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거절을 못하는 심리학

아이루다 2012. 2. 26. 16:43

아는 이의 부탁을 잘 거절 못하는 사람이 내 주변에 몇몇 있다. 물론 나 역시 타인의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하지만 난 원래 불편하게 엮길 것 같은 사람과는 처음부터 교류를 하지 않는 편이고 또 삐딱함과 비판의 오라가 온몸으로 발산되는 사람이라 나에게 사람들은 부탁을 잘 안 한다. 그래서 이 문제는 나에게는 그리 심각하지 않다.

 

그렇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은 거절을 못하는 자신에 대해서 꽤나 많은 고민을 하고 살아간다. 그리고 이런 고민의 대부분은 바로 거절을 했을 때, 관계가 틀어질까 봐 걱정을 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어떤 문제라도 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이제부터 우리는 왜 거절을 잘 하지 못할까에 대해 분류를 해보겠다.

 

첫 번째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거절을 하지 못했을 때 상대가 받을 마음의 상처, 즉 나의 거절에 대한 상처로 인한 나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아 질까 하는 염려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보통은 상대가 받을 마음의 상처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그로 인해 내가 얻을 불이익이란 것이다.

 

결국 부탁을 잘 거절하는 사람은 그 부탁을 이행하지 않아서 얻는 이득과 그로 인해 상대가 받는 자신에 대한 평가하락을 인정하는 경우이고 잘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은 상대 부탁을 이행해줌으로써 얻는 손해와 부탁이행에 대한 상대의 호감도 상승의 이득을 얻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미래의 나의 입장에 대한 걱정이다. 이것은 아주 당연한데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돈을 꿔달라는 친구의 부탁을 거절한 사람은 자신이 아쉬울 때 그 거절한 친구에게 부탁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즉 내가 언제가 비슷한 종류거나 아니면 아예 다른 부류라도 한번 부탁을 거절하고 나면 나중에 그 사람에게 어떤 부탁을 하기가 아주 어려워진다. 또한 그 친구 역시 그 과거의 기억을 이용해 쉽게 거절할 명분도 생기는 것이다.
 
세 번째는 영웅심이다. 나에게 부탁을 한 친구가 나 아니면 누구에게 또 이런 부탁을 하겠냐 하는 심정이나 혹은 나에게 가장 먼저 부탁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그 우정에 대해 감동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나온 이유 중에 가장 순수한 이유이며 또한 멍청한 이유이다.
 
마지막 네 번째는 무식함이다. 이 이유는 가장 위험한데 보증과 같이 치명적인 부탁을 들어주는 사고를 치기 때문이다. 다른 이의 부탁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마음이 무거운데도 자기 좋은 쪽으로 해석하면서 잘될 것이라고 믿고 보증 같은 것 서주거나 명의를 빌려주기도 한다.
 
아는 사람이란 관계는 늘 뭔가가 교류되고 있는 상태이다. 그것이 무형의 이득이든 유형의 이득이든 상관없이 단 하나라도 있어야지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다. 진정한 우정이나 진정한 사랑을 말하지만 과연 진정한 우정이란 것이 존재하는 것인가?

 

내가 어려울 때 그 모든 것을 다 버리면서 까지 나를 위해 내편에 서줄 수 있는 사람이란 건 결국 나 역시 그 친구가 그런 입장에 서있을 때 내 모든 것을 다 내팽개치고 그 사람을 위해 내 인생을 송두리 채 바쳐야 하는 것이다. 할 수 있겠는가? 물론 할 수 있다. 두 사람 모두 똑같다면.
 
특이 케이스 빼고 인간관계가 주고 받는 사이라면 당연히 부탁도 그 중 중요한 하나의 요소이다. 따라서 부탁을 하고 부탁을 들어주고 고마워하는 일련의 행위는 관계를 유지 시키는데 아주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부탁을 너무 거절하지 못해 자신의 삶까지 침범 당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것들에 대해 좀 더 고민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더더욱 중요한 부분이고.
 
사람들은 자신에게 딱히 손해가 되지 않는 일에 참 많은 인심을 쓴다. 회사에 빈자리가 생기면 자신의 놀고 있는 친한 친구에게 입사를 권유한다. 그리고 자신의 사내에서 위치를 이용해 그 친구가 쉽게 입사되도록 조치한다. 결국 회사는 검증되지 못한 인력을 채용하는 위험에 노출되고 회사내부의 사람은 한 점의 손해도 안보고 자신의 친구에게 엄청나게 큰 취직이란 은혜를 베푼 것이다. 이런 사례는 참 엄청나게 많아서 일일이 셀 수가 없다.
 
무엇인가 부탁을 들어줬다면 그건 상대의 품에 있는 나에 대한 통장에 고마움(+1)이 기록된 상황이다. 그리고 내 통장엔 상대에 대한 통장에 도움(+1)이 기록되어 있다. 부탁을 하고 부탁을 들어주는 것은 인간의 계산적인 관계의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크게 고민하지는 말자. 단지 그것이 마치 나의 착함이나 나의 순수함에 의해 행해진다고 스스로 믿는다면 그것은 정말 멍청한 생각이다. 상대는 언제든 나에 대한 통장을 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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