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 여행

백제 기행 - 2

아이루다 2019. 11. 8. 09:08

 

아침 9시쯤 모텔에서 나섰다. 그런데 밖으로 나와보니 안개가 너무 자욱해서 뭔가 볼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하지만 뭐 어쩔 수 없었다. 우리는 간밤에 모텔에서 구한 부여 관광지도를 가지고 오늘 하루 일정을 어떻게 할지 이미 결정한 상태였다.

 

아침에 처음 가볼 곳은 백제왕릉원이었다. 왕의 무덤이 있다는 곳이었는데 실제로 가보니 안개가 너무 자욱해서 무덤 전체를 다 보기가 힘들었다. 사실 주차장에 도착해서 들어가는 입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다행히 입구를 찾아서 천원의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섰다. 아무래도 우리가 그날 첫 손님인 듯싶었다.

 

한참을 걸어서 무덤으로 가보니 총 7기의 무덤이 있었다. 누구의 무덤이라고 설명이 되어 있었으면 좋으련만 찾지 못한 것인지 설명을 안 해 둔 것인지 아무튼 알 수 없었다.

 

한참 걷다가 우리처럼 여행을 온 노부부를 만나 잠시 어울렸다. 그리고 우리는 근처에 있는 나성으로 갔다. 나성은 백제시대에 쌓은 부여성을 방어하는 성곽을 의미했다. 돌의 모양을 보니 쌓기가 참 쉽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돌들은 인간의 시간에 비하면 까마득한데 그 돌을 쌓은 풍경엔 옛것과 새것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어우러져 있었다.

 

근처에 도로가 있어서 차 소리로 시끄러운 것 빼고는 참 좋은 장소였다. 우리는 그 안에 있는 동안 잠시 천 년을 훌쩍 되돌려서 과거로 돌아가 있었다.

 

평일 날 아침이기에 사람도 거의 없어서 천천히 둘러봤다. 나성을 따라 꽤나 높게 올라갔지만 안개 때문에 시야가 막혀서 높은 지형의 장점을 거의 살릴 수 없었다. 그래서 대충 중간쯤 다리가 아파올 때쯤 멈췄다. 그리고 벤치에 앉아서 커피를 마셨다.



왕릉. 아내를 인간 잣대로 활용했다. 가끔은 쓸모가 있는 사람이다.



안개를 가득 머금은 거미줄.


돌담 사이로 뱀이 남긴 허물이 보였다.


나성의 돌들.


길게 이어진 나성 - 1


길게 이어진 나성 - 2






나성에서 내려오자 안개가 좀 걷히면서 능이 제대로 보였다.


한참 그곳에 머무르다 보니 안개가 제법 걷혔다. 그래서 다행이 왕릉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때쯤 우리는 부여박물관으로 이동했다. 근처에 있어서 이동 시간은 그리 걸리지 않았다.

 

국립부여박물관은 아담한 규모였다. 그리고 생각보다 전시품들의 상태가 좋아서 보는 맛도 있었다. 특히 백제금동대향로 진품을 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예전에 서울에 있는 국립박물관에서 모조품으로 본 적은 있었지만 실제로 진품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 작품의 문화적 값어치나 가진 의미를 아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직접 봤을 때 느껴지는 느낌은 뭔가 달랐다. 그리고 그 정밀함은 실로 대단했다. 아내는 향로를 보고는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도대체 왜 우는 것일까? 이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이해가 갔다.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던 돌칼.


사리함에서 나온 부장품들.


아주 작은 부처님 상.


교과서에 본 적이 있는 마애삼존불.


벽돌이라고 했다. 벽돌 하나도 이렇게 무늬를 만들어 넣었다.


토기들.


이건 백제 것은 아니고 조선 백자이다. 누군가 박물관에 기증했다고 한다.


백제금동대향로. 실내가 너무 어두워서 제대로 찍을 수가 없었다.



박물관을 나서서 정림사지 5층석탑을 보러 갔다. 세월의 흔적이 가득 베인 탑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배가 고파서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탑 전경.


 

점심을 먹고 나서 낙화암을 향했다. 사실 그날 일정에서 하나를 빼야 했다면 그것은 바로 낙화암을 가는 일이었다. 그나마 가을의 길이 예뻐서 갔다 올만 했지 아니면 정말로 괜히 갔다 싶었을 것이다. 특히 사람들이 많아서 너무 시끄러웠다.


예쁜 단풍잎.


마치 수 많은 등이 켜진 듯한 잎들.


이름 모를 나무의 예쁜 색감.


 

낙화암에 다녀온 후 우리는 꼭 가보고 싶었던 마지막 목적지를 향했다. 바로 백제문화단지였다. 승자가 된 신라의 수도 경주와 달리 패자로써 거의 모든 건물이 소실된 백제의 과거를 재현해 놓은 장소였다. 사실 갈 때만 해도 그리 큰 기대는 없었는데 가보니 부여에 갔다면 꼭 방문해봐야 할 곳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잘 해놓았다.

 

사비궁과 능사 그리고 그 옆으로 재현해 놓은 생활문화 마을과 뒤쪽의 위례성은 마치 우리가 그 시대로 돌아온 듯한 느낌을 들게 만들었다. 우리는 오후 내내 거기에서 시간을 보냈다.


사비성 전경.


능사의 탑.


능사의 탑, 다른 각도.


안에 있던 목불.


백제 시대의 마을을 재현해 놓은 곳.


아담하게 참 잘 지어 놓았다.


집들 사이의 길.


집 안쪽.


위례성 안쪽에 있던 건물 - 1.


위례성 안쪽에 있던 건물 - 2.


위례성 안쪽에 있던 건물 - 3. 감시 초소인듯.

 


뭔가 안정감이 드는 초가집.


건물 기둥들.


입구가 프레임이 된다.


사비궁 정면.


승마체험. 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탈 수는 없었다.



아내는 자신이 전생에 자신이 사비궁에 살았던 공주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곳에서 그렇게 기분이 좋았고 박물관에서 향로를 보고 눈물을 흘린 것이라고 우겼다. 나는 아마도 아내가 궁의 궁녀였을 것이라고 했고, 전란을 틈타 향로를 훔쳤던 기억 때문에 그런 눈물이 나온 것이 틀림없다고 제대로 알려줬다. 힘들게 훔쳐놓고 팔아먹지도 못한 채 죽었으니 얼마나 억울했겠는가? 그러니 그렇게 눈물이 나는 것이다.

 

4시가 넘어서 바다를 보기 위해서 태안반도 쪽으로 출발했다. 일몰을 보기 위해서 제시간에 가자면 꽤나 빡빡한 시간이었다. 그래도 열심히 달려서 가장 가깝게 갈 수 있는 해수욕장에 갔다. 청포대라는 곳이었다.


수면 아래로 들어가기 직전의 태양.


해가 지고난 직 후.


도착하자 곧 해가 지기 시작했다. 구름이 많아서 전체적으로 다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틈이라도 볼 수 있었다. 해가 다 내려가고 어둠이 내리자 우리는 이제 조개구이를 먹기 위해서 이동했다.

 

저녁을 먹고 근처 모텔에 숙소를 정하고는 쉬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다시 잠깐 바다를 보고는 서울로 올라왔다.


그렇게 여행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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