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책

생각의 오류.. 토머스키다

아이루다 2012. 2. 6. 21:43

 

지난주 금요일 저녁 퇴근 길에 잠실에 있는 교보문고에 들렀다. 회사에서 집으로 이동하는 중 들를 수 있는 유일한 대형서점이다.

보통 출퇴근은 자전거로 하기 때문에 잠실역에 갈 일이 없지만 최근 들어 부쩍 독서에 대한 열정이 불타올라서(ㅎㅎ) 가능하면 일주일에 한번은 서점에 가서 책을 사려고 한다.

 

그날 책을 두권샀는데 하나는 '생각의 오류' 제목의 책이고 하나는 '순수이성비판' 칸트의 책이다. 지난번 칸트 입문서를 사서 읽다가 도저히 글자만 한글인 그 외계어를 이해할 수가 없어서 직접 칸트가 쓴 글을 읽고자 하는 의도였다. 생각의 오류는 주말동안 깔끔하게 다 읽었다.

 

이 책은 사람의두뇌가 어떠한 착각을 하는지 그리고 그에 따른 우리의 판단력이란 것이 얼마나 부족한 상태인지를 일깨워주는 책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는 동안 많은 공감을 했고 또 제법 똑똑하고 냉철하다고 자부하던 내 머리에 커다란 의심이 생겼다. 난 확실히 멍청하다.

 

책은 6가지 주제를 차례로 예를 들어서 설명해준다. 난 간단히 이 여섯가지를 소개하고 책에 소개된 예로서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작은 깨우침을 주고 싶다. 더 자세한 얘기는 직접 책을 사 보시라!

 

1. 통계수치보다 이야기를 좋아한다.

 

A씨는 올해 차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지금 타고 있는 차가 10년이나 되어서 아무래도 차를 바꿀 시점이 된 것이다. 일단 그는 자신이 가용한 돈과 거기에 맞는 모델을 차례로 살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차종이 너무 많아 혼란스러워 소비자 보고서를 참고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남들이 좋다고 하는 차를 사는것이 현명한 결정이리라. 그는 B 사의 C모델에 대한 소비자 보고서를 열심히 보았다. 그리고 그 차종이 나온지 3년 되었으며 현재까지 특별한 문제점은 보고 되어 있지 않고 소비자 만족도도 나름 좋은 편이었다. 그리고 다른 차종에 대한 보고서와 비교해봐도 가격 및 안정성 그리고 엔진효율이 마음에 들었다.

 

A씨는 대충 마음의 결정을 하고 친구를 만나 자리에서 C모델을 사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마침 친구가 이미 C모델을 타본 경험이 있는것이 아닌가? 하지만 친구는 C모델에 대한 안좋은 얘기를 늘어놓았다. 골치덩어리 차라고 했다. 전동장치를 통채로 교체했으며 몇달에 한번씩 정비소에 가야 했었다는 것이다. A씨는 집에와서 그 차를 사지 않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여기에서 객관적인 사실 (통계치 - 소비자보고서)과 이야기(친구의 경험) 중에 이야기에 더 신뢰를 준 것이다. 실제 C차를 그가 샀을 때 다른 차를 샀을때 보다 훨씬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는 단 한명의 의견을 중시하고 소비자 보고서에 있는 수천명의 경험을 무시한 것이다. 이런 형태의 어리석은 판단은 수 없이 행해진다. 일명 입소문이라고도 하고 얼마전 국내에서 삼성이 애플 아이폰을 견제할때 언론을 통해 엄청난 효과를 얻었던 전략이다. 당시 아이폰 4는 절대 사면 안되는 제품이었다.

 

2. 확인하고 싶어한다.

 

A씨는 B사가 만든 C제품을 샀다. 사기전에 그는 많은 조사를 했고 충분히 숙고를 해서 구매한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신문을 보니 C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기사가 났다. 그래서 그는 그가 자주가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가서 글을 읽어보았다. 글은 C제품에 호의적인 것과 비판적인 글이 비슷하게 분포되어 있었는데 그는 주로 호의적인 글만 읽게된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그 제품을 샀고 그래서 돌이킬수 없는 상황인데다가 호의적인 글을 읽을 때마다 자신이 제품을 잘못산게 아니란 확신이 생겨서 였다. 하지만 그는 그 사실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다. 결국 그는 그 기사가 C제품을 깍아내리기 위한 경쟁사의 전략이라는 글을 읽은 후 그럼 그렇지 하면서 글 읽기를 멈췄다.  그후에도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났지만 그에게는 늘 호의적인 기사만 보였다.

 

이 부분 역시 우리 판단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 믿는 것을 확신시켜 주는 내용만을 읽게 된다. 예전에 내가 개인적으로 알던 사람이 내가 알고 있는 과학지식에 대한 문제점을 말하면서 창조과학론의 내용을 담은 CD를 준적이 있다. 나에게 이것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것이라고 말하면서. 그 CD는 지구의 역사가 1만년도 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우리가 어떤 사상이나 종교를 믿게되면 절대 못 빠져나오는 것이 바로 이때문이다. 누군가 그것이 맞다고 말해주면 자신의 생각에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경상도 지역에 깔린 한나라당 지지기반 역시 여기에 근거한다. 혹시나 자신이 잘못 생각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도 가끔 들지만 조중동을 읽다보면 말끔이 해결이 된다.

 

3. 삶에서 운과 우연의 일치가 하는 역할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A씨는 어느날 주식 소개를 하는 광고 전화를 받게되었다. B사 주식이 다음달에 오를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투자할 것을 권유받은 것이다. 그는 일단 의심이 들어서 거절하고 이 사실을 잊고 지내다가 한달쯤 지난 어느날 B사 주식이 정말 오른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다시 같은 전화를 받았고 이번엔 주식이 내릴 것이라고 하는 예측을 전달 받았다. 그 후 또다시 한달이 지난 후 B사 주식은 정말 내린 것이다. 그리고 다시 세번째 전화를 받고 이번엔 오를것이락 했다. 그때 그는 살지 말지 고민을 하기 시작하다가 결국 샀다.  그 후 주식은 어떻게 되었는지 중요하진 않다.

 

주식소개 하는 회사는 어느날 만명의 회원에게 모두 전화를 걸어서 오천명에게는 B사 주식이 오를것이라고 나머지 오천명에게는 내릴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한달 후 오르자 오른다고 전화한 사람들 중에 이천오백명에게는 오를것이다 라고 나머지에게 내릴것이라고 했다. 다음 세번째 내릴것이라고 했던 이천오백명 중 다시 천이백오십명에게는 오를것이라고 나머지에겐 내릴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여기서 회사는 총 백명에게 투자금을 받게된다. 그리고 투자자 개인당 수수료로 십만원을 받았다. 투자회사는 전화를 통해 그냥 천만원을 벌었다.

 

여기에서 어떠한 점을 느끼는가? 정말 투자회사가 미래의 주가를 예측한 것인가? 아니다. 그 회사는 그냥 확률에 의해 우연히 일치된 천이백오십명의 잠재적 투자자를 얻은 것이다. 우린 이런 판단을 얼마나 많이 하는 것일까?

 

예를 하나 더 들자면 애인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버튼을 누르는 순간 전화가 울렸다. 애인에게 전화가 온 것이다. 그는 순간 이 여인이 나와 운명적 상대가 아닌가? 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은 수 많은 순간에 대한 기억은 잘 나지 않고 그 한순간만 깊게 각인된 것이다.

 

우린 이런 운이나 우연의 일치가 마치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그냥 수 많은 경우의 수 중 하나일 뿐인 것이다.

 

4. 세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우리의 감각에 대해 우린 얼마나 신뢰하는가?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본것 자신이 느낀것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어떤 동물원에서 곰이 탈출했다는 뉴스가 방송되자 얼마 되지 않아 119에는 그 곰을 봤다는 제보 전화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루 후 실제 그 곰은 동물원 뒷편에서 발견되는데 곰은 계속 그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TV에서 한국과 일본의 축구 경기를 보는데 일본 선수가 너무 많은 반칙을 하는것이 아닌가? 거기다가 말레이시아 심판도 심각하게 일본 위주의 편파 판정을 일삼았다. 그리고 주변에서 누군가 일본놈들이 돈이 많으니 매수했을거야 라고 말하는데 실제로 그것이 사실 인것 같았다. 하지만 같은 경기를 본 일본인은 완전히 다른 얘기를 했다. 자신이 보기엔 한국선수가 너무 심각한 반칙을 많이 했으며 심판은 한국 편파적인 판정을 일삼았다고 한다.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둘다 맞다. 왜냐하면 우리 감각은 자신이 보고 싶은것만 보기 때문이다.

 

감각이 객관적이라고 믿는다면 이번 기회에 생각을 달리해보길 바란다. 우리 감각은 절대 객관적이지 않고 또한 정확하지도 않다.

 

5. 지나치게 단순화 한다.

 

비행기 공포증을 가진 사람은 실제 비행기 사고율이 차 사고율보다 현저하게 낮다는 사실을 잘 인정하지 못한다. 스키 경기를 보다가 부상당하는 선수를 보고 스키가 아주 위험한 스포츠라는 결론을 내리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결정을 단순화한다고 하는데 정보 단순화는 인간에게 많은 이점을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많은 잘못된 판단을 하게끔 만든다. A씨를 공황까지 배웅해준 B씨는 비행기를 타는 A에게 조심해서 잘가라고 말하고 차를 몰고 떠난다. 하지만 실제로 이말은 A씨가 B씨에게 해줘야 하는것 맞는 것이다. B씨가 사고당할 확률이 A씨보다 적어도 세배는 높다.

 

6. 잘못된 기억을 가지고 있다.

 

A씨는 노년에 집에서 TV를 보고 있다. 한참 재밌는 장면을 보는데 갑자기 문을 두둘기는 소리가 나면서 경찰이 찾아왔다. A씨를 성폭력 혐의로 체포한다는 것이다. 고발자는 그의 딸이었다. 딸은 어려서 그에게 성폭력 당한 기억을 최근에 되살려 낸 것이다. 그리고 A씨는 남은 인생을 감방에서 보내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그 딸은 성폭력 당한 적이 없으며 그 기억은 조작된 것이었다.

 

왜 이런일이 일어나는가? A씨의 딸은 자신의 성격적 문제로 인해 정신과 상담을 받는 중 최면요법을 시술받게 되는데 거기에서 자신이 어린 시절에 아버지로 부터 성폭력 당한 기억을 되살리게 되고 아주 구체적인 진술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 기억은 유아 성폭행을 의심했던 최면을 담당했던 의사의 질문에 답하면서 만들어진 기억인 것이다. 의심하면서 질문을 성폭력으로 몰고가니 A씨의 딸은 자신이 정말 어린 시절 성폭력 당했다고 믿어버린 것이다.

 

우리는 수 많은 잘못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기억력은 생각보다 좋지 않으며 어떤 확신에 찬 것이라도 실제로 아닌 경우가 많다. 우리가 과거 10년전 어느 벤치에서 봤던 사진처럼 찍힌 기억도 역시 정답이 아닐 수 있다. 그 벽에 있던 담쟁이는 5년전 다른 벽에서 본 담쟁일 수도 있고 그때 마셨던 맛있는 커피 한잔의 맛은 최근 1년전 어느 커피전문점에서 먹었던 맛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린 10년전 어느 벤치를 떠올릴 때 마다 바람에 휘날리는 담쟁이 잎과 입안 가득히 퍼지는 커피향을 느낀다.

 

대충 여기까지 해서 이 책의 서두 부분을 정리했다.

책은 많은 설득력 있는 예를 통해 자신이 얘기하는 바를 정확히 말하고 있고 이런 인간 기억의 문제점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거나 국가 예산을 낭비시키는 사례를 열거하며 얼마나 잘못된 방향의 정책들과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지 비판하고 있다. 우린 무당에게 가서 굿을 하고 점을 보는 행위를 하면서 많은 돈을 쓰고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런 일들을 하면 미래가 예측되거나 문제점이 사라지는 것일까? 설령 된다고 해도 그냥 그것은 우연일 뿐인 것이다.

 

미디어는 대중의 이런 면을 잘 이용해 끊없이 흥미 위주의 방송을 하면서 UFO나 네스호의 괴물, 빅풋 등의 전설을 언급하며 실제 가능성을 떠들어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할 것은 과학적 비판사고이다. 누군가가 말하는 것이나 미디어에 나왔다고 해서 그것이 맞는건 절대 아니다. 누군가는 그런 일들을 통해 돈벌이를 하고 있고 우린 굳이 믿어서 손해도 아닌데 라는 사고방식으로 그것들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점을 믿고 국가의 미래 정책을 결정할 때 마다 점집을 통해 판단한다면 그것도 과연 방치할 것일까? 미국의 유명했던 대통령 레이건은 점성술을 믿어서 외국 정상간의 회담 날짜를 잡을 때도 점성술사를 통해 잡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산은 풍수지리를 믿는 수 많은 사람들로 인해 많은 묘지 관련 송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명당 자리라고 해서 남의 묘 밑에 몰래 시체를 묻는 행위도 이뤄진다니.. 정말 21세기가 맞나 싶다.

 

나 역시 인간이기에 이 책에서 말하는 숱한 오류를 저지르고 산다. 어쩔 수 없는 부분도 많고 그렇게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반성한다. 나도 혹시 하면서 버뮤다삼각지대를 믿었고 아폴로 11호가 달에 가지 못했다는 음모설도 믿어본적이 있다. 조심하면서 살아야겠다. 비판의 끈을 놓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