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력한자의 철학

아이루다 2012. 5. 14. 18:01

 

나는 태생이 노력과는 좀 거리가 먼 사람이다. 지금까지 내 삶을 돌이켜보면 부모님 덕에 많이 떨어지지 않는 머리와 남들보다는 좀 더 큰 키를 타고 났고 몸도 건강한 편이라서 크게 잔병치레도 하지 않고 살아왔다. 적당히 공부했고 적당히 타협해왔으며 적당히 살았다.

 

나는 내가 평가하는 기준에서 보면 의지력 부족에 속한다. 지구력도 부족하고 어떤 욕망을 좇는 강한 추진력도 없다. 나는 아수라장 같은 삶의 현장에서 적당히 교육받고 적당한 직업을 가지며 평균적으로 늘 상위 20%내에는 들었던 것 같다. 뭐 기준은 거의 능력이나 경제력이지만서도.

 

나는 어리버리 공리주의자이며 민주주의자이며 공화국 지지자이다.

 

내가 왜이렇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바로 오늘 내가 쓰고자 하는 이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끔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경우가 있다. 어느정도 타고난 능력에 엄청난 본인의 노력이 더해져서 보통 타인들이 이루지 못하는 것을 정말 어렵게어렵게 이루어내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은 타인의 귀감이 되기도 하고 그 살아온 인생의 역경이 바로 드라마처럼 느껴지지도 한다.

 

그런데 나는 이런 분들에게서 한가지 어떤 공통점을 발견한다. 물론 내가 그분들을 모두 개인적으로 아는것이 아니라 순전히 간접적인 미디어로 판단한 것임을 먼저 밝혀둔다.

 

제일 강한 것은 일단 성공에 대한 욕구이다. 당연하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노력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 다른 강한 의지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의지력에는 바로 욕망이 있어야 한다. 특히 타고난 배경이 타인들에 비해 열악할 경우 더 노력의 정도는 강해진다.

 

두번째가 내가 얘기하고 싶은 주제인데 바로 타인과  분리된 벽이다. 이 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해보자. 

 

A씨는 뛰어난 머리를 타고났다. 하지만 집안이 너무 가난하여 책을 사기도 힘들었으며 정말 어렵게 어렵게 고등학교까지 마쳤다. 그는 대학의 높은 등록금 앞에서 좌절을 할 수 밖에 없었지만 타고난 근면성과 성공에 대한 욕구로 인해 학자금 대출과 정말 엄청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4년을 마쳤다. 그러다보니 그에게 시간이란 돈을 벌거나 공부를 하는 단위였다. 소수의 친구를 사귀긴 했지만 솔직히 대학교의 낭만이나 MT 따위는 사치스러운 일일 뿐이었다.

 

그는 그래도 당당히 좋은 회사에 취직해서 또 열심히 노력해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다. 물론 끝없이 그의 뒤를 잡아대는 집안사정이 있었지만 그는 정말 노력에 노력을 통해 서울시내에 중형급 아파트도 하나 마련하고 결혼도 할 수 있었다. 그는 나름 성공한 셈이다.

 

물론 이런 삶이 아주 일반적이라고 주장하지는 않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서 특히 가난탈출 성공신화를 쌓아가는 분들에게는 어쩌면 매우 일반적일 수도 있다. 아무튼 이런 삶을 살아오신 분들의 보통 가치관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일단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자신이 자신의 삶에 대해 매우 치열하게 살아온 점이다. 그래서 이런 분들은 보통 삶을 보는 관점이 매우 단단하다. 단단하다는 의미는 바로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가치관이 바로 '노력' 이다. 노력하지 않는 자는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본인이 그렇게 힘들게 노력해서 얻은 것들에 대해 누군가 노력하지 않고 얻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솔직히 그것이 좋게 보이겠는가?

 

여기까지는 그래도 나름 긍정적인 면이 있는데 문제가 하나 생긴다. 사람은 매우 다양하고 삶의 가치기준 역시 너무도 넓은 스펙트럼에 있다. 그런데 삶을 너무 치열하게 살아오다 보니 주변을 보는 법을 잊었고 그 결과로 타인을 이해하는 범위가 너무 좁아진 것이다. 그래서 아주 좁은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 가치를 판단하며 조금이라도 자신이 무의미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거나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이 되면 그 가치를 무시해 버리는 것이다.

 

이런 예는 그동안 많이 다뤄졌기에 기억을 상기시키는 의미에서 몇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자식의 길을 정해주는 엄격한 아버지. 요즘 세상에서 일명 정신력이 약하다고 평해지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탓하는 어른들. 게임이나 기타 놀이문화에 열중하고 있는 일종의 잉여인간들에 대한 평가.

 

세번째는 명확한 목표의식과 가치기준이다. 점과 점을 잇는 가장 빠른 경로를 직선이라고 한다면 현재의 자신과 목표를 잇는 직선을 최대한 벗어나지 않게 해주는 힘이 바로 목표에 대한 의지이다. 또한 그것이 그만큼의 가치가 있기에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네번째는 비효율적인 것들에 대해 명확한 선을 긋는 것이다. 보통 인간이 하는 놀이문화에 대해 잘 참여하지 않는다. 물론 인간인지라 어쩔 수 없어 퇴근 후 술자리를 갖기도 하지만 이조차도 미래의 목표를 위한 투자인 경우가 많고 딱히 미래의 자신으로 가는 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면 인간관계도 끊어져 버린다. 또한 대중적 문화 생활이라고 알려진 영화보기, 여행, 독서 등과 같은 것들도 행사처럼 치루거나 하지 않는 방향으로 산다.

 

 

 

늘 효율적이고 목적 중심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에게 자신의 가치관과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의 존재는 아주 못마땅하고 보기 싫을 수 있다. 실제로 그들을 이해해 보고자 자신이 그 일을 해봐도 아무런 행복을 못 느끼고 이해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회사에서는 엄청난 일 추진력을 보이지만 부하 직원들은 아주 죽을 맛이 되고 그 혹독한 생존경쟁에서 이기면서 삶의 기쁨을 누리지만 실제로 주변에는 그리 많은 사람들이 남지 않는 상태가 된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로 권위적인 태도로 아내와 자식들을 대하게 되며 사랑보다는 물질적 자원을 공급하는 주체로서 역할에만 주력한다.

 

이런 분들의 장점은 겉으로 보기엔 성공한 삶을 살아가는데 반해 단점으로는 실제로 보면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우지 못해 권위적인 아버지이거나 인생의 여유가 생겼을때 이것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몰라서 전전긍긍하게 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마라톤을 하거나 수백킬로미터를 자전거를 타거나 산을 등정하거나 하는 등 힘들어서 도전하고픈 것들에 메달리게 된다. 물론 그래서 행복하다면 상관없긴 하다.

 

또다른 문제는 이런 분들이 나이를 먹게 되면 상당히 권위적이며 보수적인 사람이 되기 쉽상이란 것이다. 자신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정당하다고 놓고 그 길에서 벗어나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정신상태라 썩었다고 생각하면서 비난한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 약자에게 무척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며 이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진보진영에 대해 무척 적대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삶의 방향성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첫번째는 책이다. 자수성가 한사람이 가지는 독선은 오직 독서만이 그 길을 풀어줄 수 있다. 과거에 보면 고 김대중 대통령 같으신 분들도 이런 유형이지만 전 생애에 걸친 엄청난 독서량이 그런 분들의 중심점을 잡아 준 것이다.

 

 

 

어제 미국의 유명한 게임 개발사가 개발한 디아블로3 게임이 출시됐다. 일명 한정판이라고 불리우는 제품을 사기위해 비가오는 와중에도 몇천명의 사람들이 왕십리에 모였다. 게임하나 사려고 몇천명이 밤을 세우며 기다린 것이다. 나는 그 그룹에 섞이기지는 않았지만 나 역시 그 게임을 좋아하기에 어제 온라인으로 구매를 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이런 모습을 보면서 젊은이들이 일은 안하고 게임 따위를 사기 위해 밤을 세는 모습에서 절망을 느낀하고 표현한다.

 

자신의 가진 가치와 다른 가치에 대한 아주 편협한 평가라고 보여지는데 우린 이런 분들을 정말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나처럼 나약하지 않고 자신의 삶에 도전적이고 목표를 위해 나가는 노력하는 분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서 이 모든 것이 오직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의해 얻어졌다고 착각하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다. 그리고 그런 분들이 스스로 보수화 되어서 타고나지 못하고 또 성격적 이유로 인해 이 경쟁사회에서 낙오되는 분들에 대한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모습은 정말 심각하기까지 하다. 진보의 가치를 무시하고 그러다보니 그 반대에 있는 보수의 가치에 모든 것을 걸어버리는 모습까지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슬프게도 우리나라에는 보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나라의 자칭 보수는 그냥 상위 그룹의 이득을 보호하는 기득권일 뿐이니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사람이 제대로 살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사실은 너무도 옳다. 책을 읽지 않는 자는 어떤 삶의 길을 살아가든지 제대로 된 길을 찾을 수 없다. 우리 인간은 너무도 나약하고 편협한 존재라서 혼자의 생각만으로 세상을 보면 삐뚤어지기 마련이다. 이를 잡아주는 것이 다양한 타인들의 생각이고 이 생각을 읽는 것이 바로 책을 읽는 것이다. 그래서 다양하고 여러분야에 걸친 독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나의 가치가 중요하다면 타인이 생각하는 가치는 왜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번이라도 고민해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내가 오늘 마라톤을 왜 하고 있는지 정말 심각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