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책

플라톤을 읽다

아이루다 2012. 1. 26. 10:56

설 연휴가 끝나고도 난 하루를 더 쉴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4일간의 휴식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더 쉴 수 있다는 것은 꽤 기분을 좋게 하는 일이다.


최근에 산 책 중에 '인간이란 무엇인가' 를 읽다가 그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많은 철학 관련 문구들이 나로 하여금 철학에 좀 더 관심을 갖도로 했다.

실제로 관심보다는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많이 나와서 그 제반 지식에 답답함과 호기심을 느꼈다는 표현이 더 맞을것 같다.


고등학교때 혹은 그 후로 들었던 철학에 관한 글들은 대부분 그냥 오래된 지식이나 혹은 과학이 발전하기 전의 신화의 시대에 생각되어진 단편적 담론 정도로만 여겨졌기 때문에 고대의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그 후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법한 니체,루소,쇼펜하우어, 칸드 등등에 대한 나의 느낌은 거의 '그래서 뭐?' 정도 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학문명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서 우리는 우주의 시작인 빅뱅과 생명의 시작인 다윈의 진화론을 배우고 또 아인쉬타인의 상대성이론과 그가 싫어했던 양자역학과 최근에 소개가 많이 되고 있는 끈이론이나 M이론등을 통해 우주의 시작과 우주의 모든것을 설명하는 TOE에 어렴픗이 알고 있지만 과연 인간에 대한 연구는 얼마나 진행되었는가 하는 의문이다.


꾸준히 생각하고 또 고민해봐도 실제로 인간의 정신과 행위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이 가능한 학자는 없었던 듯 싶다. 몇천년에 걸친 인간의 역사에서 우리자신에 대한 이해는 거의 발전을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중이 제머리 못깍는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와닫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그래서 책을 보기로 했다. 그것도 다들 하품하고 혹은 아무 쓸데 없다고 생각되는 철학책을.


오랜만에 교보문고로 향했다. 날씨는 영하 11도에 떨어져 집에 있어도 덜덜 떨릴 지경이었지만 난 철학적 사유와의 만남을 기대하면서 버스에 몸을 실었다.

서점에서 난 총 네권의 책을 샀다. 플라톤과 칸트 그리고 논어와 공자. 


논어와 공자는 세일하길래 그냥 샀다. 그래도 동양 철학이기에 꼭 읽고 싶은 분야라 운이 좋았다.

철학책이 고정가 세일을 당하는 현실이 우리네 현대인의 척박한 인문지식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어줍짢은 생각도 잠시 했다.


집에와서 일단 오래된 순서로 플라톤 다시읽기라는 책을 집어 읽기 시작했다. 

박흥규라는 분이 쓴 책인데 솔직히 이분을 잘 모른다. 단지 서점에 이분이 쓴 철학관련 책들이 있다는 것을 보고 또 책 서문에 2008년 촛불집회에 대한 개인적인 분노가 담겨 있어서 선택을 하게 되었다. 나도 2008년 촛불집회 때 국격을 떨어뜨리는 현 대통령의 철없는 이기심에 분노하여 열심히 갔었기 때문에 이를 옹호하는 저자의 서문에 마음이 끌렸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아! 한데... 난 플라톤을 읽고 싶었지만 책 내용은 플라톤 까기였다.


민주주의를 거부하고 독재정치를 목표로 하는 플라톤의 철학을 저자는 나름 진지한 자세와 근거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었다. 나도 잘 모르지만 플라톤은 정치이론가이지 철학자 이자 예술가면서 기타 등등 많은 방면에 활동을 한 듯 한데 이 책은 정치와 법 부분에 한정되어 플라톤의 잘못되 철학과 그를 추종하는 그 후 무리들에 대한 준엄한 이론적 심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책 내용이 나름 재미 있어서 열심히 읽는 중이다.


하지만 그래도 인간에 대한 이해를 위해 책을 선택했기 때문인 듯 많은 재미는 없는 듯 하다. 그래도 나 역시 민주주의를 옹호하고 공화주의를 지키고 싶은 아직까진 덜 성숙한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의 국민으로 충분히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단지, 인간을  정형화된 잣대로 판단하는 것 자체가 힘든 것은 같은 인간이라도 나이에 따라 그 생각이 다르고 행동양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무척 힘들다는 생각은 든다. 그리고 인간 자체의 분포가 너무도 넓기에 인간의 정신세계를 이렇다 저렇다 라고 규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든다.


그래도 꾸준히 철학책을 읽어볼 생각이다. 몇년동안 침체되어 있던 나의 정신세계에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온 인문지식이 나를 꽤 흥분시켜 준다. 죽는 날까지 모두 이해하기란 힘들겠지만 천천히 그리고 차분히 그 길을 가려한다.


누가 아는가? 나도 언젠가 개똥철학자가 되어 누군가를 판단하는 글을 쓰고 있을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