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고독을 즐기는다는 것의 의미

아이루다 2012. 2. 27. 12:18

 

고독 이란 말을 들으면 보통 나는 이런 단어들이 떠오른다. 외로움. 고립. 지질이궁상. 따분함. 혼자있음. 이질감. 뭔가 있어보임. 어두움. 자기내면.

 

딱히 결론을 낼 얘기는 아니지만 천천히 우리가 고독이란 용어를 어떤때 사용하는지 살펴보고 싶다.

 

군중 속의 고독이란 말을 떠올려보면 고독이 꼭 혼자있은 상태를 말하는 것은 아닌것 같기도 하다. 왜냐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가끔 이 사람들과 내가 좀 다른 부류의 존재 구나 하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 있는데 결혼 안한 여자가 모두 결혼하고 애 낳은 친구들 모임에 가서 그녀들의 양육에 대한 대화를 듣고 있다보면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도 하기 때문인것 같다. 이런 경우 고독은 실제 고독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대화 주제에 대한 어색함이란 단어가 더 클것같다. 그러다가도 어느새 대화 주제가 자신이 관심있는 화장품에 대한 것으로 변하게 되면 금새 다시 어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군중 속의 고독은 자신과 교감할 단 한명의 대상도 찾지 못하는 교류 가능한 자의 부재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다.  

 

깊어가는 가을 거의 다 떨어져가는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에 갑자기 뭔가 가슴속에서 치미는 감정을 느껴 본 적이 있다면 고독을 느껴 본 것인지도 모른다. 쉴 새 없이 돌아가던 시간이 갑자기 멈춰진 듯 시간을 느끼는 순간 우린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궤적을 인식하면서 과연 내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문득 생각하는 것이다.

 

이럴경우 이 감정은 지나 온 시간의 허무함에서 출발한 결국엔 공허함으로 귀결되는 상황이다.

 

햇살이 가득한 일요일 아침 눈을 떴는데 생각해보니 오늘은 누구를 만날 약속도 없고 또한 딱히 뭔가 하고픈 것이 없다는 생각에 하루가 아득하게 느껴진 순간이 있는가? 만약 그런 경험을 해본사람이라면 고독이란 말을 떠올릴 법 하다. 자신의 삶에서 뭔가 의미있고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그 어떤것도 없다고 느껴지며 난 도대체 무엇을 이루며 살아가고 또 내 인생의 의미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밀려온다.

 

이런 경우 자신의 삶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진 것이다. 챗바퀴 돌 듯 하는 직장 생활과 별 큰 의미없어 보이는 주변 사람들과의 끝없는 교류. 과연 나는 나의 인생이란 커다랗다고 생각하는 그릇에 무엇을 채우고 있었는가 하는 일종의 후회가 될수도 있다.

 

방금 너무 신나고 재미있는 영화를 한편 보고 집에와 누웠는데 갑자기 마음 한구석이 텅빈 듯한 느낌이 든다. 집에 들어올때 까지는 너무도 좋았는데 막상 집에 들어오니 불꺼지고 냉기가 느껴지는 집안이 나를 기다릴 때 그냥 눈물이 난다. 이순간 아 이래서 사람들이 결혼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든다. 생각하면 거추장스럽고 또 딱히 결혼을 거부하지 않았지만 내마음에 맞는 짝을 찾지 못한건 어쩔수 없고 또 그렇다고 아무나하고 결혼 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가끔 따뜻한 누군가가 그립다는 생각이 든다.

 

외로움이다. 혼자사는 사람들이 느끼는 외로움. 누군가 나를 성가시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 정말 혼자있고 싶다는 그런 소망을 품을 수 있는데 아무도 나에게 양말을 꺼꾸로 벗어놓지 말아라 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다. 혼자 밥을 차리고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설겆이를 한다. 혼자 빨래를 하고 혼자 빨래를 널고 혼자 양말을 뒤집는다.

 

회사에서 누군가 결혼을 하고 집들이를 했다. 휴지를 사들고 가보니 넓고 깨끗한 아파트에 새로 산 멋진 TV와 거대한 냉장고와 그안에 가득찬 맛나보이는 먹을 것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안방 전면에는 화사한 미소를 짓는 여주인공의 얼굴이 눈에 밟힌다. 늦은 저녁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작고 구질구질한 집에 냉장고를 열어보니 말라 비틀어진 열흘전 산 식빵만 나를 반긴다.

 

문득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니 물도 다 떨어지고 없다. 밖에 나가 편의점에 가서 물을 사올 생각을 잠깐 했지만 너무 귀찮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가 참 사는게 궁상맞다는 생각도 든다. 남들은 모두 그렇게 화려하게 살아가는데 나는 지금 이 나이에 뭐를 하고 있는가? 문득 내자신이 너무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다. 그리고 많이 슬프다.

 

부러움이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과 피상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에서 질투를 느끼고 있다. 외롭고 서럽다는 생각이들지만 실제로 고독과는 거리가 먼 감정이기도 하다.

 

회사에서 내가 좋아하는 30대후반의 젊은 여자 팀장. 높은 연봉에 늘 활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일을 할때도 의욕이 넘치고 카리스마가 느껴지며 와인을 즐기고 많은 취미생활을 하고 있는것 같다. 적어도 혼자살려면 저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그녀는 혼자있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듯 보이고 다른사람과 달리 뭔가 있는것 같다.

 

화려함 속에 숨어있는 정말 깊은 외로움을 감지 못하는 것이다. 개는 무서움이 많을수록 심하게 짖는다. 모든것은 부족할수록 화려하게 꾸미기 마련이다.

 

 

 

고독은 쉽게 즐길수 있는것이 아니다. 보통은 외로움을 고독으로 착각하지만 외롭다는 것은 소통의 부재 그리고 교감의 부재인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고독은 그런 종류의 감정상태가 아닌 어떤 상태에 놓인 정신세계이다. 만약 30분이라도 손가락 하나 꼼지락거리지 않고 생각만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서 기분이 나빠지거나 하지 않고 편안함을 느끼며 졸리지도 않는다면 당신은 고독을 즐길 수 있는 기본이 된 사람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그걸 하지 못한다.

 

고독은 자신과의 은밀한 대화시간이다. 자신의 과거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자신이 했던 말이나 행동에 대해 설명을 한다.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한 원론적인 분석을 하며 또한 내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풀어간다. 쉽지않은 일이다.

 

자기를 똑바로 바라본다는 것은 참 기분을 더럽게 한다. 난 늘 그럴 때마다 난 왜 그정도밖에 안되는 하는 생각만 든다. 내가 느꼈던 불쾌한 감정들.. 질투심, 분노, 시기심 등이 모두 나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임을 아는 것이 어찌 즐거울 수 있는가? 그것은 마치 나에대한 객관적 데이터를 뽑아 평가받는 것과 같다. 물론 외부적인 것은 어쩌면 받아들이기 쉬운것인지도 모른다. 갖지 못하고  가질수 없는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체념을 하기때문에.

 

그렇지만 나를 괴롭히는 정말 중요한 것들은 나도 모르게 느껴지는 불쾌한 감정들이다. 그냥 그런 건 친한 친구와 만나 뒷다마나 까야 스트레스가 풀리는데 어느날 나를 똑바로 쳐다보니 내가 친구에게 한 말들은 모두 자기 합리화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것이다. 만약 똑바로 봤는데도 마찬가지라면 당신은 그냥 인식력 부족이니 고독과 절대 친해지지 말라.

 

나를 바라보고 인정하는 것 역시 어려운 과정이다. 내가 그정도의 인간 밖에 안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참 어렵다. 난 공부를 못한게 아니라 안한것이고 결혼을 못한게 아니라 안한것이다. 난 친구들에게 인기가 어느 정도 있으며 내 주소록은 평균이상의 사람들이 기록되어 있고 많은 연봉은 아니지만 내 연봉은 중간 이상은 가며 난 적어도 회사에서 어느정도 능력을 인정 받는 사람이다. 이것이 나에 대한 나의 평가다.

 

그런데 정말 공부를 제대로 열심히 해본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때 정말 느꼈을것이다. 소수를 제외한 나머지는 그 소수의 지적 능력을 도저히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결혼을 안한것인가? 아니면 결혼을 할 준비가 안되어 있는것인가? 여자를 혹은 남자를 끌어드릴 매력이 있는가? 난 아직 내 영혼의 짝을 못만났다고? 그래 맞는 말이다. 그런데 영혼의 짝은 없고 그냥 당신의 부족함 부분을 대범히 넘겨줄 사람을 못만난 것이다. 

 

내 주소록엔 빼곡히 사람들이 있지만 내가 정말 기분좋게 전화해 만날 사람은 몇명인가? 어느날 훌쩍 여행을 가고 싶을때 부담없이 같이가자고 말할 사람은 몇인가? 내 수입이 중간 이상은 가지만 정말 그 연봉에 만족하는가? 나는 회사에서 어느정도 인정을 받지만 어디 외부에서 나에게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면서 스카웃 받아본 적이 있는가? 헤드헌터에게 연락이 왔다고? 헤드헌터가 그냥 구인구직 전담이란 것을 아직도 모르는가?

 

비참하자고 쓰는 얘기가 아니다. 현실을 적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자신의 일에 만족하고 자신의 주변인에 만족하고 자신의 능력에 만족하여 결국 자신의 인생에 만족한다면 당신은 고독과 친할 필요가 없다. 그냥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좋다. 괜히 고독 어쩌고 하면서 힘들게 살 필요가 없다. 아마도 그런 당신이라면 죽는 그날까지 행복하게 살 것이다.

 

나를 제대로 바라보고 나를 인정하면 고독은 당신에게 친구가 된다. 그때부터는 높낮이로 말하는 것이 우숩기는 하지만 일명 높은 정신 세계를 느낄 준비가 되었다. 물론 그 단계로 가기까지 아주 어렵다. 수년에서 수십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래도 현실만족형 인간으로 타고나지 못한 당신이 그나마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방법론중 하나다. 제일 좋은 것은 그냥 일상속에서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다.

 

그럼 어떻게 높은 정신세계를 느낄수 있나?

 

첫번째 나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공부해본다. 종교든 철학이든 우주 이론이든 마음 이끌리는데로 간다. 물론 종교는 일종의 착각증세를 주는데 뭐 개인적으로 종교에 심취하는 것에 대해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단지 더 높은 상태로 갈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대충 마무리하는 일이기에 조금 아쉽다.

이 과정은 평생해도 모자른다.

 

두번째 좋은 책을 많이 읽는다. 성현의 글이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는가? 편견을 갖지말고 그들과 대화를 해라. 당신이 고민한 것들은 그들도 이미 모두 고민했다. 어줍잖은 심리학 분석책이나 철학 역사서 같은 것 읽지마라. 그냥 책 팔아 먹는 책 제조꾼일 뿐이다.

 

세번째 힘들겠지만 취미 생활을 시작하라. 가능하면 조용하고 가능하면 쉽게 접할 수 있는것이 좋다.

 

네번째 운동을 해라. 생각보다 육체적 건강이 정신 세계에 영향을 많이준다. 반대로도 마찬가지지만 결국 어느정도 몸이 건강해야 생각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다섯째 명상과 같은 정신 집중 훈련을 해보는 것도 좋다. 필수는 아니지만 명상을 하면 어떤 효과가 있다고 하니 한번 시도는 해볼만 하다.

 

여섯째 타인과의 교류를 최소화하라.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는 즐거움 혹은 즐겁지 않음의 요소로 작용하고 이것은 결국 감정의 기복으로 연결된다. 감정적으로 불안정하게 되면 생각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물론 주변인과 갑자기 모든 관계를 끊는것은 멍청한 짓이다. 조금만 줄이는 것이 좋다.

 

일곱째 당신의 생각과 어느정도 비슷한 성향의 사람을 찾을 수 있으면 찾아서 대화를 나눈다. 물론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지만 운이 좋다면 그런 친구를 혹은 인생의 멘토를 찾을수도 있다.

 

여덟째 사람 사는 일에 조금만 관심을 줄여라. TV 시청을 줄이고 인터넷 뉴스 검색을 덜하며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 눈팅을 줄여라. 즐거움을 줄 수 있지만 그만큼 당신의 정신세계는 비어간다.

 

아홉째 사소한 일에 좀 더 부지런해지자. 게으르면 뭐든 힘들다. 운동도 힘들고 책읽기도 힘들다. 집안일이 밀려 있다면 과감히 해서 마음의 부담을 없애고 집안에 재활용 버릴것이 많다면 최대한 다 버리도록 하자. 어떤 것이든 하지 않고 남겨두면 마음 한구석이 찜찜해서 좋지않다.

 

열번째 글을 쓰자. 글은 생각을 정리하는 수단이다. 물론 나처럼 글쓰기가 서투른 사람이라도 꾸준히 쓰다보면 나아질 수 있으니 용기를 가지고 쓰자. 자신이 쓰는 글을 누가 보는것이 부담스럽다면 집에서 그냥 문서로 쓰자. 괜히 이렇게 블로그에 써서 타인의 관심에 신경쓸 필요가 없다.

 

과연 높은 정신세계란 것이 과연 있는지 조차 나는 의문이다. 이렇게 열까지나 장황하게 쓰고 실천하며 살더라도 나에게 어떤 변화가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떠한가? 인생에 있어서 그 어떤것이 정답이란 말인가. 문명이 생긴이래 수천년간 인간은 인생의 정답을 찾고자 노력해왔다. 하지만 이것은 절대 정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차라리 빅뱅이론을 증명하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인생의 의미를 찾는것을 인생의 목표로 하는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사업의 의미를 찾기위해 사업의 성공을 목표로 하는것은 아니다. 목표는 나가야 할 길이 아닌 목적점인 것이다. 우리는 목표를 찾는 것이 아니라 길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죽음이외에 우리에게 진정한 자유를 주는 것은 없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있을때 비로소 모든 인생의 고뇌가 해소되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의 목표는 죽음이 된다. 이것은 그 어떤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유일한 평등함이다.

 

마지막으로 당부하자면 고독을 즐기는 법을 배우고자 한다면 특별한 능력을 타고나지 못한 사람이라면 40살 이후에 하는것이 좋다. 자칫 젊어서 하다가는 우울증에 빠지거나 외톨이가 되어 자살할 수도 있으며 또한 동일한 시간을 투자해서도 전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