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감정, 그 정체가 궁금하다.

아이루다 2012. 3. 14. 16:32

 

어제는 요즘 나를 좀 신경쓰이게 하는 몇가지 일로 인해 기분이 쳐졌다.

 

집짓는 공사랑 관련된 비용들 때문에 좀 머리속이 복잡하고 걱정도 되고 해서 집에 가는 길동안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도 밥 해먹기도 귀찮아서 남은 된장찌게에 라면을 넣고 끓이는 만행을 저질러서 먹었다. 특별한 맛은 없었지만 그냥 배에 꾸역꾸역 넣었다.

 

기분이 그리 좋지 않은 날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기분이 좋지않다, 혹은 쳐졌다는 것을 나는 도대체 어떻게 감지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뇌가 쳐졌다? 뇌속의 생각이 쳐졌다? 조금 이상하다. 뇌에 들어있는 많은 세포들이 아픈가? 혹은 신경세포가 민감해진건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내 신경망에 뭔가 문제가 생겼나?  그래서 증상을 좀 자세히 생각해봤다.

 

첫째 등짝이 좀 아프다. 그리고 가슴속 한구석이 답답한 느낌이 나는데 마치 그건 정말 중요한 시험을 망친 후 느끼는 그런 종류의 기분에서 강도만 약해진 것이다. 그리고 어깨도 아팠다. 심장도 좀 더 빠르게 뛰는 듯 하고.

 

실제로 잘 생각해보니 내 기분이 나쁘다는 말은 정신적인것이 아니라 상당히 육체적인 상태였다. 몸에 힘이 없고 어깨는 결리고 등짝은 쑤시고 가슴 안쪽은 뭔가 답답하고. 나는 지금까지 기분이나 감정 같은 것이 온전히 정신적인 현상으로만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갑자기 혼란이 생겼다. 그러면서 다시 좀 생각해보니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는 날은 기분이 별로라고 느끼는 적도 좀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기분이 안좋아서 이런 육체적 변화를 느끼는 것은 거의 100%인데 반대로 육체가 힘을 얻었다고 꼭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아닌것 같긴 하다. 그리고 기분이 쳐진 상태에서 육체적으로 적당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 참 힘들듯 한 생각도 든다.

 

우리 몸은 뭔가 위기를 느끼면 아드레날린 이란 물질을 분비한다고 알려져 있다. 뇌에 산소와 포도당 공급을 높이고 심장을 더 빠르게 뛰게 하며 혈당 수준을 높인다. 또한 면역체계의 억제 효과도 나는데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어떤 위급한 상황에 놓이면 평상시 몸 보다 과도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또한 면역과 같은 육체의 평시 활동을 멈추게 함으로서 좀 더 위기를 극복하게끔 만드는 작용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오래 놓이게 되면 몸은 과도한 에너지 소비에 의해 힘들게 되고 면역체계가 정상 동작을 하지 않아 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있다. 따라서 이 호르몬은 최대한 분비되지 않게 하는 것이 몸에 좋을 듯 하다.

 

아드레날린의 긍정적인 효과를 뭔가 극한의 위기를 극복해내는 힘이 되고 이것을 극복했을 때 느끼는 보상감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부정적인 점은 그런 목표를 상실하거나 반복되어 무뎌지게 되면 더이상 보상감을 맛볼 수 없어서 우울해지고 사소한 일에 짜증을 내게 되는 것이다.

 

이 부분과 잘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기분이 좋은것도 몸의 상태가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분이 좋은 상태란 뇌가 좋은 상태가 아니고 내 몸이 편하고 뭔가 포근한 느낌을 받는 것을 말하는 것이며, 크게 웃으며 기분이 무척 좋을 때는 엔돌핀이란 호르몬이 분비되며 몸의 통증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준다고 한다. 그러니 몸이 더 편하게 느껴지고 따라서 더 행복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스킨쉽이나 아이와 엄마의 스킨쉽도 역시 육체적 상태를 정신으로 느낀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 법하다.

 

결국 우리가 느끼는 기분이 좋다. 나쁘다, 감성적으로 만족하다, 불안하다, 분노하다, 걱정하다, 상쾌하다, 즐겁다, 안정적이다, 이런 거의 모든 종류의 감정들은 어떤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서 몸이 생존이란 가장 큰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아닐까? 결국 정신세계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감정이 바로 육체에 대한 느낌이라면 조금 많이 혼란스럽다.

 

만약 육체를 최대한 편안하게 할 수 있다면 반대로 기분이 좋아질 방법도 있을 법 하다.

 

호르몬 얘기가 나온김에 글이 전체적인 맥락에서 너무 이어지지는 않지만 정리 차원에서 적어본다.

 

우리의 몸은 멜라토닌과 세라토닌이란 두가지 호르몬에 의해 크게 조절이 되는데 멜라토닌은 주로 밤에 편하게 잠을 자게 해주는 기능을 하고 세라토닌은 반대로 낮에 사람이 안정적으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밤에 멜라토닌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으면 육체가 잠을 자기위한 안정된 상태로 빠지지 않아서 불면증에 걸리고 낮에 세라토닌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으면 마음이 평온해지지 않아 늘 불안해지는 우울증에 걸린다고 한다.  이 두 물질 모두 특정 분비세포가 있는데 늘 일정한 것이 아니고 때에 따라 활성화 되기도 하고 비활성화 되기도 하는데 보통은 밤낮이 교차될 때 서로의 역할을 맡기 위해 분비량을 조절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실제로 이 분비량은 상황에 따라 변하며 심지어는 분비기능이 퇴화되기도 하는데 오랫동안 스트레스 속에 살게되면 세라토닌 분비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늘 기분이 불안한 상태로 지속이 되다가 결국 우울증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이 세라토닌 분비 담당 유전자가 많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이건 일종의 훈련이 필요한 모양이다. 적당한 운동, 맛난 먹거리, 타인과의 즐거운 교류, 긍정적인 시선 등등이 있나보다. 자기가 아는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행복한 사람들은 아마 이것이 많이 분비되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영 아닌것 같다. ㅎㅎ

 

그래도 나 역시 행복하게 살길 원하니 바보같은 긍정적인 모습보다는 좀 더 정밀한 긍정적인 모습을 가져야겠다. 그리고 타인과의 교류가 그리 좋지만은 않으니 나 혼자 잘 노는 방법을 더 찾아야겠다. 긍정적인 시선은 바보가 되어야 가능하니 패스한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말은 자신이 긍정적이란 말이다. 이것은 절대 세상이 긍정적이란 말이 아니기에 가끔 이런 모습을 보이면서 나는 행복하니 너희들도 나처럼 살아서 행복해라 라고 말하는 이상한 놈들을 TV에서 많이 보게 된다. 아 또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안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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