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인간관계에서 관계의 종류

아이루다 2012. 8. 2. 13:31

 
아주 정형적인 이야기에서 글을 시작해보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우리는 가족을 이루고 무리를 지으며 사회를 구성하고 국가를 만들어내면서 몇 천년 동안 종족의 생존력을 극대화 시켰으며 집단지성의 힘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다.
 
개체에 있어서 집단성은 아주 큰 효과를 발휘한다. 개미나 벌 등이 그렇게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근본엔 바로 공동체의 삶이 존재한다. 그들은 역할을 분담하고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개개의 삶을 결단력 있게 포기한다. 인간도 무리 지어 사는 삶은 동일하지만 곤충과 다르게 우리에게 개개인의 자각이 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다른 포유류 무리에서도 확실하게 나타난다.
 
집단 내에서 인간에게 아주 쉽게 나타나는 모습이 바로 관계 맺기이다. 혼자서 하는 것보다 둘이 하는 것이 혹은 셋이 하는 것이 더 빠르고 잘해낼 수 있다. 관계성에서 1+1은 절대 2가 아니다. 갈등이 생기게 되면 0 이 될 수도 있고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면 100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인간은 누구나 관계 맺기를 즐겨 한다. 관계 맺기는 우리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는데 그 기반엔 추후 1+1이 100이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관계성을 잘 맺었다 싶으면 매우 행복한 기분을 느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보통 만나면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에 만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물론 즐겁고 행복한 것은 맞지만 만나서 행복하게 아니라 만날 수 있는 능력이나 상황이 되기 때문에 행복하다. 
 
내가 지금 집안문제로 인해 무척 곤란하거나 문제가 발생했다면 아무리 친한 친구의 방문이라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만약 그 문제가 돈 문제라면 친한 친구보다 평소엔 보기 싫었던 돈 많은 친척의 연락이 더 행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아무튼 이런 기본적인 관계성을 보건 데 우린 실제로 몇 가지 종류로만 관계를 규정한다. 인간의 인구는 60억을 넘었지만 내가 평생 만나고 기억할 사람의 숫자는 기껏해야 천 단위에 머무른다. 영업사원이 아니면서도 자기의 전화기에 저장된 사람의 이름이 오백 명을 넘어가는 사람이라면 대단히 활동적인 사람이거나 혹은 정치에 꿈을 품은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린 어떻게 관계들을 정의하고 있을까? 내 맘대로 분류를 시작해보자.
 
1. 나와 관계없는 사람: 그 대상은 60억인구의 거의 대부분일 것이다. 물론 요즘은 각종 미디어와 스포츠를 통해 외국에 있는 배우나 운동선수를 쉽게 알긴 하지만 이건 단 방향 관계이므로 그냥 가끔 대화에서 나오는 대상만 될 뿐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도 많이야 수만 명이다.
 
2. 얼굴과 이름을 알지만 거의 관계없는 사람: 학창시절 친구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중에 수명이나 수십 명 수준의 사람과의 관계만 유지할 것이다. 그리고 유지조차 안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유지되고 있는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 말하면 알거나 오래된 앨범을 통해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사람들이 이 대상이다. 그래도 1번에 비하면 비약적인 관계가 될 수 있다. 나중에 동창, 선후배, 동향이란 이유로 만나거나 사업적 파트너가 되기도 한다.
 
3. 내 전화번호부에 기록되어 있지만 거의 연락 안 하는 사람: 한때 친하게 지냈을 법한 사람들이다. 학교나 직장 등을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거나 예전엔 비슷한 레벨의 삶을 살았는데 어떤 이유로 인해 차가 커져서 안보게 되는 사람이나 혹은 사상이나 종교 등의 이유로 인해 안보게 되는 사람 등등 개인적인 만남을 가졌던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어떤 경우엔 보고 싶어도 연락처를 몰라 못 보는 경우도 있다.
 
4. 현재 자주보고 연락하는 사람들: 이 분류는 좀 세 분류가 필요하다.
 
(1) 내가 이용해 먹을 만한 사람들 : 내 이득을 위해 관계를 유지하면 좋은 사람들이다. 물론 가끔 그들의 이득을 위해 내 큰 이득 중 일부를 주는 관리도 해줘야 한다. 걔 중에는 아주 바보같이 끝없이 이득만 추구해도 계속 관계가 유지되는 사람들도 있어서 매우 유용한 관계이다. 만나면 늘 기분이 좋은 사람들이기는 하지만 가끔 쪼이는 기분이 없어서 맹맹한 관계이기도 하다. 역시 관계란 승패가 갈릴 때 더 많은 행복감을 준다.
 
(2) 나를 이용해 먹으려 하기 때문에 경계하는 사람들: 나와 비슷하거나 나보다 조금 더 교묘한 관계성을 유지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방심하다간 언제 빨대에 꽂혀 빨릴지 모른다. 그래서 늘 경계를 하고 살아야 하는 불편함도 있지만 손해도 이득도 명백하지 않기에 어떤 때는 만나면 기분이 좋고 어떤 땐 만나면 기분이 나쁘기도 하다. 늘 승패에 대한 긴장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삶의 할력소도 되며 경쟁자로서 많은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3) 나를 이미 이용해 먹고 있는 사람들: 이건 내가 못 느끼는 사람들이다. 이미 나보다 한 수 위를 보고 있는 사람들로서 매우 다정다감하기도 하고 능력도 있다. 그래서 주변에 많은 인맥이 들끓고 있고 이런 사람과 인맥을 맺어놓으면 도움도 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는 (1)에서 위치가 바뀌어 내가 그들이 주는 작은 이득에 아주 만족해 하는 경우가 된다. 물론 그 작은 이득이란 주는 사람 입장이고 내 입장에서는 큰 이득이기도 한다.
 
(4) 적 : 어떤 이유로 인해 내가 도저히 어떤 이득도 얻어내지 못할 상대이다. 나를 노골적으로 싫어하거나 (내가 잘생겼다는 이유나 걸음이 이상하다는 이유 등으로) 사상적으로 정치적 성향적으로 절대 양립할 수 없는 사람이라서 상대에게 이득을 주느니 개한테 주고 싶은 대상들이 된다. 이땐 관계가 없는 것이 더 좋고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매우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힘들어진다. 처음에도 말했지만 관계성은 이득을 보장해주는데 적은 바로 손해를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5) 아군 : 가족이나 아주 친한 친구들이 이 대상이다. 이들 역시 이득을 근간으로 한다는 것은 다름없으나 실제적인 이득을 주지 않아도 미래의 어느 날 나의 불행 등이 닥쳤을 때 끝까지 내편이 되어 줄 사람들을 말한다. 기존의 관계가 미래의 이득을 기반으로 한다면 이 관계는 미래의 불행을 기반으로 하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우린 불행이 훨씬 힘들고 이겨내기가 힘들기 때문에 이 관계가 그 어떤 관계보다 소중하다. 그래서 우린 가족이 소중하고 친구가 소중하다.
 
 
 
인간관계를 여러 가지로 분류했지만 실제로 1,2,3 은 거의 관계라 말할 수 없다. 4번에서 보면 (2)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실제로 보통 인간관계의 대부분이 된다. (5)번은 기본적으로 누구나 가질 마지막 방패가 되며 (4)은 삶의 커다란 스트레스가 된다. (3)에서 (1)의 입장인 사람은(사람들 관계에서 이득을 잘 챙기는 사람들)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이 경우 빨대에 꽂히는 사람들은 그 스스로의 성격에 따라 매우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혹은 성격에 따라 스스로 행복하게 살아가기도 한다.
 
여기에서 (2)은 우리에게 많은 감정을 선사하다. 이겨서 자신감이 생기고 행복하고 즐겁고 자신이 뛰어나 보이는 등등의 긍정적인 감정도 생기고 져서 질투 나고 시기심이 생기며 불행하고 기분이 나빠지며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을 느끼기도 한다. 물론 이런 감정은 4번에 속한 모든 그룹이 동일한 근간을 갖긴 하지만 (2)번만큼 드라마틱하지는 않다. 그리고 (2)은 보통 자신과 비슷한 환경이나 능력을 가진 사람과의 관계에서 많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곳이 바로 학교,직장 등이다.
 
사람은 자신의 재산의 1/100 인 사람은 무시하고
자신의 재산과 같은 사람은 시기,질투하고
자신의 재산의 100배가 되는 사람을 존경한다는 글을 어디에서 읽은 적이 있다.
 
오늘도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약속을 하고 약속장소로 향하는 수 많은 사람들의 머리엔 의식하지 못하는 많은 계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바로 손익계산이다. 이 손익계산에서 손해를 많이 봤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만나는 횟수는 줄어 언젠가 0이 되며 이득을 많이 봤다고 생각하는 사람과는 점점 더 많이 친해진다. 그러다가 충분히 신뢰가 쌓이면 (5)번으로 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인연을 평생 한두 명 만나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왜나면 우린 늘 상대와의 관계에서 이득을 추구하지 손해를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