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현실과 관념의 차이에 따른 묘한 상상

아이루다 2012. 6. 4. 10:36

 

유럽 여러나라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독일의 그림형제가 동화로 묶어서 내놓은 글중에 백설공주라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대략 계모의 괴롭힘과 착한 공주와 일곱난장이 그리고 어느날 나타난 백마탄 왕자님과의 결혼으로 이루어지는 이 이야기는 신데렐라와 함께 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또한 만화/영화 등으로 끊임없이 만들어져 왔다.

 

보통 백설공주라고 하면 어떤 느낌을 가질까? 영어로는 SnowWhite 말 그래도 백설(흰눈) 이다.

예쁘고 착하면서도 공주로 태어나 왕궁에서 살다가 왕의 재혼으로 인해 계모가 왕비가 되면서 호시탐탐 그녀의 죽음을 원하는 계모의 손아귀을 겨우 피해 일곱난장이 집에가서 살다가 또다시 독사과를 먹고 죽음과 같은 잠에 빠졌다가 왕자에 의해 모든 문제가 한번에 다 해결되어 버리는 백설공주는 권선징악이라는 뚜렷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엉뚱하지만 이런 생각을 해보자. 백설공주도 사람이니 먹고 배설을 해야한다. 그녀가 일곱난장이 집에가서 살때 얼마나 불편했을까? 의자도 작고 침대도 작고 응가통도 작았을 것이다. 또한 의문도 든다. 왜 숲속에 일곱난장이가 같이 살고 있었을까? 그리고 그들은 다 성인인데도 왜 백설공주와 같은 예쁜 여자에게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을까? 위기에서 구해준 것은 자신들인데 그 열매는 백마탄 왕자가 거두어가는 것일까?

 

뭐 꼭 의문이 있어서 쓴 대목은 아니다. 그냥 우리의 머리속에 그려진 이미지와 실제로 현실과의 차이를 말해보고 싶어서 쓴 글이다.

 

끝없는 평원속에 생사가 갈리는 세렝게티 평원, 끝없이 눈만 보이는 거대한 남극대륙,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는 에베레스트 산맥에 있는 거대봉들. 보통사람이라면 거의 영상속에서만 즐기는 그러한 것들이 실제로 그곳에 가면 어떤 느낌일까?

 

온갖 벌레가 달라붙는 아프리카나 영하 50도가 넘는 어마어마한 추위를 경험하게 되는 남극대륙이나 백미터만 올라가려 해도 숨이 가쁘고 다리가 부서질 듯 아플 거대 산맥의 정상을 향하는 길들이 바로 현실일 것이다.

 

물론 실제로 가면 우리가 영상에서는 절대 못느낄 뭔가가 있다고 믿고 또 실제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기억은 그리고 우리의 관념은 늘 행복한 것만 보려하기에 낭만이 있어보이는 많은 것들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한다.

 

100개의 초를 켜고 100송이 장미로 청혼을 하는 남자의 노력은 카메라 속에서는 낭만이지만 현실에서는 수 시간의 노가다와 돈을 투자해야 하는 그리고 끝나고 치우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고 누구나 축하해 마지않는 결혼식 역시 준비과정의 고단함과 힘듬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왜 우리는 현실은 기억속에서 몰아내고 행복한 관념만을 남기게 되는 것일까?

 

아마도 행복하고 싶어서일것 같다.

 

나는 가끔 영화를 보다가 영화의 화면이 현재 어떤 카메라로 담기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는 감독의 의도가 보일 때도 있다. 특히 눈물 빼는 애정물일 경우 그게 심하다. 의도한 감동.

 

이런 요소는 나의 영화 몰입도를 급격히 떨어뜨린다. 카메라 찍는 사람이 상상되고 영화 현장이 떠오를 때 그리고 감독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그것이 너무도 쉽게 파악이 될때 어떻게 영화에 집중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어린시절에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는 만화영화에도 엄청난 집중을 하면서 주인공을 응원한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서 보면 어린시절 봤던 그런 것들이 얼마나 우숩고 어이없는 것들이었는지 알게 되면서 만화에 대한 관심을 거두는데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하는 대부분의 드라마가 바로 이 수준이란 것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세상을 살다보면 그래서 경험을 하고 나이를 먹다보면 세상은 절대 만화/영화/드라마 처럼 돌아가는 것이 아님을 알게된다. 산다는 것은 생존 투쟁이고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부모님에게 받은 천원짜리 한장은 절대 공짜로 얻을 수 없는 것이란 것을 알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늘 삶은 현실이니까.. 하면서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는 그것을 잊고 살아야 행복하다. 내가 오늘 먹은 케이크가 내 몸의 일부가 되어 체중을 늘려준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살면 어떻게 케이크를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모르고 먹어야 행복한 것이다.

 

그런 원리로 보면 행복은 정말 모르는게 답이다. 백설공주 이야기를 들을때도 그냥 그 이야기를 들어야지 일곱난장이 집에서 일어난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의 스캔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안된다. (스캔들은 어른의 시선에서 흥미를 끌만한 요소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 현실과 관념사이의 차이를 과연 어떻게 조절해 나가는 것이 좋을까? 떨어지는 낙엽은 가을의 정취를 느껴주게 하지만 거리를 청소하는 분들에게는 힘든 노동의 원인이 되며 크리스마스의 하얀눈은 강원도 군생활을 하고 있는 군인들에게 크리스마스의 처참함을 안기는데 말이다.

 

결국 답은 적당한 것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현실을 외면하고 관념만을 추구하면 비현실적인 삶을 살게 되고 반대로 너무 현실만을 생각하고 살면 삶이 너무 건조해지기 쉽상이다. 우린 사회는 지금 후자쪽으로 가고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전자가 강해지는 이상한 구조를 가지게 되고 있다.

 

그러니까 과거에 우리가 가진 관념들에 대한 가치는 급격히 사라지고 현실 위주의 돈이나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강해져 매우 현실적인 삶으로 변해가고 있는 반면 우리가 실제로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돈에 대한 관념적 가치를 늘려가고 있다는 말이다.

 

이건 조금 슬픈일이다.

 

아무튼 산다는 것은 참 어려운 문제를 풀고 있는 것이다. 왜냐면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그 답을 찾을 수 없을뿐더러 실제로 답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면서도 그 답이 없는 필멸자로서의 존재인 인간은 어떤면에서 정말로 웃기는 존재이기도 한다.

 

우리가 우리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려면 역시나 외계에서 누군가 우리를 방문해주어야 하는가? 영어를 배우면 국어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