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이타적이란 말의 정의는?

아이루다 2012. 2. 9. 21:09

이기적 인간과 이타적 인간은 보통 서로에게 반대의 의미로 쓰인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기적이다라는 표현은 많이 쓰지만 이타적이란 표현은 내 경우엔 많이 쓰지 않는 편으로 생각된다. 아마도 이기적 인간이 이타적 인간보다 더 많아서가 첫 번째이고 실제 그 배후엔 인간 자체가 원래 이기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기적과 이타적은 딱히 설명하지 않아도 그 의미를 각자 받아들이고 있겠지만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이기적인 부분은 인간 본성 자체이기 때문에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다. 생명체가 이기적이지 못하면 죽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생명 본성을 거스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우리가 많이 성인으로 언급하고 있는 테레사 수녀 같은 사람들이다. 물론 난 그런 사람들을 모른다. 솔직히 내가 직접 경험하지 못했기에 신뢰도도 낮은 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평가하는 데는 분명히 근거가 있다. 적어도 자신이 살기 위해 타인의 것을 뺏거나 하진 않을 테니까.
 
내가 즐겨보는 미드 중 하우스란 드라마가 있다. 아주 성질 더러운 천재 진단 전문의인 하우스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과 그리고 죽음 앞에서 그 원인조차 못 찾아 전전긍긍하는 많은 단역들이 각 편마다 나온다.
 
최근에 방송된 시즌 8에서 이런 사람이 환자로 나왔다.
 
아낌없이 주는 사람.
 
환자 역으로 프리즌 브레이커에 주연으로 나온 석호필이 나와서 나름 반가웠던 기억도 난다. 아무튼 이 환자는 대단히 많은 부를 가지고 있는데 끊임없이 타인에게 기부를 하고 살고 있다. 그러다가 길에서 쓰러져 하우스가 근무하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하우스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이타심을 믿지 않는 성격이기에 그 사람의 증상을 일종의 병으로 판단한다.

 

실제로 한 의사가 꾸며서 신장이 필요하다고 하자 석호필은 즉석에서 신장을 기부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의사는 그 환자의 이런 이타적인 성향이 병임을 직감한다.
 
하우스도 자신의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자 바로 돈을 기부할 것을 제안한다. 아무튼 결론은 뇌에 생긴 병으로 사람의 이타심이 극대화 된 상태였다. 그리고 치료된 후 그는 하우스에게 기부할 것이라고 한 말을 취소한다.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잘 생각해보면 남에게 자신의 생명까지 위험해지는 상황으로 도움을 주는 것은 실제 정신병으로 판단된다. 왜냐면 그것은 생명체 기본인 생명유지의 본능을 거스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도 그건 병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런 병에 걸리지 않아도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이런 행동은 종교적 인간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왜냐면 그들이 믿는 종교에서 타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강조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어린 시절 읽었던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나오는 얘기도 굶주림이 가득한 병원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식량을 다른 이에게 주고 죽음을 맞이한 꼴비 신부에 대한 글이었다.
 
그렇다면 정말 이타적이란 말인가? 인간의 본성을 거스를 수 있다는 말인가?
 
결론적으로 말하는 나는 '아니다' 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면 일단 대부분 이런 사람들은 신념에 의한 행동을 한다. 본능은 그렇지 못하지만 자신이 믿는 종교나 혹은 사상에 의해 이렇게 자신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대단한 인내력과 자신의 믿음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부분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보자.
 
첫 번째는 일반인들 중에 있는 이타적인 사람들 얘기다.
 
A씨는 평범 남이고 그냥 남들처럼 살아왔다. 그러다가 어느 날 회사에서 고아원 봉사활동을 하러 가기로 해서 빠질 수 없어서 갔다. 그런데 거기에서 자원봉사로 매주 나와서 그들을 돌보고 있는 어떤 사람들을 보고 많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자신은 평생 한번 가는 것도 힘든데 그들은 수십 년간 그런 생활을 해온 것이다. 쉬고 싶은 주말을 반납하고 자신보다 힘든 이들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그는 그 자원봉사원들이 정말로 이타적인 사람들이라고 느꼈다.
 
사람이 만약 자신이 정말 하기 싫어하는 일을 평생 하고 살아야 한다면 자살할 가능성이 크다. 보통은 자신의 관점에서 타인을 보기 때문에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간접적으로 그 고통을 느낀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높은데 올라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에 대한 공감을 누구보다도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자기 위주로 세상으로 판단하다 보니 자신이 정말로 하기 싫은 봉사활동을 자의적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얼마나 대단해 보이겠는가?
 
하지만 실제로 그 자원봉사자들은 자신이 좋아서 하고 있는 것이다. 술 먹는 것보다 주말에 늘어지게 자는 것보다 어딘가를 여행가는 것보다 또는 재미있는 TV 드라마 재방송을 보는 것보다 그것이 더 좋고 보람되어서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인 것이란 말이다. 그 사람들이 A씨처럼 행복을 느끼는 포인트가 다르다면 어떻게 그 일을 계속 해 갈 수 있겠는가?
 
사람들은 행복을 느끼는 부분이 참 많이 다르다. 누구는 운동에서 누구는 출세에서 누구는 많은 돈에서 누구는 책을 읽는 것에서 누구는 자신의 의견을 타인에게 잘 전달하는 것에서 누구는 음악에서 누구는 미술에서 누구는 권력에서 느낀다. 그런 종류 중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물론 이런 사람들에게 한계는 있다. 하우스에 나온 환자처럼 신장을 주거나 하나뿐인 심장을 타인에게 줄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죽으므로 행복도 사라진다.
 
두 번째는 신념이나 믿음에 의한 이타심을 보자.
 
처음에 언급한 테레사 수녀와 같은 사람들이다. 뭐 슈바이처 박사를 그렇게 평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슈바이처 박사는 우리가 아는 실제 그런 상황은 아니었던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 아무튼 이런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의지로 자신의 신념을 향해 간다.

 

하지만 그들 역시도 심장을 누군가에게 주는 것은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 것이다. 실제로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보통은 그만큼의 값어치를 느끼기가 힘들기 때문에 거절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거기에는 자신이 세상에 살아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기에 훨씬 효율적인 결정이기도 하다.
 
우린 이 두 가지 경우를 보통 이타적이라고 평한다. 심지어 성인이라고 까지 한다. 그럼 정말 이타적이란 것인가?
 
행복을 위해 신념과 믿음을 지키기 위해 혹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하는 행동들을 우린 존경할 수는 있어도 정말 자신보다 남을 더 생각하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이타적일 수는 있지만 명백한 한계와 전제조건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람을 천명 살해한 사람이 심장병으로 죽어갈 대 그에게 심장 이식을 해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인간의 생명 그 자체의 존귀성을 따져서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 역시 신념에 기반한 것이다. 심장이 없으면 우린 죽을 뿐이다. 스스로 죽음을 결정하는 것은 자살 밖에 없다. 하지만 자살은 생명의 포기 행위이지 희생은 아니기에 이타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개인적으로 어떤 성인이나 지극히 이타적이라고 평가 받는 사람들을 존경하는 것은 말리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을 것이란 착각을 버리는 것이 좋다. 다들 좋아서 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사족
 
병원에서 치료받고 의사에게 고맙다고 할 필요는 없다. 그냥 그들을 그들의 기술을 이용해서 돈 벌이를 한 것이다. 물론 고맙다고 하면 나중에 다시 그 병원에 갈 때 도움은 된다. 선물이라도 명절에 보냈으면 더 좋다. 의사에게 인술을 펼치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못한 요구다. 마찬가지로 교수나 선생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에게 타인보다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잘못된 행동이다.

 

왜 그렇게 강요하는가? 그들은 직업으로서 그것을 선택한 것이다. 만약 생명의 존귀함을 지키기 위해 의사를 선택했더라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그냥 그 사람이 행복한 길을 간 것이기에 우연히 그 방향을 잘 맞춘 것에 대해 박수는 쳐줄 수 있을 망정 그렇지 못한 다른 의사들을 비난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대신 존경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선생님이란 용어를 존경의 의미로 쓰는데 의사에게 의사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아주 잘못된 관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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