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깨달음은 존재하는가?

아이루다 2012. 3. 5. 16:37

 

어린 시절에 혹은 나이를 먹어서도 가끔 내가 초능력자가 되는 상상을 하곤 한다. 무협지의 주인공처럼 우연히 어느 동굴에가서 이상한 열매를 먹었더니 몸에 엄청난 에너지가 쌓인 것이다. 나는 그 에너지를 이용해 물체를 멀리 보내기도 하고 수백미터를 점프하기도 한다. 그리고 악당을 쥐도새도 모르게 없애는 협객이 되기도 한다.

 

나는 가끔 인간의 뇌의 역량이 어디까지인지 궁금하다. 물론 사람의 한계를 넘어선 행동은 실제로 있는 것이다.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데 위기상황에서 인간이 평소의 힘보다 더 많은 힘을 내줄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이 있다. 아마도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일 것이다. 하지만 멀리 떨어진 물체를 이동시키는 염력이나 생각이나 보이지 않는 공간에 있는 물체를 감지하는 투시력등과 같은 것은 아직도 단 한번도 증명된 적이 없다. (수 많은 사례가 있지만 제임스 렌디라는 분이 백만달러를 걸고 세계 투어를 하는 것에 대한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 내 말이 이해가 갈 것이다)

 

그래도 나는 가끔 내가 알지못하고 의심하기 때문에 나의 뇌파로 멀리 떨어진 TV의 전원을 넣지 못하는것이 아닐까 의심도 한다. 하지만 확실히 리모콘은 그렇게 한다.(ㅎㅎ)

 

살면서 가끔 내가 가졌던 엄청난 착각을 깨닳고 나면 뒤통수를 쎄게 얻어맞은 듯 멍할때가 있다. 어떤 결과에 대한 원인을 찾다가 나중에 알고보니 그 결과가 원인일 때 그런 느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화난 이유가 타인의 행동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오랜시간 분노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화난 이유는 그 타인으로 부터 나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인 경우 등이 있겠다.

 

나는 요즘도 내가 언젠가 부처처럼 혹은 달마대사 처럼 오랜 시간 명상에 잠겨있다가 갑자기 뭔가를 번뜩 떠올리며 나의 정신세계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일종의 깨달음의 순간이다. 그럼 나는 내가 우주만물에 대해 이해하고 그것들의 삼라만상에 대한 완전한 공감을 할 수 있게되면서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웠던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 공식을 순간 모두 이해하게 되는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좀 더 오버해서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허블의 발견으로 시작된 우주 팽창에 대한 이유와 그 힘의 근원으로 예상되는 암흑에너지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좀 더 보태서 내가 TV를 나의 뇌파만으로 켜고 내 왼손에 신경을 쓰면 왼손에 오른손보다 더 따뜻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난 내가 정말 깨달은 순간에 대한 증거를 원하는가 보다. 정신을 믿을 수 없기에 물리적 증거를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마도 그런일은 없을 것이다. 우주의 모든 원리를 이해한다는 그 어떤 누구도 갑자기 양자역학의 공식을 이해할 수는 없고 빅뱅의 이유나 멀티 유니버스의 존재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없다. 왜냐면 그때가 되면 왜 그런것이 궁금한가 라고 물을게 뻔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인간이 깨달음을 얻는건 불가능한것 같다. 우린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니고 20억년 동안 지구의 장구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유기물 생명체이다. 우리의 정신은 데카르트의 주장처럼 육체와 분리된 것이 아니다. 육체가 편하면 정신도 맑아지고 육체가 힘들면 정신도 혼미해진다. 많은 철학자들이 자신의 정신훈련에 있어서 육체적 운동의 역할을 주장하는 것은 바로 이런 까닭이다. 일단 건강해야 생각도 한다.

 

우리가 정신이라고 믿는것은 거의 대부분이 무의식속에 지배되는 뇌의 영역중 아주 일부분인 현재의 의식이다. 만약 깨달음이 있다면 아마도 어떤 상태가 되는것 같다. 물론 이런 상태는 가능하다. 무당이 작두를 탈때처럼 뭔가에 100%믿음이 생기면 우린 아주 특이한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100%믿는것이 아주 힘들뿐.

 

부처나 달마가 살던 시절은 정보량이 아주 작았다. 그래서 어쩌면 더 쉽게 100%믿는 과정이 진행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깨달음도 역시 뭔가를 무식하게 믿던 사람들이 쉽게 얻을 수 있다. 평생 칼하나 믿고 조폭으로 살아오던 사람이 어떤 종교인의 모습을 보고 격하게 감동하면서 순식간에 믿음을 가지고 신앙인이 되는 모습을 보면 그렇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나는 의심이 너무 많다. 설령 내가 진정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도 의심할 것 같다.

 

요즘은 명상이 나의 그나마 조금이라도 가능성이다. 많은 사람들이 명상에 대한 좋은 평가를 해서 나 역시 그들과 같은 길을 가고 있는데 가끔 의심이 든다. 정말 저사람들은 그들의 말처럼 진정하게 뭔가를 얻었나? 책을 낸 사람이라면 책 팔아먹으려고 하는 말 아닌가?

 

아직 내가 가보지 못한 길이기에 나는 뭐라고 말하기 힘들다. 아마도 평생 가보지 못할 길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넋놓고 있긴 시간이 아까우니 나역시 100%의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그날을 꿈꾼다. 누가 아는가? 그날이 오면 내가 TV를 생각만으로도 켤지. 정말 누구의 말처럼 인간의 능력은 끝이 없을지도 모른다. 아마 이건 일종의 진화일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진화라면 허무맹랑한 희망만은 아니다.



* 2017년 7월 31일 수정 함.


많은 시간을 통해 생각한 결과, 부처님의 깨달음은 분명히 존재한다. 비록 그것을 내가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그리고 내가 그것을 경험할 확률은 거의 없지만, 깨달음에 관한 모든 것은 놀랍도록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논리적으로도 합당하다.


그것을 초월한 인간 혹은 한 단계 더 진화한 인간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