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라디오스타 그리고 영월

아이루다 2012. 1. 30. 17:35

 

일요일이였던 어제 우연히 라디오스타 영화를 받아서 볼 기회를 얻었다.

 

벌써 6년차 되는 영화니 본지 꽤 된 듯 하다. 본 영화를 다시 즐겨보는 타입은 아닌지라 보통은 그냥 넘어가는데 왠지 다시 보고 싶다는 욕구가 슬며시 치밀었다.

 

안성기(박민호?)/박중훈(최곤).. 여배우 이름이 머더라.. 최정윤이었던가?

 

줄거리가 시작되니 혹시 안본분은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꼭 한번 보면 좋겠다.

 

본사람은 알겠지만 스토리는 단순하다. 88년도 가수왕 최곤. 2006년에는 한물간 막장가수로 카페에서 노래부르며 생계를 유지하는데 그 개차반 같은 성격에 그것도 잘 못하고 그런 그를 여전히 매니징 하고 있는 자칭 매니저 민수형. 그 둘의 관계는 영화 중 형. 담배. 형. 불 이 두마디로도 충분히 정리 되는 듯 하다.

 

물론 영화에서는 배달시켜온 짜장면을 비벼서 주고 나무젓가락까지 까서 전달해주는 안성기의 모습과 그것을 당연히 받아 들이는 박중훈의 모습에서 MBS 영월 지국 국장의 곱지 않는 시선과 함께 배달 온 배달청년에 대한 원인 모를 짜증에서 충분히 공감을 하게 한다.

 

아무튼 최곤은 이미 지나간 자신의 차란했던 과거를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을 감싸는 매니저 민호영에서 온갖 앙탈을 다 부려댄다. 결국 둘은 민호의 노력에 의해 영월 지방 방송 라디오 프로를 하기로 결정한다. 그때 원주에서 방송사고내고 온 최정윤과 합세하여 일명 촌구석에서 방송을 시작한다.

 

지방방송이다 보니 청취자도 참 시골스럽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얘기들은 서울 방송에서 듣던 남의 얘기가 아니다. 그냥 다 옆집, 한집 건너 옆집에 사는 사람들 얘기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에피소드가 많다. 자신만의 세계에서 상처받고 현실을 외면하며 살아온 주인공 최곤은 우연히 차배달 온 커피 아가씨의 엄마 얘기를 듣고 난 후 조금씩 그 힘겨운 서로간의 벽을 허물기 시작한다.

 

대충 줄거리는 여기까지만 말해본다. 아 그리고 이스트리버(동강)이란 지역 그룹으로 나온 노브레인 4명의 열정적인 연기도 참 좋다. 카메오 출연한 김장훈도 있고.

 

요즘 부쩍 치유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 탓인지 영화를 보면서 몇번 울었다. 그냥 눈물이 났다. 큰일은 아니다. 거창한것도 아니였다. 그냥 눈물이 났다.

 

별마로천문대와 영월을 관통하며 구불구불 흘러가는 동강의 모습. 그리고 그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물론 영화다. 현실이 아닌건 맞다. 그런데 그냥 그런것이 너무 예쁘다. 그리고 슬프다.

 

영화에서 잠시 나온 동강에서 낚시하는 장면. 패러글라이딩 장면. 별마로천문대에서 안드로메다 (이건 좀 아닌듯. 천문은 내가 좀 아는데 그렇게 명료하게 보이지 않는다. 구경이 잘해야 150mm 굴절 같던데 ㅋㅋ) 보는 장면.

 

옆에서 같이 보던 유진이가 조잘댄다. 오빠. 우리 영월가면 저런거 하는거야?

 

그래. 낚시도 하고 별도 보자. 근데 패러글라이딩은 비싸서 한번만 하자.

 

올해 영월에 집을 짓는다. 그냥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영화가 끝난 후 한참 행복했다.

 

내가 그곳에 갈 수 있으니 행복했고, 큰건 아니지만 그럴 능력이 되는것이 감사하다.

 

2012년이 지나고 올해 겨울엔 난 참나무로 불을 때며 삼겹살을 굽고 밤 하늘 사진을 멋지게 찍고 있지 않을까? 상상으로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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