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회

군대 이야기

아이루다 2012. 8. 27. 10:15

여자들이 남자에게 듣기 싫어하는 말 중 세 번째가 축구 이야기, 두 번째가 군대 이야기, 첫 번째가 군대에서 축구 한 이야기라는 오래된 농담이 있다. 이 농담에서 우린 군대에 대한 남녀의 뚜렷한 입장 차를 짐작하고 남는다. 남자들에게 군대란 어쩔 수 없이 가긴 했지만 이야기 거리가 있는 대상이고 여자들에게는 평생 한번도 그것에 대해 고민해보거나 생각할 필요가 없는 대상이다. 즉, 군대와 군인은 여자들에게는 아프리카에 있는 어느 이름 모를 부족의 전사와 다를 바 없다.
 
아무튼 대한민국은 징병제 제도를 채택한 나라이다. 즉 법으로 군대를 가야만 하는 나라인 것이다. 물론 이 법은 남자에게만 적용되며 여자에게는 미 적용이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지금 군대가 24개월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20대 초반 어쩌면 가장 팔팔한 시기에 특별한 재주 없는 남자들은 군대를 간다. 그리고 2년을 보내고 제대를 하고 사회로 돌아온다.
 
나 역시 군대를 갔다 왔다. 나름 최전방이라는 곳에서 근무를 했었는데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다녀와서 그 후 그 유명한 복학생이 되었다.
 
남자에게 군대란 어떤 의미일까? 일단 남자들도 군대를 무척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군인들을 보면 약간 짠한 마음도 있다. 그 싫어하는 곳에 아직도 있는 그들을 보면 불쌍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왜 그럴까?
 
군대의 가장 큰 문제는 단절이다. 인간관계의 단절, 교육이 단절, 연인과의 단절 그 모든 것과 단절된 후 또한 단절된 곳으로 가서 국가방어에 최선을 다한다. 물론 절대 국가방어를 위해 군대를 가지 않는다. 가야 하니까 할 수 없이 간다.
 
2년의 시간은 남자에게 24개월의 단절과 함께 나이를 선물해준다. 그래서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2년 늦게 취직을 한다. 물론 기업에서는 남자의 군대 경력을 인정해주는 경우도 있어서 진급이 조금 더 빠른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큰 선물이 아니다.
 
젊은 시절 2년의 시간 동안 경험할 경험 치와 함께 작아도 모을 수 있는 돈의 차이가 미래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즉 남자는 여자에 비해 2년이 세월을 국방의 의무로 보냄으로써 2년의 경력, 모을 돈의 상실과 2년의 단절을 얻는다. 뭐랄까..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차별이다.
 
물론 군대에 다녀오면 철이 든다든가 혹은 기타 긍정적인 모습을 말하기도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군대는 그냥 시간 죽이기 밖에 안되었다. 내가 배운 건 삽질과 곡괭이 질에 자신감이 생긴 것?
 
그렇다면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남녀차별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을까? 혹자는 여자는 임신과 출산을 하니 마찬가지다 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정말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다. 출산을 나라를 위해 혹은 어쩔 수 없이 하는가?
 
물론 여자들이 출산과 함께 업무의 단절이 오고 이후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리고 이건 반드시 고쳐져야 할 일이다. 그래도 나은 것은 여자는 그럴 경우 출산 자체를 안 할 자유라도 있다. 하지만 군대는 그럴 선택이 없다. 물론 여러 가지 병역 혜택을 노려서 특례나 혹은 면제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정말 소수이거나 혹은 개인적으로 많은 노력과 운이 따라야 한다. 아무튼 여자의 출산 후 퇴사 문제는 다음에 다른 편에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군대를 2년 다녀온 남자에게도 뭔가 사회적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내 주장이다.
 
최근 월드컵에서 메달을 딴 축구대표팀 및 메달 수여자들이 군대를 다 면제받았다. 공식적으로 군대면제를 해주는 경우이다. 왜 국위선양을 하면 면제를 해줄까? 나라를 빛냈으니 군대에 가지 마라 라는 특혜를 준다? 그 말은 꺼꾸로 하면 국방의 의무는 나라를 위해 아무것도 못한 못난이들이 받는 형벌이다. 진정 군대는 그런 존재인가? 맞다. 그런 존재이다. 돈 없고 백 없고 머리 나쁘고 운동도 못하고 혹은 다 해도 운이 안 따르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 군대이다. 이것이 정말 형평성에 맞는 일인가?
 
딴 건 모르겠다. 2년을 어떻게 보내 남은 인생에 어떤 도움을 받을지는 오직 그 자신이 얻을 수 있기에 장단점을 시간으로는 안 따지겠다. 그냥 단순히 돈으로 계산하자. 일단 군대 있는 동안 사회 평균 월급 수준은 줘야 한다. 내가 있는 동안 한 달에 만원 받았다. 이것이 정말 월급이라고 볼 수 있는 돈인가?
 
돈 얘기를 하면 예산 얘기를 한다. 그래서 나는 좀 국민 정서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각종 스포츠 대회 같은 곳에서 입상한 선수들.. 면제시켜주지 말고 그냥 그 사람들이 2년동안 사회에서 벌어들이는 수입 전액을 국가에서 환수하여 월급에 사용해보자. 특히 인기 있는 스포츠 같은 경우라면 꽤 많은 돈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매번 병역비리로 사회면을 장식하는 연예인들.. 그들도 젊은 시절 열심히 벌어야 하고 단절이 두려운 사람들이다. 그들도 2년동안 버는 수입 전액을 국가에서 환수하고 면제를 시켜주자. 이 경우엔 연예인에 대한 판단이 애매하므로 수입을 일정금액 이상으로만 해야 한다. 1년 수입이 10억 이상 되는 젊은 연예인에 한해 전액 환수하면 꽤 돈이 될 것이다.
 
그리고 돈 많은 집 자제들.. 어차피 유학 가서 면제받고 병원과 결탁하고 아버지, 어머니 백으로 산업기능요원 된다. 그냥 나두고 기부 제 면제하자. 10억 내면 면제시켜주자. 뭐 하러 비리 저지르게 만드는가? 그렇게 모든 열외 없이 전체 병역의 의무를 시행하도록 하고 각자 능력껏 돈을 환수시켜 몸 건강히 나라 지키는데 2년 보내는 군인들에게 월급 좀 제대로 주자.
 
물론 이 이야기를 하면 신성한 병역의 의무를 돈으로 어쩌고 저쩌고 한다. 그럼 미국은 모병제로 돈을 줘서 군대 유지하는데 그렇게 세계 최강국인가?
 
계산이 제대로 안 해서 그렇지 우리 나라 젊은이들이 젊은 시절 2년의 단절이 가져오는 정말 많은 피해를 어떻게 그냥 개개인의 몫으로만 놔두는가? 생이별을 하는 연인들, 군대에서 의문사, 젊은 시절 뭔가 하고파도 군대라는 장애물 때문에 선뜻 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의 꿈. 과연 이것들이 모두 개개인이 군대를 간다는 의무 하나로 모두 책임져야 할 부산물들인가 말이다.
 
나라를 지키는 의무를 맡겨놓고 제대로 대우를 하나도 해주지 않는 우리나라. 과연 애국심을 바랄 염치는 있는가? 군 장성만 반으로 줄여도 사병들 월급을 수배는 올려 줄 수 있으리라. 군인 연금만 제대로 뜯어고쳐도 마찬가지다. 장교에게 들어가는 그 많은 돈은 다 어디에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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