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버지가 책을 내셨다

아이루다 2012. 5. 21. 11:00

 

여러가지 복잡한 집안 사정에 의해 몇년 전 서울로 올라오신 부모님.

 

두분 모두 고향인 군산에서 평생을 사셨기 때문에 서울에 오시는 일이 참으로 어려운 결심이긴 하셨다. 어머니는 그나마 타고난 친화력으로 아파트 주변 분들을 사귀면서 여자들 특유의 만남을 이었고 그와 다른 아버지는 도서관에 다니시기 시작했다.

 

워낙 책을 좋아하시는 분이라서 군포에 있는 시립도서관은 아버지에게는 일종의 보물창고였다.

 

한 8년 가까이 되었으리라. 아버지는 그동안 정말 엄청난 분량의 책을 읽으셨고 그 많은 책을 읽다보니 뭔가 깨달아지는 것이 있었나보다.

그래서 이번에 책을 한권 쓰셨다. 물론 그전에도 한권 내셨긴 했지만 그건 거의 자서전 개념이었고 이번에는 일종의 인문철학관련 책이었다. 32년생이시니 올해 벌써 80세를 넘긴 나이라서 아무래도 책 내용이나 글뽐새가 젊은이들이 읽기에는 좀 그래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잘 쓰셨다.

 

아무래도 주제나 대상이 애매한 탓에 출판사에서는 출판을 하기를 꺼려했고 돈이 부족한 아버지는 그나마 좋은 조건으로 출판을 해주는 자비출판 형태로 책을 내셨다. 그리고 주변분들에게 책을 주시고 약간의 사례금을 받아서 거의 공짜로 책을 내셨다.

 

요즘 인터넷을 통해 홍보를 하시려는 모양인데 아무래도 컴퓨터 쓰는데 서투른 아버지가 제대로 하실지 모르겠다.

 

아무튼 누가 이 글을 읽을지 모르지만 아들인 나라도 책 소개글 하나 정도는 써야겠기에 소개글을 쓴다.

 

 

 

 

책 제목은 '탁 터놓고 밝혀본 진실' 이다.

 

나는 원래 이 책의 초본(출판전 원고)를 읽었기에 실제 출판된 책은 아직 읽지 않았다.

 

이 책은 아주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총 7장의 큰 주제와 각 장별로 소주제로 글이 빼곡하다. 그런데 너무 다양하게 다룬탓에 이 책이 과연 어떻게 분류되어야 하고 또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알기가 불명확한 것이 조금 문제이다. 좀 어렵게 보지 말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그냥 알아두면 도움될만한 글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제1장. 인류의 성정(性情)은 무엇이 본질인가

 

인간의 기본적 성향이 우리 인류의 역사에 미친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종교적 역사적 인본적 관점에서 소주제 별로 다루었는데 책의 내용 중 가장 철학적인 내용으로 분류될 수 있다.

 

제2장. 조선조 멸망의 진실을 살펴본다

 

우린 보통 근대사라고 해서 조선조 말 역사를 사건중심으로 배우게 되는데 이 책은 좀 더 낮은 시야인 백성의 눈으로 본 모습을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가 접하기 힘든 사료를 통해 우리의 실제적 모습을 간접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제3장. 생명의 기원(起源)과 인류의 출현 등

 

책의 주제가 갑자기 자연과학으로 변한다. 그래서 우리 인류를 포함함 모든 자연계의 생명에 대한 이야기가 다루어진다. 내가 가끔 산본에 계신 부모님 댁을 찾아갈 때면 이런 주제를 다룬 책들이 집에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제4장. 신앙의 허상과 종교의 번창에 대한 바른 인식

 

3장의 내용을 보다보면 당연히 연관되어 나타나는 문제인식이다. 문제는 독실한 기독교도인 누나들과 매형들이 이부분 때문에 주변 분들에게 책을 소개하기가 힘들어 보인다는 것이다. ㅎㅎ 나는 원래 무신론자이고 또 이 주제에 대한 부분은 나 역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충분히 공감하다.

 

제5장. 해방 전후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진실

 

이 부분은 2장과 연결되는 내용으로 볼 수 있는데 조선조 말부터 해방전후까지 우리나라가의 실태를 다룬 내용이다. 실제로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내용이기도 하다.

 

제6장. 우리나라의 지정학적(地政學的) 위치와 국운

 

아버지는 공무원이셨다. 해운 항만청에 근무하셨는데 그러다보니 해운에 관심이 많이시다. 또한 지리학에도 관심이 많으셔서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해 당신의 생각을 밝힌 부분인데 솔직히 나는 이 부분에서는 거의 문외한이라서 고개만 끄덕이고 말았다. 물론 여기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모두 맞다고는 못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저지른 4대강 만행에 대한 비판도 있는데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닌 정보에 근거한 비판을 읽을 수 있다.

 

제7장. 조국의 통일과 우리들의 자세

 

우리가 조금 금기시 하는 주제인 통일이다. 누구나 통일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통일이 지금 당장 되기는 희망하지 않는 그 통일. 아버지는 평소 고 김대중 대통령의 왕팬이셨다. 살아오신 과정도 유사하고(결론은 무척 다르지만) 똑똑하고 독서광이신것도 비슷하며 권력에 대한 욕구도 많으신 것도 비슷하다. 그래서 아버지는 아마도 김대중님을 일종의 대리만족 대상으로 생각하셨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버지의 통일론도 그 맥락을 유지한다.

 

 

 

내가 보는 아버지는 외골수이시다. 가정형편 때문에 초등학교 졸업이 공식 졸업장의 마지막이고 그후로는 모두 독학으로 대학교 졸업장에 준하는 국가고시까지 보시고 사법고시를 준비하시다가 결국 공무원의 길에 들어선 분이다. 나를 포함 누나 셋을 박봉의 공무원 월급으로 키우시고 전두환 정권때는 사회비판적인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짤리시기까지 했다. 뭐 여러가지 우여곡절끝에 최종적으로는 다시 복직되시어 공무원으로 직업생활을 마감하셨지만 늘 정치에 관심이 많으셨고 실제로 군산에서 국회의원이나 시장을 하시려고 준비도 하셨다. 물론 돈이 없어서 못하셨다.

 

다량의 독서를 통해 얻어진 지식은 남다른 분이셨으나 독학의 한계인 외골수와 타인과 함께 하는 삶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또한 세상과 타협할 줄 모르는 기질 때문에 물론 공무원시절 비리하나 없는 청렴한 분이셨지만 그로 인해 주변에 사람이 너무 없는 분이시기도 하다. 물론 그 덕에 책을 읽을 시간은 많이 버셨지만 말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에 대한 애정은 거의 없는 편이었다. 워낙 애정표현도 안하시는 분이고 또 막내아들이라고 해서 잘 대해주면 애를 버린다는 생각을 하신 탓인지 관심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엄격하신 것인지 구분이 지금도 안가지만 아무튼 그래서 부자지간의 정이란 것이 지금도 별로 없다. 그냥 지금은 나이가 드셨고 또 경제적으로도 도움을 드려야 하니 어쩌면 자식의 의무를 하고 있는 셈일지도 모른다. 물론 여기에는 어머니의 존재가 크다.

 

아버지는 같이 지내기 힘든 분이다. 워낙 자신만을 나는 스타일이라서 밥 한끼 먹을때도 가끔 보면 주변사람들 안중이 없다. 같이 사는 법을 배우지 못한 분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까?

 

나는 아버지를  지식은 많으시지만 지혜가 부족한 어르신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 나이에 책을 쓰신것은 대단하시긴 하다. 나도 나중에 기회가 되면 책을 좀 쓰고 싶은데 그때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할지도 모르겠다. 아버지가 책에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 이야기를 쓴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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