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회

자살과 묻지마 살인

아이루다 2012. 8. 26. 08:44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우리나라에 현시점에 가장 문제가 되어야 할 사건이 바로 자살이다. 청소년부터 시작해서 자식과 함께 동반자살하는 부모들 그리고 노후에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스스로 삶을 잘라내는 노인들이 쉼없이 자살을 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인구 10만명당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의 수가 31명으로 5천만명 기준으로 환산하면 31*500 = 15,000 이다. 암사망자가 144명, 뇌혈관, 심장 질환에 이어 네번째 사망원인이 바로 자살이다. 특히 청소년 사망원인 1위가 바로 자살이다.

 

문제는 지난 10년간 자살률 증가폭이 다른 원인들에 비해 최고폭으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10년동안 120% 증가이다. 이 통계치조차 2010년도 기준이기에 2012년도인 올해는 어떠할지 알 수가 없다.

 

자살은 인간이 스스로 그 목숨을 끊는 자발적 살인행위이다. 살인이긴 한데 살인자가 그 자신이기에 법적으로 처벌을 할 수 없다. 즉 살인자가 사망했으므로 공소권이 없는 것이 되어 버린 것이다. (실제로 법적으로 이런지는 잘 모르겠다)

 

자살은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대단한 판단과 행동이다. 생명체가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것은 그리 쉬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알기로 오직 인간만이 자살을 할 수 있다. 우리에게 끊임없는 강요를 해대는 DNA의 명령에 불복종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행복하게 잘먹고 잘사는 사람이 자살했다면 그 의미가 클 수 있으나 보통 자살을 한 사람은 사회적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매우 곤란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 특히 우리나라의 무한대 경쟁은 사람을 많이 지치게 한다. 자신도 모르게 나락으로 떨어져 희망을 잃은 사람은 미래의 인생을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하고 그 삶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자살과 함께 최근 우리 사회를 들썩이게 하는 사건들이 있다. 바로 묻지마 살인범죄이다. 과거의 살인이 원한이나 경제적 이득을 노린 목적형 살인이었다면 이런 종류이 살인은 살인자와 살해된 사람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마구잡이로 사람을 죽이거나 상해를 입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밑바탕엔 당연히 사회에 대한 분노가 숨어있다. 그러고 보면 자살과 이 묻지마 살인은 공통점이 매우 많다.

 

자살은 희망을 잃었지만 분노하기 보다는 좌절과 고통속에 스스로의 삶을 마감하고 묻지마 살인은 희망을 잃어서 분노했기 때문에 나말고도 타인의 목숨까지 뺏어버리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같은 일명 선진국이면서 미국의 천민 자본주의를 그대로 답습하는 나라에서는 이런 강력범죄가 사회현상으로 자리잡은지가 오래다. 특히 미국은 총기가 합법화 되어 있기에 1년에도 몇차례 총기난사사건이 뉴스로 올라온다. 그와 달리 유럽은 상대적으로 이런범죄가 매우 적다. 사회복지가 발달하고 사회 안정망이 어느정도 갖춘 나라들이 많아서 희망을 잃어도 경제적으로 최악의 상황까지 몰리는 사람들은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자살이나 묻지마 살인이나 같은 문제는 모두 개인의 문제인가? 사회는 이 문제에 아무런 책임이 없고 또한 사회 구성원이 우리 개개인도 모두 무죄인가?

 

과거 우린 누군가 자살을 했다면 '정신상태가 썩은놈' 이라고 치부했다. 자살할 용기가 있으면 그것으로 살아보라고 말이다. 물론 틀린말은 아니다. 나도 일해서 먹고 사는 것보다 자살이 더 두렵다. 하지만 정신 상태가 썩었다는 기준점이 문제이다.

 

만약 100명중 정신상태가 썩은 놈은 10명일때 그것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1명은 완전 구제불능이고 나머지 9명은 잘 다독이면 끌고는 갈 수 있다고 쳤을때 1명을 버리느냐 10명을 모두 버리느냐가 바로 사회적 판결이 된다. 우린 현재 10명을 넘어서 20명까지 도려내고 있는 형편이다. 즉 그리 정신상태가 썩지 않고 약간 부족한 사람은 바로 버려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모두 개개인의 문제로 치부해버린다.

 

강력범죄인 묻지마살인은 바로 10을 넘어선 10과 20사의 사람에게서 나온다. 정신상태가 그리 썩지 않았슴에도 불구하고 어떤 재수없는(본인이 생각했을 때 기준) 상황으로 인해 사회적 낙오자가 되어버리는 그들이 절제력을 상실한 분노을 표출할때 바로 그런 폭력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보통 많이 주눅들은 사람들은 실제로 타인의 목숨을 뺏을 용기도 없는 셈이다. 그러니 적어도 타인의 목숨을 뺏을 생각을 하는 사람의 행동력 만큼은 정상인 것이다.

 

물론 사회 곳곳에서 지금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는 아직도 자살이나 묻지마 범죄 그리고 그들에게 당한 피해자를 보면서 모두 그들이 재수가 없거나 운이 나빠서 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점점 더 사회에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현상은 무엇일까? 내 의견으로는 바로 이것이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한다. 즉 사회 시스템이 소리없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어떤 건축물에 과도한 무게를 주면 무너지게 된다. 심하게 흔들어도 균열이 생기고 결국 무너진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무너진다. 사회 시스템도 그렇다. 현재 우리를 억누르고 흔드는 무한 경쟁체제와 심각한 부의 양극화는 우리 사회를 진정으로 심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지금 건물이 무너지기전에 곳곳에 균열이 생기듯 사회 시스템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사회가 무너지면 모두가 손해를 입는다. 그런데 현재도 우린 그 균열을 보면서도 자신이 그 균열 근처에 살지 않으니 상관없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당장 오늘도 나와 같은 먹이를 노리는 경쟁자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할 방법을 찾는다.

 

인간 사회는 워낙 환원력이 뛰어나다. 그 덕분에 현재까지 우리 인간이 무너지지 않고 지구에서 버티고 있다. 그래서 균열이 생겨도 지금은 어느정도 치료가 되고 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아지면 우린 더 많은 비용을 치안에 써야 한다. 더 많은 경찰이 필요하고 우리의 세금이 또 그런데 쓰인다. 실제로 어렵고 힘든 이들을 위해 쓰여야 할 비용들이 치안에 들어가면서 또 더 많은 범죄를 양산할 수 있다. 악순환이 된다.

 

도둑이 하나도 없어서 열쇠가 필요없는 마을에 어느날 도둑이 하나 나타난 것은 그 마을 사람들 모두 열쇠를 사서 달아야 하며 그 도둑을 잡고자 그 일에만 전념하는 공적 인원이 필요하고 또한 그의 생계까지 공동비용으로 책임을 져야한다. 물론 인간이 사는 세상에 범죄가 없을 순 없지만 그 도둑이 최소화되었을때 우리가 공동으로 지출하는 비용이 줄어드게 된다. 그리고 가장 좋은것은 누구도 도둑질 하지 않고 살아도 되는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공동경비에 들어갈 돈을 활용해 도둑질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도록 예비 도둑을 돕는 것이다. 물론 도둑질이 너무 좋아서 행복해서 하는 사람들은 구제하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먹고 살것이 없어서 도둑질을 하는 사람들은 줄어들 것이다.

 

물론 이런 일은 대한민국에서는 불가능하다.  나는 알면서도 혼자 헛소리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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