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철학

무조건적인 사랑

아이루다 2012. 3. 12. 16:28

 

사랑받는 사람이 행복할까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할까?

 

어려운 질문인듯 싶다. 각자 의미대로 행복할 것이란 생각이 들지만 둘 중 하나만 선택한다면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더 행복할 듯 하다. 실제로 물질적인 이득은 아마 사랑받는 사람이 훨씬 많이 얻게 될 것이다. 보통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받는 사람에게 선물이고 뭐고 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아마 단순히 생각하면 많은 사람들이 사랑받는 쪽을 택하기가 쉽다. 대중의 인기속에 살아가는 연예인들의 모습에서 그런 선택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오늘은 이 두가지 선택 중 사랑하는 쪽으로 가보자.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감정이다. 물론 가슴이 아플때도 있고 상대에 따라 많이 힘들기도 하겠지만 그 사랑에 대한 적절한 응대만 있다면 그런 조그만 손해따윈 아무것도 아니게 여기며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한사람이 아닌 더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게 된다면 더 행복해질까? 이것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하기 위해 이런 생각을 해보자.

 

누군가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사람이 미워서 불행한가? 아니면 자신의 미워하는 감정 때문에 불행한가? 보통 그냥 생각에서는 아마 그 사람의 존재 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좀 더 자세히 뜯어서 생각해보면 실제로는 그 자신의 감정 때문에 불행하다. 미워하는 감정이 느껴지는 자신에 대해 불행하고 짜증이 나는 것이다. 실제로 그래서 얼굴을 덜 보면 덜 밉고 마음도 덜 짜증난다. 얼굴을 볼때마다 미워하는 감정이 상기되어서 싫은것이지 멀리 떨어져 안보이면 미워하는 감정조차 까먹어 많은 시간이 흐르면 결국 미워했던 사실 마져도 희미해져버린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의 존재가 세상으로 부터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렇듯 우리가 느끼는 거의 모든 감정은 모두 자신으로 부터 출발한다. 길거리에서 다정하게 포옹하고 있는 연인들을 보고 '젊은 것들이 아무데서나..' 라고 생각이 든다면 과연 젊은 것들의 문제인가? 아니면 그것을 이상하게 보는 내 자신의 문제인가? 물론 젊은 것들의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우리가 요즘 보통 하는 손잡고 다니는 사람들이나 숏팬츠나 미니 스커트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여인들의 모습을 조선시대 선비들이 봤다면 과연 머라고 했을까? 아마 나라 망한다고 할 것이다. 우리는 단지 문화가 가르쳐준 어떤 판단기준에 의해 그것을 보고 불편함을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눈에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보기 힘들듯.

 

이야기가 좀 옆으로 샜는데 아무튼 사랑이란 주제 역시 이런 맥락에 의해 보자. 누군가를 혹은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은 그 상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우리들 그 자신에 의해 가능해지는 감정이다. 그리고 철저하게 자신의 감정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싫어하고 증오하는 것이 좋지 않은 감정이라면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은 아주 좋은 감정들이다. 그래서 사람은 많이 사랑할 수록 행복하며 모두들 그러기를 바란다. 하지만 여기엔 너무 힘든 난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랑할 만한 사람이 세상에 너무 부족하고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만 살아가는 이기심의 문제이다. 물론 장래를 약속하고 미래를 같이 계획하는 젊은 사랑하는 연인들은 이미 운명적으로 공통체인 부부라는 체계를 향해 가기 때문에 이런 개인적인 이기심 조차 둘의 이기심의 합으로 되기에 그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나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들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을 하게되면 뭔가 내 이득을 포기해야 하는데 가족이나 연인이 아닌바에야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처음에 말했듯 모든 사람을 모든 생물을 모든 사물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할 수 있다면 내가 얼마나 행복 할 수 있을지는 감히 상상도 못하겠다. 내 옆에 있는 나의 연인, 나의 부인, 나의 아이, 나의 가족만 사랑하는데도 그렇게 행복한데 지구 만물을 혹은 우주 만물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엄청나게 행복할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람이 만약 어떤 절대성에 들어갈 수 있다면 그건 바로 이 무조건적인 사랑이란 단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존재를 믿지는 않지만 예수도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고 부처도 공자도 그랬다. 그사람들은 아마 이런 절대성에 들어간 인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내가 예수나 부처의 경지에 올라서려면 당연히 이런 정신세계로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만약 내가 스스로 난 모든것을 사랑한다고 말하더라도 누군가 내 옆에서 10년동안 끊임없이 바늘로 나를 쿡쿡 찔러대면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그건 절대로 자신이 없다. 실은 예수나 부처도 힘들것이라고 생각한다. ㅎㅎ

 

물론 살아생전 그런 단계로 올라 갈 가능성도 거의 없지만 실제로 그런 단계가 있을것 같다는 생각도 안드는 것이다. 이런 관점은 예전에 썼던 '깨달음'과 비슷한 관점에서 보는데 아직까지는 많이 부족해서 그런지 내가 '무조건적인 사랑'을 할 수 있을것이라는 믿음이 안생긴다.

 

하지만 난 알고는 있다. 내가 진정 행복하고 진정 이 모든것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런 단계까지는 가지 못하더라도 그런 단계로 가기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말이다. 막막하지만 지식으로만 알고있다.

 

아마 시골에 가서 사람들과 많이 동떨어져 오래 살게되면 사람이 그리워지고 또 나이를 더 먹으면 좀 더 유연해질 것이란 생각은 든다. 내가 20대 30대 생각을 해보면 40대는 그보다 많이 너그러워졌으니까.

 

당장은 얻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모든 사람을 모든 생물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지는 못하더라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넓은 사랑은 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오늘도 내 주변의 일들에 대해 용서하고 마음에 품었던 악의나 분노를 모두 내 탓으로 돌릴 수 있도록 용을 써보아야겠다.

 

 

먼저 그대는 집착  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세상에 뿌리내리고

있는 모든 것을 끊어야 한다.

 

그래야만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도울 수 없을 것이다.

그대는 나누어 줄 게 아무 것도 없다.

 

물론 "나는 사람들을 사랑한다."고 계속 믿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대에게는 아직 사랑이 없다.

 

아직도 그대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를 열망한다, 그대는 여전히 거지이다.

그대는 아직 아무 이유없이, 그저 나누어준다는 즐거움 하나만으로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

 

- 금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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