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책

우리와 그들 무리짓기에 대한 착각

아이루다 2012. 2. 19. 10:03

데이비드 베레비 저.

 

어제 송파도서관에 다시 갔다. 지난주 아는 동생 전세집 구해준다고 못가고 이주만에 다시 갔다. 그리고 이주전에 읽다 만 이 책을 다시 꺼내들고 읽기 시작했다. 세시간을 꼬박 읽었지만 100페이지 남짓 읽고 말았다. 평소의 나의 책 읽는 속도를 생각하면 참 더디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인간을 분류하고 또 자기편 내편 혹은 서로 무리를 짓고 그것을 인정하는지 또한 다른 무리에 대한 적개심이 왜 나타나는지 등등에 대한 내용과 우리가 생각하는 무리짓기가 과연 우리의 생각대로 정말 종교, 학벌, 출생지, 정치적 지지정당, 좋아하는 스포츠 등등으로 인해 나뉘게 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책이다. 400페이지가 넘는 덕분에 이제 겨우 2/3 정도 읽었지만 다음주에 다시 송파도서관에 가게되면 다 읽을 수 있을 것같다는 희망도 품으며 오늘은 어제 읽었던 부분에 대한 얘기만 적어본다.

 

어제 내가 읽은 부분은 책의 중반부에 해당하는 내용인데 우리 인간이 외부의 사람들과 어떤식으로 관계를 맺고 또 어떻게 인식을 하는지에 대한 생물학적 지식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나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는 내용이라서 읽은 후 최대한 정리를 하고자 책을 다 읽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다시 한번 2편을 써볼 생각이다. 그때는 이 책에 대한 전체적인 소개가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보자. 아주 많이 일어나는 상황이다.

 

당신은 지금 많이 친한 친구와 함께 커피 한잔을 하고 있다. 이 친구는 최근 여자친구 (혹은 남자친구)와 헤어져 슬퍼하고 있는데 위로받고 싶어한다. 그래서 당신은 지금 친구의 말과 행동을 관찰하며 적당히 위로의 말을 해주고 있다. 지금 친구는 약간의 흥분과 평소보다는 좀 더 민감한 상태라서 내가 혹시 실수로 잘못말하면 상처가 될까바 걱정이 된다.

 

당신은 지금 친구를 이해하기 위해 어떤 것들에 관심을 두고 있는가?

 

보통 사람들은 그사람의 말을 유심히 듣는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좀 더 면밀히 보자. 표정은 어떤가? 예를 들어 난 '그 사람이 다시 연락해주었으면 좋겠어' 라고 말하는 친구의 표정이 어둡다면 혹은 약간의 기대에 찬 모습을 보인다면 아니면 저주한다는 표정이라면 이 말은 어떻게 해석되고 있는가?

 

만약 어둡다면 친구는 거의 가망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니 당신은 이런식으로 얘기할 것이다. '어차피 마음의 결정을 했으니 지나간 시간을 잊고 미래를 생각해'

만약 약간의 기대가 섞였다면 '아직도 잊기가 많이 힘드니? 그럼 좀 더 잘 생각해보고 다시 만날 것을 정말 고민해바. 조용히 너 자신이 정말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어'

만약 저주하는 표정이라면 '그딴 인간 다시 연락오면 뭐하게? 잘 헤어졌어. 솔직히 니가 아까워. 너 정도면 충분히 더 나은 사람 만날거야. 당분간 쏠로를 즐겨봐'

 

물론 이 예들은 완전한 것들은 아니다. 여기서 빠진것은 친구와 그의 남자 혹은 여자친구와의 평소 관계를 알아야만 더 자세한 분류가 된다.

 

아무튼 이렇다면 같은 말이라도 표정에 따라 달라지고 또한 그로 인해 당신의 반응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간단히 알아볼 수 있다. 그렇다. 인간은 다른 인간과의 교류에 있어서 끊임없이 상대의 표정, 행동, 말투, 분위기를 살피며 그사람이 내뱉은 말과 섞어서 꽤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시간에 말이다. (친구의 얘기가 끝나고 1분이 지나도록 당신이 말이 없으면 친구는 당신이 자신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고 삐질지도 모른다)

 

상대의 여러가지 요소를 유추해내서 판단하는 이것이 얼마나 쉬운 일일까? 책의 저자는 이것이 자전거 타는 것보다 운전을 배우는 것보다 수만배 수십만배 더 힘들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인간은 어린시절 인지능력이 부족한 그때부터 커오면서 끝없이 그것에 대해 배워온것을 알 수있다. 굳이 책을 보지 않아도 자신의 과거를 생각해보면 그것은 확실하다. 나이가 먹을 수록 인간에 대한 지식이 늘어나고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현장 실습을 하면서 이런 인지 능력을 향상시켜 온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대부분 대한민국이라는 특수한 문화적 상황에서 더 맞춰져 있다. (대한민국에서 목을 숙이는 행위는 인사지만 어디 아프리카 부족에서는 사랑한다는 몸짓일 수도 있으니 오해가 생길 것이다)

 

자폐증이란 병이 있다. 보통 자신만의 생각 공간에서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걔중에는 천재적인 사람이 나오기도 하는 병이다.

그런데 이 자폐증을 잘 살펴보면 그 병에 걸린 사람들의 가장 큰 곤란함은 상대의 의사를 유추하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어깨를 으쓱해도 내가 분노에 찬 저주를 퍼부어도 그것을 제대로 공감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그러니 반응이 이상하고 사람들은 이런 모호한 상황을 더 이상 지속시키지 않고 싶어하게 된다.

책에서는 이런 자폐증 환자에 대한 이런 정의를 했다.

 

"누구나 당신 마음을 볼 수 있지만 나는 당신 마음을 볼 수 없다. 코드 해석이 불가능 하다"

 

책에는 인간의 인지에 있어서 스테레오 타입이란 용어를 사용하는데 그것은 일종의 판단 원형이라고 나는 이해했다. 내가 어느날 목욕탕에서 온몸에 문신을 한 그리고 머리를 짧게 깍은 사람을 보고 조폭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유인데 내가 그럼 그런 사람을 성실하고 자상한 회사원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너무 웃기지 않은가?

 

이 용어를 저자는 많은 시간을 들여 설명해놨고 여러가지 예를 들어 문제점과 인정할 만함 점에 대해 써놨다. 그런데 솔직히 기억이 잘 안난다 ㅠ

이 부분에 대한 이해는 책을 한번 꼭 읽어보라고 강력히 권유하고 싶다.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내가 즐겨보던 '덱스터' 란 미드는 혈흔전문가로 경찰이 된 사이코패스에 대한 이야기인데 덱스터가 여자친구인 리타가 자신에게 안기며 사랑을 말할 때 어떤게 반응해야 할지 어색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또한 그는 어려서 부터 그가 사이코패스란 것을 안 양아버지로 부터 인간과 어울려 사는 법에 대해 배우는데 보통 그것은 케이스별로 어떤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 행동하라는 일종의 행동지침이었다. 왜냐면 그에게는 상대가 말하는 의사를 유추하는 법이나 공감을 할 수 있는 감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기대와는 다른 반응을 보이는 덱스터를 받아드릴 수 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미드속에 덱스터는 잘 커서 끝없이 연기를 하며 세상과 어울려 산다. 물론 자신의 어두운 부분을 함께 공유할 사람을 끝없이 찾아 다니긴 하지만.

 

좀 전에 자폐증에 대한 얘기도 했지만 이 사이코패스 역시 이런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상대의 의도를 유추하지 못하는 것이다. 여자가 남자 앞에서 눈물을 흘릴 때는 위로해달라는 것이다. 내가 잘못했든 안했든 간에 위로 해달라는 일종의 싸인이다. 거기에 왜 잘못은 니가 하고 또 니가 질질짜냐 라고 말하면 여자는 큰 충격을 받는다. 이것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있다. 타인과 잘 어울리고 분위기를 잘 이끄는 사람들은 이런 상대의 행동이나 표정과 말을 빠르고 정확하게 잘 인지하는 사람이고 사차원 소리를 듣거나 뚱딴지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은 반대로 그 신호를 늘 잘못 해석하거나 엉뚱하게 해석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러니 소위 센스가 좋은 분위기 메이커는 성격적인 문제가 아닌 뇌의 특정 부위의 발달이 잘 된 사람을 말하는 것이 과학적인 해석인 것이다.

 

책에는 뇌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오는데 이백년전쯤 유럽에서 간질병 환자 치료법으로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연결고리를 절단하여 치료를 했었는데 그 치료법을 받은 사람은 실제 간질 증상이 많이 약화되었고 또한 생활도 정상인처럼 했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기억능력 상실이었던 것이다. 분명히 뭔가를 듣고 정보를 얻었지만 하루가 지나지 않아 다 잊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수술을 받기 전의 기억은 모두 보존하고 있었다. 사과를 보면 그것이 사과란 것을 인지해 내지면 그 사과를 먹고 나서 하루가 지나면 내가 사과를 먹었다는 사실만 잊어버리는 상황이 되었다는 말이다.

 

이렇게 뇌는 우리의 인지 능력과 기억의 모든 부분을 관장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안와전두피질이란 부위와 편도체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안와전두피질은 규칙과 학습을 주로 관장하는 부위이고 편도체는 대인관계를 관장하는 부위이다. 좀 더 추가해서 설명하자면 안와전두피질이 손상되면 규칙을 지키지 않고 난폭해지며 무책임한 사람이 되며 편도체가 손상되면 적과 아군의 구분이 없어져 모든 부류의 사람을 모두 내편이라고 믿게 되어 쉽게 사람을 믿게 되는 것이다. 소위 성격 좋은 사람이라고 할까? 그리고 반대로 편도체가 심하게 활성화 되면 타인과의 경계심 심하게 생겨서 걱정,우울증 증상이 나타나고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은 사이코패스가 된다는 것이다.

(도심에 사는 현대인이 편도체가 과잉활성화되어서 걱정과 우울증을 일으킨다는 보고도 있다)

 

이 책이 이렇게 뇌에 대한 설명을 하는 이유는 우리가 타인과의 관계를 맺을때 또는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무리짓기를 할 때 과연 실제로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하는지에 대한 학문적 접근이었다.

 

오늘 책에 대한 내용은 책 전반적인 설명이 아닌 판단하는 뇌와 인간의 인지관계 또는 관계성 성립에 대한 것들 이었다. 물론 내가 책을 다 읽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책에 나온 내용이 많이 흥미로워서 적은 것이다.

 

만약 친구중에 잘 믿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줘라

 

"너는 편도체가 다른 사람보다 덜 활성화 되어서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적은 것이다. 그러니 넌 편도체 비활성화 인간이지"

 

친구가 정말 편도체가 많이 비활성화 되었다면 그 친구는 웃을 것이고 덜 활성화 되었다면 당신은 친구에게 오늘도 넌 헛소리를 해대는구나 하는 표정을 보게 될 것이다.

 

 

* 책의 정말 중요한 무리짓기에 대한 부분은 다음주에 적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