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인간의 못된 속성에 대한 연구

아이루다 2012. 4. 24. 14:40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어떤 집안에 말썽쟁이 아들 하나와 착하고 순진한 아들 하나가 있다고 치자. 말썽쟁이 첫째는 학교 다닐때 부터 항상 부모 속을 썩혔으며 반대도 동생인 착한 아들은 늘 부모말에 순종하며 절대 부모의 뜻을 거스르지 않았다. 그래서 동생은 늘 심부름과 집안일 전담이었다.

 

이들이 컸을 때 당연히 결혼도 첫째는 자기 마음대로 자기가 좋은 여자를 골라서 했고 둘째는 부모가 정해준 짝을 찾아 인연을 맺었다.

 

여기서 반전이 일어난다. 결혼한 첫째는 일이 잘풀려 돈을 제법 벌게 되어 가끔 집에 돈을 가져다 주는 아들이 되었고 둘째 아들은 돈은 적당히 벌고 첫째가 부양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긴 하지만 시집살이를 싫어하는 아내와 사이에서 늘 갈등을 겪고 살게 된다. 그 역시 아내의 뜻에 따라 분가를 하고 싶지만 지금껏 단 한번도 부모의 뜻을 거스른 적이 없었던 그로서는 아주 난감한 일인 것이다. 예전에 말을 한번 꺼냈다가 천하의 다시없는 불효자 취급하는 어머니의 원망에 다시는 말 안꺼내기로 마음 먹었다. 물론 아내에게는 비밀이다.

 

첫째는 아내와 토끼같은 자식과 함께 잘 살면서 명절에 집에 들르지만 손끝하나 까딱하지 않는 첫째 며느리의 모습에 둘째 며느리는 속으로 끓는데 올때마다 수백의 돈을 뿌리고 가는 첫쨰 아들 내외의 행동에 익숙해진 시부모는 이미 그들이 오면 알아서 기는 형편이라 불만을 얘기해도 돌아오는 것은 잘난 첫째를 왜 욕하느냐는 핀잔 뿐이다. 오늘도 둘째 며느리는 열불이 터져 죽을 지경이다.

 

결국 착하기만 한 동생은 99의 착함에 1의 나쁨만 해도 욕을 먹고 나쁘기만 한 형은 1의 착함에 99의 나쁨이라도 용서를 받는다. 늘 착하기만한 동생은 계속 늘 착해야만 하고 늘 못되기만 한 형은 늘 못되게 살면되고 가끔 하는 착한일은 크게 칭찬을 받는다.

 

생각해보면 이런 경우가 참 많다. 나의 경우에도 평소 나에게 잘해주는 친구가 어느날 나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섭섭한 느낌이 들고 내 부탁을 거의 들어주지 않는 어떤 친구에게 정말 어렵게 부탁했을 때 그것을 받아주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사람이 참 간사한 것이 자신에게 이미 주어진 이득은 감사할 줄 모르고 자신이 새롭게 얻은 이득에만 집착하는 못된 습성이 있는 것이다. 건강을 잃기 전에는 건강의 소중함을 모르다가 건강을 잃고나면 땅을 치고 후회를 하면서 건강해지길 바라게 되지만 실제로 건강해진 다음엔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그것을 까먹는 형편인 것이다.

 

연인 사이에서도 이 문제는 아주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어 데이트 때마다 남자가 차를 몰고 나와서 여자를 집까지 태워다 줬다고 치자. 그런데 어느날 남자가 자금에 문제가 생겨서 여자에게 차의 주유비를 대신 지불해줄 것을 부탁했는데 여자는 순간 당황하게 된다. 지금껏 한번도 자신의 돈을 내고 주유를 한적도 없고 자신이 그 차의 유지비용을 10원 한장 보탠적도 없지만 괜히 억울한 것이다. 왜 내가 다른 사람 차의 유류비를 감당해야 할까? 자신은 운전도 안하는데 말이다.

 

남자는 자신의 돈을 내고 기름을 채운 후 자신이 낸 보험료를 통해 보장받고 자신이 직접 운전을 해서 그동안 여자를 데려다 줬는데 여자에겐 이것이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렸고 결국 자신의 자금 사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가 보게되는 것은 여자의 당황한 얼굴과 자신을 찌질하게 바라보는 시선이다.

 

연인도 그렇지만 친구 관계에서도 심지어 부부관계에서도 이런 문제는 너무도 많이 일어난다. 자신이 누리고 있는 특권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다. 부부는 집에서 살림을 하는 여자의 노고를 당연한 권리로 느끼고 밖에서 돈을 버는 남편의 힘듬을 가족을 위해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더 많이 벌어오지 못함을 탓한다.

 

직장에서도 군말없이 일하는 사람에게는 점점 일이 더 많이 지시되고 늘 삐딱하게 반항하는 사람에게는 일이 줄어든다. 결국 시간이 남은 삐딱한 사람은 더 좋은 직장을 쉼없이 알아보다가 좋은 자리를 찾아 이동하고 남은 군말없는 사람은 일에 치여 산다. 그러다가 어느날 폭발해서 나에게 더이상 일을 주지 말라고 말하면 그의 상사는 갑자기 안면을 몰수하고 개념없는 부하직원 취급을 한다.

 

그래서 세상은 착한 사람은 늘 이용을 당하고 나쁜 사람이 대접받는 것이다. 식당에 가서도 큰소리를 질러야 서비스 하나라도 더 받는 것이지 주는 것을 먹기만 하면 사이다 한병 얻어먹기 힘들다.

 

그런데 왜 이렇게 해야 할까? 잘하고 착한 사람에게 더 많이 베풀고 살지 못하는 이유가 뭔가?

 

살아오면서 이런 사람들이 태도를 너무도 많이 봐왔기에 솔직히 이 부분을 우리의 고유의 모습이라고 인정한다. 물론 아주 소수의 그렇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범주에 속해있으니까.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그렇지 않게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착한 사람에게 더 잘하고 못된 사람에게 같이 못되게 굴어야 하며 내가 주어진 그 모든 것을 감사하게 여겨야 한다. 그 어느것도 내 스스로 얻어낸 것이 아닌 내 주변분들의 배려로 인해 얻어진 것이므로 난 그것들에 대한 권리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마음 먹고 사는것이 결코 쉽지않다. 그래도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노력은 해야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