사진에 담아 올린다. 마치 그 사진의 모습의 자신의 모든 삶의 모습인냥.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은 부러워해주고 축하해주면서 서로 공감을 한다. 모르겠다. 이것도 일종의 행복을 얻는 방법일 것이다. 그런데 난 영 이것이 싫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의도하지 않게 전달되는 정보를 보는 것. 이것이 과연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해주는가? 물론 페북이나 트위터를 통한 교류를 많이 하는 사람에게 왜 그렇게 하느냐고 말리고싶은 생각은 없다. 말리고 싶다면 좀 심하게 집착하는 사람 정도?

 

뭐 이 블로그도 그런 의미에서 크게 다르진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냥 이 블로그는 나의 온라인 노트로 활용하고 있다. 언제가 나를 찾아올 나와 온전한 공감대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을 위해서. 하지만 희망은 없다. 세상에서 나와 같은 생각과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그래서 결국 이 블로그는 나 혼자 떠들어대는 그런 곳이다.

 

가끔 듣는 노래 중 '비상' 이란 노래가 있다. 원래 임재범이 불렀는데 나는 이것을 김동욱이 부르는 버전으로 처음 들었다. 처음 들었을 땐 영 별로였는데 나중에 가사를 음미하면서 들어보니 노래가 참 좋다.

 

가사를 적어본다.

 

****

누구나 한번쯤은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 순간이 있지
그렇지만 나는 제자리로 오지 못했어
되돌아 나오는 길을 모르니 너무 많은 생각과 너무 많은 걱정에 온통 내자신을 가둬두었지
이젠 이런 내 모습 나조차 불안해 보여 어디부터 시작할지 몰라서

나도 세상에 나가고 싶어 당당히 내꿈들을 보여줘야해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보이며 날고싶어


감당할 수 없어서 버려둔 그 모든건 나를 기다리지 않고 떠났지
그렇게 많은걸 잃었지만 후회는 없어 그래서 더 멀리 갈수 있다면 상처받는 것보단 혼자를 택한거지
고독이 꼭 나쁜 것은 아니야 외로움은 나에게 누구도 말하지 않을 소중한걸 깨닫게 했으니까

이젠 세상에 나갈수 있어 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줄거야
그토록 오랫동안 움추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 다시 새롭게 시작할 거야
더 이상 아무것도 피하지 않아 이 세상 견뎌낼 그 힘이 되줄꺼야 힘겨웠던 방황은
****

 

그런데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본 경험을 할까. 만약 빠졌다고 해도 정말 금방 제자리로 돌아오고 말 것이다. 가사 중 후반부에 당당히 세상에 나가는 부분은 마음에 안들긴 하다. 굳이나 세상에 꼭 나가서 "나 살아있소" 라고 소리쳐야 하는건가 ㅎㅎ

 

세상에 대해 포기를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마음이 비워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떨어내지 못한 나의 감정 찌꺼기나 혹은 나에 대한 막연한 기대치가 있다. 너무 오래동안 달고 있고 또 워낙 원론적인 문제들이라서 그것들을 비워내고 버리기가 힘들다. 아마도 20년 이상을 더 보내야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요즘은 세상이 나를 흔들어도 꽤 빠르게 내 자리로 돌아오는 탄성은 생긴듯 하다. 그건 참 좋다.

 

이번주엔 영월에 갈 생각이다. 모닥불을 피우려고 나무도 샀다. 밤에 피워놓은 불을 바라보며 영월의 밤을 보내야겠다.

 

이번 태풍에 아무일 없이 집이 나를 기다려줬으면 정말 좋겠다. 나의 유일한 부끄럽지 않는 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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