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거짓말이 주는 이득

아이루다 2012. 5. 6. 09:31

정확히는 기억이 나질 않는데 사람은 8분마다 거짓말을 한다는 책 제목을 본적이 있다. 실제로 그것이 맞는지는 모르지만(내 경우는 안맞는다)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다.

 

물론 거짓말이 잘못된 행동이란 점은 어려서부터 교육을 받아 다들 알고는 있다. 하지만 세상을 살다보면 어쩔수 없이 거짓말을 해야 할 경우나 거짓말을 해야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경우도 있고 또한 생존을 위한 거짓말도 필요하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일명 '선의의 거짓말' 이란 말은 상대를 배려해서 하는 거짓말을 말한다. 암에 걸린 남편에게 단순한 병이라고 말해주는 아내의 거짓말이나 자식을 지키기 위해 저지른 범죄를 자신이 했다고 말하는 어떤 어머니의 거짓말 등은 어떤 의미에서 사람을 숙연하게 만들기도 한다.

 

선의의 거짓말에는 이런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혀 예쁘지 않는 누군가에게 오늘 예뻐보인다는 한마디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고 끝없이 상대를 험담하는 친구에게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맞장구 쳐주는 것도 중요한 거짓말 이다. 이런 종류의 거짓말이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 중 하나이다.

 

반대로 '악의의 거짓말' 에는 명백한 목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이득이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 하는 거짓말이다. 전혀 행복하지 않는 부부가 방송에 나와서 행복한 척하는 것이나 사람들을 속여 사기는 치는 사람들이 하는 거짓말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 특히 방송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에 매우 민감하게 되어 방송에서 보여지는 모습 자체가 거짓인 경우도 많다. 이런 종류의 거짓말은 명백하게 자신의 이득을 가져다 준다.

 

이렇게 거짓말은 크게 두가지 종류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자세히 뜯어보면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고 하는 아주 소수의 거짓말 빼고는 실제로 모두 자신의 이득과 관련된 거짓말이다. 그리고 그 소수의 거짓말 역시 자세하게 뜯어보면 결국 자신의 행복을 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선의의 거짓말' 이란 말조차 '선의'의 의미를 정확하게 설명해야 하는 것이다.

 

어느날 회사에서 잘린 남자가 그 사실을 알게되면 힘들어 할 아내를 위해 그 사실을 숨기고 몇달을 출근하는 척 했다고 치자. 그리고 그 남자는 그 몇달 동안 틈틈히 모아놓은 돈을 월급이라며 가져다 주고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회사에 취직을 했다. 그래서 결국 그 남자가 몇달을 백수로 지낸 사실을 아내는 전혀 모르고 살게 된다.

 

남편은 정말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아내가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이다. 그리고 또 열심히 노력도 했다. 그래서 재취업에 성공도 했으니 남자의 거짓말은 매우 유용한 결과를 가져왔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남편의 거짓말에는 오직 선의만 존재하는가? 그것은 절대 아니다. 자신이 그 사실을 아내에게 솔직하게 말하면 아내는 불안해 할테고 그 불안함은 결국 자신을 더 불편하게 만들며 또한 불안함을 가진 가정에서 평화가 깨질 가능성이 높아 결론적으로 보면 자신이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남편은 물론 거기까지는 계산하지 못한다. 보통 사람들은 상대를 위해 거짓말 한다고 까지만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따져보면 우리가 하는 이런 종류의 거짓말에도 결국 자기 이득에 대한 명백한 욕구가 숨어 있게 마련이다.

 

범죄를 지은 아들의 죄를 뒤집어 쓴 어머니의 예도 뜯어보자. 보통 숭고한 모성애라고 포장하긴 하고 나 역시 그 생각에 크게 반대는 없지만 어머니가 한 거짓말이 정말 아들을 위해서 일까? 아니면 자신이 나서 기른 아들의 불행해지는 장면을 보기 힘들어서 결정한 것일까? 자신이 감옥에 가더라도 앞길이 창창한 아들이 감옥에 가지 않게 되는 것이 더 자신을 만족시키기 때문에는 아닐까?

 

물론 실제로 인간이 하는 모든 행위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 비롯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니가 거짓말도 결국 범용적인 수준에서 해석되면 이렇게 생각될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이렇게 객관적인 관점에서 봤을때 자신이 손해를 보면서 하는 거짓말은 의미가 있으니 너무 파헤치지 말고 놔두고 그 이외의 사례를 따져보자.

 

늦잠을 자서 출근에 늦은 직장인이 아침에 버스가 고장나서 늦었다고 말할 때 그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그런 거짓말을 할까? 이것은 선의인가 악의인가?

 

일단 이 심리에서 늦잠이란 말에 대해 먼저 분석해보자. 우린 늦잠을 자서 자신이 해야할 어떤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의지력 부족이나 일명 정신이 해이해 졌다고 말한다. 결국 늦잠을 잔 행동은 자신의 평가를 부정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 사람은 자신이 늦은 이유를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 뭐 이정도의 거짓말은 애교수준이라고도 볼 수 있다.

 

직장은 모든 사람이 돈을 벌기 위해 다니는 곳이다. 만약 직장을 누군가에게 봉사하기 위해 다닌다는 사람이 있다면 성인이거나 정신병에 걸린 사람이다.

 

그래서 직장에서는 하루에도 엄청난 거짓말들이 오간다. 우리 세상에서는 상대를 속여야 이득을 얻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영업사원이 회사를 위해 거짓말을 하고 그 회사를 위해 하는 거짓말은 결국 회사의 이득을 가져다 주고 또 이 이득은 나의 존재가치를 높여주기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자신을 위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런 직접적인 것들이 아니더라도 암묵적으로 서로 경쟁간에는 치열한 물밑 전쟁이 있다. 그리고 이 전투에는 당연히 거짓말이 전면에 서있다.

 

이런 거짓말말고도 매일 아침 누군가를 칭찬하는 버릇을 가진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달라진 모습에 대해 끝없는 관심을 보여준다. '누구씨 오늘 머리 스타일이 좋은데?' 이런 사람들은 왜 이런 선의의 거짓말을 할까? 물론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 느껴서 하는 말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결국 이런 말들은 내가 너를 칭찬했으니 네가 나에 대한 호감도를 조금 더 상승시켜 줘. 그래서 미래에 내가 어떤 부탁을 할때 좀 더 나에게 잘해주길 바래 라는 의미가 있다.

 

사람들 중에는 자신이 하는 거짓말이 정말 상대를 위해 하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입으로 하는 칭찬이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그냥 어렵지 않게 말한다. 그리고 절대 이것이 자신이 생각하는 부정적 의미의 거짓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즉 남에게 사기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선의의 거짓말' 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둘은 그리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좀 더 직접적으로 상대의 손해를 이용해 이득을 보느냐 아니면 상대의 손해는 아니지만 주변인들의 손해를 조금씩 모아서 나의 이득을 얻느냐의 차이이다. 내가 회사내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 어떤 이에게 호감을 얻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잘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면 나에게 이득이고 그사람에게 손해도 아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한정된 자원이다. 결국 부탁한 사람의 일을 먼저 처리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요청한 일이 뒤로 밀린다. 특히 호감이 많다면 요청한 것 이상으로 해줄 수도 있기에 그것에 시간이 많이 투자되어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하지만 호감을 얻어서 부탁한 이는 이것이 자신의 능력이라고 생각하고 절대 '악의의 거짓말' 따위는 안하는 선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직접적인 손해를 끼치는 것은 나쁜 거짓말이고 간접적으로 의도하지 않는 손해를 끼치는 것은 좋은 거짓말이 되는가?

 

우리가 많이 듣는 말 중에 '도덕적 해이' 라는 말이 있다. 영어로는 모럴 해저드라고도 하는데 이것의 의미는 어떤 공동체에 속한 다수가 개개인의 이득을 위해 상대의 잘못을 눈감아 주고 그래서 전체적으로 모두 이득을 얻는데 그 이득은 그 공동체를 제외한 다른 곳에서 오는 것이다.

 

부정을 눈감아 주고 서로 이해해주는 공기업이나 공무원들, 3년 하고 집한채 못마련하면 병신이라고 말하는 세무담당자들, 복지단체라고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자신들 이득 챙기기 바쁜 사단법인들 이런 예는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도 많다.

 

하지만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스스로 절대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온통 관습적이라고 한다. 계속 그래왔기 때문에 나 역시 그랬을 뿐이라고 한다. 과연 이 사람들은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스스로 자부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거짓말이다. 스스로 그 거짓말을 너무 믿어서 마치 진실처럼 믿는 착각의 거짓말.

 

내가 가장 무서운 것이 바로 이 착각의 거짓말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를 좀먹는 이 잘못된 행태가 바로 모두 이것으로 부터 나온다.

 

이 착각의 거짓말의 근간에는 자기 합리화에 의한 이득이 자리잡고 있다. 누군가를 무조건 지지하는 행위나 나라를 위해 했다는 우숩지도 않는 정치인들의 해명에서 우린 정말 심각한 점을 느껴야 한다. 심지어 한 나라의 대표 격인 현 대통령도 일명 유체이탈 화법으로 유명하지 않는가? 물론 능력이 최고다라고 생각하면서 그를 대통령으로 추대한 이나라의 허접한 국민의식을 가진 인간들의 문제가 더 크긴 하지만 말이다.

 

세상은 이득을 얻으면 그만큼의 반대급부가 있어야 한다. 내가 물건을 사면 돈을 내야 하듯 모든 일에는 이것이 적용되어야 한다. 내가 나를 위한 이득을 위해 노력을 해서 얻었다면 그 이득을 잃은 이들에게 평판이 낮아진다거나 하는 역작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본 심리에서는 내가 이득만을 얻길 바라는 마음이 너무도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들 앞에서 선의의 가면을 쓰고 연극을 한다. 연극은 바로 거짓말이다.

 

부정을 한 아내나 남편은 자신의 가정을 지키려고 그런적이 없다고 거짓말을 한다. 가정을 지킨다는 명목이다. 왜 자신이 즐긴 쾌락이나 정신적 만족의 이득에 대한 반대급부인 비난과 가정의 파괴라는 손해는 감수하지 못하는 것인가? 물론 당연히 힘들다. 그러나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거짓말을 쌓아가는 것은 정말로 상대에 대한 중대한 범죄 행위이다. 스스로 대해 정말 자문해봐야 한다. 정말 가정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세상은 솔직하면 손해본다. 정말 봐주기 힘든 외모를 가진 사람이 미장원에 와 앉아 자신의 외모와 어울리는 머리를 찾을 때 미장원 주인은 절대 사실대로 말하면 안된다. 그러면 바로 손님이 끊긴다. 서비스 직종은 어쩔 수 없이 자기의 이득을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세상이 솔직한 사람들이 그리 큰 손해를 보지 않을때 우리 사회는 좀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 거짓말을 하는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거짓말에 따른 손해를 감수하는 것도 당연해야 한다. 그것이 건강한 사회다.

 

자신이 얻은 이득에 대해서는 당연시 하고 그로 인해 받는 손해에 대해서는 참지 못하는 사회가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인 것이다.

 

정도는 점점 심해지고 우리 사회 전체가 가진 '도덕적 해이'는 개개인이 이득을 추구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가치관과 함께 널리 퍼지고 있다. 자신의 자식이 잘되기 위해 경쟁해 이기는 것만이 최선이고 자신의 남편이 자신의 아내가 잘되기만 바란다. 공동체의 미래에는 개뿔도 관심도 없고 오직 나와 나를 둘러싼 이득관계에만 온통 관심이 쏠린다. 무리짓고 그 무리는 또다른 이득을 가져가고 다른이들의 불편함은 모두 무시해 버리고는 나만 행복하면 된다는 너무나 싸구려 행복관이 자리잡고 있다.

 

조금만 솔직해져보다. 내가 행복하면 장땡이 아니고 같이 행복해져 보자. 내꺼가 좀 줄어들더라도 타인들이 많이 얻어 갈 수 있다면 포기하는 현명함도 갖으려고 노력해보자. 정말로 이대로 가다간 대한민국의 100년 후 모습은 너무도 끔찍하다.

 

우린 130년 후 세계 최초로 인구가 자연소멸하여 사라지는 국가가 된다고 한다. 우리 스스로 그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여기에서 누가 나는 제대로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거짓말 좀 하지 말자. 우린 지금 망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