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한국의 경조사 문화에 대한 그냥 그런 생각

아이루다 2012. 6. 20. 17:36

 

어제 우연히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하나 읽었는데 친구 결혼식에 5만원을 내고 또다른 자기 친구와 가서 밥을 먹었다. 이것이 욕먹을 짓이냐 에 대한 글이었다.

 

물론 인터넷에 올라온 글에 대한 댓글이 모든 사람의 생각을 대변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 우리사회의 상식이란 범주를 생각해 가늠해 볼 수 있는 간단한 지표는 될 수 있기에 차근차근 댓글을 읽어 보았다.

 

일단 의견은 크게 두가지로 갈린다. 첫번째 다수의 의견을 차지하는 왜 그렇게 사냐 라는 질문이다. 내 친구였으면 인연을 끊었을 것이다. 겨우 5만원 내면서 거지처럼 친구까지 달고 가서 밥먹으면 도대체 결혼하는 친구의 결혼식엔 왜 가느냐 하는 것이다.

 

둘이 먹은 식대가 5만원이 넘을 수 있으니 돈으로만 따지만 결혼 당사자가 손해를 볼 수도 있는 문제인 것이다.  두번째 의견은 아주 소수이긴 하지만 친구의 결혼식을 가는 목적은 축하를 해주러 가는 것이니 가는 것만으로도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나라 결혼 문화가 잘못되어 있다 라는 뜻으로 적은 글들이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후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특히나 우리나라 축의금/부조금 문화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데 과거에 큰일을 당한 사람들에게 십시일반 도움을 주던 좋은 문화가 현대에 와서는 개개인의 인맥이나 혹은 큰 목돈을 챙기는 대상으로 전락해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축의금/부조금으로 인해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객관적으로 판단 받으려는 인식과 평소에 많은 경조사를 챙기면서 깔아놓은 돈을 회수하려는 목적하에 집안의 행사가 있으면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연락하여 이를 이루어내려 한다.

 

자, 다시 원론적인 문제로 가보자. 아는 지인의 경조사에 왜 가는가? 결혼식/돌잔치 등등은 축하를 해주기 위해서 간다. 장례식 등은 위로를 해주기 위해서 간다. 물론 여기에 작은 성의로 돈을 주면 더 좋다. 그런데 여기에서 돈이 그 행사에 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 될까? 물론 친구와 회사 동료와의 문제는 다를 수 있다. 자, 다시 생각해보자.

 

내가 A라는 회사에 다녔다. 직원이 100명 이었는데 1년 다니고 결혼을 했다. 그래서 100명의 내 결혼식에 와서 축의금을 내 주었다. 그런데 내가 결혼 후 6개월 있다가 직장을 옮겨서 직원이 10명인 B란 회사에 입사를 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10년을 일했는데 10년 동안 거기 직원들 중에 15명이 결혼을 했다.(입사/퇴사가 있으니)

결론적으로 나는 결혼식에 관해서는 직장에서는 이득을 봤다. A라는 회사에 다닐때 받은 축의금을 직장을 그만둔 후 거기 직원들에게 연락이 와서 가는 경우가 몇번이나 있었겠는가? 친한 사람 몇몇일 뿐일 것이다.

 

내 친구는 평생을 간다. 그런데 내 직장동료는 늘 바뀐다. 그러니 백수일때 결혼하는 것이 제일 멍청한 짓이다. 그래서 나이 드신분들 중에서는 직장에서 은퇴하기 전에 아들/딸 장가/시집을 보내려고 무척 노력한다.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상황인가?

 

누군가는 10명인 회사에서 결혼을 하고 100명의 회사에서 150번의 축의금을 내고 누군가는 100명인 회사에서 결혼을 하고 10명인 회사에서 15번의 축의금을 낸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참 웃기는 형평성이다.

 

친구의 경우는 입장이 좀 다르다. 친구는 말 그대로 나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고마운 존재들이다. 애매하게 가까운 친척들 보다 이 친구들의 축하가 가장 좋은 것이다. 그럼 친구가 결혼식장에 와주는 것 말고 더 고마와 하는 것이 있어야 하는가?

 

돈의 관점에서 보자. 만약 내가 서울에 살고 친구가 부산이나 제주도에 산다고 치자. 나는 서울에 사는 내 친구에 비해 가고 오는 교통비용만 십만원이 더 든다. 거기에 시간도 무척 많이 든다. 거의 하루를 다 쓰고도 다음날 피곤해 할 수 있는 여정이다.

 

그럼 나는 부산에 사는 친구의 결혼식을 참가하기 위해 10만원의 차비를 소비하고 10만원을 축의금을 내는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것인가? 서울에 사는 친구에게는 지하철 값 2천원과 10만원의 돈이면 해결이 되는데?

 

그것이 아깝다면 가지 말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럼 반대로 생각해보자. 내 결혼식에 온 친구가 5만원을 내고 두명이 와서 밥을 먹든 세명이 와서 밥을 먹든 그것이 아까운가? 정말 아깝다면 처음부터 부르지 말았어야 할 친구다. 물론 내가 연락도 안했는데 오는 친구라면 어쩔 수 없이 아까울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라면 뭐 더이상 할 말도 없는 사람들이고.

 

100일 , 돌 , 결혼, 장례, 회갑 등등 우리나라엔 가족단위로 벌어지는 행사가 참 많다. 그리고 그 비용도 무척 크다. 과연 그럼 이 비용들이 어디에 소모될까? 특히 결혼식과 같은 경우엔 예식장과 식당에서 거의 대부분의 돈이 소모된다. 특별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고 보통 사람이라면 그렇다. 한사람 당 적어도 3만원 이상씩 하는 식대와 예식장 비용등을 합치면 거의 남는 것이 없는 행사이다. 그럼 왜 우린 이런 미련한 짓을 하고 있을까?

 

물론 하기 싫어도 해야 할 경우가 많다. 나는 많은 사람들 부르지 않고 아주 소수의 사람만 불러서 결혼식으로 하고 싶다고 해도 그럴 장소도 드물고 가족들이 찬성하지도 않는다. 깔아놓은 축의금 회수해야 한다고 한다.

 

결혼은 두사람이 미래를 같이 하겠다고 사회적인 약속을 하는 행사이다. 그냥 혼인신고만 하고 둘이 살아도 아무 상관없는데 굳이 부부가 됨을 선포하는 법적인 의미보다는 사회계약적인 의미를 갖는 의식적인  행위인 것이다. 따라서 만일 한다면 그것은 매우 중요하고 현명하게 판단해야할 행동이다. (안하고 살아도 아무 상관없는데 굳이 해야 한다는 것은 의미가 충분히 있기에 한다는 말도 되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보면 이 행사에서 돈의 문제는 정말 부차적이면서도 너무도 작은 문제이다.(물론 처음부터 돈때문에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얼마나 행복한가? 돈을 받기 위해 결혼식을 하는 그 자신의 모습이!) 우린 이 본질을 잊고 있다. 결혼을 자기에 대한 과시나 돈의 회수 의미로 받아들이는 이 시대의 대한민국 결혼 문화는 많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나이드신 어른들만 그런 것이 아니란 말이다. 젊은 사람들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며 내 결혼식에 온 사람을 계산하여 내가 가야 할 결혼식을 뽑아낸다. 내가 간 결혼식에 오지 않는 사람들은 내 친구 목록에서 삭제를 하는 것이다.

 

물론 인간관계가 기본적으로 주고 받는 사이란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가장 커다란 결정을 한 배우자를 선택하고 이를 알려주는 날 타인들에게 축하를 받고 싶어서 하객을 부르고는 돈으로 그것을 계산해내려 하는 우리의 자화상이 슬퍼보이는 것이다.

 

조금만 용기를 내어 10명의 친구와 3촌 이내의 친척만 불러서 결혼을 해볼 생각도 해보자. 내 결혼식에 와서 정말 나를 축하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을 사람들만 초대하고 돈은 받지 말고 음식도 예식장 음식이 아닌 좀 더 좋은 야외의 멋진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라도 썰어보자. 꼭 몇백명, 몇천명이 와서 예식장이 미어터지고 식사를 하려면 기다려야 하는 그런 결혼식이 최선은 아니다.

 

우린 언제나 그런 사회가 될 수 있을지 참으로 요원하다. 동네에 뭐 하나만 만들어도 좌석깔고 축하하고 기념식하는 사회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