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철학

내가 생각하는 인간의 두가지 면

아이루다 2012. 8. 13. 10:31

 

인간이란 존재가 머리가 좋은 동물이란 의견에 대해 나는 아주 적극적인 찬성인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언제나 내가 동물이 아니길 바라는 아주 애매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심각한 아이러니이다. 도대체 탈출구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사람에 대해 알고자했고 또 공부했고 또 생각해왔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결국 사람은 동물이다 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나는 내가 동물과 다른 존재가 되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지금 이시간도 그것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보는 세상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물이 맞다. 문제는 그들 스스로 자신이 동물임을 모르고 있다는 슬픈 현실이다. 그래서 자신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면서 매우 스스로는 귀중하게 여긴다. 뭐 자신의 유전자를 보존해서 미래에 남겨야 할 의무를 가진 생명체로서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착각이 너무 심해서 다른 생명체와 더불어 사는 사회에 크나큰 해악이 되기도 한다. 내 유전자 보존이 너무 중요해서 타인의 유전자 보존을 방해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 역시 진정한 자연의 섭리이기도 하니 꼭 잘못 된것만은 아니다. 처음에 말했듯 문제는 자신이 그런 존재가 아니라고 믿는 착각이다.

 

내 생각과 행동이 철저히 자연에 순응적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왜 내가 인간이길 꿈꾸는가?

 

한때는 나 역시 인간이 뭔가 초월적 존재가 될 수 있는 단계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마치 종교를 믿는 이가 영혼을 믿고 사후세계를 믿는 것처럼 근거없고 막연한 생각이었다. 그래도 그런것 조차 없다면 도대체 희망이란 무엇이 있단 말인가?

 

우리가 도대체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 싶어서 물리학 교양서적을 읽고 잘 이해가 안가는 빅뱅이론이니 인플레이션 이론 등을 공부했고 상대성 이론에 대해서도 이해하려 노력했다. 내가 상상하고 착각하는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을 어느정도 이해하면서 내 자신이 가진 오감에 기초한 착각이 우숩기도 했었다. 또한 이와는 다른 목적으로 인가에 대한 이해를 위해 오래된 철학책부터 정말 잘 이해하기 힘든 근대 철학서까지 틈나는 대로 읽고 또 이해하려 했다. 때로는 심리학 책을 읽기도 하고 생물학, 유전학에 관한 책도 읽었다.  책뿐만 아니라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도 구해서 보고 또 보고 했다.

 

아무튼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정말 많은 책과 많은 영상물을 본 것은 아니다. 그저 난 약간 맛을 보았을 뿐이다.

 

그리고 나서 나에게 점점 굳어지고 있는 결론은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난 그저 동물일 뿐이며 내가 생각하고 내가 고민하는 그 모든것들이 내가 지구상에서 진화한 고등동물이란 한계를 단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내가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그 모든 근원엔 나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필요성이 담겨져 있다.

 

물론 우주의 탄생을 상상하고 내가 가진 손가락에 담긴 오래된 진화의 비밀을 탐구해 지적 호기심을 채우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뭐가 달라졌는가? 단지 지적 호기심이 충족되고 남들 앞에서 한마디라도 더 할 상식이 있다고 해서 내가 근본적으로 변화되었는가?

 

이것은 나보다 훨씬 더 깊게 그리고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나 철학자 모두 마찬가지다. 우리가 이해하는 두뇌가 바로 자연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그 한계는 누구나 넘을 수 없는 벽인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이 우리 스스로 정의한 인간이라고 착각하면서 평생을 살아간다. 내가 지나가는 개와 같다는 생각을 잘 못하며 스스로 자유의지를 가지고 선택하면서 세상을 살아간다고 믿는다. 그리고 평생동안 그것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 이렇게 살아가는 인간이 전체의 99.999999% 일것이다.

 

그리고 아주 소수는 자신의 존재가 너무 미미한 것이란 것을 깨닳고 그것을 벗어나려 애쓴다. 하지만 아주 소수일 뿐이다. 그리고 벗어났다고 느꼈다면 그 스스로도 또 다른 착각에 빠진 것이다. 마약을 먹고 기분이 좋아졌다고 해서 정말 그것이 우리가 갈 길은 아니지 않는가? 차라리 그럴 바에는 마약을 먹지 않고 힘든것이 나을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종교는 아주 커다란 규모의 마약장사이기도 하다.

 

아마도 지금 내가 느낀 한계를 죽는 그날까지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내가 아무리 애써도 내가 동물이라고 정의한 보통사람에서 단 한발자국도 벗어날 방법이 없다. 내가 그나마 나를 위로하는 단 한가지는 나는 내가 어떤 존재인지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을 인식한 사람들.. 정말 적다.

 

내가 오늘 우연히 읽은 글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친구에 대한 글에 댓글로 달린 내용이다.

 

로저스가 말하길 정말로 실존적인 삶을 사는 사람의 길로 갈수록 친구 사귀기가 힘들어서 대부분 그런사람들은 혼자있게 된다고 하더군요.
왜냐면 진짜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생각들 말들 행동들을 내가 깨달았을 때 주위를 둘러보니 그런 생각을 갖고있는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더랍니다.
물론 친구가 많으면 좋은점도 있지만 집단으로다닐수록 사람은 뇌의 판단이 흐려지고 아둔해집니다. 아둔한 상태에서 뱉은 말은 메아리가되어 행동으로 이어지고 행동은 습관이 되며 습관은 인생을 바꾸게됩니다.
과연 우리가 삶을 살면서 진정으로 원하는 친구를 사귈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말이다.

 

가끔은 참 우연하게 한단계 도약을 하는 느낌이다. 오늘 아침 비가 온 후 개인 하늘은 참 맑고 시원했다. 그래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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