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현실의 영웅이 힘든 이유.. 영웅이 만들어지는 이유

아이루다 2012. 7. 2. 11:16

 

꽤 오래된 영화로 기억이 되는데 미국의 연기파로 손꼽히는 '더스틴 호프만' 과 '앤디 가르시아','지나 데이비스' 가 주연으로 나왔던 '리틀 빅 히어로' 란 이름을 가진 영화가 있었다. 1990년대 작품으로 기억되는데 나이가 어린 분들은 아마 보지 못했을 것이다. 거의 20년이 다 된 영화이니 말이다.

 

영화의 스토리는 신문 기자였나.. 방송기자였나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기자였던 지나 데이비스가 탄 비행기가 사고가 나서 추락을 하는데 그때 더스틴 호프만이 지나가다 떨어진 비행기에서 뭔가 얻을게 없는지 살펴보기 위해 사고현장에 들어간다. (더스틴 호프만은 무능력하고 무개념인 인물로 나온다) 그러다가 아직 의식이 희미하게 있던 지나 데이비스를 얼떨결에 구출하게 되고 신발인가를 집으로 가져오게 된다.

 

지나 데이비스는 사고 후 회복되면서 바로 자신을 구한 영웅 찾기를 시작한다. 직업이 기자였으니 그 파급력은 대단했다. 어느새 그녀를 구한 영웅은 세상을 구한 영웅으로 취급받게 되고 사고현장에 달려와 상처입은 사람들을 구하고 아무런 흔적이나 댓가를 바라지도 않고 사라진 이 영웅은 미국의 희망이 되어 버린다. 당연히 더스틴 호프만은 사고현장에서 도둑질을 했으니 있고 싶어도 있을 수가 없었다.

 

아무튼 그런 그도 방송에서 얼굴없는 천사에 대한 수많은 뉴스가 나오고 있으니 마냥 무시는 하기 힘들어서 어느날 거리에서 만난 거지인 '앤디 가르시아'에게 자신의 사연을 얘기하곤 아마 신발을 줬을 것이다. 그리고 앤디는 그것을 가지고 방송사에 찾아가 자신이 바로 그 얼굴없는 천사란 것을 밝히면서 하루 아침에 미국의 영웅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본래 심성이 착했던 앤디는 자신이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자살을 하려고 고층 건물에 올라가고 그를 그것을 본 더스틴은 그런 그를 설득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에 앤디와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둘은 결국 그 사실을 둘만 알기로 약속하고는 자살소동을 마무리 짓는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뭔가 이상함을 느낀 지나가 지나가는 더스틴을 보고는 '당신이죠?' 라는 질문은 했던것 같다.

 

아무튼 이 영화는 영웅이 탄생하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진다는 점을 아주 잘 그린 명작 중 하나다.

 

미국이란 나라엔 영웅이 많다. 물론 현실로 보면 워싱턴이나 링컨 같은 대통령이나 마이클 조던과 같은 위대한 스포츠 선수도 있었고 만화에서 나오는 수많은 캐릭터가 있다. (수퍼맨,스파이더맨 등등)

 

우리나라 역시 이순신 장군이나 세종대왕 같은 분들이 있었다.  일본은 미야모토 무사시 밖에 기억이 안난다;; 예전에 영화화 되었던 브레이브 하트에 나온 월레스 같은 영국 영웅도 있고 잔다르크와 같은 프랑스 영웅도 있다.

 

아마도 세계 각국엔 이런 영웅들이 대부분 있을 것이다.

 

영웅의 존재는 국가에서 꽤 필요한 존재이다. 특히 민족이나 국가를 기반으로 하는 영웅은 그 나라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에게 어떤 희망을 주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종대왕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뿌리깊은 나무' 나 '불멸의 이순신' 같은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도 바로 그런 부분에 효과가 있어서 그럴 것이다.(물론 주연배우의 연기력이 크게 좌우하는 부분도 있다)

 

아무튼 영웅에 대한 장황한 설명은 이쯤에서 끝내고 원래 하고자 했던 왜 현실에서 영웅이 힘들고 영웅이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우리나라의 예를 들어보자.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을 하러 처자식을 고향에 두고 떠난 A씨. 나라를 잃은 비분강개의 노여움으로 가진 재산을 탈탈 털어서 군자금을 마련해 만주로 떠나 임시정부에 들어간다. 그는 오직 독립만을 위해 살았으며 일본군과 목숨을 건 전투를 여러분 거치면서 차츰 그 이름이 알려지게 된다. 그리고 나중엔 임시정부 내에서도 괘 높은 지위에 올라가 해방을 맞는다.

 

해방 후 그는 임시정부 요원들과 함께 해방된 조국으로 들어와 이제 한민족만의 나라를 세울 꿈에 부푼다. 그리고 거의 십년만에 고향에 방문한다. 고향에 도착하자 자신이 두고 떠난 마누라는 병에 시달리다 이미 죽었고 두명 있던 아이들은 모두 다른집 종살이로 들어가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그는 자신의 무심함에 대해 몹시 분노하면서 아내의 무덤에 절을 하면서 용서를 빌지만 이미 죽은 아내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아무튼 그에 대한 이야기는 우연히 어떤 신문사에 기고가 되어 그는 순식간에 가정을 잃은 구국의 영웅으로 부각되어 전 국민적인 지명도를 가진 인물이 된다. 하지만 정작 그 본인은 이 영웅스토리에서 과연 행복하고 또한 사람들이 인식되어지는 그대로의 영웅의 모습일까? 그가 독립운동을 하면서 옆에서 죽어갔던 수많은 동료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가 있었으면 죽지 않았을 그의 아내. 과연 그는 영웅인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운이 좋아 살아남은 자일 뿐인 것인가?

 

사람마다 아마 판단기준이 다를 것이고 평가가 다를 것이다. 어쩌면 이 사람은 자신이 살아야 했던 시대에 가장 치열하게 살아간 것인지도 모른다. 일제의 침략에 망한 나라를 다시 세우고자 개인의 영달을 모두 버리고 처자식도 버리고 독립운동에 일생을 보낸 그가 영웅인가는 각자의 생각에 달린 것이다.

 

그런 비극적인 가족사의 결말도 언론에서 잘  포장해내면 눈물을 쏟게 만드는 비극의 주인공으로 바뀐다. 몇해전 죽은 아내는 남편의 무사귀환을 매일 빌다가 죽은 열녀가 되고 아이들은 아버지가 꿈꾸는 해방의 조국을 믿으며 남의 종살이조차 힘들지 않다고 말한다. 물론 실제는 아이들은 밥을 굶지 않아서 좋다고 한 것이고 아내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남편을 매일 저주했었다.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그냥 그냥 꾸며내거나 미화된 이야기들만 듣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들린다. 그렇게 사람은 점점 더 영웅화 되고 그것들이 고착화 된다.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을 다스리는 방법 중에서 사용되는 여러가지 기법을 보면 고대부터 가장 오래된 방법이 종교, 지배자 신격화 등이 있었고 이것들이 통하지 않는 과학에 시대에 들어서는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영웅의 존재와 같은 집단 심리를 이용했다. 국가에 충성을 다해야 한다는 일종의 파시즘이나 히틀러가 사용했던 아리안 민족 우월주의 등이 바로 이런 형태이다.(이 방법은 아주 처절한 결과를 불러왔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유태인 학살이다. 역설적이게도 실제로 유태인 학살에 주목적은 유태인이 소유한 돈을 강제 회수하기 위한 방법이었다는 것도 꼭 기억해줘야 한다) 물론 공산주의와 같은 사상을 기반으로 한 것도 있다.

 

월드컵이란 행사가 왜 그렇게 국제 사회를 들썩들썩하게 하는지 아는가? 축구라는 단일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올림픽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국제적 행사이다. 바로 이 축구라는 스포츠의 승패를 통해 국가/민족의 우월성을 인정받아야 하는 목적을 가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이기면 마치 내가 이긴것 같고 또한 그 덕분에 우리 한민족이 위대해지는 느낌인 것이다. 진 쪽은 절망하고 분노하지만 체념하기도 하며 또 다른 미래의 희망을 품기도 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우리나라의 모습은 정말 그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 그리고 이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태극전사라는 축구선수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영웅이 되었다. 그들이 이야기는 만들어지고 써지고 읽혔다. 히딩크 감독 역시 명장으로 영웅화 되었고 그의 리더쉽을 배워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당시 월드컵의 인기를 기반으로 해서 대선에 출마한 정몽준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과연 지금 그는 어떤 모습인가? 그가 그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단일화 투표를 했었다는 생각을 해보면 정말 웃기기가 한참이다. 태어나 일도 한번 안하고 주식 1조원이 넘는 갑부에 버스비가 70원이냐라고 묻는 사람과 노무현 대통령이 동급화 취급이 되어 둘이 단일화를 했다니 말이다.

 

영웅은 필요하다.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 대첩이나 명량해전의 이야기는 대한민국에 오랜 시간이 흘러도 계속 전설처럼 떠돌것이다. 그리고 끝없이 책으로 써지고 드라마로 만들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분은 그 당시엔 국가로 부터 인정받지 못했지만 500년이 지난 지금은 국민의 영웅이 되었으며 한글을 만드시 세종대왕은 물론 '뿌리깊은 나무' 처럼 그런 모습도 아니고 그런 긴장감도 없었겠지만 그분의 천제적인 노력으로 인해 우린 지금 한문을 안쓸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마울 뿐이다.

 

영웅은 없다. 그것이 내 결론이다. 모두 그 당시 상황에 최대한 최선을 다해서 살아오신 분들이며 또한 타고난 능력도 있었던 분들이다. 태평성대를 맞은 시대의 이순신은 그냥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돌아가셨을 것이고 전란에 휩싸인 시대의 세종대왕도 아무것도 못하고 돌아가셨을지도 모른다. 시대가 영웅을 낳고 전쟁이 영웅을 만들어 낸다. 요즘 아이폰을 만들어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낸 스티븐 잡스도 한때는 애플에서 쫒겨난 인물이었을 뿐이었다.

 

만들어지는 영웅은 어떤 집단을 하나로 묶고 방향성을 갖게 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이순신 장군의 애국심은 비록 정권으로 부터 심하게 견제를 받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우리들에게 왜 우리가 국가에 충성하고 나라를 지켜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정상적으로 사고하고 살아가는 젊은이라면 보통 전쟁이 나면 도망갈 생각보다는 그냥 싸워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도망 갈 곳도 없긴 하다.

 

하지만 여기에서 우리는 약간의 비판의식이 반드시 필요한데 국가가 추구하고 언론이 만들어내는 영웅에 대한 이미지에 너무 휘둘리면 안된다. 지금 대통령인 이명박이 대선에 나오기 전에 했던 드라마가 바로 '영웅시대' 였고 그 드라마에서 유인촌이 연기한 현대건설 사장 이명박은 그가 대통령이 되는데 큰 도움을 주게 되었다. 그 후 유인촌은 문화부 장관까지 역임하면서 '완장' 이란 별명까지 얻었으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드라마가 만들어 낸 영웅이미지가 대통령을 만들어낸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평가는 다르겠지만 지금 까지 본 이명박이란 인물의 업무능력은 정말 과연 현대건설의 사장으로서도 일을 잘했을지 의문이 들 뿐이다. 물론 현대건설이 부도난 이유가 꼭 그때문이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

 

현실을 막연하게 무시하는 비판이 없는 영웅의 이미지는 우리에게 큰 해가 되어 돌아올 수 있다. 일명 만들어진 이미지인데 끝없는 언론 노출을 통해 우린 그것이 어떤식으로 만들어지는지 알 수 있다. 2012년 지금 보면 '김연아' 란 인물에게서도 이런 느낌이 오는데 물론 나만의 착각일 수 있다. 하지만 느낌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누군가 자신이 하고 있는 본업의 일 이외에 끝없이 노출이 되고 있다면 그것은 뭔가 다른 것이 있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 그 인물을 만나서 얘기해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린 또 어떤 영웅놀이에 빠져 5년전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될까? 물론 올해 대선에 나올 구국의 영웅의 딸이 있으니 멀지도 않았다.

 

맹목적이고 무식한 또 다른 슬픔이 다가올 것인가. 아니면 비판적이고 현명한 사고가 다시 피어날 것인가. 그것은 우리들 개개인이 얼마나 알고 또한 비판적일 수 있느냐에 따라 달린 문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