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는 왜 이렇게 살게 되었을까? - 2

아이루다 2021. 6. 8. 15:56

 

::에고의 종류::

 

에고가 자극이 될 때 강화한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한 좌절을 통해 강화가 멈추거나 오히려 반대로 약해지다 못해 결국 찌그러질 수도 있다.

 

에고의 강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바로 지적 능력이다. 남들만큼 되고자 할때, 남들보다 더 앞서고자 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그 남들과의 비교가 지적 능력이 아닌 신체적 능력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러니까 운동선수들 사이에서는 머리가 좋은 것이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얼만큼 탁월한 신체 능력을 발휘하느냐 여부에 따라 에고가 발달하게 된다.

 

이것을 통칭해서 사람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더해서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 바로 성격이다. 성격은 에고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능력 대비 목표가 높은 사람은 끝없이 에고가 자극되게 되고, 반대로 능력 대비 목표가 낮은 사람은 쉽게 만족하고 그 자리에서 머문다.

 

이것들을 기준으로 해서 총 8가지 종류로 사람들을 분류할 수 있다.

 

1. 뛰어난 능력과 높은 목표치를 가진 사람들.

 

상위 1% 정도에 해당되는 사람들이다. 사람으로 따지면 아인슈타인과 같은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타고난 능력도 좋은데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 지점도 매우 높다. 그래서 결국 어떤 식으로든 업적을 남길 수 있게 된다. 지적 능력을 보면 천재나 영재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하고, 신체 능력으로 보면 올림픽 금메달 정도는 딸 수 있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을 주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하기 때문에 오히려 에고가 강화하는 것을 멈추게 된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서 강화를 멈춘 에고가 성숙하게 익어간다. 그래서 주로 활동한 분야에 상관없이 깊은 정신적 영역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그러니 어떤 한 분야에 탁월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남긴 짧은 말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경구가 되어 회자가 되는 것이다.

 

2. 한 단계 낮은 능력을 가졌지만 동일한 목표치를 가진 사람들.

 

상위 5% 정도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운이 나쁘다. 만약 동일한 분야에서 1번에 해당되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충분히 1번에 속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운이 나쁘게도 자신의 비교 군에 1번에 해당되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아무리 노력해도 빛이 나질 않는다. 아무리 열심히 운동을 해도 결국 은메달에 머물게 된다.

 

사실 에고의 발달로만 보면 여기에 속한 사람들이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1등이 되길 원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1등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결국엔 평생 동안 1등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게 된다. 1등이 되기 위한 욕망을 불태우고, 그것을 위해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 붙인다. 하지만 노력으로는 타고난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에고는 무한대로 강화하지만 그만큼이나 힘들기 때문에 정신이 파괴되는 경우도 생겨난다. 또한 결국 뛰어 넘을 수 없는 대상과 끝없는 비교를 하기 때문에 열등감, 자괴감 등의 수 많은 부정적 감정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부정적 감정들은 평생 동안 당사자를 좀 먹는다.

 

성격이 파탄 나고 삶이 피폐해진다. 이길 생각만 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경쟁이다. 이기기 위해 공부하고, 이기기 위해 출세를 한다. 이기기 위해 결혼을 하고, 이기기 위해서 아이를 낳는다. 그렇게 되면 아내도, 남편도, 아이도 모두 자신이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

 

그런 삶은 결국 고립을 초래한다. 평생에 걸친 자신에 대한 불만족은 당사자의 삶을 좀 먹는다. 그럼에도 살인적인 노력을 통해 얻은 성과로 인해 주변에 사람이 남아 있다. 돈이 많아서, 강한 권력을 가져서, 성공한 사업가라서 사람들이 남는다. 이득을 얻을 수 있으니 남아 있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을 좋아해서 남은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얻을 것이 있어서 남은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다 보면 결국 또 다시 인간 불신이 심화된다. 다들 속을 숨기고 자신에게 접근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도 그렇다. 그나마 마지막까지 남은 인간적인 관계는 가족인데, 그 가족 덕분에 살아간다. 하지만 그 가족관계마저도 망치는 경우가 흔하다.

 

3. 한 단계 낮은 능력을 가졌기에 목표치를 낮추는 것으로 타협한 사람들.

 

흔히 적당한 스펙을 가진 사람들이다. 운이 좋다면 대기업 정도는 취직해서 살아갈 것이고, 운이 나쁘다면 중소기업을 전전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머리는 제법 좋은 편이지만 탁월하게 좋지는 않다. 예체능계를 선택했다면 대학 졸업 후엔 자신이 전공한 분야로 진출해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학원을 차려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된다.

 

이들은 2번과 비슷하다. 하지만 성격상 2번처럼 살지는 못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목표치를 낮추게 된다. 살아오면서 자신에게 끝없이 좌절하고 실망하면서 에고가 어느 시점에서 강화를 멈추게 되었다. 그리고 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한 미련을 내려 놓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그래서 평범하게 적당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있다. 왜냐하면 에고가 강화를 멈춘 것은 스스로 원한 것이 아니었기에 그렇다. 에고의 욕구는 현실적인 상황에 의해 타협이 되어 숨겨진 것뿐이다. 결코 사라진 것이 아니다.

 

그래서 기회만 오면 그것이 치밀어 올라 온다. 그러다 보니 사소한 것에도 괜한 경쟁심을 느낀다. 자신의 상태에 따라서 에고의 감정이 춤을 춘다. 누군가의 성공을 보았을 때 상태가 좋을 때는 대충 넘어가지만, 나쁠 때는 질투심, 자괴감, 열등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더 이상 노력하지 않는 자신에 대한 불안함이 심각하게 다가온다.

 

뭔가 더 해야 할 것 같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렇지만 성격 상, 능력 상 더 이상 할 수 없다. 그래서 이들이 찾은 대안은 바로 취미 생활이다. 그것이 사회 통념상 성공하는 거리가 좀 멀지만 그나마 자신이 잘하는 분야를 찾아서 거기에서 성공을 하려고 한다.

 

취미는 즐겁기도 한데다가 자신이 잘하는 분야라서 그것을 할 때 에고도 만족이 된다. 그러니 취미만큼 좋은 것도 없다. 심지어 어떨 때는 취미에 완전히 빠져서 강화하는 것을 멈췄던 에고가 취미를 통해 강화하기 시작하기도 한다. 취미를 기반으로 한 모임에 가면 그런 사람들이 꼭 보인다. 정말 대단할 정도로 많은 지식과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그들은 도대체 생업으로 하는 것도 아닌데 생업을 하는 사람들보다 더 전문가처럼 보이기도 한다

 

취미가 에고화 되기 시작하면 가치가 부여된다. 재미나 즐거움 그리고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의미가 된다

 

사진, 운동, 여행, 공예, 전원 생활, 낚시, 오디오, , 수집, 지식 습득 등등 수 많은 종류의 것들이 사람들마다의 의미와 가치로 변화된다. 그리고 그 의미와 가치를 에고가 먹으며 강화한다.

 

4. 한 단계 낮은 능력을 가졌지만 노력도 타협도 못해 결국 포기한 사람들.

 

무엇인가를 갖고 싶다면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대안이라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 속한 사람들은 그 둘 모두 하지 못했다. 그래서 에고가 강화가 아닌 오히려 퇴보가 일어나게 된다. 쉽게 말해서 찌그러지는 것이다.

 

에고가 찌그러진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삶의 의욕이 매우 저하되어 있다. 마치 회색의 느낌이 나게 된다. 존재감도 별로 없고, 당연히 행복해 보이지도 않는다

 

자신의 삶에 대한 정당성도 별로 없고, 무엇을 해야 행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도 별로 없다. 삶이 에너지가 너무 없어서 같이 있다 보면 같이 추락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살아간다는 느낌 보다는 숨 쉬고 있으니 살아진다는 느낌이 더 들며, 미래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계획이 없이 막연한 불안감 속에서 살아간다. 그렇다고 해서 그 불안감을 능동적으로 해결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만약 돈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하다면 더 많은 돈을 벌려고 노력하거나, 그런 기회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거나, 그럴 수 없다면 차라리 돈이 아닌 다른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그저 돈을 안 쓰는 노력을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

 

돈을 아낀다는 가장 수동적인 태도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돈에 대한 불안감을 낮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안 쓰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혹은 돈이 아닌 다른 가치에 집중함으로써 그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럼에도 삶에 큰 문제는 없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은 이들의 삶의 반대 지점에 있다. 이들은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을 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서 문제를 만들지 않는 삶을 살려고 한다

 

하지만 아주 가끔 충동적으로 위험한 일을 하기도 한다. 어떤 사회적 흐름이 광풍이 되는 시점까지 오면 그 에너지로 인해서 여기에 속한 사람들까지도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매우 충동적이다. 그러니 결국 실패를 할 수 밖에 없다. 주식이 꼭지점에 갔을 때 사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그리고 이런 실패의 경험은 이들을 더욱 더 찌그러뜨리게 된다.

 

그러다 보니 아주 특별한 인연이 없는 한 평생 그 틀 안에서 서서히 말라 죽어가게 된다. , 누군가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다면 드라마틱 하게 펴질 수도 있다. 그래서 3번의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5. 한 단계 낮은 능력을 가졌지만 원래부터 목표가 낮은 사람들.

 

앞에서 나온 3번부터 4번과 5번에 속한 사람들은 비교적 비슷한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대략 20% 정도의 사람들이 이 세 종류에 속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라면 대략 인서울 수준의 대학교를 나온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5번에 속한 사람들은 그 중에서 가장 그 숫자가 적다. 사실 현실에서 찾아보기도 힘든 사람들이다.

 

여기에 속한 사람들은 단순히 표현해서 능력대비 욕망이 적은 사람들이다. 얻고자 하는 것들의 난이도가 낮기 때문에 타고난 능력을 쉽게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은 매우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또한 그렇기에 에고가 좀처럼 강화하지 않는다. 그래서 초등학교 수준의 에고를 갖게 된다. 심한 경우엔 아예 유아기 수준의 에고를 가진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보면 사람이 매우 좋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긍정적이고 명랑하다. 딱히 달성해야 할 목표가 없기 때문에 자신을 밀어 붙일 필요가 없다. 적당히 먹고 살만큼만 되면 거기에 만족하고 살아간다. 물론 이들도 비교를 통한 자극이 생겨나긴 한다. 또한 운이 나빠서 처한 처지가 그리 녹록하지 않다면 불안함도 많이 느낀다.

 

하지만 조금만 나아져도 금세 만족하고 행복해진다. 그러니 성격이 삐툴어질 일이 없다. 그래서 이들을 만나면 좋은 사람이란 인상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에고가 어린 시절에 강화하는 것을 멈췄기 때문에 자신보다 훨씬 더 강한 에고를 가진 보통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을 때 문제가 생겨난다. 감정이 단순화 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보다 훨씬 속이 시끄러운 사람들의 내면을 유추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비꼬는 말을 들어도 잘 알아 듣지 못하고, 방금 한 말이 좋아서 한 말인지, 거절을 하는 것인지를 구분해 내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서툴게 된다. 어느 정도 수준에서는 어울릴 수 있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에고가 만들어 내는 수 많은 '판단적' 감정을 이해하는 일은 어렵다.

 

자신의 에고가 강화하는 것을 멈춰서 그렇겐 복잡한 수준의 판단적 감정을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미묘한 상황에 놓이면 당황스러워 진다. 아니, 당황스럽다는 생각조차 못한다. 그냥 감지하지 못하고 만다

 

그래도 좋은 점은 있다. 누군가 부정적으로 말해도 잘 알아 듣지 못하니 기분이 상하지 않는다. 단지 나중에 눈치 없다는 말을 들을 수는 있다. 혹은 뒤통수를 맞는 일이 생긴다. 상대가 끝없이 부정적인 감정으로 대했는데 그것을 전혀 모르다가 나중에 폭발한 후에 비로소 상대방의 감정을 알게 되는 것이다.

 

6. 딱히 능력이라고 말할 것은 없지만 목표치도 그리 높지 않는 사람들.

 

대략 50% 정도의 사람들이 여기에 속해 있다.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신체 능력이 좋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외모가 좋은 것도 아닌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그럼에도 목표치가 그리 높지 않아서 그럭저럭 만족하면서 살아간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나름 현명한 삶이다.

 

중위권에 포진된 사람들이며, 우리가 흔히 만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사회 통념상 성공한 직업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소시민으로써 자신의 역할을 다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갖게 된 자신만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많은 돈은 아니지만 한 가족 정도는 부양할 수 있는 수준의 경제력은 갖게 된다. 그렇지만 평생 돈 걱정을 하면서 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돈 걱정은 기우가 아닌 실제적인 경우가 많다.

 

자신의 속한 사회에서 적당한 수준의 양심, 적당한 수준의 이기심, 적당한 수준의 참여 의식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렇기에 사회적 쏠림 현상을 만들어 내는 주역이 되기도 한다.

 

에고의 발달 수준은 그리 높지 않지만 그래도 에고가 가진 판단적 감정들은 충분히 느낀다. 그래서 누구를 만나도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또한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인간관계를 맺는 일도 오히려 쉽다.

 

단지 에고가 제대로 발달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강한 에고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끌리게 된다. 끌리는 수준을 넘어서 추종을 하게 된다. 그래서 종교에 깊게 빠지거나 사기도 잘 당하는 편이며 사회적 유행에 따라서 삶이 끝없이 흔들리게 된다.

 

대중 문화의 주요 수요층이며 그래서 드라마의 시청자이다. 따라서 기업들의 주요 광고 대상이 된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더 머리 좋고 똑똑한 사람들에게 자신도 모르게 돈을 상납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끝없이 타인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속게 되거나 혹은 누군가의 의도대로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는 그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딱히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다.

 

전문가의 의견을 높게 평가하며, 사회적 지위가 있는 교수와 같은 사람들이 하는 말을 잘 믿는다. 언론에서 말하는 것들을 있는 주어진 그대로 믿으며, 사람은 기본적으로 선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자신도 역시 선한 존재라고 믿는다.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는 반드시 권선징악으로 끝나야 속이 시원하다.

 

7. 딱히 능력은 없지만 목표치는 상대적으로 높은 사람들.

 

대략 10% 정도의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의 공통 특징은 불안함이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 않아야 속이라도 편한데 오르려고 노력하지도 않으면서 자꾸 쳐다보게 된다. 그리고 결국 하는 일은 힘들게 오르는 사람들을 끌어 내리는 일을 한다.

 

내가 올라가는 노력을 하기 보다는 남들을 끌어 내리려는 선택을 한 사람들이다. 사실 노력을 하기 싫은 것은 아니고, 노력을 해도 안 되니 속에서 열불이 나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실망은 이후 피해의식으로 확대 되어서 사람들에 대한 전반적인 부정적 관념을 갖게 된다.

 

에고가 끝없이 상처 입기 때문에 불안하고 신경질적이며 자주 화가 나 있다. 무엇이든 부정적으로 말하는 습관이 있고, 스스로 행복하기 보다는 남의 불행을 통해 행복해지려고 한다.

 

사실 6번에 속한 사람과 여기에 속한 사람의 경계는 모호하다. 6번에 있던 사람이 운이 나쁘면 언제든 여기로 추락할 수도 있고, 여기에 속한 사람이 운이 좋다면 6번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능력이 별로 없다는 공통적 특징 때문에 현재의 처지가 능력보다는 흐름이나 환경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집을 샀는데 집값이 오르면 6번으로 올라가고, 주식을 샀는데 떨어지면 7번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혼란스럽다. 어떨 땐 6번의 모습을 보이다가 어떨 땐 7번으로 보인다. 현재 처지에 따라서 끝없이 바뀌다가 결국 나이를 어느 정도 먹어야 비로소 하나로 고정된다. 그리고 대부분은 6번에 안착하는 편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남보다 내가 더 중요해지기 때문에 남과 나를 덜 비교하기 때문에 그렇다. 실제로 나이를 먹을수록 포기도 더 쉽게 잘 하게 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젊은 시절엔 많은 문제들을 일으킨다. 사람들을 질투하고 열등감이 많으며 피해의식이 심하기 때문에 어디 가서든 문제를 일으킨다. 사람들과 갈등이 자주 일어나고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도 많이 준다. 그러다 보니 본인도 삶이 쉽지 않다.

 

강자에게는 비굴하고, 약자는 함부로 대하기 때문에 강자는 쉽게 휘두르며 이용하고, 약자는 이들에게 끝없이 상처를 받게 된다. 만약 이런 사람이 친구라면 내 불행을 좋아할 것이고, 내가 불행한 이야기를 하면 소문을 내고 다닐 가능성이 크다. 또한 충고랍시고 하는 말은 오히려 나를 더 하찮게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강자에게 비굴하게 굴어야 하는 것을 아주 당연하다는 듯 말한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엮이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들이 바닥이 아니다. 한 단계 더 바닥이 있다.

 

8. 능력은 거의 없지만 목표치는 평균 수준인 사람들.

 

여기에 속한 사람들은 20% 정도 된다. 꽤나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평소엔 그리 볼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이들은 거의 숨어서 지내기 때문이다. 은둔 형 외톨이가 되기도 하고, 일을 하더라도 음지에서 일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원래는 잘 보이질 않지만 이들 중 아주 소수는 새로운 장소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바로 온라인이다. 온라인에서는 익명성으로 인해 누가 누구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에고 강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지적 능력, 외모, 신체 능력 등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얼마나 공격적으로 글을 쓰는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온라인에 쓸 수 있는가, 얼마나 남의 의견을 많이 긁어다가 붙일 수 있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들은 온라인에 특화 된 사람들이다. 일을 하는 사람들이 드물기 때문에 시간이 많고, 자신의 의견을 만들 수 없기에 남의 의견을 아무런 비판 없이 쓸 수 있으며, 찌그러지다 못해 그 존재감도 희미한 수준의 에고가 가진 상처로 인한 자기 모멸감과 피해의식이 이들을 매우 공격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그런 특징은 온라인에서만 통용된다. 실제로 밖에서 만나면 존재감이 희미한 겁 많고 소심하며 오히려 착해 보이는 사람들로 보일 뿐이다. 실제로도 그리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 그저 그 내면에 존재하는 찌그러진 에고가 뿜어내는 악취가 온라인 상에서만 퍼질 뿐이다.

 

사실 여기에 속한 사람들은 인터넷이 이렇게 발달하기 전까지는 정말로 그냥 존재감이 없었던 사람들이었다. 학교를 다닐 때 우리 반 얘였지만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고, 같은 반이었는지조차 희미한 그런 아이들이 여기에 속한다. 외모적으로도, 성적으로도, 운동 능력도, 그렇다고 성격도 딱히 개성이 없다.

 

친구도 거의 없고 있다고 해도 그들끼리만 어울린다. 그리고 딱히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멀쩡한 것은 아니다. 그 안에는 제대로 강화하지 못한 에고의 좌절이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이후 성인이 된 후에는 그것이 사회에 대한 분노로 터져 나온다. 그래서 수 많은 사안에 악성 댓글을 달고 아주 조금의 관심이라도 받기 위해서 황당하거나 사회 통념 상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쉽게 넘나든다.

 

그런 상태에서 사상이나 신념이란 기름을 붓게 되면 폭발이 일어난다. 너무도 강렬하게 폭발해서 심한 경우 하나의 사회적 흐름으로 자리 잡기도 한다. 물론 그들이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이들을 이용해서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는, 2번에 속한 사람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훨씬 더 똑똑하고 우월한 지위에 있는 그들은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여기에 속한 사람들을 이용한다. 그리고 이용당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이용당하는지조차 모른 채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의도대로 춤을 춘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2번에 속한 사람들이 경험하게 되는 감정들도 사실 이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 역시도 더 잘난 존재들에 대해서 참기 힘든 열등감을 갖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여기에 속한 사람들을 자극해서 이용해 먹을 수 있을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2번에 속한 사람들은 그나마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7번에 속한 사람들을 강자로써 마구 부려 먹고, 실제로는 만나기조차 힘든 8번에 속한 사람들은 여론 형성의 목적으로 이용한다그리고 7번과 8번에 속한 사람들은 2번에 속한 강자를 추종하며 그들이 하는 말은 다 진리로 듣는다. 종교를 갖게 되면 광신자가 되고,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면 ''자가 붙는 사람이 되고 만다.

 

 

::에고를 어떻게 바라 볼 것인가?::

 

어릴 때는 그렇지 않지만,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강화하는 에고는 이후 '나 자신'이 된다. 그래서 오히려 본능적 영역에서 발생하는 감정들은 억제되고 이후 에고가 만들어 내는 감정들이 주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의 주체가 된다. 또한 그것을 통해 경험하는 행복이 훨씬 더 크다.

 

쉽게 말해서 맛난 것을 먹는 행복보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을 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오랫동안 준비한 시험에 합격했을 때가 훨씬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본능적 영역에서 발생하는 욕구들도 거기에 에고의 욕구가 첨가되면 엄청나게 폭발적으로 강화하게 된다. 그래서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행복의 강도 역시도 매우 커진다.

 

맛난 것을 먹는 것보다 맛난 것을 먹을 수 있는 자신에 대한 만족감이, 여행을 하는 행복보다 여행을 할 수 있는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감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본능보다는 에고의 감정을 더욱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 하지만 여기엔 커다란 문제가 하나 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어지는 것이다. 에고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행복이 크다면, 그것을 얻지 못할 때 감당해야 할 불행 역시도 매우 크다. 그것이 문제이다. 더군다나 인간은 행복보다 불행에 훨씬 민감하다.

 

주식을 샀을 때 10% 오를 때 행복보다 10% 잃었을 때 경험할 불행이 훨씬 크다는 뜻이다. 우리가 이러는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는 태어남과 동시에 죽어가기 때문에 무조건 위로 올라가야만 현상 유지가 된다. 그런데 반대로 떨어진다면?

 

그것은 단순한 떨어짐이 아니라 추락이 되고 만다. 주식을 할 돈을 통장에 놓아 두기만 해도 2%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 그것을 주식 투자를 해야 10%의 손실을 봤다면 실제로 12%의 손실을 본 것이다. 또한 이득을 10% 봤다고 해도 결국 8% 밖에 이득을 보지 못한 것이다.

 

무엇인가가 계속 올라가야 한다면 당연히 이득보다 손해가 민감해질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에고의 감정을 중요하게 여겼을 때 감당해야 할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에고의 감정 속에서 살아간다면 그것을 이뤘을 때 느낄 만족감이 그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 느끼게 될 좌절감보다 훨씬 더 잦아야 한다. 그러니까 성공과 실패의 확률이 5:5가 아니라 8:2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앞에서 설명한 1,3,5번 정도에 해당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외의 사람들은 에고로 인해 더 많은 행복을 경험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로 인해서 좌절하고 불행해지고 만다

 

그러니 이쯤에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에고는 원래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니라,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지능과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쌓인 지식과 경험으로 인해 생겨난 두 번째 자아이다.

 

그렇다면 그 에고가 반드시 내가 아니어도 되질 않을까? 나는 혹시 어린아이 시절로 되돌아 갈 수 있지 않을까?

 

사실 5번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그런 모습으로 살아간다. 물론 정말로 아이처럼 살아갈 수는 없지만 그나마 그 원형이 보존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또한 현자들이 말하는 '지금, 여기, 아이처럼 살아가야 한다' 가 가진 진정한 의미이다.

 

경쟁을 먹잇감으로 강화하는 에고는 만약 이 세상에 혼자 살았으면 생겨나지 않았을 존재이다. 그러니 그 존재가 반드시 나일 필요는 없다. 그런 면에서 나는 분명히 선택할 수 있다

 

나는 괴물처럼 변한 에고와 조금 멀어져서 그로부터 약간의 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리고 그 틈을 이용해서 나의 원형으로 되돌아 갈 시간을 벌 수 있다. 아직 늦은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다들 5번처럼 살아갈 기회가 있다

 

물론 타고난 탁월한 능력이 있었다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1%에 속하지 못한다. 그러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바로 에고와 나를 분리시키는 노력이다. 그것은 사실 괴물이다

 

머리가 좋아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알게 된 우리가 만들어 낸 괴물이다. 그리고 그 괴물의 최후는 결국 가장 두려워했던 죽음이다. 그 누구도 그것을 벗어날 수는 없다. 심지어 영생의 기술이 나오더라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죽음이 있기에 이토록 찬란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