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들

김장 담구기

아이루다 2019. 11. 25. 08:03

 

 

우리 집은 매년 11월 말쯤이 되면 김장을 담근다. 어머니가 주축이 되고 나는 주로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담당하는 형태로 분업이 되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형태로 일이 분업화 된 것은 최근 몇 년 전부터이다. 그전에는 어머니 혼자 거의 다 준비를 하셨고 나와 누나들 그리고 매형들과 아내는 김장을 담그는 당일 날만 가서 몇 시간 배추에 양념 바르는 일만 했다.

 

원래 김장은 겨울 내 김치를 담그지 못해서 겨울이 오기 직전에 많은 양의 김치를 담그는 일이다. 그러니 겨울과 봄까지만 먹으면 된다. 하지만 요즘은 김장김치를 거의 1년 내내 먹는다. 특히 잘 익은 오래된 김치는 김치찌개, 김치전, 김치볶음밥, 김치등갈비찜, 김치만두, 삼겹살에 같이 구워먹기까지, 참 쓰임새가 많다.

 

그래서 우리집도 매년 빼먹지 않고 김장을 담근다. 힘들어도 담근다. 더해서 요즘 나에게는 김장이 이틀 동안 해야 할 일로 바뀌었다. 그리고 각자 날에 해야 하는 일이 다르다.

 

첫 날은 배송되어 온 저린 배추를 다듬어 물이 빠지도록 하는 일을 한다. 우리 집은 보통 40포기 정도 하는데 그렇게 되면 라면박스 정도 크기의 박스로 5개가 온다. 어머니 설명으로는 한 박스당 대략 8포기가 들어 있다고 했다. 그리고 무를 씻는다. 두 손으로 쥐어야 할 정도로 큰 무 10개이다. 보통 무엔 흙이 붙어 있기 때문에 철 수세미로 열심히 닦아 줘야 한다.

 

그 일이 끝나면 쪽파를 다듬는다. 이 역시도 흙이 잔뜩이라서 한참 작업을 해줘야 한다. 그리고 대파, 갓 등을 손질한다. 그리고 그렇게 다듬은 모든 재료를 찬물에 깨끗하게 씻어서 말려둔다. 내일을 위해서이다.

 

대략 세 시간 정도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 일을 끝내고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올해는 토/일로 김장을 했기에 첫날 일에 아내도 같이 합류를 했다. 아내는 원래 힘이 약해서 그리 큰 도움이 안될 줄 알았는데 일을 하다가 보니 나름 자신만의 영역이 있었다. 특히 재료를 씻을 때 물이 나오는 호수를 잘 관리해줘서 편했다. 혼자 하려면 꽤나 귀찮은 일이기에 그랬다.

 

두 번째 날인 일요일엔 본격적으로 김장을 담그는 일을 했다토요일 다듬어 두었던 재료를 모두 채 썰고 고춧가루, 생강, 마늘, 각종 젓갈 그리고 들깨죽, 설탕 등을 같이 넣는다. 아마도 최소한 그 재료가 15가지는 넘을 것이다.

 

커다란 대야에서 섞는다. 이 재료를 섞는 일이 꽤나 힘든데, 무엇보다도 그 농도가 진해서 그렇다. 그렇게 다 섞고 나면 그때부터 그것을 배추에 바르는 일을 한다. 보통 사람들이 김장하러 간다고 하면 이 일을 말하는 것이다.



 

어제는 우리 부부와 큰 누나가 함께 했다. 그리고 작은 누나네 부부는 일이 다 끝나고 왔다!

 

아무튼 힘들기로는 둘째 날이 힘들다. 특히 쪼그리고 앉아서 김치 속을 바르는 일은 허리가 너무 아프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까지도 여전히 허리가 뻐근하다.

 

그래도 김장을 다 끝냈다. 어머니 표현에 의하면 올해 할 일은 다 끝낸 셈이다.

 

김장을 다 끝내고는 보쌈을 먹는다. 이것도 매년 반복되는 행사이다. 어머니는 신선한 돼지 목살을 사다 두셨다가 한 시간 정도 삶아서 내놓으신다돼지를 삶을 때도 냄새가 나지 않도록 이것 저것 넣으신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즉석 보쌈 김치를 만든다.

 

보쌈의 주 재료는 무를 채 썬 것이고 일반 김치보다 좀 더 달콤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보쌈집 에 가면 먹게 되는 보쌈 김치와 거의 비슷한 맛이다. 어머니는 몇 년 전 TV에서 배우신 후 더욱 더 비슷하게 만드신다. 나이가 팔순이 되신 분이 요즘도 요리를 배우시려고 한다. 참 대단하시다.

 

그럼에도 어머니가 김장을 담글 수 있는 날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비록 그 후로는 내가 김장을 담기로 하고 요즘 매년 열심히 같이 하면서 배우고는 있지만, 아무튼 앞으로 10년은 이내엔 아마도 내가 김장을 담그게 될 것 같기도 하다. 

 

그 전에 작은 바램이 있다면, 앞으로 시골에 집을 짓고 거기에서 어머니와 같이 김장을 한번 해보고 싶다. 아파트 베란다 같은 좁은 공간 말고, 마당에서 널찍하게 옆에 수도 틀어 놓고는 하는 김장을 해보고 싶다. 그런 곳에서 해야 일이 쉬운데, 아파트는 너무 좁다.

 

힘든 노동의 시간이었지만 끝나서 기분이 좋다. 끝낸 후 먹은 보쌈도 맛이 있었고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좋았다. 지금 우리 집에 있는 작은 김치냉장고엔 어제 담아 온 김치들이 막 익기를 시작하고 있다.

 

아마도 첫 개시는 내년 2월쯤이나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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