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들

나의 자유로움

아이루다 2019. 9. 16. 07:40

 

추석 연휴가 끝이 났다. 하지만 주말과 겹치면서 4일 연휴가 되어 버린 탓에 그다지 연휴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아내는 연휴 내내 하루만 더 쉬었으면 좋겠다를 입에 달고 다니다가 결국 오늘 아침에 출근을 했다.

 

4일 중, 하루는 처가에서 하루는 친가에서 보냈다. 그래서 사실상 일반적인 주말과 그리 다를 바가 없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그러니 아내의 그런 아쉬운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아무튼 연휴는 연휴이니 밤마다 아내와 이런 저런 영화를 봤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KBS 독립영화관이란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play' 라는 영화였다. 처음엔 독립영화인줄 봤는데 보다 보니 독립영화는 아니고, .. 뭐라고 설명하기가 그렇다. 처음부터 TV 방송을 목적으로 만든 영화인 듯 했다.

 

스토리는 단순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세 청년이 모여서 밴드를 결성하고 나중에 그 꿈을 이루는, 아니 이루기 직전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였다. 공동 주인공들로 나오는 젊은 세 사람의 음악이 각자 나름대로 좋은 드라마였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찾아보니 정말로 실제로 있는, 아니 있었던 밴드였다. 그 밴드 이름이 '메이트'였다.

 

영화 초반부는 어느 정도 우울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자 하지만 아직 그 때를 제대로 만나지 못한 젊은이들은 각자의 이유로 좌절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좌절 속에서 끝없이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명이 다른 두 명에서 밴드를 제안하고 모여서 일명 ''을 맞춘다.

 

나는 노래도 잘 못하고 악기도 잘 못 다루기에 그런 식으로 음악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을 맞추는 장면을 보면 좀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즉석에서 상대방에 맞추면서 연주는 하는 것, 그 자체가 참 자유로워 보였다.

 

영화는 나름 해피엔딩으로 끝났고 실제로 밴드 메이트가 결성된 이야기를 기반으로 했다는 설명도 어디선가 읽었다. 실제 이야기라고 하니 그들의 좌절과 그들의 열정과 그들의 그런 성공이 좀 더 깊게 다가왔다. 보고 나서 나름대로 그 여운이 좋았다.

 

그 후 아내는 뭔가 좀 남은 듯 인터넷을 검색해서 밴드 메이트가 부른 노래들을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한참 그들의 노래를 들었다. 중간 중간 나는 유튜브 광고를 끊어주기 위해서 현실로 돌아와야 했지만 말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났다. 음색이 워낙 감성적이라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러다가 갑자기 뜬금없이 눈물이 났다. 아내는 나의 뒤쪽에 누워있었고 나는 그녀의 등을 지고 있었기에 아내는 내가 우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다. 아니, 보지 않았으면 했다. 봤으면 꽤나 나를 놀렸을 것이다. 그러다가 같이 울었을 것이다. 아내는 원래 그런 여자이다.

 

그 순간 나는 갑자기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다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답답했다. 나는 뜬금없이 자유롭고 싶었다. 영화 속에서 피아노를 치고, 기타를 연주하고드럼을 치고 있는 그들처럼 자유롭고 싶었다.

 

나는 몇 십 평으로 되어 있는 콘크리트로 되어 있는 벽 안에서 나를 세상으로부터 분리시켜서 자유롭고 싶지 않다. 나는 스스로 내 눈을 가린 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믿으며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나를 얽어 매고 있는 그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나는 내 눈 가득히 하늘만이 들어오길 바란다. 나는 내 귀 가득히 새소리와 빗소리만을 들어오길 바란다. 나는 내 코 가득히 숲의 내음이 들어오길 바란다. 나는 나에게 오는 그 어떤 것도 막지 않고 싶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 영화 속 그들의 자유로움이 많이 부러웠나 보다.

 

나는 올해 50살이 되었다. 지금껏 세상에 속해서 이 정도 노력하면서 살아왔다면 이제는 나도 그런 것들로부터 조금이라도 벗어나 내 삶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도 되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답을 하고 있다. 아마도 내 삶은 그렇게 될 것이다.

 

이번 주말엔 오랫만에 라디오스타를 다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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