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매니아, 오타쿠, 중독자 그 경계지점은?

아이루다 2012. 6. 21. 12:39

 

몇년 전부터 일본에서 건너온 단어가 온라인상에서 한참 유행을 했다. 그것은 바로 오타쿠라는 단어이다. 오타쿠에 대한 정확한 의미는 내가 일본인도 아니고 일본어를 아는 것도 아니니 규정하긴 힘들다. 단지 내 임의로 판단한 한국에서의 그 의미는 어떤 취미나 물건에 대해 보통의 매니아 단계를 벗어난 집착이나 심각할 수준의 몰입을 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 (우리나라 말로는 오덕후 혹은 덕후 라는 말로 쓴다)

 

여기에서 애매한 판단기준이 될 수 있는 '심각한 수준'이라 함은 대체적으로 그것으로 인해 일반적인 삶에 많은 영향을 줄 정도를 뜻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게임 오타쿠라면 게임을 하기 위해 공부를 전혀 하지 않는 학생이나 매일 밤샘에 지쳐 결국 직장을 그만두는 직장인 정도가 되겠다. 즉 자신이 사회생활을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즐기는 취미생활에 지나치게 빠져 그차체를 하지 않는 사람 정도를 말하는 것이다.

 

그것과 의미상 크게 다르진 않지만 좀 더 가볍게 쓰이는 단어가 바로 매니아이다. 매니아는 영어인데 동일한 주제에 대해 타인들보다 훨씬 많은 지식과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거의 전문가 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뛰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오타쿠와 다른 점은 그럼으로 인해 사회생활을 등한시 하거나 공부를 하지 않거나 하지 않고 좀 더 긍정적으로 그 지식이나 기술을 이용해 실제로 현실에 더 도움이 되기도 하는 부분이 확실하게 있어서 구분이 된다.

 

매니아들은 보통 많은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모이고 온라인에서도 만나지만 실제로 가끔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돈독한 우정을 나누기도 한다. 물론 자전거와 같은 동호회는 실제로 활동 자체가 오프라인이기 때문에 게임과 같은 매니아보다는 훨씬 더 적극적인 관계성을 띠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중독자. 중독자하면 보통 도박, 마약, 술 등을 떠올리게 되는데 중독자 수준은 이제 그것만이 최고의 가치가 되며 또한 그것을 얻기위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할 정도로 집착을 보이는 단계를 말한다. 중독에 대해서는 뭐 충분히 다들 이해하고 있을테니 이정도로 설명하자.

 

사람은 기본적으로 태어나 어느정도 나이를 먹은 후에는 공부를 하고 그 결과로 직장을 잡고 어느정도 기간동안 경제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이뤄나가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아주 많은 다양성이 있지만 크게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직장을 통해 경제적인 면은 해결이 가능하나 삶에 대한 모든것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특히 행복) 사람들은 보통 직장일 이외에 다른 관심꺼리를 찾게 된다. 여기에서 취미생활이 개발되고 매니아의 탄생이 이루어진다.

 

짧은 영어지만 콩글리쉬 수준으로 보면 자기 직업에 대한 전문적인 수준을 그냥 프로페셔널이라고 한고 매니아는 보통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지칭하지는 않는다.

 

나 역시 살아오면서 많은 스포츠(어러서 부터 따져보면 탁구, 농구, 당구, 배구, 볼링, 수영, 스키, 인라인, 자전거 등등)를 취미삼아 해왔다. 물론 운동신경이 좋지 않은 편이라서 그닥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냥 즐길만 하게 했다. 그리고 이런 육체적 행위말고도 독서, 여행, 기타 연주, 영화보기, 음악감상 , 별사진 찍기 등등 육체적 활동보다는 정신적 활동에 좀 더 치중된 취미도 즐기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도 종류는 다르지만 이런식으로 삶의 많은 부분을 취미를 통해 채워나가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뛰어난 사람들이 나타나고 그 결과로 어떤 그룹의 리더로서 활동도 한다.

 

근본적으로 사람은 보통 여러가지 능력을 가진 사람에 대한 호감이 생긴다. 자동차 운전을 잘하는 사람, 운동을 잘하는 사람, 음악을 잘하는 사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세상일에 박식한 사람 등등 이런 요소는 육체적인 면도 있지만 정신적인 면도 존재하면서 사람들에게 골고루 능력을 보여주게끔 해주며 그 자신에게도 매력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수단으로서 취미생활을 하기도 한다. 취미생활은 그 자체의 즐거움과 타인들과 교류가 되는 계기, 또한 자신의 간접적인 몸값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제 거기에 심하게 집착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래서 매니아 단계를 벗어나 오타쿠의 단계로 발전해 나간다. 직업이 아닌 일에 직업이상의 관심을 쓰는 단계가 되어 버린 것이다. 물론 그래서 경제생활에 문제가 없고 가정이나 아이 양육에 큰 무리가 없다면 그래도 괜찮다. 하지만 보통은 그런 일상적인 그리고 일반적인 삶에 있어서 매우 불성실할 수 밖에 없다. 왜냐면 눈뜨고서 잘때까지 오직 하나만을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버리면 어떻게 일상적인 수준의 일에 대한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할 수 있겠는가? 매니아에서 오타쿠로 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그것 이외에 더 중요한 것들을 찾을 수 있는가 아니면 오직 그것만을 찾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성격이 내성적이고 타인과 교류하는데 있어서 매우 서투른 어떤 사람이 온라인 게임상에서는 매우 높은 그룹에 속해 리더도 활동하는 예가 있는데 이럴때 이 사람은 온라인 게임에 대한 매니아 수준을 넘게 된다. 즉 그 안에서 현실에서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자아를 온라인 상에서 자아의 존재를 찾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 정도의 수준이 되면 중독단계로 봐야 한다. 단지 그것이 도박이나 마약,술과 같은 극단적인 단계는 아니지만 실례로 집에 오면 TV를 켜고 잘때까지 TV만 보다 자는 사람들, 집에오면 잘때까지 게임만 하다 자는 사람들(요즘의 나다;;), 쇼핑에 빠져 버는 돈을 모두 쇼핑에 사용하고도 모자라 카드 연체까지 되는 사람들, 차를 너무 좋아해서 자신의 수입을 훨씬 초과하는 차를 사고 꾸미는 사람들, 이성과의 만남이 주는 즐거움에 빠져 끝없는 이성관계를 만들어가려 하는 사람들, 전자제품에 빠져 새로나온 온갖 제품을 다 사서 써봐야 하는 사람들 등등 모두 일종의 중독자들이다.

 

단지 이런 종류의 중독자들은 사회생활에 지대한 영향까지 미치지 않는 단계지만 이런 심각한 수준의 관심 때문에 인간이 살아가면서 배워야 할 기본적인 인문학적 교양이나 인간 자체에 대한 공부 등이 부족함으로서 매우 삐뚤어진 사람이 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것을 다하면서도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수퍼맨/수퍼우먼 들도 있지만 말이다.

 

여기에서 좀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 것이 하나 있다. 내가 집착하는 그리고 내가 끝없이 관심을 갖는 그 취미나 행동들이 과연 정말 그자체에 대한 관심일까 하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쇼핑에 빠진 사람은 그 사람이 사는 물건들이 정말 필요하고 정상적으로 판단해서 그만한 값어치가 있어서 그런것일까? 종업원의 상냥한 태도나 내가 산 물건들을 보고 반응해주는 주변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즐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여자에게 쇼핑이라면 남자에게는 전자제품이다. 보통의 남자들은 자신이 사는 전자제품이 무척 자신의 삶에 큰 도움을 준다고 믿는다. 실제로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것을 하기 위해 억지로 필요성을 만들어내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야한다.

 

페이스북을 하기 위해 트위터를 하기 위해 거실에서 인터넷 기사를 보기 위해 아이패드를 사는 사람들은 당연히 그 필요성이 있다. 그럼 왜 페북과 트위터를 할까? SNS가 자신에게 주는 어떤 장점 때문에? 아니면 타인과의 만남에 있어서 끝없이 노력하려고? 또다른 이유로 자신이 행복함을 타인들과 공유하기 위해?  혹은 트위터 같은 매체를 통해 자신이 사회의 주요 관심사에 끝없이 반응하고 있다는 만족감에?

 

지금은 없으면 못살것 같은 휴대폰도 겨우 15년도 안되었다. 컴퓨터 역시 일반 가정에서 쓰는 수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기준으로 20년 정도 되었다. 도대체 그 전 세계는 어떻게 살 수 있었을까? 다 같이 그런것을 안쓰던 시대에 말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자신의 생명말고는 그 어떤것도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물론 먹고 살아야 생명이 유지되니 먹을것도 일종이 필수다. 자다가 짐승한테 먹힐 수 있으니 안전한 집도 필수다. 겨울에 얼어 죽을 수 있으니 따뜻한 옷도 필수다. 그리고 애는 낳고 살아야 내 유전자를 미래로 보내줄 수 있으니 결혼도 어느정도 필수다. 그것들 말고 내가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것이 있는가?

 

매니아, 오타쿠, 중독자 어느 수준이든 간에 중요한 것인 내가 이것에 집착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는 것이다. 정말 내가 차가 좋아서 차를 사는 것인지 아니면 좋은 차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사람들의 긍정적인 평가때문인지 생각해 봐야 하고 정말 골프가 좋아서 치는 것인지 아니면 타인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좋아서 좋은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여자들은 '자기만족' 이라고 표현하면서 나름 신경써서 옷차림을 많이들 한다. 그럼 정말 그것이 자기만족인가? 무인도에 혼자 있어도 그렇게 차려입고 살 것인가?

 

사회가 자꾸 본질을 외면하고 타인에게 보여주는 명분에 집착을 한다.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일지도 모르지만 매니아/오타쿠/중독이 모두 이런 단계로 출발함을 마냥 부정할 수만은 없다. 물론 이런 직업이외의 다른 관심사는 사람들의 삶에 커다란 즐거움과 행복, 심지어는 인생을 완성시켜 나가는데도 도움을 준다. 하지만 그것은 소수에 불과한 실정이고 실제로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냥 좋아하고 빠져있다고 믿고 그것을 명분으로 치장을 한다.

 

좋아하고 즐기는 것은 문제가 아니나 자신이 왜 그것을 좋아하고 즐기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를 먼저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적어도 자신의 삶에서 많은 부분을 투자할 중요한 선택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