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지식과 지혜 그리고 행복 방정식

아이루다 2012. 7. 26. 09:54

아마도 고등학교 때였을 것이다. 소위 말하는 사춘기가 왔었다. 그 당시 나의 가장 큰 의문은 내 감정의 정체였다. 정말 지금 생각해도 아무생각 없이 살았던 초.중교 시절을 거쳐 비로소 나를 인식하고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스스로 자각하며 궁금해했던 그 당시 나는 나의 미래나 나의 정체성과 같은 보편적인 의문보다 내가 느끼는 감정의 실체를 알고 싶었다.

 

어떤 상황에 처하면 내가 왜 화를 내고 내가 왜 즐겁고 내가 왜 짜증이나고 내가 왜 두려운지 궁금했다. 그리고 본질적으로는 나의 겁많은 모습이 싫었다.

 

아마도 사춘기는 자기부정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부정하니 모든것이 삐딱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것만은 아니다. 나를 부정함으로써 내가 가진 단점에 대해 확실한 파악이 되고 그래서 극복하려고 노력을 하게되는 선순환도 이루어진다.

 

어느새 세월이 훌쩍 흘러 나는 4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지만 여전히 수십년전 품었던 질문에 대한 명백한 답은 얻지 못했다. 심지어 더 추가적인 질문을 얻어냈을 뿐이다.

 

내가 추가적으로 얻은 질문의 바로 이것이다.

 

그래 열심히 공부하고 이해하고 관찰해서 소위 지식이 늘고 지혜가 늘었다고 해서 너는 행복해졌는가?

 

답은 이미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아니다' 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나를 더 잘알고 싶어할까? 어떤 의미에서는 알수록 행복해지긴 커넝 더욱 불행해지기 쉬운데 말이다. 나를 분석할 수록 나의 단점은 점점 들어나고 내가 느끼는 그 모든 감정들 속에 숨겨진 나의 본능적 욕구에 대한 쉽없는 작용만 알아갈 뿐인데 말이다.

 

내가 타인들의 칭찬에 즐거워 하고 재미난 영화를 보며 행복해하고 사랑에 빠져 감당하지 못할 감정을 느끼는 것. 그것들이 바로 내가 가진 본능적 욕구인 존재감을 갖고 싶은 끊임없는 욕망과 더 밑에 깔린 생명체로서 생존하려는 정말 너무나도 당연한 본능이 깔려 있음을 알게 되면 실제로 내가 느꼈던 나름 고차원적인 감정이나 감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 살아나려 애쓰는 것과 다를바 없다는 것이다.

 

교감하는 상대와 느껴지는 안락함과 평온함. 조용한 장소에서 멋진 풍경과 평화로움을 만끽할때 느껴지는 사뭇달리 느껴지는 감정들.. 하지만 이런 감정조차 나의 본능적욕구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되면 가끔은 많이 허무하기도 하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안다고 해서 이해한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살려고 하는 욕구가 생기는가 이다.

 

서늘한 봄바람이 부는 어느날.. 맛있는 먹이를 충분히 먹고 그늘이 진 한쪽 구석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는 개 한마리를 상상해보자. 혹은 사람으로 치면 평소에 너무도 좋아하던 음식을 먹고 며칠간의 휴가를 얻어 쉬면서 재미난 영화를 보면서 오후를 즐기는 사람도 생각해보자. 실제로 본질적으로 두 존재가 느끼는 행복감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나는 개가 되어본적이 없기에 단언할 수는 없지만 생명체가 가진 기본 생존욕구의 동일성을 생각해보면 크게 다르지 않을것이란 유추는 해본다.

 

인간이 느끼는 행복의 정체는 생존이 기반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리고 그 사람이 나에게 무척 잘해주고 내가 힘들땐 언제든 나를 바쳐줄 기둥과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보자. 솔직히 이런 사랑의 상대를 만나는 것도 쉽지도 않지만 말이다.

 

일단 나에게 무척 잘해준다는 것의 의미는 뭘까? 호감이나 성적인 욕구등이 기반일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호감을 보이면 그 사람이 크게 싫지 않는 것이 보통의 사람이다. 물론 부담감을 갖는 사람도 있겠지만 인간관계에서 호감은 매우 중요한 교류의 조건이다. 그런데 왜 호감을 기반으로 한 관계가 성립되는지 생각해보자. 호감은 바로 나의 이득과 연결된다.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또 내 부탁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들어줄 잠재적 요건을 갖춘 것이다. 물론 이것이 직접적인 생존과 관련된 문제는 아니지만 나에게 조금이라도 이득이 됨은 당연히 내 생존 가능성을 높여준다.

 

또다른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란 말도 생각해보자. 내가 힘들때 나를 위해 뭔가를 해줄 수 있는 준비가 된 사람. 당연히 내 생존에 있어서 최고의 조건이다. 내가 치한을 만나면 대신 싸워 줄것이고 내가 물에 빠지면 구해내려 하거나 적어도 신고는 해줄 것이다.

 

성적인 대상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섹스는 인간이 느끼는 아주 중요한 즐거움 중 하나고 그것으로 인해 우리는 자녀를 낳고 양육한다. 만약 섹스가 아주 고통스럽고 험난한 과정이었다면 우리 인류는 이미 멸망했을 것이다. 자녀를 양육하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유한한 삶을 사는 우리가 간접적으로나마 무한하게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그것인 것이다. 따라서 이것 역시 생존과 관련이 있다.

 

또 다른 어떤 것을 생각해도 다 마찬가지다. 우리가 타인들과 교류하는 목적도 거기서 즐거움을 얻을 때 모든 기본적인 욕구는 나의 이득이며 거기엔 바로 내가 더 생존을 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공통적 본능이 깔려 있는 것이다.

 

피아노를 잘쳐 타인들에게 인정 받을때도 회사에서 일을 잘해 승지을 할 때도 돈을 많이 벌어 맛난것을 사먹거나 타인의 부러움을 살때도 모두 마찬가지다. 혼자서 살면서 아무런 생명의 위협이 없다면 인간은 도대체 뭘 위해 살 것인가?

 

이야기가 잠시 옆으로 샜는데 아무튼 다시 개와 사람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모두 생존에 대한 가능성을 높였기 때문에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 상태에서 두 존재의 차이가 있을까? 물론 먹은 음식이 다르고 말을 하느냐 못하느냐 같은 하드웨어적인 차이점은 있겠지만 내부적으로 느끼는 소프트웨어적인 감정은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인간을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껍데기가 인간이면 인간이냔 것이다.

 

우리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스스로 존대하며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최 상단에서 그 지위를 유지하며 한쪽에서는 동물을 멸종시키고 한쪽에서는 멸종하는 동물을 보호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마치 생명체의 절대자인냥 하나의 종을 멸종시키는 능력을 가졌고 스스로 멸종할 충분한 핵폭타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린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이미 모든것을 다 갖춘 것인가? 우린 말을 한국말을 배우고 영어를 배우고 학교에서 수학을 배웠지만 참으로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은 배웠는가?

 

아니다. 내가 본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국영수를 배우고 역사와 지리 천문을 배웠고 또한 자신이 행복하게 살기 위한 많은 것을 배웠지만 정작 인간답게 사는 것은 거의 배우지 못했다. 그져 내가 행복하면 그것이 진리가 되는 세상이다.

 

행복만이 최고의 가치가 되고 그 행복의 근간엔 돈이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돈을 버는 것이 바로 최고의 가치가 된다.

 

결론을 내본다. 내가 뭔가를 알아가려 애쓰고 불필요한 철학을 공부하고 내 근본에 대한 의문을 품는 것은 내가 행복하게 사느냐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물론 그런 과정에서 지식적 욕구가 충족되면서 나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져 내가 좀 더 행복해질 수는 있지만 실제로 사실을 알아서 행복해지는 경우는 드물다. 영화를 보는데 영화를 찍는 카메라가 느껴지고 배우가 연기하는 것이 느껴지면 그것이 재미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내가 인간이고 싶다면 적어도 그런 노력은 하고 살아야 스스로에게 인간이라고 칭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같이 않은 존재들이 스스로 인간이라라며 자부하면서 수 많은 문제점을 일으키고 있는 이 세상에서 내가 그들과 다르게 살아야 한다면 바로 그것이 내 스스로 인간이 되는 길 뿐이다.

 

이로서 오랜 생각과 스스로에게 논란이 되었던 지삭과 지혜와 행복에 대한 방정식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또한 행복하려고 억지로 노력하는 어리석은 내 모습을 이젠 버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앞으로는 미련하게 더 행복해지려 노력하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결론적으로 더 행복했는지 따져보지 않을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도움을 준 수 많은 육체적으로는 인간으로 분류된 많은 구성원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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