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가치부여.. 살아가는 이유

아이루다 2012. 5. 4. 12:54

사람은 근본적으로 참 많은 이유에 의해서 죽지 않고 산다. 가장 기본은 우리의 유전자가 가진 생명 보존의 본능에 의한 것이고 그 후 행복하거나 즐겁거나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 등등이 단순한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인간이 죽지 않고 사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삶에 대한 가치때문일 것이다.

 

무슨 소리인가 싶기도 하겠다. 2살짜리 애를 키우는 어떤 엄마를 상상해보자. 그녀에게 삶의 가장 큰 이유는 뭘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마도 애를 돌봐야 하는 의무가 가장 클것이다. 꼭 의무라고 하기도 그렇고 어차피 엄마도 행복하니까 애를 키우는 자체가 그녀의 삶의 이유가 된다. 삶의 이유는 다른 말로 뭘까? 바로 존재의 이유다. 존재의 이유는 다른 말로 하면 죽지 않는 이유가 된다.

 

애를 키우려고 죽지 않고 산다는 것은 심한 비약이다. 하지만 차례로 밟아가다 보면 우리가 사는 이유에서 이런 존재이유도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만약 그 주부에게 그 아이가 자신이 난 아이가 아닌 일로서 봐주는 아이였다면 어떨까? 똑같은 아이지만 그녀는 아마도 많이 다르게 느낄것이다. 물론 천성적으로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또 다르겠지만 직업으로서 아이를 보는 사람이라면 아이는 물론 예쁘고 사랑스러울지 몰라도 자신의 경제를 책임져주는 수단이 된다. 이럴 경우 그녀의 존재의 이유에서 아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모두 없어져버린다.

 

결국 내가 어떤 아이를 키우는 것 자체가 아닌 가치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치는 어떤 일을 하거나 선택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명품을 사본적이 있는가? 명품은 아니더라도 나름 좋은 제품을 살때 무엇을 생각하는가? 일단 가격에 따른 신뢰도가 있겠지만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그 가치이다. 내가 돈을 쓸 수 있는 가치.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어느날 집에 우산이 10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가져와서 만원짜리 우산을 살때나 담배피는 사람들이 라이터를 살때 그 비용이 아까운 것은 그 자체보다 가치기대가 낮아서 그런 것이다. 이미 대용할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것 자체. 실제로 백만원, 천만원짜리 살때보다 그 돈이 더 아깝다.

 

기업이 제품을 홍보할때는 가치를 높게 보일 수 있도록 하고 이것이 통하면 광고에 성공하는 것이다. 연예인이 모델로 나와서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충 우리에게 있어서 가치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가 되는지 대략 공감이 되었다면 다음으로 넘어가보자.

 

당신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가?

 

전업주부 중에 50대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있다. 젊어서 결혼한 후 아이를 키우고 남편을 뒷바라지 하고 나니 애들은 어느새 훌쩍커서 대학생이 되거나 직장을 다니며 자신의 손길이 필요없는 나이가 되어 버리고 남편은 남편대로 직장에 매몰되어 밖으로 밖으로 돈다. 아이들은 밥도 제때 안먹고 데이트/공부/직장/친구만나기 를 하고 다니며 남편은 골프/운동/친구모임 등으로 매일 매일 바쁘고 주말까지 바쁘다.

 

평일날 이 주부가 자신이 20년 넘게 해온 집안일에 대해 회의를 느끼기 시작하면 우울증이 온다. 자신의 손길을 더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집안식구들의 모습에서 20년 동안 존재했던 가치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이다. 참으로 힘든 시기이다.

 

아마도 대부분 친구를 다시 만나거나 취미를 개발하려고 하지만 실제로 거기서 얻어지는 행복감은 예전에 아이를 키울때 느끼던 것에 비하면 너무 낮다. TV 드라마를 보는것도 지겹고 어쩌면 사는것 자체가 지겹다. 그래서 몇년을 고생하다가 어느날 우연히 얻은 강아지 한쌍을 키우면서 서서히 그녀는 다시 삶의 활력을 찾아간다. 이 과정은 아주 일반적일 수도 있고 어쩌면 아주 특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상황에 따라 다를지라도 가치기준을 잃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현상 측면으로 볼 필요는 있다.

 

이경우에 대비한 결론적인 대비책은 가능하면 젊은 시절에 자신만의 가치기준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치를 찾는 것은 훈련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아닌 동네 돌맹이 모으는 취미라도 10년 20년 하면 역사가되고 가치가 생긴다.

 

노력이 들어간 오래된 시간은 그 어떤것이든 가치를 만들어준다. 그러니 젊은 시절이라도 아주 작은 것이라도 자신만의 것에 투자를 해야한다. 취미도 좋고 원예도 좋다. 그런 가치를 사람에게 두면 언젠가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자신만 알던 아이는 언젠가 품안에서 떠나 자신만의 가정을 꾸미게 되고 남편은 늙으면 돌아오지만 그때가 되도 좋은 친구가 되긴 힘들다.

 

물론 애완견을 키우는 것도 좋은 것중에 하나다. 하지만 무언가를 키우는 데에 계속 빠져들면 그 대상이 사라질때 상실감이 너무 클 수 있다.  그러니 가능하면 사라지지 않는 가치를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다.

 

어떤 이는 자전거에 어떤이는 헬스를 통해 몸만들기에 어떤이는 여행에 어떤이는 텃밭에 어떤이는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가치를 둔다. 그 가치가 되는 기준점은 무궁무진하며 가장 자신이 쉽게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가치가 바로 당신이 바로 당신인 이유가 되며 당신이 살아가야 할 그리고 존재해야 할 이유가 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을 평생 느끼지 못하고 죽는 사람이 아마 인류의 반은 넘을 것이다. 삶의 가치는 그냥 사람들 만나고 TV보고 먹고 자는 것이 전부인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그것은 여건이 되어야 하고 또한 성격적으로 맞아야 한다. 죽지 않는 이유가 오직 생명을 잃는 것이 두려워서 살아가는 사람들일 경우가 그렇다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기대치가 높고 자존감이 높을수록 이런 단순한 삶의 이유에 만족하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는 도를 닦기 위해 중이 되거나 산속에 들어가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들에 대해 어떤 기대치를 갖고 볼수도 있으나 그 기본적인 면에서 판단해보면 단순히 가치기준에 대해 끝없는 욕망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종교도 가치기준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다. 신이 있다면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 왜냐면 전지전능한 신이라면 나를 괜히 세상에 만들어낸 것은 아니니 그 이유를 모를 지라도 가치는 있는 것이다. 그래서 종교를 갖는 것도 종교의 옳고 그름을 떠나 중요한 방법 중 하나다.

 

주제를 조금 벗어나 우리가 가치기준을 찾는데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포인트는 경제적 소모이다. 그 어떤 행동도 집에서 누워있는 것보다 비용이 들어간다.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여행을 할때마다 비용이 든다. 심지어 종교를 믿을 때도 헌금이란 명목으로 돈을 내어야 한다. 물론 이것은 충분히 낼 수 있는 가치가 있는 돈이다. 왜냐면 돈을 버는 것도 자신의 삶을 살려고 하는 것인데 그 삶 자체가 무가치 하다면 돈을 뭐하러 버는가? 당연히 돈을 벌어서 이런 가치를 찾아가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일이기에 현실이 허용하는 한에서 소비를 하는 것이 좋다.

 

이 가치에 대한 비용소모와 현실간의 적절한 타협이 필요하다. 너무 현실에 치중하면 10원 한장도 자신에게 쓰는것이 부담스러워서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고 너무 가치에 목매면 버는 돈을 모조리 그곳에 쏟아넣어서 거지가 되어버리고 만다.

 

가치기준을 찾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절대 환상을 갖지 말라는 것이다. 사이비 종교처럼 나만 믿으면 모든것이 해결된다는 식은 절대 금물이다. 이 세상에 그 어떤 가치도 자신 그 자체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그외 모든 것은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진다. 나에게 너무도 소중한 등산이란 가치는 다른 어떤 누군가에는 세상에 가장 쓸데 없는 짓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가치를 부여하되 그 가치를 포장하면 안된다는 말이다. 어떤 가치든 간에 자신의 마음속에만 존재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남에게 강요하거나 자랑을 하기 시작하면 그 가치에 거품이 생기고 그 거품이 꺼질때 또 한번의 우울증이 찾아올 수 있다.

 

무슨일을 하든 열정을 가지고 하려면 가치기준이 매우 중요하다. 매주 고아원에 방문하여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이나 매주 골프장에 가서 골프는 치는 사람 모두 똑같이 그 가치가 있기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치를 많이 느낄 수록 더 열정적이고 광적으로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내 가치만 최고이고 타인이 느끼는 가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래서 독선적으로 위협적인 가치를 가진 사람이 되어 버릴수도 있다.

 

내가 어른들에게서 가장 듣기 싫은 말 중 하나가 젊어서 세상을 모른다는 말이다.

 

이말은 내가 어려서 경험이 없어서 가치를 느끼는 방법론에 서툴러 자신들이 느끼는 가치기준에 합당한 판단을 못한다는 평가이다. 정말 웃기는 말 중 하나다. 세상의 시류에 그냥 휩쓸려서 평생을 산 그런 사람들이 가치기준을 논하는 태도도 우숩고 자신의 가치에 절대성을 부여해 타인의 가치를 무시하는 태도는 더 우숩다. 정말 그 사람들이 제대로 나이를 먹어 현명한 어르신이 되었다면 나에게 절대 그런말을 안할 것이다.

 

내가 세상에 굴복해서 가진 가치를 남에게 말하는 그 모습은 얼마나 우숩기 짝이 없는가?

 

내가 그렇게 늙지 않기 위해서는 나만의 가치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내 인생의 전반기는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면 내 인생의 후반기는 그것을 이루어 가는 것이다. 나는 이제 그 시작의 큰 삽을 떴고 이제 열심히 삽질을 해야할 때이다.

 

내 스스로 내가 보석이고 명품임을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길 바란다. 그리고 그것은 내 자랑이 아닌 내 삶에 대한 나의 자부심이길 바란다. 그리고 겸손하게 타인의 삶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